■ 감 상 포 인 트
―평등사상의 의미
세상의 사물들은 모두 다 자기나름대로의
고유한 생김새를 지닙니다. 그래서 성격이나 쓰임새도 다 다른 것이지요. 따라서 세상의 사물들은 각자의 존재특성이나 방식에 있어 그들 스스로의
원리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다른 사물들과 비교해서 그 우열이나 존재의미를 따지기는 어려운 것이지요.
세상만물은 평등하다는 말씀입니다. 만유는 그 존재의 고유성과 독자적인 존재원리, 그리고 스스로의 인과율에 의해 운행되고 평가돼야
하는 평등한 존재라는 뜻입니다. 만유는 모두가 자연의 일부로서 서로 상대적인 의미와 가치를 지니기에 평등하고 평등해야만 한다는 얘기이지요.
이 시에서 〈독수리는 독수리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부엉이는 부엉이의 눈으로 새상을 본다〉라는 말 속에는 이처럼 만물이 스스로의 자(尺)를
지니고 살아가고 있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평등사상을 예리하고 섬세하게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아울러 이 시는 같은 사물도 쓰임새에 따라 의미가 규정되고 가치가 판별될 수 있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세상 만물이 그
근원적인 존재상에 있어서는 평등한 것이기에 서로 상대성, 호혜성, 공존의 철학을 지니고 살아가야 한다는 소중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 김재홍: 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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