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자리/* 심향(心香)

[Poemtopia] 우리들은 다 완벽하다

月波 2005. 8. 13. 13:14
 
 

독수리는 독수리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부엉이는 부엉이의 눈으로 세상을 본다

보라매의 부리는 먹이를 쪼는 창이지만
딱따구리의 부리는 집을 짓는 연장이다

물에 사는 오리의 발은 물갈퀴요
뭍에 사는 닭의 발은 흙갈퀴다

창공에 날개 드리운 수리부엉이여
한 마리의 벌 나비를 비웃지 마라

그대가 어이 알리
꽃 속의 달콤한 이 꿀맛을




■  감 상 포 인 트

―평등사상의 의미

세상의 사물들은 모두 다 자기나름대로의 고유한 생김새를 지닙니다. 그래서 성격이나 쓰임새도 다 다른 것이지요. 따라서 세상의 사물들은 각자의 존재특성이나 방식에 있어 그들 스스로의 원리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입니다. 그러기에 다른 사물들과 비교해서 그 우열이나 존재의미를 따지기는 어려운 것이지요.


세상만물은 평등하다는 말씀입니다. 만유는 그 존재의 고유성과 독자적인 존재원리, 그리고 스스로의 인과율에 의해 운행되고 평가돼야 하는 평등한 존재라는 뜻입니다. 만유는 모두가 자연의 일부로서 서로 상대적인 의미와 가치를 지니기에 평등하고 평등해야만 한다는 얘기이지요.

 

이 시에서 〈독수리는 독수리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부엉이는 부엉이의 눈으로 새상을 본다〉라는 말 속에는 이처럼 만물이 스스로의 자(尺)를 지니고 살아가고 있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평등사상을 예리하고 섬세하게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아울러 이 시는 같은 사물도 쓰임새에 따라 의미가 규정되고 가치가 판별될 수 있다는 뜻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세상 만물이 그 근원적인 존재상에 있어서는 평등한 것이기에 서로 상대성, 호혜성, 공존의 철학을 지니고 살아가야 한다는 소중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 김재홍: 문학평론가, 경희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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