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자리/* 심향(心香)

나무연못 - 장성봉과 악휘봉

月波 2005. 7. 12. 20:50

 

                     

        

                                                       

                 나무들은 제 그늘만큼의 연못을 품고 있다  
                 스스로 빠져서 깊어지는,
                 멀리멀리 퍼져나가는 잎의 파문들,
                 저 물결 속으로 뿌리들 자란다

                 동쪽에서 뜨던 해가
                 서쪽으로 가다 나무 정수리에 올라
                 그늘이 곧 너의 연못이라고 전한다
                 그 마음을 받아 못 속을 가는 나무
                 미처 잘못 떨어진 낮별도 가라앉아
                 나무는 더욱 깊어지는 바닥을 간다

                 바람이 불어 물결이 휙 쓸린다
                 나뭇잎 몇몇이 지워지고
                 그 그림자 받아 안은 바닥의 한 부분이
                 뿌리의 안쪽에 닿아 있는 것이 보인다
                 나무들은 저렇듯 뿌리깊어
                 제 몸을 출렁이는 것이다

 

                                   나무연못/정복여

 

 

장성봉에서 애기 암봉까지 능선길은 장대한 노송들이 천인 단애의 벼랑과 어울려 한 경치를 그려줍니다. 그런데 어쩐 일인지 노송들의 가지들이 꺾여 상처투성입니다.

 

가지가 잘린 것, 중동이 잘려 나간 것, 성한 나무가 별로 없습니다. 더구나 부러진 가지가 산행로를 막아 돌아가는 길은 나무덩쿨로 막혀 온 몸을 할퀴고, 길을 잃기도 쉽습니다.

 

주변을 돌아볼 틈도 없이 어려운 길을 헤쳐나가다 마침내 골짜기로 내려서는가 했더니, 애기암봉(747m)이 우뚝 솟아 앞길을 막습니다. 힘은 기진했는데 다시 올라야 합니다. 애기암봉 정상에서 작은 옻나무골로 가파른 길을 구르 듯 내려섭니다.  

 

계곡물은 오아시스를 만난 기분입니다. 물도 마음 껏 마시고 숨도 돌리고, 옻골제 외딴 농장집앞을 지날 때는 하늘이 어두워지며, 한 두 방울 빗낟을 던집니다. 개가 자지러지게 울어 댑니다.

 

 

 

 

희양봉에서 장성봉, 대야산의 산세가 그러하듯 악휘봉 역시 산세가 험준한 바위지대이다.

산 전체가 하나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악휘봉 정상 아래 입석바위는 가던 발길을 멈춰 서게 하기에 충분한 자태를 갖고 있다.

 

 

 

 

 

 

 

 

 

 

[백화산 자락의 문경상내마을]

 

첩첩산중의 소백산맥에 자리한 경북 문경 상내마을은 마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은 듯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50년 이상된 담쟁이 넝쿨과 돌담, 수백그루의 오동나무군락, 두릅나무숲 등은 장관이다.

서울에서 2시간 거리에 침엽수와 활엽수가 혼재해 있는 천연림을 본다는 것도 쉽지 않다. 상내마을에서는 관정을 뚫지 않고 계곡물을 그냥 먹는다. 마을 사람이 힘을 합쳐 산을 지키고 계곡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상내마을의 어메니티는 마을의 영산인 백화산(1,064m)에서 내려오는 계곡과 풍부한 오석(烏石)이다. 백화산에서 흐른 맑은 물이 상내천을 이루고 그 속에 숨겨져 있는 보석같은 돌들은 수집가들이 탐내는 문경수석의 전형이 되고 있다.

문경시 마성면 상내마을은 상내1·2리와 하내1·2리 등 모두 4개 마을 224가구에 510명이 살고 있다. 지난해 상내리를 중심으로 농촌마을종합개발사업 대상지로 선정됐으나 상내마을에 이미 주민이 만든 마을 발전을 위한 기본계획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