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자리/* 여백(餘白)

동파육에는 고량주가 “띵호와”

月波 2006. 3. 21. 21:46

 

동파육에는 고량주가 “띵호와”

 

서양음식을 먹을 땐 어울리는 와인과 궁합을 맞춘다. 중국음식은? 서울 논현동 중국음식점 ‘미스터차우’(Mr. CHOW) 요리장 진자오샹(金兆尙·50)씨는 “중국음식도 유난히 잘 어울리는 술이 있다”며 “음식과 술의 궁합을 맞추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사람들이 중국집에서 즐겨 마시는 배갈은 고량주(高梁酒)를 말한다. 과거 이름을 날린 고량주 브랜드 ‘백간’(白干), ‘백건’(白乾)이 대명사처럼 자리잡았다. 수수로 담근 술을 증류해 숙성시킨다. 60도로 매우 독하다. 그래서 기름지고 맛이 진한 고기요리와 어울린다.

 


 

진자오샹씨는 “고량주는 특히 돼지고기와 어울린다”면서 동파육을 추천했다. 진씨는 “도수가 높은 고량주는 마시면서 영양을 충분히 보충해줘야 상대적으로 덜 취한다”고 설명했다. 고량주와 마찬가지로 수수로 담근 증류주인 마오타이주(茅臺酒), 5가지 곡식에 소량의 약재를 섞어 만드는 우량예(五粮液)주도 기름진 음식과 맞는다.

 


소흥주(紹興酒)는 절강성 샤오싱(紹興) 특산주로, 광저우 등 양자강 이남에서 많이 마신다. 쌀로 담가 한국의 청주와 비슷하다. 도수는 16도쯤. 중국 술치고는 부드러운 편이라 양념이 많지 않고 담백한 상하이, 홍콩식 해산물요리에 곁들이면 좋다. “소흥주는 상어 지느러미찜에 곁들이면 특히 좋다”고 추천한 진씨는 “상어 지느러미찜은 본래 비린내가 많은데, 도수 높은 술은 비린내를 더욱 부각시켜 역하게 느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 오리구이에는 죽엽청주(竹葉靑酒)를 곁들이면 좋다. 죽엽청주는 대국주에 댓잎과 약재를 더해 만드는 술로, 도수는 45도 정도다. “은은한 대나무향과 오리고기의 부드러운 맛이 서로 상호작용을 한다”는 진씨는 “독한 술은 오리고기 특유의 감칠맛을 느끼기 어렵고, 오리고기의 기름진 맛 때문에 도수가 낮은 술은 밋밋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요리=미스터 차우)

조선일보
글=김성윤기자
사진=조선영상미디어 김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