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늦은 아침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산책을 나섰습니다
두 세시간 산행이나 할까했는데, 뜻밖의 즐거움을 맛보았습니다
그리 높지 않은 산, 그 산책길에서 만난 편안함이었지요
아직도 은은한 허브향이 코끝에 스칩니다
허브향 은은한 그 곳을 찾았습니다
일자산 자락을 옆지기와 산책하듯 누볐습니다
잘 다듬어진 계단길을 오릅니다
둘이서 하나가 되어 손잡고 오릅니다
풀섶에는 늦음을 아랑곳하지 않고 흐드러지게 핀 꽃이 있습니다
원추천인국(루드베키아)입니다
자기도 국화라고, 자기도 허브라고 우기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그 길을 혼자 오르는 사람이 있습니다
혼자라도 쓸쓸하거나 외롭지 않는 곳입니다
들머리에서 휀넬(Fennel)향에 취합니다
그리스 신화의 프로메테우스와 아폴론의 불을 연상시킵니다
그러나 오늘의 주제는 이 녀석이 아닙니다
바로 멕시칸세이지(Mexican Sage)를 만납니다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무리로 피어있는 멕시칸 세이지입니다
이 녀석에 혼을 뺏기지 않을 여인네가 있을까요?
벡시칸세이지의 보라빛 향연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이 독특한 허브에 오랜 시간 넋을 주게됩니다
이 녀석의 오묘한 향에 그저 빠지고 싶습니다
멕시칸 세이지의 보라빛 유혹을 그 누가 쉽게 뿌리치겠습니까?
누구라도 그 자리에서 쉽게 일어서지 못할겁니다
드라이 플라워라도 만들어 가까이 두고 싶습니다
세이지(Sage)중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독특한 녀석이니까요
이 녀석도 세이지(Sage)입니다
우리에게 사루비아라고 알려진 허브입니다
세이지(Sage)는 그 즙이나 분말이 미용에 쓰였습니다
요즘은 이탈리아, 독일 요리에 자주 등장하구요
그러나 그 향에 취하기만해도 절로 예쁘지지않을까요?
이 녀석은 헬리오 트로프(Helio Trrope)라 부르는 허브입니다
빅토리아왕조의 향수원료로 인기가 있었답니다
바닐라처럼 매우 특이한 향이 절로 기분을 좋게 했지요
그 외에도 많은 허브를 만났습니다
수 없는 이름과 독특한 향이 꼭 중요하지는 않겠지요?
하늘과 땅, 사람이 어우러진 상생의 뜰이었으니까요
그 상생지원(相生之苑) 주변에도 가을이 한창이었습니다
은행나무는 예년처럼 샛노란 빛이 아닙니다
그래도 가을입니다
별스럽지 않지만 이 녀석도 카메라에 담아 보았습니다
세상은 허브향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통나무 벽에 정(情) 붙이고 살아가는 담쟁이도 만났습니다
그 곳에도 어김없이 가을은 찾아왔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담쟁이가 통나무를 덮을겁니다
통나무벽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지요
그 담쟁이를 보면서 사람사는 세상으로 돌아옵니다
허브 천문공원을 벗어납니다
매연버스가 지나갑니다 바로 사람사는 곳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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