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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밤의 무한질주

月波 2005. 8. 7. 17:38
[친구와 함께한 한여름 밤의 울트라 완주기] : 2003.8.15.


[ I ] : 그 날을 되돌아 보며

친구야,

아 ! 기억에도 생생하지 않은가?
강마와 함께한 지난 7월의 지리산 종주가........
주로(走路)에 놓인 모든 장애물을 훨훨 넘고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 9시간에 걸쳐 일사천리로 해낸 당일 종주......

그러나, 돌이켜보면 아쉬움도 많았지.
그 때 시간에 쫓겨 앞만보고 달리느라 놓쳐버린
지리(智異)의 무수한 들풀과 야생화의 향기,
두류(頭流)의 물맛을 음미하지 못하고 건성으로 스친 숱한 샘터들,
마음에 사진 한 컷 제대로 찍어놓지 못한
노고운해, 연하선경을 비롯한 지리(智異)의 수없는 비경들......

친구야,
그런 의미에서 우리의 지리종주는 미완성이었는지 모르지.
그 아쉬움을 달래려 다시 그 길을 걸어보기로 했으니........
2박 3일의 넉넉한 일정으로, 새롭게 세 명을 합류시켜 5명의 행동대를 구성하여.....

새 멤버의 지구력을 내심 걱정스러워하는 자네 마음을 한편으로 이해한다네.
하지만 우리가 뜻을 함께하면 무엇을 못해내겠는가?
더우기 우리가 광복절 전야에 밤새워 이루어낸 울트라마라톤 완주를 생각하면......


[ II ] : 한여름 밤의 무한질주

친구야,

광복절을 앞두고 있었던 [9 to 9] 울트라는 나에게 있어 새로운 달리기 역사를 쓰게 한 셈이야.
그렇게 오랜 시간 자네와 함께 여름 밤을 도와 질주할 수 있었다니.....
그리고, 양재천 여섯바퀴를 밤새워 도는 60Km의 장정을 마칠 수 있었다니.....
친구야, 돌이켜 보게.
이는 남을 위해 자기를 버리는 자네의 숭고한 선택이 없었다면
내가 감히 그 일을 해내리라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는가?
버림으로써 참다운 것을 얻는 부처님같은 그 보살행을
언제쯤이나 나는 스스로 실천할 수 있을는지.....


정말 감동적이고 멋진 Festival이었어.
나로서는 많은 망설임 끝에 참가한 [9 to 9]이었기에
자네의 동반주로 인해 더욱 힘을 얻었고
자네가 있음으로 인해 더욱 선택의 탁월함이 돋보였던 느낌이야.

친구야,
사실 서울 한 복판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감흥을
양재의 주로에서 여러 건각들과 밤새 만끽한 색다른 즐거움이었지.
그렇게 황홀한 여름밤의 정취가 어디 또 있겠는가?

그 어느 때보다 가깝게 느껴진 휘영청 밝은 달 아래에서
수백년을 기다려야 그런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광채어린 별(화성)의 축복속에
양재천의 맑은 개울물 소리, 온갖 풀벌레의 울음소리.....
그 속을 끝없이 질주하는 건각들의 발자욱 소리, 서로에게 외치는 힘 !!!!!
그리고 우리가 함께한 숨소리......

그기에, 밤새워 자원봉사한 강마의 숨은 노력과 정성들.......
과히 한 편의 교향곡과 함께한 즐주(Fun Run)였지.

친구야,
이름하여 한여름 밤의 무한질주.......
자네의 세심한 배려와 양재천에 어우러진 한편의 교향곡이 아니었던들,
순간순간 찾아온 그 숱한 중도포기의 유혹을 떨치고
8시간(8/14 21:00-8/15 04:30)에 걸친 울트라 60Km의 새로운 장을 쓸 수 있는
용기와 기력이 내게 있었겠는가?

여러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뜨겁게 전하고 싶다. 이심전심으로......
뛴다, 끝까지, 즐겁게.......


[ III ] : 새로운 날을 기다리며

친구야,

이제 지난 번에 미완으로 남긴 것을 채우려 떠나야 할 날이 다가오고 있어.
다시 찾는 지리 종주가 기대되지 않는가?
짜릿했던 [9 to 9] 울트라 완주의 기억을 안고
다시 찾는 그 날에도
두류(頭流)의 연하천에서, 지리(智異)의 장터목에서
함께 별을 헤아려보세.

생긴대로 자란 지리(智異)의 들풀과
야생화의 모습에서,
샘터마다 달리할 두류의 물맛에서,
순간순간 형상을 달리하는 노고단의 운해(雲海)와
이제 제몫을 다하고 묵묵히 버텨 선 고사목의 모습에서,
새롭게 떠오를 천왕일출에서,
참다운 삶의 지혜를 배워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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