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여행/* 크로스 컨츄리

광교산-청계산 우중주

月波 2005. 9. 17. 21:19

광교산으로 들어 청계산에서 날다

 

1. 산행개요


 

 (1) 일   시 : 2006년 9월 17일 추석연휴 첫날,  07:09 - 12:12 (5시간 3분)

 (2) 구   간 : 경기대-비로봉-시루봉(광교산)-백운산-하오고개-국사봉-이수봉-봉오재-옛골

 (3) 거   리 : 23Km

 (4) 참가자 : 남시탁, 권오성, 진성박, 박희용, 양철희, 박홍구, 유난희, 최민혁, 오영제

 

2. 산행 메모

 

06:00  집결

         새벽을 가르며 집을 나선다. 서초구민회관 앞으로 집결이다.(05:50)  당초 예상보다 많은 9명의 멤버가 오늘의 산악마라톤에 참가한다. 면면을 보니 쟁쟁하다. 은근슬쩍 겁이 난다. 꼬리를 내려야 하나?

         일행을 태운 3001 번 시외버스는 귀성길의 고속도로를 잘도 달린다. 버스 전용차로가 주는 혜택을 새삼 느끼며 수원 경기대 후문까지 직행이다.

 

07:09  경기대

         민혁 님의 리드로 스트레칭이 시작된다.(06:50) 구령이 다소 빠르지만 수순은 완벽하다. 깔끔한 그의 성품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남대장은 마지막 제자리 뜀뛰기 스무번을 왜 생략할까? 우리는 끝까지 팔짝팔짝 스무번을 뛴다. 출발에 앞서, 힘찬 구호로 한 컷 !

      

    경기대 후문에서 스트레칭을 마치고, 힘차게 출발을 다짐하며 ....... 유난희씨 없다?

 

         자, 출발이다. 경기대 캠퍼스를 통과하여 광교산을 본격적으로 오른다. 크로스컨츄리가 시작된 것이다.(07:09) 산길은 호젓한 숲길로 완만한 오름세가 지속된다. 마치 양탄자를 깔아 놓은듯 크로스컨츄리에 제격이다. 산길을 펄쩍펄쩍 뛰어다니는 우리를 보고 숲길을 산책하러나온 등산객들이 힐끔힐끔 쳐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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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40  백년수

         광교산 자락에는 각각 천년수, 백년수라고 불리는 2개의 약수터가 있다. 오늘은 비록 능선길을 달리지만 다음에는 약수 한 모금 마시며 산길을 걸어봤으면 ......

 

         한남정맥을 만나는 322봉 오르는 숲길을 숨을 헐떡이며 달린다. 모두들 얼마나 잘 달리는지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천년수 갈림길이 나타난다. 뒤로쳐져 혼자서 산길을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아직 내 뒤에 오고있는 두 사람이 있지만 스스로 걱정이 앞선다. 늘 그렇듯이 초반에 몸이 풀리지 않아 고생이다. 오른쪽 종아리 근육이 뭉쳐 석고처럼 굳어있다. 좀체 풀릴 기미가 안보이니 ...... 여기서 포기해야 하나?

 

         백년수 갈림길, 문암재를 통과하는데(07:40), 빗방울이 하나 둘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느낌이 굵은 비가 마구 쏟아질 것같다. 비를 맞으며 달리는 길이 오히려 편안하다는 생각에 생기가 돋는다. 

        

         형제봉 직전의 깔딱고개에 오르니 남대장이 기다리고 있다. 늘 이런 배려가 있어 조금 부족한 내가 낙오하지않고 함께 산행을 해낸다.  오영제 님이 어디서 전화를 받고 서울에는 장대비가 내리고 있다고 한다. 여기도 곧 비가 쏟아지겠지. 형제봉을 지난다.

 

08:06  비로봉 

         비로봉 팔각정에 오르니 본격적으로 비가 쏟아져 내린다.(08:06) 이런 비를 장대비라 하던가? 어제 강화를 출발하여 강릉까지 300Km가 넘는 동서횡단 길에 나선 강마의 건각들이 지금쯤 서울의 한강변 어디쯤 달리고 있을텐데 ...... 이 넘의 날씨기 그들을 도와주지를 않으니 ..... 걱정이다.

 

         팔각정에서 빗속의 기념사진을 한 컷하고 길을 나선다. 이제 몸이 완전히 풀렸다. 제법 산길을 달릴만 하다. 앞서간 권오성, 진성박, 양철희님을 따라잡으러 숲길을 달린다. 오르막에서는 숨이 멎을듯 쌕쌕거리며 뛰어오르지만, 종아리 근육이 풀려 제법 오를만하다. 이 정도면 오늘 낙오는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안심이다. 


   비로봉 정상 팔각정에서, 이 때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있었는데 .......

 

08:31 시루봉

        광교산 정상인시루봉을 지난다. 능선길에서 살짝 비켜서 있는 시루봉을 들리지 않고 직진이다. 오늘은 산 정상을 오르는 것이 아니라 산길을 달리는 것이다. 삶의 짐을 훌훌 벗어던지고 그저 달리면 된다. 그냥 걷기만 하라던 법정스님을 생각하며 산길을 달리고 있다.

 

그냥 걷기만 하세요

한 걸음, 한 걸음 삶을 내딛습니다

발걸음을 떼어 놓고 또 걷고 걷고..
지금까지 그렇게 살아왔지만 짊어지고 온 발자국은 없습니다
그냥.. 가 버리면 그만인 것이 우리 삶이고 세월입니다

한 발자국 걷고 걸어온 그 발자국 짊어지고 가지 않듯

우리 삶도 내딛고 나면 뒷발자국 가져오지 말았으면 합니다


그냥 그냥 살아갈 뿐.. 짊어지고 가지는 말았으면 하고 말입니다
다 짊어지고 그 복잡한 짐을 어찌 하겠습니까..

그냥 놓고 가는 것이 백번 천번 편한 일입니다

밀물이 들어오고 다시 밀려 나가고 나면 자취는 없어질 것입니다
그냥 내버려 두세요 애써 잡으려 하지 마세요
없어져도 지금 가고 있는 순간의 발자국은 여전히 그대로일 겁니다
앞으로 새겨질 발자국, 삶의 자취도 마음 쓰지 말고 가세요...

발길 닿는 대로 그냥 가는 겁니다
우린 지금 이 순간 그냥 걷기만 하면 됩니다

 

08:59 백운산

        노루목을 스쳐 지난다. 쉬어가기에 알맞은 곳이지만 그냥 산능선을 달릴 뿐이다. 지리산 종주길에 만나는 노루목을 잠시 생각해본다. 반야봉에 오르는 길목이다. 반야(般若), 지혜라는 뜻이라고 하지요. 그러니까 반야봉 가는 노루목은 지혜에 이르는 길목인 셈이지요. 여기 노루목은 어디로 가는 길목일까요?

 

        528봉을 지나고 갈대밭에서 간식을 먹는다. 서서 먹는 음식이지만 충분히 아침요기가 된다. 그리고는 냅다질러(?) 백운산을 오른다.(08:59) 억수로 쏟아지는 장대비에 백운호수도 의왕시도 숨어서 얼굴을 보여주지않는다. 맑은 날 여기 다시 한 번 올라야지.

 

         백운산을 오르기 직전에 지지대 고개로 가는 갈림길이 있다. 그 갈림길에서 왼쪽은 한남정맥으로 이어지는 지지대 고개 방향이고, 오른쪽은 백운산 방향이다. 오늘 달린 산길중 문암재 직전의 322봉에서 형제봉, 비로봉, 시루봉(광교산), 백운산 직전 갈림길까지는 한남정맥에 해당하는 구간이다.

 

         한남정맥은 지지대 고개를 넘어 수리산, 철마산, 계양산을 거쳐 한강하구 보구곶리까지 이어진다. 남대장은 지금 하고있는 백두대간을 끝내놓고 곁눈을 팔더라도 정맥종주는 접어두자고 일침을 가한다. 암, 그럼요. 이제 겨우 백두대간 남한구간의 하프라인을 통과했는걸요.

 

10:08 KBS 송신탑

        백운산 이후의 길도 달리기에 안성맞춤이다. 세상의 근심걱정을 털어버리고 달리기에는 참 좋은 코스다. 고분재로 내려서는 숲에서 장대비를 맞으며 달린다. 빗줄기의 시원함에 달리는 사람도 가속도가 붙는다. 바라산이 금새 발밑에 있다. 잠시의 휴식도 없이 계속 달린다.

 

        바라산재를 지나 400봉 오르는 길, 숲향이 빗속에 묻어난다. 코끝이 짜릿해진다. 이제 숲길에는 양철희, 오영제님과 나, 셋 뿐이다. 하오고개가 가까워져오자 뒤에서 달려오던 오영제 님이 속도를 줄이자고 한다. 후미가 너무 차이가 나면 기다리는 사이 몸이 식으니 .....

 

        마음이 편안해진다. 백운산 이후 쉬지않고 1시간여를 산능선을 오르내리며 달렸다. 하오고개를 내려서기 직전 KBS 송신탑에 먼저 도착해(10:08), 후미를 기다리기로 한다.

 

10:28  하오고개

         하오고개를 무사히 가로지른다.(10:28) 이 길 참 헷갈린다. 새로 닦은 길의 절개지가 수직절벽이라 늘선길의 출입구를 찾기가 여의치 않고, 도로를 건널 수 있는 통로도 없다. 능선종주를 하면서 차들이 질주하는 왕복 6차선 도로를 가로질러야 하다니 ..... 능선따라 이동하는 야생동물들의 통로는 신작로에 막혀 사라져버린 셈이다. 

 

         하오고개 옛 국도변, 국사봉 들머리에 지용 님이 기다리고 있다. 9시부터 1시간 반을 기다렸단다. 따끈한 커피와 콜라, 갖은 종류의 떡, 바나나 를 배불리 먹는다. 이럴 때 쓰는 말이 포식인가? 종종 지용 님은 이렇게 훌륭한 자봉을 하여 사람을 감동시킨다. 작년 광주 울트라 100을 앞두고 훈련할 때 가끔 분당 탄천변에서 베풀었던 그의 심야 자봉이 잊혀지질 않는다.    

하오고개에서 지용 님이 끓여주는 따뜻한 커피와 함께

 

11:11  국사봉

         국사봉을 향해 다시 출발이다.후반전 시작인 셈이다.(10:43)  지용 님이 국사봉 정상부의 내리막이 진흙길이니 발조심하라는 당부를 잊지않는다. 지용 님, Happy 추석 !!!!! 우리도 후반전 달리고 Happy 추석하러 갈께요. 오늘의 이 자봉, 영원히 잊지 않을께요.

 

         국사봉 오르는 길이 제법 된비알이지만  생각보다 쉽게 오른다. 가장 걱정했던 코스가 생각보다 쉬우니, 왜 그럴까? 지용 님의 자봉으로 체력보강이 그 첫번째요, 비맞으며 달리고 걷는 것이 햇볕아래보다 더 편안함이 두번째요, 갈수록 체력이 되살아남이 그 세번째인것 같다. 국사봉이 발아래다.(11:11)  멸망한 고려를 생각하고 한탄했다는 고려말 충신 조윤(조견)의 국사봉(國思峰) 표지석이 보인다.

 

 * 조윤(조견)과 조준 형제

         조선조 창건의 일등공신인 조준의 아우 조윤은 형의 변절, 망국과 동시에 죽한 못한 자신의 무능을 부끄러워하여 개와 같다는 뜻으로 개 견 부가 붙은 견으로 이름을 바꾸고 자를 개를 따른다는 뜻으로 종견이라 했다한다. 조윤(조견)의 흔적은 국사봉과 청계산 마왕굴에서 찾아볼 수 있다.

 

11:34  이수봉

         국사봉을 떠나 이수봉을 향하니 오늘 크로스컨츄리의 끝이 보인다. 묵묵히 산길을 빗속에 달린다. 이수봉까지는 잠시다.(11:34)  이수봉, 조선조 정여창이 무오사화의 화를 피해 이 산아래 은거하며 두번이나 목숨을 건졌다는 곳이지. 매주 목요 야간산행의 쉼터이기도 하고......

 

         이수봉에서 매봉으로 향하지 않고, 길을 돌려 봉오재쪽 능선길을 택해 옛골로 하산한다. 이 길은 참 달리기 좋은 곳이다. 목요 야간산행에서는 이 능선을 주로 걷지만 낮에는 대체로 달리는 곳이다. 비가 와 흙길이 푹신해지니 달리기에 알맞다. 체력도 넘치고. 그러니 달릴 수 밖에 ..... 오영제님이 뒤를 바짝 쫓는다. 그는 내 지구력이 좋다지만, 그의 주력은 정말 장난이 아니다.

 

12:12  참새 방앗간

         옛골에는 참새 방앗간이 하나 있다. 목요 야간산행팀이 하산하며 어김없이 들리는 곳이다. 오늘 크로스컨츄리의 종착지를 여기로 잡았다. 막걸리와 김치찌개로 뒷풀이를 거나하게 한다. 돼지고기를 푹푹 썰어넣은 김치찌개는 허접해 보이지만 그 맛은 일품이다. 방앗간 아줌마는 단골이라고, 추석을 앞두고 부치고있던 전을 서비스로 내놓는다.  

 

        장대비 속에 뛰어들어 샤워를 한다. 빗속에 광교산 - 청계산 종주를 하고 마시는 막걸리가 꿀맛이다. 행복이 무엇이던가? 바로 이것이거늘 ....... 비록 가진것 없더라도 푸른 하늘 우르렀으매 행복하고, 마음의 짐을 털고 그저 걷고 달릴 수 있으면 행복하거늘 ,,,,,, 빗속의 질주라면 더욱 행복하거늘 ......

 

  참새 방앗간에서 김치찌개와 서울막걸리로 즐거운 뒷풀이 .......

  권오성,유난희,박희용,남시탁,진성박,최민혁,양철희,오영제,박홍구(왼쪽에서 시계방향으로) ...

  어, 그런데 9명이 다 모였네. 그럼 사진은 누가 찍었지?

                       

 

저 산은 내게 오지 마라 오지 마라 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버리네
아 그러나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라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