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따라 길따라/* 雪岳戀歌

세 부부의 추억만들기 - 공룡능선

月波 2006. 10. 1. 20:32

 

어느새 지천명(知天命)이 되어버린 30년 지기(知己) 셋이 부부동반으로 설악산 공룡능선을 타러갔다. 쉽게 접근이 안되는 그 능선을 초보 산꾼인 아내들과 함께 당일산행으로 걷겠다는 야무진(?) 생각을 하고서..... 나로서는 지난 5월의 백두대간 종주에 이어 금년에 두번째로 찾아가는 길이지만 ......

 

설악동-비선대-마등령-공룡능선-천불동계곡-설악동의 환상코스를 아침 7시부터 밤 9시까지 15시간에 걸쳐 산행을 했다. 맑은 가을날씨와 일찍 피기 시작한 단풍, 공룡의 장쾌한 암릉과 거기 천화대에서 뻗어나는 지능선.....  범봉과 석주길을 바라보며 애절한 설악가를 속으로 부르면서 걸었다.

 

산행이 지체되어 천불동 계곡을 따라 하산하는 마지막 5시간은 깜깜한 밤의 미로찾기 산행이었다. 칠흑같은 어둠은 부부를 한 마음으로 묶었다. 희미한 랜턴 하나에 의지해 부부가 너덜길을 헤쳐가는 야간산행은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어려움을 헤쳐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다시 하기 쉽지않을 천불동 계곡의 멋진 야간 데이트였지 싶다.

 

돌이켜 보면 아내들에게 많이 힘든 산행이었지만, 그들에게 뿌듯함과 멋진 추억을 만들어 준 산행이었다. 말로는 " 다시는 공룡능선 안 탈거야 !" 하던 아내도, 벌써 또 다른 산행을 꿈꾸고 있으리라.

아내들이여, 공룡보다 더 험준한 코스는 이제 더 이상 없으니, 다음 산행에도 자신있게 동행하소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