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따라 길따라/* 雪岳戀歌

동유광풍(同遊狂風) 동숙취월(同宿醉月)

月波 2007. 2. 5. 00:02

 

동유광풍(同遊狂風) 동숙취월(同宿醉月)을 꿈꾸며

 

오지트레킹, 복잡한 머릿속을 깔끔히 털기에 더할나위 없이 좋은 방법이다. 실타래처럼 엉켜있는 내 마음을  읽은 정산(正山)의 세심한 배려가 한 겨울의 심산유곡을 찾게한다. 불수사도북, 쇠나드리, 영주 부석사 세 곳중에서 택일하자는 그의 의견에, 나는 주저없이 쇠나드리를 택한다. 

 

쇠나드리란 어떤 곳인가? 황소도 날려보내는 미친바람(광풍, 狂風)이 분다는 오지마을로 알려진 곳이다. 이웃집에라도 가려면 설피를 신고가야 할 정도로 겨울이면 눈이 많이 온다는 설피마을이다. 작년 4월말 백두대간 길에서 젓가락 두드리며 밤을 지새던 추억이 담겨있는 곳이기도 하고. 그 때 눈꽃나라인 한겨울의 솨나드리를 다시 찾는 바램을 가졌었지.

 

그래, 이 겨울에 다시 그곳에 가보는거야. 쇠나드리의 미친 바람 속으로 들어가는거야. 설화가득한 설피마을에서 시작하여 곰배령, 점봉산, 단목령으로 이어지는 환상(環狀)코스를 트레킹하며 눈밭에 딩굴어 보는거야. 때맞춰 보름달이라도 뜨면 달과 함께 취기(醉氣)를 뽐내보는거야.  동유광풍(同遊狂風), 미친 바람과 함께 노닐고 동숙취월(同宿醉月), 취한 달과 함께 자는거야.

 

  

그리하여, 정산과 둘이 뭉쳐 2월 3일~4일 이틀간 방태천을 따라 강원도 인제의 진동리를 누비고 다녔다. 남설악의 점봉산 자락에 몸을 맡기고, 아침가리골, 쇠나드리, 설피마을, 곰배령으로 이어지는 겨울 트래킹을 했다. 쇠나드리의 미친바람 앞에 서기도 하고 설피마을의 설화천국에 빠지기도 하면서 .......

 

 

쇠나드리에 부는 바람 

 

현리를 거쳐  진동리 쇠나드리로 향하는데 산에는 안개바람이 산을 덮치고 있다.

자작나무 숲 너머로 피어나는 운무(雲霧)가 미스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바람이 서서히 거세어지니 쇠나드리가 멀지 않은가 보다.

 

정산, 이 사진이 그 분위기를 제대로 담았는지 모르겠다.

사람의 눈이 아니라 카메라의 눈으로 사물을 담아야한다는 자네의 지론을 오래 전에 들었지.

그러나, 그것을 따르기에는 나의 내공이 아직 젖비린내 나는 수준이니, 언제나 따라갈 수 있을까?

그래도, 사진은 한 컷에 많은 것을 담는 것이 아니라, 핵심요체 외에는 버리고 표현하는 빼기의 에술이라는 얘기가 조금씩 수긍이 간다.

 

무성했던 잎들을 모두 떨구고 나신(裸身)을 드러낸 자작나무가 내게로 다가온다.

흰 속살을 아낌없이 보여주는 한겨울의 자작나무에서 꾸밈없고 거짓없는 나무의 모습을 본다.

자작나무는 거추장스런 겉옷을 미련없이 벗어버리고, 속으로 새봄을 맞을 준비로 부산하리라.

 

봄맞이를 준비하는 겨울 자작나무를 통해 내 속의 나를 살핀다.

새옷으로 갈아입으려 이 겨울에도 부지런히 수액을 뿜어올리는 나무처럼 새로운 삶을 준비해야한다. 

문득 자작나무가 끝없이 펼쳐진 러시아평원을 기차타고 달리고 싶어진다.

그렇게 끝없이 펼쳐지는 삶을 꾸려가고 싶다.

 

쇠나드리로 접어든다. 바람불이로 들어가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쇠나드리의 억새밭에는 광풍(狂風)이 몰아치고 있다.

그 미친바람에 밀려 차문을 열기조차 여의치 않고, 간신히 길에 내려서니 온 몸이 바람에 날려갈듯하다.

 

저 바람은 어디서  생성되어 어디에서 소멸되는 것일까? 인간은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걸까? 

이 깊은 산골, 좁은 협곡에서 그 미친바람에 몸과 마음을 싣고 노닐고 싶다.

하지만, 기천명(氣天銘)의 동유광풍(同遊狂風-미친바람과 노닐다)의 경지를 쉽게 깨칠 수 있으랴?

 

어두워지기 전에 서둘러 아침가리 계곡으로 트래킹을 나선다.

30분간의 알바끝에 지난 여름 수해로 함몰된 길을 찾아 얼어붙은 계곡을 따라 산으로 든다.

산에서도 알바, 계곡에서도 알바이니 세상에 쉬운 길이란 없나보다.

 

아침가리 계곡은 온통 얼음과 눈밭이다.

트레킹 코스보다 얼어붙은 계곡의 빙판을 걷고 싶은 유혹에 눈덮힌 빙판에 서본다.

해거름이 내리는 아침가리 계곡은 깊이야 알 수 없지만 그 이름만큼이나 포근하게 다가온다.

아침나절 갈아엎고 농사지을 땅뙤기만 있어도 마음가득 배부른 곳, 아침가리 .......

 

잦아드는 산그림자가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무작정 어둠을 뚫고 아침가리 계곡의 끝을 보기에는 아무래도 시간이 부족하다.

그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달래줄 묘책을 정산이 찾아낸다.

아침가리에서 카메라 스스로 잡은 우리 둘만의 모습 ......

 

조금만 더 트래킹하고 하산하자고 뜻을 모은다. 눈덮힌 얼음계곡에 주저앉아 본다.  

여름의 계곡도 좋겠지만 빙판을 밟으며 걷는 겨울의 계곡트래킹에는 색다른 재미가 있다.

아, 그런데, 그기에도 함정이 있었으니 .......

크래바스에 빠져 두 발을 모두 적신 정산, 그래도 재미있었지?

 

날이 어두워져서야 바람불이로 돌아온다.

9개월만에 다시 만난 쇠나드리 조명호/장은경 부부는 그 때 그 모습대로다.

집마당에 가득히 흰눈이 쌓여있고, 몸집이 몰라보게 자란 진도개가 영리하게 꼬리를 흔들며 반겨준다.

정산, 자네는 그래도 개를 무서워하지?

 

지난 봄의 젓가락 장단을 머릿속에 되살리며 깊숙히 위스키향에 빠져든다.

조명호/장은경 부부를 모셔다 일배부일배하면서.

밖에는 보름을 갓지난 달이 동숙취월(同宿醉月)의 경지를 일러주고 있고 ...... 

그래도 지난 봄보다 더 깔끔하게 마셨을거야.

  

정산(正山), 간밤에는 잘 잤는가?

동숙취월(同宿醉月)이 아니라 동숙취월파(同宿醉月波)였지?

나는 동숙취정산(同宿醉正山)이었고.

그러니, 둘이 합쳐 동숙취정월(同宿醉正月) 쯤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어떨까?

 

진주에서 대간돌이를 태우고왔다는 운전기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침 한 그릇 뚝딱 !

밥맛은 일품이더라. 반찬도 지난 봄보다 훨씬 맛갈스럽고. 그렇지, 정산?

 

당초 계획보다 조금 늦게 설피마을로 향하는 길에는

피어오르는 아침연기와 가득히 쌓인 눈밭이 절묘한 풍광을 만들고 있다.

사진찍기 좋은 시간은 오전 10시 이전이라 했는데, 이미 10시 넘었으니 오늘은 그냥 기분대로 찍자.

 

설피밭에는 여기저기 펜션이 들어서고 있다.

민박집 수준을 뛰어넘어 벽난로까지 갖춘 별장형 집들이다.

저 멀리 왼쪽에는 흰눈으로 뒤덮힌 설악의 대청봉이 여기 설피세상을 내려다보고 있다.

펜션 앞마당격인 넓은 눈밭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성해진다.

 

설피마을의 펜션에는 제대로 상호가 적힌 간판을 찾기가 어렵다.

꽃님이네, 세쌍둥이네,새나드리 등 부르는 이름은 있지만 여느 동네와 달리 집앞에 상호를 큼지막하게 붙인 곳이 드무니, 아직은 상업적인 펜션이 아니라 이름그대로 민박집이다.

 

 

눈꽃 가득한 곰배령을 오르며

 

설피마을의 막다른 집, 꽃님이네를 지나 곰배령을 향해 강선리로 접어든다. 온통 하얀 눈세상이다.

 

정산이 나무에 대해서 이야기 한다. 살아있는 나무와 죽어있는 나무 ......

꽃 피우고 열매 맺으며 사시사철 모습을 바꾸는 나무가 살아있는 나무라면, 베어진 나무는 죽은 나무다.

그러나, 죽어서도 목재가 되어 기둥이나 서까래가되면 나무는 환생한 살아있는 나무가 아닐까? 

그러나, 기둥이나 서까래도 그 집에 사람이 살지않으면 사실상 생명력이 없는것이 아닐까?

 

나무의 삶에 대해서 이리저리 반추하며 눈길을 걷는다.

동량이나 서까래가 되는 나무보다 기와집 마루의 널판지가 되어 있는 나무를 생각한다.

어머니 무릎을 베개삼아 마루에 누워 어머니가 들려주는 동화를 아이와 함께 듣는 나무,

그러다가 고이 잠든 아이의 쌔근쌔근 숨쉬는 소리를 듣는 나무는 널판지가 되어서도 살아있는 나무다.

 

강선리에서 곰배령을 향해 오르는 계곡에는 쪽버들나무가  우람하게 서있다.

안내판에는 수령이 220년이나 되었다고 한다.

살아서 천년, 죽어서 천년이라는 주목에야 못미치지만,

함부로 자리를 옮기지 않고 묵묵히 제 자리에서 수백년을 살아가는 나무의 본모습이 부럽다.

 

곰배령 가는 길은 그리 가파르지 않아서 트레킹하기에 좋다.

눈덮힌 길도 사람들이 제법 다녔는지 러셀이 잘 되어있다.

 

그 길에 강아지 한 마리가 따라오고 있다.

이 녀석은 우리보다 걸음이 더 빠르고, 눈길을 뛰어다니는 모습이 제법 활기차다.

길을 잃고 집으로 못돌아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하산길에 보니 강선리 아랫집에 먼저 내려와 햇살아래 늘어지게 자고 있다.

개팔자가 상팔자라더니 ....... 이름이 진동이란다.

 

하늘은 구름 한 점없이 맑다.

짙푸르다 못해 눈이 시리도록 쪽빛을 뿜어낸다.

어제 쇠나드리의 운무와 광풍은 사라지고 포근한 날씨에 청명한 하늘,

눈밭을 헤집고 다니기에 이 보다 더한 복은 없으리라.

정산, 이 모두 자네의 복인 것 같아.

  

곰배령에서 하산하는 산행객을 만난다.

러셀이 되어있는 탐방로를 버리고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속을 헤집어면서 활강하듯 내려온다.

 

기존의 길, 남이 간 길을 접어두고 새로운 길, 나만의 길을 걷는 모습이 보기에 좋다.

스스로 개척해가는 자기만의 길을 걷는 사람은 나이를 떠나 항상 젊어보인다.

곰배령에서 점봉산 가는 길이 막혀 되돌아오는 아쉬움을 저렇게 달래는지도 모르겠다.

 

잠시 뒤돌아서서 정산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다.

단순한 증명사진 이상의 의미가 없지만, 눈밭에 포즈를 취한 그의 모습이 당당해 보인다.

그래, 앞으로도 늘 당당하게 살아가자구.

그 길이 눈밭이든, 돌밭이든, 흙밭이든, 음지든, 양지든 가리지 말고.

 

잠시 카메라에 눈밭을 담는다.

눈에도 살결이 있고 숨결이 느껴진다.

그기에도 햇볕이 들기도하고 그림자가 지기도 한다.

바람에 밀리면서 빚어낸 유연한 곡선미가 부드러움을 표현하는가 하면,

그 이면에 차가운 냉기를 뿜고 있기도 하다.

 

곰배령이 지척인가 보다.

키 작은 나무들이 더욱 허리를 낮추며 살아가는 모습을 본다.

그 위로 드러난 하늘은 온통 파란 물감으로 덧칠한 듯하다.

그 눈밭에 뒤로 벌렁누워서 하늘을 본다. 파란 물감이 내 눈으로 흘러내린다.

 

 

정산과 둘이서 눈밭에 덜러덩 뒤로 자빠져 새파란 하늘을 본다. 

잉크빛 하늘이 끝없이 가슴으로 쏟아져내릴 것같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싶다.

 

이렇게 맑은 하늘아래, 이렇게 눈부신 눈밭을 밟으며 곰배령을 오르는 그대들은 누구인가?

올라가는 사람, 내려가는 사람 모두 쉽게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다.

점봉산 산행로가 막혔다는 소식에 모두 여기 곰배령 눈밭에 마음을 묻고 있다.

 

곰배령에 서면,

늦은 봄이나 여름 날에 곰배령에 서면,

야생화가 지천으로 피어 우리를 반기겠지만,

한 겨울의 이 눈꽃보다 더 멋있고 아름답겠는가?

 

고개들어 멀리 동북쪽을 바라본다.

산 정상부에 유난히 눈이 많이 덮힌 두개의 봉우리가 눈에 들어온다.

설악산 대청봉(오른쪽)과 중청봉(왼쪽)이다.

지난 봄 점봉산을 오르며 짙은 안개 속에 설악의 대청봉을 조망하지못한 아쉬움을 오늘에서야 달랜다.

 

산악팀에서 대청봉 빨리 오르기를 하자던 날이 오늘이었지.

그 제안을 제쳐두고, 우리가 당초 세웠던 계획대로 곰배령으로 달려오기를 잘했지 싶다.

이렇게 멀리서 대청봉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더 크지 않은가, 정산?

가까이 있어서 좋은 것도 있지만, 때로는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좋은 것이 있는 법이니 .......

  

곰배령 정상부의 넓은 눈밭에 누워본다.

가칠봉 방향으로 뻗어가는 능선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곰배령 정상에 서면 점봉산으로 향해 걸어야 하는데, 그 길이 막혔다는 소식에 이렇게 딴청을 부린다. 

 

곰배령은 온통 하얀 눈꽃세상이다. 

봄 여름에는 여기가 온통 들꽃세상으로 바뀌겠지?

저 눈꽃아래에서도 들꽃은 싹틔울 준비를 하고 있으리라. 겨울 눈밭에서 봄의 들꽃을 본다.

 

곰배령 정상이다. 저 뒤로 점봉산 가는 길이 이어지는데 .......

국립공원 관리공단 직원들이 점봉산 입산을 통제하고 있다.

점봉산에 드는 일은 앞으로도 오랜 기간동안 힘들 것이라는 얘기가 있다.

 

그러고 보면 설악에는 곳곳에 입산통제가 되고 있다.

아름다움이 큰 만큼 오래도록 보존해야할 가치가 더욱 큰 법이니, 아쉬움 달랠 수 밖에 ....... 

사향노루, 하늘다람쥐, 한계령풀과 같은 희귀동식물이 잘 자랄 수 있을테니까.

 

정산은 곰배령 정상에 드러누워 저 멀리 설악의 원경을 카메라에 담는 일에 여념이 없다.

눈밭에 몸을 딩굴어도 추위가 느껴지지 않으니, 어제와 달리 바람 한 점 없으니 .......

정산, 대청봉 빨리 오르기같은 유혹에 빠져들지 말고 간산(看山)하면서 산을 다니자구.

     

곰배령 정상에서 낮은 자세로 설악을 보니 대청봉은 바로 눈앞에 있다.

그 실체는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는데 보는 각도에 따라 이렇게 사물의 모습이 달리 보이니.......

어느 것이 진정한 본 모습인지, 어떻게 하면 그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을런지 ....... 

 

누가 말하지 않아도 점봉산 가는 길은 출입금지이다.

아무도 왜 출입금지인지 따지지 않고, 순순히 응하고 점봉산 가는 길을 접는다.

마음 속 한 편에는 길을 막으니 더 가고 싶은 욕구가 솟아오르지만 .......

 

 

설피마을로 내려서는 길에서 

  

곰배령에서 설피마을로 하산길은 더욱 여유롭다.

길없는 길을 따라 걷기도 하고, 미세한 눈의 알갱이를 카메라에 담기도 하면서 걷는다.

곰배령으로 오르는 사람도 없고, 하산하는 사람들은 오래 전에 내려갔으니 ......

하얀 눈의 속살을 디카에 담는다. 수줍은 색시의 옷고름 만지듯 조심스레 ......

 

속옷도 겉옷도 모두 하얀 세상이다.

그기에 주름살 하나 잡히지 않았으니 바람도 스쳐지났나 보다.

단지 옷고름 그림자에 반할 뿐 ....... 

 

길 없는 길을 따르니 무릎이 그 길에 파뭍힌다.

그래도 두려움은 없다. 오로지 새 길을 걷는 호기심에 눈망울이 초롱해질 뿐이다.

정산, 그 길이 어떠하던가?

월파, 자네는 그 길에 아무런 두려움이 없던가? 오래도록 정붙이고 걸을만한 길이던가?

 

속옷을 살포시 드러내며 웃고 있는 모습에 반해 걸음을 멈춘다.

누가 저 옷을 디자인하여 재봉하고 다림질했을까? 

바람도 햇살도 아니다. 오로지 그만 알고 있는 일이다.

 

아침갈이 골에서 크레바스에 빠지듯

여기에도 소리없이 미끄러질만한 작은 절벽이 있다.

단애를 보라. 작은 세상을 통해 큰 세상을 살피라. 

 

강선계곡에 내려서며 살아있는 겨울세상을 만난다.

두 눈과 코와 입이 제대로 갖춰진 세상이다.

속으로는 졸졸졸 생명수가 흐르고, 얼굴에는 눈으로 하얀 분칠을 하고서 ...... 

 

강선리 숲길의 쉼터 아랫집에서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다.

마실 것도, 먹을 것도 있다지만 주인은 없다.

그래서, 내가 주인이 되어 쉬고, 마시고, 먹는다. 진짜 저 아랫집에 노크나 한 번 해볼걸.

  

자작나무 너머 푸른 하늘을 다시 쳐다 본다.

자작의 흰색 표피가 창공의 푸르름과 더불어 빛을 발하고 있다.

정산은 이 푸르름도 모자라 디카의 색온도를 조절해 감청색 하늘을 만든다.

 

겨울의 얼음과 눈밭을 헤집고 약수가 흐른다.

졸졸졸 한 모금 받아마시는 약수에 가슴에 냉기가 가득해진다.

"속이 다 시원하다" 는 표현은 원래 이럴 때 쓰였는데 ........

 

설피마을에 내려오니 올라갈 때 스쳤던 예쁜 우체통을 만난다.

강선리 계곡의 창환이네 우체통이다.

별이 흐르고, 그것도 예쁜 별이 흐르는 창환이네 집을 엿보고 싶다.

 

돌아 내려온 설피마을에는 온통 눈밭이다.

먼저 내려온 산행객들이 삼삼오오 눈밭에서 버너에 불피우고 있다.

음식 만드는 내음이 그윽하다.

솜씨나 재료보다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맛난 음식일게다.

 

설피마을의 억새는 눈속에 파묻히고 몇몇이 그 이름을 지키고 있다. 

설피를 신고 단목령으로 걷는 생각을 잠시 해본다.

다음 겨울여행의 또 다른 테마인지 모르겠다.

 

그때에도 방동의 막국수(033-461-0419)와 고향집(033-461-7391)의 두부전골은 맛보야겠지, 정산?

잠자리는 좀 더 우아하게 설피마을 깊숙한 곳의 펜션으로 예약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