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자리/* 심향(心香)

華政(화정), 빛나는 정치가 백성을 편안히

月波 2008. 11. 1. 15:20

 

 

華政(화정), 빛나는 정치가 백성을 편안히

    - 간송미술관 2008 가을 특별전(제 75회)에서, 2008. 10. 25 (토)

 

 

 

 

2008년 10월 25일, 토요일 아침이 분주해진다.  

간송미술관 2008년 가을 특별전, 간송의 가을 출입문이 닫히기 하루 전이다. 아내와 딸과 함께 서둘러 다녀오기로 한다.

아내는 친구들과 며칠 전 둘러보고 두 번째 관람을 위해 따라 나서고, 아들녀석은 여친(女親)과 따로 다녀왔단다.

이번 가을 전시회에는 마침 드라마 "바람의 화원"이 신윤복 바람을 일으켜 관람객들이 인산인해다.

아침 일찍 출발해, 문을 열기 1시간 전에 도착했는데 성북동에는 이미 길다랗게 선 줄이 보인다.

1시간 가까이 기다렸다가 입장했다.

 

 

 

신윤복, 미인도(美人圖)

 

1층 전시실의 미인도(美人圖)와 2층 전시실의 단오풍정(端午風情), 주유청강舟遊淸江), 월하정인(月下情人), 유곽쟁웅(遊廓爭雄)등 신윤복의 조선 풍속화 앞에서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실상에 앞서 명성이 마음 속에 자리했는지 모르겠다. 미인의 볼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아래 위층을 오르내리며 혜원의 그 섬세한 묘사에 한동안 빠져있었다. 워낙 관람객이 많아 오래 머물지 못함에 아쉬움이 절로 났다.  

 

 

 김홍도, 마상청앵(馬上聽鶯)

 

김홍도의 마상청앵(馬上聽鶯)에도 눈길을 떼지 못하고 한동안 머물렀다. 화창한 봄날 선비가 말에 올라 길을 가다가 버드나무 가지 위에서 노니는 꾀꼬리 한 쌍에 눈길을 주고 있는 모습을 그린 그림이다. 그 구도가 대담하다. 버드나무를 화폭 한켠으로 몰아 간결하게 처리하고, 화답(和答)하고 있는 꾀꼬리 한 쌍을 보며 춘정(春情)을 못이기고  넋이 빠진 선비의 얼굴을 화면 정중앙에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여백속에 강조가 드러난다. 김홍도 특유의 구도감이지 싶다.

 

 

 

홍진구, 자위부과(刺蝟負瓜)

 

전시장 중앙으로 옮겨 홍진구와 정선이 각각 그린 자위부과(刺蝟負瓜)를 서로 비교하며 관심있게 살펴본다. 고슴도치가 오이밭에서 그 가시돋힌 등에 오이를 짊어지고 어디론가 달려가는 모습을 담았다. 홍진구는 자연스런 붓놀림이 수채화처럼 편안한 느낌을 풍기고, 정선은 세밀하고 사실적이다. 오이넝쿨처럼 주렁주렁, 고슴도치 등의 가시숫자만큼 자손이 번성하길 기원하는 염원이 담겨있다는 해석이 귀에 솔깃하다. 동일한 소재를 화폭에 담은 두 사람의 그림을 번갈아보면서 숨겨겨있던 당시 시대상을 미루어 짐작해본다. 

 

 

 

정명공주, 華政(화정)

 

붐비는 전시장을 서둘러 빠져 나오는데, 정명공주(貞明公主, 1603~1685, 선조와 인목왕후 사이의 유일한 공주)가 쓴, 남자 팔뚝보다 더 힘있는 필체가 눈앞에 어른거린다. 작년 봄 우암 송시열 탄생 400주년 기념 전시회에서도 보았는데, 이번에는 그 느낌이 더욱 강렬하게 다가온다. 한석봉체로 힘있고 크게 쓴 두 글자, "華政". 그렇지. 빛나는 정치가 백성의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힘있는 글씨체가 그 뜻을 더욱 고양(高揚)시키다는 생각이 든다.

 

유자미, 이징, 조속, 심사정, 변상벽, 이인문, 남계우, 전기 ....... 안평대군, 신사임당, 한석봉, 영조, 혜경궁 홍씨, 대원군 이하응 ......

좀 더 오래도록 눈길을 주고 싶었지만 뒷물결에 밀려 자리를 비켜주어야 했다. 그래도 이 가을에 든든히 배가 부르다.

 

 

 

길상사 일주문, 그 안에도 가을이 익어가고 있다

 

간송박물관을 나오며 이웃의 길상사에 잠시 들러 가을정취에 젖었다. 삼각산에도 가을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길상사 뜰에 놓여진 기왓장 한 장, 그기에 새겨진 글귀 한 줄이 눈에 띈다. 가슴 속으로 파고든다. 마음에 담는다.

 "마음은 물 뿌려 싹 틔우는 꽃이다."

맑고 향기롭게 도량, 길상사, 오래 머무르지 못함이 아쉬울 뿐, 넉넉한 한 나절이었다.

 

 

2008. 11. 01.

다녀온지 일주일만에 기억을 더듬다

달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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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송미술관 2008 가을 특별전]

 

 - 보화각 설립 70주년 기념 서화대전

 - 2008. 10. 12.(일) ~ 10. 26.(일) 10:00 ~ 18:00  

 - 간송미술관, 서울특별시 성북구 성북동 97-1

 

 - 기억나는 작품들 : 조선왕조 5백년의 각 시기를 대표하는 걸작 서화 100여점

 

   * 유자미 - 지곡송학(芝谷松鶴), 심산의 계곡에서 한 쌍의 붉은 머리 학(丹頂鶴)이 화답하며 어울리는 정경을 담은 산수화풍의 화조화

   * 이   징 - 수하우면(樹河牛眠), 전다간폭(煎茶看瀑차를 달이며 폭포를 보다), 요당원앙(蓼塘鴛鴦, 여뀌 못속의 원앙)

   * 조   속 - 고매서작(古梅瑞鵲), 오래된 매화와 상서로운 까치 : 진경산수화의 효시인 까치도

   * 홍진구 - 자위부과(刺蝟負瓜), 가시등에 오이를 얹은 고슴도치로 정선의 자위부과와 나란히 전시됨

 

   * 정   선 - 여산초당(廬山草堂), 청풍계(淸風溪), 초전용서(草田春黍) : 진경산수화를 꽃피운 겸재 정선

   * 심사정 - 훤초봉접(萱草蜂蝶), 원추리와 벌, 나비 : 조선 남종화의 시조 현제 심사정의 세밀한 사생이 보는 이로 하여금 근심을 잊게함

   * 변상벽 - 모계환추(母鷄喚雛), 어미닭이 병아리를 부르다) : 짐승의 터럭 한올한올을 사실적으로 그린 변닭·변고양이 변상벽

 

   * 김홍도 - 마상청앵(馬上聽鶯), 말 위에서 꾀꼬리 소리를 듣다), 편주도해(片舟渡海) : 조선화를 절정에 올린 단원 김홍도

   * 이인문 - 산촌설제(山村雪霽 , 산촌에 눈개이다) 산촌우여(山村雨餘, 산촌에 비 그치다) : 단원 김홍도와 동갑내기 친구였던 화원화가

                 : 아들이 여친과 전시회 다녀와서 산천설제(山村雪霽)의 완벽한 공간구성과 스산한 수묵담채의 겨울산촌 풍경에 감탄함

 

   * 신윤복 - 미인도(美人圖) : 조선시대 여인 초상화의 으뜸으로 꼽힘

                  단오풍정(端午風情), 주유청강(舟遊淸江), 월하정인(月下情人), 유곽쟁웅(遊廓爭雄) : 혜원전신첩(惠園傳神帖)중 4폭
                  ** 혜원전신첩(惠園傳神帖) - 간송이 1936년 일본서 비싼 값을 치르고 되찾아온 30폭 그림(국보 135호)

  

신윤복, 단오풍정(端午風情)

 

신윤복, 주유청강(舟遊淸江)

 

신윤복, 월하정인(月下情人)

 

신윤복, 유곽쟁웅(遊廓爭雄)

 

  

   * 남계우 - 호접(蝴蝶) : 나비 그리기가 장기라 해 남나비라 불린 남계우의 희귀작
   * 전기(田琦) - 매화서옥(梅花書屋, 매화 숲속의 서재), 눈 덮힌 겨울에 만개한 매화의 화려함과 강인한 자태를 생생하게 표현함. 


   * 정명공주 - 화정(華政) : 한석봉체의 힘있는 글씨, 그 뜻도 되새겨볼만 함 

   * 영조(1694 ~1776)가 83세에 쓴 글씨

   * 혜경궁 홍씨(1735 ~1815)의 한글 궁체 편지

   * 안평대군, 석봉 한호(1543 ~1605), 추사 김정희(1786 ~1856), 다산 정약용(1762~1836), 흥선대원군 이하응(1820 ~1898)의 글씨

          : 안진경체·왕희지체·동국진체 등 시대별 글씨의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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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전시회]  2007년 봄 정기전시회 후기 - 간송(澗訟)의 문을 들어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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