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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금남 2구간] 묵묵히 숲과 함께 간다 (默默與林行)

月波 2009. 5. 4. 22:10

 

[호남금남  2구간] 묵묵여림어 묵묵여림행(默默與林語 默默與林行) 

                             - 묵묵히 숲과 얘기하고, 묵묵히 숲과 함께 간다

 

 

1. 산행개요

 

   (1) 산행일시 : 2009년 5월 3일(일), 당일산행

   (2) 산행구간 : 호남금남정맥 2구간

                       자고개(659m)-1013,8봉-(진안)팔공산(1147.6m)-서구이재-천상데미-오계재-삿갓봉(1114.0m)-홍두깨재-시루봉

                       -신광재(750m)-(진안)성수산(1059.2m)-709.8봉-옥산동 고개(439m)


   (3) 산행거리 : 21.9Km(도상거리), 진출 구간(옥산동고개-선인동마을) 별도

   (4) 산행시간 : 9시간 10분(식사및 휴식 1시간 포함, 진출구간 20분 별도)

   (5) 산행참가 : 12명(시탁,월파,정산,오언,길원,성호,제용,은영,은미,종학,규익,춘희), 강마 마이산 산행팀 9명 동행

 

 

2. 산행후기

 

(1) 한 번 빠지면 버릇될까봐

 

햇살에 반짝이는 남설악의 연둣빛 잎사귀와 속초의 짙푸른 바다에 빠져 황금연휴를 보내다가, 주섬주섬 짐을 챙겨 서울로 떠날 채비를 한다. 사흘 여정으로 모인 부부 모임에서 하루 일찍 빠져나와 호남정맥을 가겠다는 생각이다.  "호남정맥, 한 번쯤 펑크 내면 안 되나요?"하고 조심스레 집사람이 묻는다. "응, 나도 그러고 싶은데 .....  한 번 펑크 내면 버릇될까봐 그러지 뭐 ....." 

 

청송 해바라기 화석으로 은연중에 합의(?)를 하고서도 집사람은 속초에 미련이 남는지 낙산사의 점심공양 얘기를 다시 꺼낸다. 홍련암의 투명 법당에 엎드려 홍련(紅蓮)을 찾느라 삼배, 삼배, 또 삼배, 그러다가 시간을 놓쳐버린 초파일 절밥이 못내 아쉬운 것이다. 나도 낙산사 점심공양 생각이 가득하니 내년 초파일에 다시 들리자고. 

 

여보, 낙산에 서니 관세음 미소가 사방에 가득하고, 보타에 서니 남순동자 웃음소리 들리지 않더이까? 홍련암 파랑새는 발걸음에 비친 그림자로 백팔배 정성에 비상하는 듯하더이다. 많은 재잘거림이 사람 사는 소리이기에 그 미소와 아름다움을 오래도록 기억하다가, 좋은 인연으로 다시 만나길 기도하자던 정념스님의 말씀을 마음속에 되새기며 서울로 가자고요.

 

 낙산사 홍련암

파랑새 전설의 바닷가 동굴 위에 지은 관세음 기도성지

의상대사가 7일간 기도해 홍련(紅蓮)에 앉은 관세음보살을 친견했다한다

 

 

초승달도 숨어버린 어둠 속에 대관령을 넘으니, 폭우가 길을 막는다. 자정이 되기 전에 도착하겠다는 꿈은 평창을 지나며 접는다. 서울에 도착해 배낭을 꾸리는 사이에 아내는 도시락을 챙기니 새벽 2시가 넘었다. 잠깐 눈 붙이고 일어나 부랴부랴 택시타고 출발지인 개포동에 도착하니 새벽 5시 5분, 약속시간에 5분이나 늦었다. 모두 버스에서 기다리고 있다. 맙소사, 아이고 하느님, 아멘!

 

출발이다, 출발 ! 차에서 새우잠을 조금 자고 눈을 뜨니, 버스는 전북 장수의 자고개를 오르고 있다. 길 옆 과수원에는 어린 배나무 꽃이 백설처럼 피고 있다. 눈이 부시다. 몸과 마음은 이미 산으로 깊숙이 들고 있는데, 버스 속 TV에서는 <내조의 여왕>이 속(俗)을 일깨우고 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탈속(脫俗)하자. 비구름도 백운(白雲)되어 새벽안개 걷히듯 산위로 오르고 있다. 승천(昇天)이요, 탈속(脫俗)이다.

 

 

(2) 봄비에 낙화분분하고

 

자고개에서 산행준비를 한다. 대성고원(大成高原)이라는 표지석이 큼지막하다. 북쪽의 개마고원, 남쪽의 진안고원이라 했었다. 그 진안고원이다. 저 아랫마을 이름이 대성리다. 표지석 옆에는 화려함을 뽐내던 철쭉과 영산홍이 간밤의 비에 꽃잎이 널브러지고 있다. 꽃이 진들 뭐 그리 아쉬울 거야 있겠는가? 때가 되면 꽃은 피고 지는 법, 다만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늙어가는 마음이 두려울 뿐이지.

 

자고개 너머는 장수군 산서면이다. 그곳에서 교편생활을 했던 시인 안도현, 그가 노래했던 그 봄꽃들도 벌써 지고 말았을 거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세상을 물들였던 봄꽃들도 차례로 낙화되어 떨어지니까.

 

산서고등학교 관사 앞에 매화꽃 핀 다음에는
산서주조장 돌담에 기대어 산수유 꽃 피고
산서중학교 뒷산에 조팝나무꽃 핀 다음에는
산서우체국 뒤뜰에서는 목련꽃 피고
산서초등학교 울타리 너머 개나리꽃 핀 다음에는
산서정류소 가는 길가에 자주제비꽃 피고

 

-  안도현, 3월에서 4월 사이

 

자고개의 대성고원 표지석과 흐드러진 철쭉 

 

매화도 산수유도, 목련도 개나리도 낙화된 지 오래지만, 오늘 걷는 산길에서 혹시라도 앙증맞게 피어나는 자주제비꽃 무리라도 만나면 안도현 시인을 만난 듯 반갑겠다. 산으로 접어들자 오래된 돌무더기 성(城)이 곧바로 나타난다. 함미성, 후백제 시대의 산성이라는데 그 흔적이 제법 뚜렷이 남아 있다. 세월의 무상함이여, 전쟁의 덧없음이여! 산목련 한 그루 배시시 하얀 꽃 내밀고 있다.  

 

 

(3) 꽃의 향기, 나무의 빛깔, 사람의 내음

 

1013봉을 지나 (진안)팔공산으로 향하는 숲길에는 노랑 양지꽃, 자주 제비꽃, 보라색 얼레지가  군데군데 눈에 띈다. 외진 산길에 핀 야생화가 오늘따라 더욱 눈길을 끈다. 고개 숙여 들꽃의 향기를 맡는다. 어느 시인이 '문향(聞香)'이라고 했다. 문향(聞香), 향기를 듣는다고?  "꽃향기를(코로 맡는 것이 아니라) 귀로 들으라"는 뜻이렸다. 코가 아니라 귀로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운치라면 얼마나 멋진 일일까? 

 

막 돋아나는 새 나뭇잎이 싱그럽게 눈에 들어온다. 꽃마다 향기가 따로 있듯 나무도 나름대로 향기를 갖고 있다. 철따라 그 향기의 빛깔이 다르다. 봄에는 연둣빛 새순에서 상큼한 오렌지향이 느껴지는가 하면 , 여름에는 청출어람 진초록의 향기가 풀내음처럼 번진다. 가을 단풍에서 새빨간 사과향이 농염한가 하면, 텅빈 겨울나무 가지는 무념무상(無念無想), 무색성향미촉법(無色聲香味觸法)이다.

 

 물기를 가득 머금은 연두빛 여린 잎,

상큼한 오렌지향에 한동안 홀로 주저앉아 있었다

 

 

꽃이나 나무처럼 사람에게도 향기가 있다. 저 마다의 냄새가 있는 것이다. 소위 사람내음이다. 사람내음은 코가 아니라 마음으로 느낀다. 늘 새로운 생각이 번뜩이는 봄 내음 풍기는 사람, 말 한 마디에서도 초록빛 숲의 편안함이 느껴지는 여름 내음같은 사람, 소박한 들꽃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주위를 아우르는 가을 내음 풍성한 사람, 오래 못 만나도 변함없이 속내를 털어놓는 겨울나무 같은 내음을 머금은 사람이 있다.

 

이렇듯 사람도 나름대로의 빛깔을 가지고 살아간다. 요즘 어딜 가든 세상살이가 어렵고 힘들다고 야단이다. 각자의 눈높이와 체감지수가 다르니 사람마다 풍기는 향기도 제 각각이다. 외진 산길에 수줍게 핀 야생화 한 송이에 눈길을 주듯, 낮고 그늘진 세상에 좀 더 마음을 쓰는 삶이 더욱 향기롭고 아름답지 싶다. 이런 생각, 저런 얘기를 하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산길을 간다.

 

팔공산 정상에서 먼저 온 일행들이 건네주는 맥주 한 캔이 숲향처럼 달콤하다. 진달래, 진하고 콤한 일을 위하여 ! 한 모금 쭉 들이킨다. 조금 걸으니 헬기장의 조망이 멋지다. 피어나는 운무(雲霧)에 온 산하가 한바탕 춤을 추고 있다. 모두가 환호한다. 자연의 작은 변화, 구름이 빚어내는 순간의 모습이 사람들의 기분을 최고조로 상승시킨다. 자연이 인간에게 안겨주는 너그럽고 포근한 향기다. 모두 신선이 된다.

 

 진안 팔공산 헬기장에서 내려다본

운무가 춤추는 산하

 

진안 팔공산 지난 헬기장에서, 신선이 되다 

 

 

(4) 길과 사람의 소통(疎通)

 

서구이재로 내려선다. 동물 이동통로를 겸한 작은 터널이 있다. 장수읍에서 진안 백운면을 잇는 터널이다. 백운(白雲)이라는 지명이 전국에 많지만 유난히 호남의 산줄기에 많다. 백두대간의 (함양)백운산이 바로 장수군의 경계에 있고, 오늘 걷는 마루금의 왼쪽에 장수의 산서면 백운리와 진안의 백운면이 있다. 그리고 호남정맥은 (광양)백운산에서 그 종지부를 찍는다.

 

구름에 달 가듯이 천상데미를 향해 오르막 산길로 든다. 섬진강의 발원지인 <데미샘>을 품고 있는 봉우리로 간다. '데미'는 전라도 사투리로 봉우리를 뜻한단다. 저 아래 데미샘에 진달래 꽃 한잎 띄웠다가 광양의 망덕포구에서 만날까? 아니면 보성 녹차밭 지나다가 여린 찻잎 하나 띄우면 망덕포구에 함께 도착할까? 성호는 뭔가에 쫓기듯 마음이 바쁘다. 그는 데미샘 다녀오는 일을 접고, 삿갓봉을 향해 줄달음을 친다.

 

일행을 먼저 보내고, 천상데미에 잠시 앉는다. 매실엑기스로 입술을 축이며 저 아래 백운면에 사는 어느 촌로의 말씀을 떠올린다. 백두대간과 호남정맥을 좌청룡 우백호로 거느린 첩첩산중에서, 자급자족하며 오히려 안분낙도를 즐겼던 그들, 이제는 지금까지 삶의 방식을 탈피하여 외부와의 적극적인 소통(Communication)을 통해 활력을 찾겠다는 생각을 하는 촌로의 얘기가 돌이켜볼수록 인상적이다.

 

백운면에는 네개의 길이 있습니다. 마을 위쪽의 데미샘이 발원지인 섬진강의 <물길>, 금남호남정맥의 <산길>, 30번 국도의 <자동차길>, 그리고 국토종단 도보 순례자들이 걷는 <사람길>이 있습니다. 그 길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백운면을 지납니다. 그런데, 사람의 흐름은 있지만, 지금까지 그들과 소통(Communication)하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소위 지역마케팅을 통해 외지인과 소통하고 그들을 머무르게 함으로써, 농촌경제 활성화와 도시와 새로운 관계를 정립하겠다는 경제학적인 가치제안이 녹아있는 참신한(?) 촌로였기에 더욱 인상에 남았던 것 같다. 그 영감님, 흰 수염이 검어졌겠다. 자, 선두를 따라잡으려면 길을 서둘러야 한다.

 

 천상데미에서 오계재 가는 숲길에서 본 능선

 저 멀리 왼쪽 봉우리가 덕태산이고, 오른쪽이 시루봉이다

그 앞쪽에 삿갓봉과 그 직전의 8각정은 빛에 가려 어둡게 보인다

 

오계재를 지나 삿갓봉을 앞둔 정상의 8각정에서 정오의 성찬을 준비한다. 산악마라톤을 하며 달려간 두 사람을 제외한 열 명이 다 모였다. 중간에 지리 단풍취를 캐온 오언과 길원 덕에 식탁이 더욱 풍성하고, 해발 1,100m 벼랑위의 8각 정자에서 탁 트인 전망과 시원한 바람을 쐬며 먹는 점심은 천하 일미다. 특급요리사가 따로 없고, 바로 이 자리와 이 사람들이 특급요리를 만드는 곳이요, 만드는 사람이다.

 

 

(5) 신광재의 나무 평상(平床)에서

 

삿갓봉에서 잠시 숨을 고른 뒤 1080봉을 지나 홍두깨재로 내려선다. 옛고개로 고개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팀을 리드하는 성호의 서두르는 마음이 오늘따라 자꾸 느껴진다. 아직 오늘 갈 길의 중간지점에 불과한데, 2/3쯤 온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시루봉 오르는 길목에서 잠시 지도를 살피고, 마음을 찬찬히 먹자고 한다. 백두대간 때의 알바, 알바, 희양산 길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시루봉 삼거리에서 잠시 간식을 먹고 있는데, 선두로 달려갔던 두 사람(시탁, 종학)이 시루봉 쪽에서 나타난다. 엥? 이거 왠 일이람? 아마 삿갓봉이나 1080봉에서 덕태산 쪽으로 알바한 후 길을 한참 돌아온 모양이다. 점심도 굶고. 그래도 얼굴엔 활기가 넘치는 것을 보면, 도대체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그들이다. 순간순간 기분에 의존하는 그들의 마음을 보면, 아무튼 젊은(?) 괴짜들이다.

 

오랜만에 신광재까지 12명이 일렬로 도열하여 내려간다. 신광재에는 인삼밭과 고랭지 채소밭이 산재해 있다. 식수를 구할 수 없음이 안타깝다. 날씨는 더워지는데 부족한 식수가 걱정이다. 농가주택 대용인 비닐하우스 옆에 나무 한 그루 있고, 그 아래에 평상(平床)이 있어 걸터 앉는다. 빵과 오이로 간식을 먹으며 잠시 쉰다. 성수산은 아득하기만 하다.

 

누군가 평상 옆의 나무껍질이 벗겨지는 나무의 이름을 묻는다.

     A : 살구나무야. 그렇지?

     B : (무심코) 예, 맞아요, (나무를 다시 쳐다보고는) 어엉? 아니, 자작나무예요.

     C : 녜, 자작나무 맞아요.

     D : 물박달나무예요. 우리 집에 있어서 잘 알아요.

     A : (농담조로) 살구나무라니까 ~~~ (배낭을 꾸려 먼저 출발한다)

     B : 어엉? 에엥? (그 넘이 그 넘인데.....? 사촌끼리 닮아서 .....)

     C : (말없이 깨갱) 자작인데 ~~~ (그도 식수를 구한다고 출발)

 

나중에 성수산을 지나 내리막길에서 다시 그 넘과 똑같이 생긴 나무를 만난다. D가 B에게 말한다.

     D : 봐요. 이 나무. 신광재의 나무와 꼭 같지요? 저 잎사귀도 같죠 !  물박달나무예요.

     B :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떡끄떡.(그래도 자작나무과인데 .....)

 

그때서야 큰 소리로,

     B : "녜, 맞았어요. 물박달나무 !!!"

 

 물박달나무

자작나무과의 낙엽교목

 

식물분류도감상의

참나무목,자작나무과에는

자작나무(白樺), 물박달나무, 박달나무, 거제수나무(黃樺), 사스레나무가 있지요

어떻게 다를까요? 사실 사촌간이지요

나중에 총총

 

 

(6) 묵묵히 숲과 함께 간다 (默默與林行, 묵묵여림행)

 

오후 3시를 지났어도 성수산 오르는 숲길의 햇살은 따갑기만 하다. 땀이 비 오듯 하고, 서서히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 대퇴사두근에 경련이 찾아온다. 속도를 늦춘다. 약용으로 쓰려고 아껴두었던 매실엑기스를 조금씩 마시며 긴 호흡을 한다. 급한 오르막길에서 허벅지 근육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괴롭다. 속도를 늦추면 될 뿐, 달리 방도가 없다. 성수산 정상에서 대구 사나이들이 준 얼음물 한 모금이 꿀물이다.

 

성수산을 내려서며 숲속에서 잠시 스트레칭을 한다. 제용과 길원이 뒤따라와 스트레칭을 돕는다. 단전(丹田)으로 복식(腹式) 호흡을 하면서 걷는다. 숲의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걷는다. 숲과 교감하며 걷는 일은 언제나 즐겁다. 묵묵히 숲과 얘기하고, 묵묵히 숲과 함께 걷는다. 핑계와 명분을 버리고, 묵묵여천어 묵묵여천행(默默與天語 默默與天行) 한다. 묵묵히 하늘과 함께 말하고, 묵묵히 하늘과 함께 간다.

 

앞서가던 성호가 뒤로 처져 후미를 챙긴다. 제용 아우의 컨디션도 좋아 보이지 않는다. 길원과 함께 천천히 뒤쳐져 따라오고, 그 앞에서 꼬리를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은미와 내가 앞서간다. 이 나무 저 나무 살펴보고, 숲향을 귀로 들으며 걷는다.  "물박달나무" 군락을 발견한 은미는 확인사살에 빈틈이 없다. 그리고는 내리막길에서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어간다. "찬찬히 조심해 가요. 산에서 까불면(?) 다쳐요 !"  "녜 !"

 

 묵묵여림어 (默默與林語)

묵묵히 숲과 얘기하고

 

 

묵묵여림행 (默默與林行)

묵묵히 숲과 함께 간다

 

옥산동 고개에서 마이산팀의 정호 형이 마중 나와 있다. 오늘 산행은 여기서 접는다. 후미의 제용과 길원을 기다려 규익, 은미와 함께 털레털레 시골길을 걷는다. 옥산동 고개에서 30번 국도까지는 다음 마이산 구간할 때 합쳐서 하기로 하고. 진안에서 간단히 저녁 식사하며 더덕 술 몇 잔 나눠마시는데 졸음이 쏟아진다. 최근 2~3일 수면부족과 무리한 운동 일정이 빚어낸 현상이다. 힘든 산행이었다.


서울 도착한 줄 알고 버스에서 잠을 깨니 아직 안성 휴게소다. 밤 11시 30분이 넘었다. 자정을 넘겨 서울 개포동에 도착한다. 택시를 못 잡아 정산과 집으로 걸어가고 있는데, 지나가던 천사가 차를 태워 집 앞까지 친절히 데려다 준다. 겁나게 고마웠어요잉, 천사님 !!!!!   새벽 1시경 귀가완료. 연휴동안 정말 강행군이었다.

 

 

(7) 부처님 오신 날 특집

 

집에 도착하니 TV에서는 부처님 오신 날 특집으로 월정사의 <단기출가 프로그램>을 취재하여 방영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출가 승려처럼 삭발하고 1개월간 단기 출가하여 수행하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는 독특한 과정을 강원도 월정사에서 운영하고 있다. 집사람이 흥미 있게 보고 있어, 피곤함을 참으며 함께 본다.

 

단기출가자들의 마음이 참으로 깊다. 세상에 고뇌가 없는 사람이 있을까?  하지만 지독히 고뇌하고 확연히 깨어나겠다는 간절한 마음을 가진 사람, 그런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진정 아름다워 보인다. 단기 출가하여 마음을 닦는 사람들은 남녀노소 다양하다.

 

     고등학교를 중퇴한 앳된 소년은 미처 헤아리지 못한 할머니의 마음 앞에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새 다짐을 하고,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는 삭발 1개월을 하며 예비 신랑과 평생 사랑하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살겠다며 다짐하고,

     극단의 선택 앞에 서게 했던 우울증을 수련 중에 치유하고 밝은 모습으로 확신에 찬 메시지를 아내에게 보내는 남자,

     7남매 외아들에 시집와 여섯 시누이와 남편 위해 묵묵히 헌신한 아내에게 보내는 오십을 넘긴 중년의 속 깊은 사랑고백,

     평생을 배우고 또 배우고, 배움의 길에 끝이 없다는 신념으로 부처님 가르침에 빠져있는 일흔이 넘은 최고령의 단기 행자

 

진정으로 가치 있는 삶을 살겠다고 마음모아 기도하고 수행하는 그들의 모습이 진정 아름답게 보였다. 가깝게 지내는 지인이 작년에 월정사의 단기출가 프로그램을 다녀왔다. 단기출가 프로그램 끝나는 날 월정사로 직접 모시러 간 지인의 부인은 새로운 사람을 만난 느낌이었단다. 그 얘기를 들은 아내는, 좀 더 있다가 나중에 환갑이 지나면 그 프로그램에 다녀오란다. 그러지 말고, 그때 함께 가보자고 하니 그러겠단다.

 

 낙산사 보타전의 연등과 철쭉

 

간절함이 우러나는 삶이 좋다.

아,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한없이 맑았던 하루였다. 

이제 진달래, 진하고 달콤한 래일을 위한 숙면이다. 곤히 잠에 빠져든다.

 

 

   2009. 5. 4.

   역삼동 펜타빌에서

   월파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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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시간]

 

0515 - 개포동 출발

0835 - 자고개(대성고원, 大成高源) 도착, 13번 국도

 

0840 - 자고개 출발

0900 - 함미산성

0925 - 1013.1봉

0955 - (진안) 팔공산(1147.6m)

1000 - 헬기장(15분 휴식)

1045 - 서구이재(850m), 742번 지방도

1130 - 천상데미, 데미샘(섬진강 발원지) 갈림길

1155 - 오계재(870m)

1215 - 8각정 전망대(식사및 휴식 40분)

1300 - 삿갓봉(1114.0m)

1315 - 1080봉

1335 - 홍두깨재

1415 - 시루봉, 덕태산 갈림길(5분 휴식)

1445 - 신광재(750m, 20분 휴식), 고냉지 채소밭, 인삼밭

1605 - 성수산(1059.2m)

1645 - 노촌리 갈림봉

1720 - 709.8봉

1750 - 옥산동 고개(439m)


0035 - 서울 개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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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진강의 발원지]

 

“천산데미 물줄기가 250m 더 길어”

 

예로부터 섬진강의 발원지를 두고 진안 사람들은 마이산(馬耳山)이라고 하고, 장수 사람들은 수분재(水分峙)라고 했다. 실제 마이산 동쪽에 떨어지는 물은 금강으로 가고, 서쪽에 떨어지는 물은 섬진강으로 간다. 또 수분재 북쪽 물은 금강으로, 남쪽 물은 섬진강으로 간다. ‘택리지’ 나 ‘연려실기술’에는 섬진강의 발원지를 마이산으로 보았다.


1918년 조선총독부가 만든 ‘조선지지자료’는 “섬진강은 전북 진안군 우곡리 부귀산에서 발원하여 경남 하동 갈도에 이르며 본류의 길이는 212.3km”라고 기록했다. 부귀산(806.4m)은 진안읍 북서쪽 정곡리 뒷산이다. 해방 후 건설부에서 만든 ‘하천편람’이나 수자원공사에서 만든 ‘전국하천조사서’도 한동안 이 개념을 그대로 써왔다.


그러나 섬진강의 원류라 할 수 있는 가장 긴 물줄기는 진안군 백운면 팔공산(1151m) 자락에서 시작된다. 팔공산 자락에서 시작되는 물줄기는 모두 세 줄기이다. 왼쪽 물줄기는 팔공산 서쪽 마령치에서, 중심 물줄기는 고중대 마을 위 계곡에서, 오른쪽 물줄기는 원신암 마을 동북쪽에서 시작된다. 세 물줄기 가운데 가장 긴 것은 원신암 마을 동북쪽 천산데미(1080m) 아래 ‘데미샘’이다. 이곳이 최장(最長) 발원샘이라는 것을 밝혀낸 이는 하천연구가 이형석 선생이다.


1983년 1월 29일, 이형석 선생은 달랑 지도 한장 들고 전북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를 찾아갔다고 한다. 원신암 마을에서 당시 새마을지도자였던 이종성씨의 안내를 받아 실제 지형과 지도를 맞춰보면서 계곡을 따라 올라갔는데, 산길이 끝나갈 무렵 마른 계곡 어디선가 물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그곳에 샘이 솟아나고 있었다. 이종성씨는 “이 샘이 산판도로 작업할 때 유일한 식수였다”며 “이 위에 늪지대가 있긴 하지만 마실 수 있는 물은 없다”고 했다. 물맛을 보니 수정같이 맑고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

 

그런데 샘 이름이 없었다. 산 이름을 물었더니 그냥 ‘천산데미’라고 했다. 그래서 샘 이름을 ‘데미샘’이라 부르기로 이씨와 약속하고 샘 앞에 소주잔을 부어놓고 정주제를 올렸다고 한다. 이형석 선생은 “실제 팔공산 물줄기보다 봉황산(천산데미) 물줄기가 약 250m 더 길다”며 “1986년 국립지리원으로부터 데미샘이 가장 긴 발원샘이라는 사실을 확인받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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