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자리/* 심향(心香)

님을 위한 기도 - 쾌유

月波 2010. 3. 6. 13:30

 

님을 위한 기도 - 쾌유

 

 

주말 새벽, 일찍 잠에서 깬다.   

경칩(驚蟄)이니, 무논에 개구리 울음 멀지 않다.

그 소리에 영혼이 한없이 맑아지던 시절로 잠시 돌아간다.

시인의 감성이 흘러 넘치고, 맑은 영혼이 가슴을 적시던 때였었지.

 

일상의 분주함에 기대어 그 개구리 울음 가까이 하지 못하고 지낸지 오래다.

그 감성, 그 영혼을 일깨우는 일은 자연의 느낌보다 문인의 글이나 성직자의 가르침이 대신한다.. 

그래도 콘크리트 널린 도회에서야 그 문학적 향기, 성직자의 초탈한 가르침이 우리의 정신을 훈훈하게 해준다.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다.

우리에게 늘 맑은 영혼을 일깨워 온 그 분들이 육신의 암과 싸우고 있단다.

정신의 암 치료사인 그 분들이 육체의 암과 맞서 싸우고 있다는 소식에 마음이 아프다.

 

조간신문에서,

말기암으로 투병중인 최하림 시인의 인터뷰 기사를 접한다.

말기암을 앓고 있는 시인, 그 시인 부부가 부르는 사랑의 종장(終章)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어서 인터넷,

'법정(法頂) 스님이 암과 싸우며 위중하다'는 속보에 눈앞이 깜깜해진다.

영혼의 모음(母音)을 우리에게 들려주시며 늘 무소유(無所有)의 삶을 채근하시던 스님이시다.

 

맑고 밝은 시어(詩語)로 늘 우리 가슴을 적셔주는 이해인 수녀님의 투병 소식도 전해 들었다.

역시 암과 싸우고 있는 소설가 최인호 선생의 얼굴도 뇌리를 스친다.

 

한결같이 그들은 어두운 세상에 빛을 더해주신 분들이다.

시와 산문으로, 소설로, 법문(法問)으로 세상에 빛과 소금을 주며 우리네 팍팍한 삶을 어루만져 주신 분들이다.

 

이보다 마음이 착잡할 수가 없다.

오로지 두 손모아 쾌유를 빌 뿐, 달리 방법이 없으니 답답하기 그지없다.

 

'마지막'이라는 시기를 세 차례나 넘겼다는 최하림 시인,

"봄이 와서 꽃이 피고 나무에 새싹 나면 그 아래 (부부가) 함께 있고 싶다"던 바램, 그 희망이 꼭 이루어졌으면 싶다.

빨리 봄이 찾아와 나무에도, 시인에게도 푸른 생명의 잎이 피기를 간절히 기원하고 또 기원한다.

 

1976년의 어느 봄날이었으니, 어느듯 삼십 수년이 지났다.

천둥벌거숭이같던 스무 살의 내 영혼에 뇌성벽력처럼 다가왔던 법정스님,

그후 봄 여름 가을 겨울, 가까이서나 멀리서나 늘 삶의 길라잡이가 되어주셨지요.

 

늘 그러셨듯이 툭툭 털고 일어나셔서 번잡한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들려주소서.

'마음이란 물뿌려 싹 틔우는 꽃'이라는 가르침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소서.

마음은 벌써 성북동 길상사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부디 쾌유하소서.

 

시인도 소설가도

그리고 수녀님도 스님도

모두 쾌차하셔서 답답한 세상에 밝은 길을 보이소서.

 

 

삼월 초엿새날

월파가 두 손 모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