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立春) - 해와 달이 새롭고
매서운 추위 끝에 따뜻한 봄 찾아오니 沍寒之極有陽春 호한지극유양춘
하늘땅 다시 열려 해와 달이 새롭구나 天地重開日月新 천지중개일월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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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맑은 복 푸짐하게 받을 테니 贏得新年好淸福 영득신년호청복
오두막에 입춘첩을 써 붙여도 괜찮으리 未妨甕牖揭春詞 미방옹유게춘사
- 윤증(尹拯, 1629-1714)의 신묘입춘(辛卯立春) 中에서 / 명재유고(明齋遺稿) 제 1권
겨울의 끝이 보입니다.
어느새 봄의 길목인 입춘입니다.
어느 해보다 추위도 매섭고 눈도 많이 왔습니다.
한 달 넘게 강추위가 몰아치기도 했고
기상관측 사상 가장 많은 눈이 서울에 내리기도 했습니다.
봄이 와도 마음은 아직 춥습니다.
4대강, 세종시 문제로 정치인들은 각자의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간의 다툼도 아닙니다.
서로 지향하는 가치의 다툼이 결코 아닙니다.
편의적 자기 논리에 매몰된듯 합니다.
그래도 추웠던 겨울을 딛고 봄은 찾아옵니다.
겨울답게 추웠으니 음험한 바이러스나 나쁜 기운이 달아났으리라 봅니다.
이래저래 움츠렸던 몸의 활기를 되찾아야 합니다.
한층 따뜻한 세상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입춘첩(立春帖)을
여기 내 작은 오두막에도 써 붙입니다.
- 월파(月波, 달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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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윤 증(尹 拯)
- 1629년(인조 7년)~1714년(숙종 40년), 호 명재(明齋)
- 조선 중기 서인들이 노론, 소론으로 분파될 때, 노론의 영수 송시열과 대척점에 섰던 소론의 영수로 탁월한 학자 겸 정치사상가
辛卯立春 신묘입춘 신묘년(*) 입춘(立春)에
沍寒之極有陽春 호한지극유양춘 매서운 추위 끝에 따뜻한 봄 찾아오니
天地重開日月新 천지중개일월신 천지가 다시 열려 해와 달이 새롭구나
直待韶光滿海岱 직대소광만해대 봄빛이 산과 바다에 가득할 때 기다려
會須身作祝堯人 회수신작축요인 화(華) 땅의 봉인(封人)처럼 요 임금을 축도(祝禱)하리(**)
家用平康貧不害 가용평강빈불해 집안이 편안하면 가난해도 관계없고
心無慕累樂奚疑 심무모루락해의 마음에 누 없으면 그게 바로 낙인 게지
贏得新年好淸福 영득신년호청복 새해에는 맑은 복 푸짐하게 받을 테니
未妨甕牖揭春詞 미방옹유게춘사 오두막(***)에 입춘첩을 써 붙여도 괜찮으리
(*) 1651년 조선 효종2년
(**) 장자(莊子) 천지(天地)에 나오는 우화다. 화 땅의 봉인이 수(壽), 부(富), 다남자(多男子) 세 가지로써 요 임금을 축도했다고 하는데,
여기서는 임금을 위해서 축도하겠다는 뜻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 甕牖(옹유) 가난한 집, 오두막
(예) 甕牖繩樞 (옹유승추) - 깨진 항아리의 주둥이로 창을 하고, 새끼로 문을 단다는 뜻으로, 가난한 집을 형용해 이르는 말
(甕 독 옹, 牖 들창 유, 繩 노끈 승, 樞 지도리 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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