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자리/* 여백(餘白)

[한국근현대회화 100선] 한국 근현대 명작 전시 - 덕수궁

月波 2013. 11. 21. 10:03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그림, 여기 다 있다

입력 : 2013.11.20 06:00


한국 근현대 명작 1위부터 20위까지
   
"아고리(이중섭의 별명)군은 그저 편하게 지내면서 제작(製作)을 하는 건 아니오. 어떤 고난에도 굴하지 않고 소처럼 무거운 걸음을 옮기면서 안간힘을 다해 제작을 계속하고 있소."

 

1954년 11월 21일, 개인전을 준비 중이던 서울의 이중섭(李仲燮·1916~1956)은 일본의 아내 남덕(일본명 야마모토 마사코)에게 이런 편지를 보냈다. '우직하면서 꿋꿋한 소'는 가난 때문에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고 홀로 예술혼을 불태웠던 이 외로운 화가의 이상적 자아(自我)였다.

 

붉은 노을을 배경으로 소의 머리 부분을 표현주의적으로 묘사한 이중섭의 '황소'(1953년경·개인 소장)가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열리고 있는 '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회화 100선' 출품작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그림'으로 꼽혔다. 

 

 

이중섭, 황소(1953년경·개인 소장)

 

 

‘명화를 만나다’ 관람객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102명이 ‘황소’를 1위로 꼽았다. 관람객 박선영(22)씨는 “힘이 느껴진다. 이 그림이 왜 유명한지 실제로 보니 비로소 알겠다”고 했다. 이중섭 소 그림의 인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또 다른 작품 ‘소’(1953년경·서울미술관 소장)는 98표로 2위를 차지했다. 관객 다섯 중 한 명이 ‘이중섭’ 작품을 가장 사랑하고 있는 셈이다. 

 

이중섭은 생전에 모두 25점의 소 그림(유화)을 그렸고, 전시에 나온 두 점은 통영에 머물던 시기에 그린 것이다. ‘이중섭 평전’을 집필 중인 미술사학자 최열씨는 “‘소’는 이중섭이 동경 유학 중이던 1930년대, 자유미술가협회 전시 출품을 준비하면서부터 몰두한 주제였다. 강한 붓질, 절규하는 듯하면서도 호소력 있는 눈빛에 깃든 애절함이 관람객의 마음을 끄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연령대별 설문조사에서도 이중섭 소 그림은 단연 인기. 10~60대 모든 연령에서 ‘황소’가 1위, ‘소’가 2위를 차지했다.

 

 

이중섭, 소(1953년경, 서울미술관 소장)

 

 

3위는 57표를 얻은 박수근(朴壽根·1914~1965)의 ‘빨래터’(1954). 냇가에서 빨래하는 여인들을 그린 이 그림은 가로 31㎝, 세로 15㎝의 작은 크기이지만 관람객들의 마음엔 크게 자리했다. 관람객 우현명(64)씨는 “서양화 기법을 모방한 것 같은 다른 작품들과는 달리 뚜렷한 자기 특색이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박수근, 빨래터(1954)

 

 

김환기(金煥基·1913~1974)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는 47표로 4위에 올랐다. 20~30대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3위를 차지한 그림. 뉴욕 체류 중이던 화가는 가로 172㎝, 세로 232㎝의 대형 화면에 푸른 점을 가득 찍어 고향에 대한 무수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작품 제목은 김광섭 시(詩) ‘저녁에’의 한 구절에서 따왔다. 

 

 

김환기,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

 

 

이 밖에 천경자(千鏡子·89)의 ‘길례언니’(1973)가 5위, 이대원(李大源·1921~2005)의 ‘과수원’(1976)과 김기창(金基昶·1913~2001)의 ‘군작(群雀)’(1959)이 공동 6위, 오지호의(吳之湖·1905~1982) ‘남향집’(1939)과 이인성(李仁星·1912~1950)의 ‘해당화’(1944)가 공동 8위, 김환기의 ‘산월’(1958)이 10위에 자리매김했다. 

 

 

천경자, 길례언니(1973)

 

 

 

 이대원(李大源·1921~2005)의 ‘과수원’(1976)

 

 

 

김기창(金基昶·1913~2001)의 ‘군작(群雀)’(1959)

 

 

 

오지호의(吳之湖·1905~1982) ‘남향집’(1939)

 

 

 이인성(李仁星·1912~1950)의 ‘해당화’(1944)

 

 

 

김환기의 ‘산월’(1958)

 

 

 

배운성/가족도/1930-35

 

 

 

최욱경/어린이의 천국/1977

 

 

 

장욱진/가로수/1978

 

 

 

박수근/절구질하는 여인/1954

 

 

 

이상범/설촌/1960년대초

 

 

 

김기창/아악의 리듬/1967

 

 

 

김환기/영원의 노래/1957

 

 

 

한묵/푸른 나선/1975

 

 

 

이상범/유경/1960

 

 

 

구본웅/친구의 초상/1935

 

 

 

윤중식/풍경/1968

 

 

 

이중섭/길 떠나는 가족/1954

 

 

 

김기창/가을/1934

 

 

이중섭/가족/1950년대

 

 

 

장욱진/모기장/1956

 

 

 

김기창/보리타작/1956

 

 

 

유영국/산/1967

 

 

 

이응노/수(壽)/1972

 

 

 

김환기/피난 열차/1951

 

 

 

천경자/내 슬픈 전설의 49페이지/1976

 

 

 

변종하/들꽃/1975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로부터 압류)

 

 

 

천경자/청춘의 문/1968

 

 

김인승/홍선/1954

 

 

 

박수근/골목안/1950년대

 

 

 

허백련/산수화/1956

 

 

국립현대미술관과 조선일보가 함께 주최해 지난달 29일 일반 관람이 시작된 이 전시엔 17일까지 모두 18일간(휴관일 제외) 6만2699명의 관람객이 들었다. 하루 평균 약 3500명이 덕수궁을 찾은 셈이다. 
 

...........................................................................................................................................................................................

 

 

전두환 '압류 그림', 지금 덕수궁에 걸려있다 - 全씨 일가 비자금 수사 김형준 검사
 - "압류품 중 하나인 변종하의 '들꽃'… 검찰, 고심 끝에 대중과 공유 결정"

 

"이 그림은 지난 7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로부터 압류한 것입니다. 경기도 연천의 농장 허브빌리지에 보관 중이었습니다. 감정 추정가는 3000만~5000만원 정도입니다."

 

20일 오전, '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회화 100선'전이 열리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1층 제4전시실. 김형준(43) 서울중앙지검 외사부 부장검사가 변종하(卞鍾夏·1926~2000)의 1975년작 '들꽃'을 가리켰다. 전두환 일가 미납 추징금 특별환수팀 팀장인 김 부장은 이번 전시에 '현장 점검차' 들렀다고 했다.
 


김형준 서울중앙지검 외사부 부장검사가 20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전시 중인 변종하의 ‘들꽃’을 가리키고 있다.

이 작품은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로부터 압류한 그림이다
 


변종하의 '들꽃'은 이번 전시를 위해 국립현대미술관이 검찰에서 빌려온 그림. "현대미술관이 '중요한 그림'이라며 간곡히 요청해 왔어요. 수사 중인 물품을 공개해도 될지, 한참 고민했죠." 고심하던 검찰은 '대중과의 공유'를 택했다. "어두운 비자금 창고의 미술품을 소통과 나눔의 공간으로 돌려놓자"는 수사 목표와 부합한다는 판단이었다. 가로 73㎝, 세로 117㎝ 크기의 '들꽃'은 소박한 들꽃 한 다발이 요철이 있는 캔버스 위에서 진짜 들에 핀 것처럼 생생하게 살아난다.

 

김형준 부장은 금융·탈세 분야 수사 전문가. 2008년 삼성 특검 때 특검 팀에 소속되면서 미술품 비자금 관련 수사에 처음 발을 디뎠다. 뉴욕 UN 대표부에서 파견 근무를 하던 2009~2011년, MoMA·구겐하임 등 미술관과 강익중·존 배 등 한국 작가 작업실을 돌아다니며 그림 보는 눈을 키웠다.

 

"귀한 미술품이 압수물 창고에 쌓여있으면 검사 입장에선 마음이 답답해집니다.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소장했다면 여럿이 함께 감상할 수 있을 텐데' 이런 생각이 들어요."

 

수사를 하면서 답답함도 많았다고 했다. 그는 "이름만 어렴풋이 아는 작가들도 많았고, 무엇보다도 가치 평가가 어려웠다. 옥션 관계자, 압류품을 경매해본 예금보험공사 담당자들에게 자문하며 계속 공부했다"고 했다. 보관도 의외의 문제가 됐다. 습도·온도 조절이 중요한 미술품을 검찰 압류품 창고에 오래 보관하기엔 무리였던 것. 결국 국립현대미술관과 국립중앙박물관 도움을 받아 미술관·박물관 수장고에 작품을 보관했다.

 

김 부장은 "창고에 있던 그림이 다시 누군가의 창고로 들어가게 된다면 우리 수사의 목표와 맞지 않는다. 되도록이면 미술관이나 공익 법인이 매입해 국민들이 공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

 

입력 : 2013.11.04  03:13 

 

['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 20代부터 60代까지 '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 관람 열풍

 

- 눈 복 터졌어요


"책으로만 봤던 이중섭의 황소… 붓 터치 어찌나 생동감있던지"
"익숙한 풍경의 박수근 그림은 마음에 '탁' 들어와 안기더라"

 

- 동양화 전시실도 북적


변관식 '내금강…' 본 주부
"아무리 피카소가 대단해도 한국인에게 감동주는 건 역시 우리 화가인 것 같아"

  
"우리나라에도 이런 작가들이 있는 줄 몰랐어요." "반 고흐, 피카소에 뒤지지 않는 근현대 작가들이 자랑스러워졌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조선일보사가 공동주최하는 '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전이 관람객 1만6000명을 훌쩍 넘었다.

3일까지 든 관람객은 모두 1만6424명. 지난달 29일 일반 관람이 시작된 지 6일 만이다. 하루 평균 2730명이 든 셈이다.
 

..............................................................................................................................................................................................


"개인 소장품 총출동한 무게감 있는 전시"

 

입력 : 2013.11.14 02:58

 

'근현대회화 100선'展 찾은 유홍준

  
"이인성은 어릴 때부터 각종 사생대회에서 상을 타며 발군의 실력을 보인 화가였습니다. 워낙 전설적인 인물이어서 이인성의 고향 대구에서는 요즘도 어린아이가 그림을 잘 그리면 노인들이 '니 나중에 커서 인승이(인성이) 될래'라고 하지요."

 

전시장에 운집한 군중이 폭소를 터뜨렸다. 13일 오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유홍준(64) 전(前) 문화재청장(명지대 교수)이 명지대 미술사학과 대학원생 30여명과 함께 국립현대미술관과 조선일보사가 함께 주최하는 '명화를 만나다-한국 근현대회화 100선'전을 관람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근현대 미술 대형 전시가 세 번 있었지만 이렇게 개인 소장품이 많이 나온 적은 없다. 이번 전시는 '근수'가 다르다"며 강의를 시작한 유 전 청장은 김종태의 '노란 저고리'(1929), 이인성의 '가을 어느날'(1934), 변관식의 '외금강삼선암추색'(1959) 등 앞에서 오래 멈춰섰다. 그가 변관식의 '외금강삼선암추색'을 가리키며 "역시 화가는 대작(大作)을 해야 성장한다. 이 그림은 나중에 보물이 될 것"이라고 하자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화배우 그레타 가르보를 그린 천경자의 '청춘의 문'(1968) 앞에서 "천경자는 평생 '이런 스타일로 그리면 국전에서 상 받겠지' 같은 계산 없이 자기가 그리고 싶은 대로 그렸다. 이 시대의 가장 창의적인 화가다. 그의 그림엔 '무당기'와 '귀기'가 있다"고 하자 학생들 틈에 끼어 귀동냥하던 중년 관람객들이 "맞아요, 맞아요" 하며 맞장구쳤다. 장종석(26·명지대 미술사학과 석사과정)씨는 "도록에서만 보던 그림을 실제로 보니 역시 다르더라. 아스라한 느낌의 청전 이상범 그림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
 
한국 근·현대미술사의 '스타 작가'인 이중섭(李仲燮·1916~1956), 박수근(朴壽根·1914~1965), 김환기(金煥基·1913~1974) 작품 앞은 특히 많은 관객이 몰렸다. 이중섭의 '황소'(1953년경)를 감상하던 김정(56·사업)씨는 "책으로만 봤던 그림을 실제로 보니 역시 다르다. 붓 터치가 생동감 있고, 생각했던 것보다 그림이 작다"면서 "한국 작가 작품을 볼 기회가 그간 없었는데 이 전시 덕에 많이 보게 됐다"고 했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조선일보사가 함께 주최하는‘명화를 만나다 - 한국 근현대 회화 100선’전에 일반 관람 엿새째인 3일까지 모두 1만6424명이 들었다. 사진은 3일 오후 전시장인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분관을 찾은 관람객들. /김연정 객원기자  

 
1950년대 생활상을 그린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1954), '빨래터'(1954) 등은 60대 이상 관람객들에게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동네 친구들 세 명과 함께 전시를 보러 온 김광자(69·주부)씨는 "박수근 그림은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라 그런지 '탁' 마음에 들어와 안기더라"고 했다. 20대 관람객들은 다소 낯설어하면서도 그림에 푹 빠져들었다. 관람객 김민주(23·대학생)씨는 "우리나라 화가 전시에 와 본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이중섭이나 박수근 정도밖에 이름을 몰랐는데 의외로 훌륭한 화가들이 많았다. 국문학을 전공해서인지 구본웅이 친구인 시인 이상을 그렸다는 '친구의 초상'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설명 카드에 적힌 소장자명까지 꼼꼼히 살피며 그림을 보던 박수현(43·번역가)씨는 "이름으로만 들었던 김환기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를 실제로 보게 돼 기뻤다. 개인 소장자들로부터 그림을 어렵게 빌려왔다는 이야기를 들어 소장자 이름을 살피게 됐다. 이 많은 그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게 대단하다"고 했다.

 

동양화 전시실도 관람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아들과 함께 온 홍미경(43·주부)씨는 금강산을 즐겨 그린 변관식(卞寬植·1899~1976)

의 '내금강진주담(內金剛眞珠潭)' (1960)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홍씨는 "저 조그만 터치로 어쩌면 나무며 폭포를 저렇게 표현했을까. 아무리 피카소가 대단하다 해도, 한국인에게 감동을 주는 건 역시 우리 화가인 것 같다. 학생 때 미술부 활동을 한 이후 사느라 바빠 그림을 잊고 있었는데, 이 전시장에서 다시 그림을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