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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 야쿠시마(屋久島) 트레킹

月波 2014. 1. 26. 22:49

 

세계의 트레킹 [1] 규슈 남단 '야쿠시마' - 천살짜리 나무가 지키는 '원령공주의 숲' 


  - 야쿠시마(일본 규슈), 조선일보 어수웅 기자 jan10@chosun.com   입력 : 2010. 06. 10.

  - http://travel.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6/09/2010060901932.html
 


7천살짜리 나무가 지키는 '원령공주의 숲' 

 

물보라와 이끼의 트레킹, 원시림(原始林)을 따라 걷는 길,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1997년 개봉)의 트레킹. 일본 최초의 UN 세계자연유산(1993)으로 등록된 섬, 야쿠시마(屋久島) 트레킹은 붙일 수식어가 너무 많아 걱정입니다. '숨은 서울걷기' '청산도 슬로길' '왕의 길을 걷는 경주 트레킹' 등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걷고 있는 조선일보 주말매거진팀이 세계 전체로 그 트레킹 코스를 확대합니다. 매월 연재할 '세계의 트레킹' 첫회는 특유의 원시림과 생태계 덕분에 '동양의 갈라파고스'로 불리는 규슈 남단의 작은 섬, 야쿠시마입니다. 당신이 꿈꾸는 지상 최고의 트레킹, 주말매거진이 제안합니다.

 

 

 

애니메이션 '모노노케 히메'를 아느냐, 그렇지 않으냐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아직 무명이었던 젊은 시절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태고의 원시림에 반해 이 섬을 찾았던 때부터 무려 1만년을 거슬러 올라가더라도, 야쿠시마의 주인은 여전히 물과 이끼, 그리고 야쿠스기라 불리는 삼(杉)나무들이었으니까. 350년이 안 된 삼나무는 아예 어린이 취급을 받고, 1000년은 되어야 어른 행세를 할 수 있는 숲의 국가, 사람(2009년 기준 1만3406명)보다 사슴과 원숭이가 더 많다고 어림하는 자연의 나라다. "일본인들에게는 최고 인기의 생태트레킹 코스"(규슈관광 추진기구)로 꼽히지만, 한국인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낯설었던 야쿠시마. 생각보다 가깝고, 트레킹 코스도 안전하다. 두 가지 코스를 추천한다.

 

 ▲ 이 완벽한 녹(綠)의 세계

사진은 애니메이션‘원령공주’의 모태가 된 시라타니운수계곡

 

 

 ◆ 원령공주를 따라 걷는 길-시라타니운수(白谷雲水) 계곡

 

다리 아래로 볼기 빠알간 야쿠시마 원숭이가 자줏빛 철쭉을 입으로 꺾어 물었다. 카메라 플래시에 당황한 원숭이와의 간격은 불과 3m. 곤두박질하는 흰 포말에 두들겨 맞은 녀석이 부르르 떨며 철쭉을 삼킨다. "물이 날아가는 것 같다"고 해서 히류가시(飛流橋)라는 이름이 붙은 다리 옆이다. 여기가 바로 백색 물보라와 "영험하다"는 운무(雲霧)로 이름난 시라타니운수(白谷雲水) 계곡. 해발 800m의 원생림이다.

 

 

 ▲ 철쭉을 먹고있는 야쿠시마 원숭이

 

 산전수전 다 겪은 외모의 트레킹 가이드 데라다(63)씨가 "미야자키 하야오가 애니메이션 '원령공주'의 영감을 받은 곳이 바로 이곳"이라고 덧붙인다. 영화 속 풍광 그대로, 완전한 녹(綠)의 세계다. 바위와 숲을 완벽하게 덮은 이끼는 말 그대로 압도적. 그 중 바위 하나에 앉았다. 그런데 이건 '바위 위의 이끼'가 아니라, '바위 모양의 초록 쿠션'이다. 스펀지 위에 앉은 듯 푹신하다.

 

30분쯤 흙길을 걸으니 니다이오스기(二代大杉)라는 이름의 2000년 된 삼나무가 서 있다. 이대가 한 나무에 사는 독특한 풍경. 수령 1000년 정도의 1대 삼나무가 벌채된 뒤, 그 그루터기 위에 다시 제2대 삼나무가 뿌리를 내린 것이라고 했다. 수많은 풍상을 겪었을 니다이오스기만큼이나 주름 많은 데라다씨는 "야쿠시마는 일본에서 강수량이 가장 많은데, 일조시간도 가장 많은 기이한 지역. 이끼와 나무가 무성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 일본 소설가는 야쿠시마의 비에 대해 "일년 365일 중 367일 비가 온다"고 했다던가. 물론 애교 섞은 허풍. 하지만 상대적으로 화창한 저 아래 바닷가와 달리 숲의 정령들이 살아 숨쉬는 시라타니운수는 영험한 음기와 습기로 가득하다.
 

 

▲ 미야노우라다케 정상이 눈앞이다. 열대부터 툰드라까지 하루에 겪는 체험

어수웅 기자 jan10@chosun.com

 

'원령공주'의 소녀와 정령(精靈)들이 그토록 지키고 싶어했던 것도 바로 이 훼손되지 않은 세계였지. 별로 유명하지 않은 영화 촬영지라도 부풀려 홍보하는 한국의 지자체와 달리, 이곳에는 미야자키 하야오든, 작품 원령공주든 간에 그 흔한 표지석이나 안내판 하나가 없다. 규슈관광추진기구 기타지마 차장은 "시라타니운수 계곡을 포함한 야쿠시마 국립공원 내에는 어떠한 인공적 표지와 상징물도 세울 수 없다"고 잘랐다. 그 염결성, 그 청렴결백함에 경배.
 

 


■ 산행안내

 

시라타니운수 계곡에서 등산로를 따라 서쪽으로 8시간을 더 걸어가면 지금까지 확인된 가장 큰 삼나무, 조몬스기(繩文杉)가 나온다. 학자에 따라서는 무려 7200년까지도 보고 있는 추정 수령이다.

 

그 8시간이 부담스럽다면, 시라타니운수 계곡 내의 트레킹도 물론 가능하다. 시간에 따라 야요이스기 코스(1시간), 원령공주의 숲 코스(2시간), 원생림 코스(3시간) 등이 있다. 입구 매표소(1인 300엔)에서 영문 지도와 안내문을 받을 수 있다. 모두 초·중급 난이도다. 
 

 


바다 위의 알프스-규슈 최고봉 미야노우라다케(宮之浦岳·1935m)

 

새벽 4시 30분. 평상시라면 동의할 수 없는 시각에 호텔문을 나섰다. 총 왕복 9시간, 16㎞의 산행이다. 차량으로 이동해야 하는 시간을 합친다면 12시간의 여정. 처음 1시간가량 달린 길은 좁은 임도(林道). 움츠린 길 양쪽에 호위무사처럼 도열한 나무들이 빈번하게 미니버스의 사이드미러를 건드리더니, 급기야는 90도로 휘게 만들었다. 그 정도로 빽빽한 수림, 좁은 도로다. 나이 지극한 장년의 드라이버가 "언제나 그랬듯이"라는 표정으로 사이드미러를 툭툭 치며 원위치로 돌려놓는다.

 

야쿠시마 최고봉이자 일본 규슈 최고봉인 미야노우라다케 트레킹은 요도가와 등산로 입구에서 시작한다. '원령공주'를 따라 걷는 시라타니운수 계곡 트레킹과 우열을 가리긴 힘들지만, 야쿠시마 트레킹의 정석은 그래도 역시 미야노우라다케 종주(縱走)다. 한라산(1950m)과 난형난제(難兄難弟)의 높이. 야쿠시마 한가운데에 말 그대로 우뚝 솟았다. 1400만년 전, 지각 융기로 솟은 야쿠시마의 송곳이다. 이 산을 중심으로 해발 1000m 넘는 30여개의 봉우리가 오밀조밀 모여 있다. 푸른 바다와 깊은 계곡, 그리고 찌를듯 솟은 봉우리의 유쾌한 산행이다.

 

 

 

▲ 미야노우라다케 정상이 눈앞이다. 열대부터 툰드라까지 하루에 겪는 체험
어수웅 기자 jan10@chosun.com 

 

 

 

 

미야노우라다케 산행은 일본열도 전체의 기후를 같은 산에서 만날 수 있는 이색적 체험이기도 하다. 뿌리와 가지를 구분하기 힘든 열대수종 벵골보리수부터 툰드라 이끼류까지, 해발 고도에 따라 미야노우라다케는 얼굴을 바꿨다. 봄의 초록은 시간에 따라 일곱 번 얼굴을 바꾼다는데, 규슈 최고봉은 높이에 따라 변하는 연둣빛 카멜레온이다.

 

 


야쿠시마는 화강암이 지배하는 바위섬. 등산로 초입에는 삼나무 뿌리가 지면 위로 노출되어 겁 많은 이방인을 윽박지르지만, 중턱 이후에는 야쿠시마 진달래(샤쿠나게)와 연둣빛 덤불이 '신들의 정원'이 되어 지친 발길을 위로했다. 키가 작고 뒤틀려서 심술 많은 영감처럼 보였던 야쿠시마 삼나무도 몇 시간이 흐르자 인심 좋은 동네 할아버지로 변신하는 마법을 부린다. 무려 1시간을 당겨 4시간 만에 도착한 정상, 멀리 태평양과 발아래 구름을 굽어보며 탄성을 지른다. 우리는 지금 바다위의 알프스에 서 있다.

 

■ 산행안내

짧은 시간이 아닌 만큼 아주 쉽지는 않지만, 북한산을 오르내릴 정도의 체력이라면 충분히 해 낼 수 있다. 별 셋 정도 난이도. 주말매거진팀은 정상등정 후 같은 길로 하산했다. 하지만 욕심을 부린다면 시라타니운수 계곡 쪽으로 1박 2일 산행에 도전할 수도 있다.


■ 강추

9시간 산행 동안 단 하나의 쓰레기도 발견할 수 없었다. 일본인들의 결벽증이 놀랍다. 등산로 초입의 무인산장인 요도가와 산장을 제외하면 화장실도 없다. 등산로 초입에서 개당 400엔의 휴대용 밀폐변기를 판매한다. 지퍼백에 기저귀를 넣은 형태. 가이드 요시하라(38)씨가 "마트에서 파는 요실금 방지용 성인용 기저귀를 비닐봉지에 넣으면 개당 20엔에 만들 수 있다"고 추천한다. 놀랍다가 문득 피곤해졌다.
  

 

 야쿠시마 여행 三樂

 

▲ 가고시마 공항의 무료 족탕

 

 

트레킹 말고도 야쿠시마에는 여행의 즐거움이 가득하다. 주말매거진이 추천하는 야쿠시마 여행의 삼락(三樂)

 

첫째식도락. 야쿠시마의 특산은 날치다.

가슴지느러미가 날개처럼 커다랗고, 위협을 느끼면 물 밖으로 튀어나와 달아나는 모습이 마치 날아가는 듯 보인다 하여 '날치'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날치를 가지고 온갖 요리를 만들어낸다. 날치 회·날치 구이는 기본이고, 날치 어묵, 날치 라면 등 날치에 관한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다.

 

야쿠시마 관광센터(0997-42-0091)의 점심정식인 '물의 밥상(渚御膳)'을 추천한다. 1575엔의 합리적인 가격에 날치회, 날치어묵, 고등어절임, 전갱이절임, 두부요리, 영양밥, 된장국 등 9첩 반상이다. 야쿠시마 특유의 삼나무로 만든 접시와 그릇들이 특산(特産)을 먹고 있다는 즐거움을 더한다. 날치는 때로 잔가시가 씹히지만, 담백하고 고소한 특유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야쿠시마 관광센터에서는 등산화, 우비 등 소정의 대여료를 받고 등산장비를 빌려주기도 한다.

 

 

둘째온천. 한국에서 야쿠시마를 가기 위해서는 규슈 가고시마 공항을 거쳐야 한다. 온천왕국임을 과시하듯, 가고시마공항 청사 1층 3번 출입구를 나오면 무료 족탕(足湯)이 있다. 이름은 천연온천족탕 '오야토사'. 오야토사는 가고시마 사투리로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뜻이다. 개방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가고시마의 한국어 관광 캐치프레이즈는 '가고싶다, 가고시마'. 가고 싶다.

 

야쿠시마의 호텔 온천은 대부분 투숙객을 대상으로 한다. 야쿠시마 이와사키호텔(0997-47-3888)의 야외 온천이 그 중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하지만 공항에서 걸어서 1분 거리인 조몬노야도 만텐(0997-43-5751)은 투숙객이 아니어도 손님을 받는다. 호텔 온천에 비해 경관은 조금 떨어지는 편이었지만, 야외 히노키탕이 매력적이다. 성인 1인 1500엔.

 

 

셋째는 무료 무인산장(피난용 산장)의 묘미를 빼놓을 수 없다. 규모에 따라 "20명에서 60명 수용가능"이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진정한 산악인들이라면 서로를 배려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므로 최대 100명까지 잘 수 있다는 게 동행한 산사나이들의 호언장담이다. 선착순. 일본 산장에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있다. 취사를 금지하는 한국과 달리, 아직 일본에서는 본인의 책임하에 자신이 가져온 버너나 코펠 등 취사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 당연히 배출한 쓰레기는 모두 본인이 가져간다.

 

일본 호텔의 특징 중 하나는 방별이 아니라, 개인별로 요금을 받으므로 사실 숙박 요금이 무척 부담스러운 편. 아웃도어 열풍으로 마련한 침낭을 이번 기회에 가져가면 상당히 많은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야쿠시마의 피난용 산장은 모두 6곳. 미야노우라다케에서 시라타니운수 계곡으로의 등산로에 대부분 자리잡고 있다.

 

 

[여행수첩]  비행기ㆍ배 번갈아 타면, 더 싸게 간다

 

인천에서 가고시마까지는 비행기, 가고시마에서 야쿠시마까지는 페리를 이용하는 편이 경제적이다. 인천-가고시마는 주 3회(수·금·일) 대한항공이 운항한다. 가고시마에서 야쿠시마까지는 매일 5회 운항하는 일본항공이 있다(약 30분). 왕복 요금은 시간대에 따라 2만엔~2만5000엔 정도. 페리를 이용하면 야쿠시마 미야노우라항까지 1시간50분이 걸린다. 왕복요금은 1만1600엔.

 

야쿠시마 공항에서 도보 3분 거리에 관광안내소(관광협회·0997-49-4010)가 있다. 이곳에서 한국어로 된 야쿠시마 지도와 팸플릿을 받을 수 있다. 일본어가 가능하다면, 렌트카를 추천한다. 값비싼 일본의 택시 요금 등을 고려하면 이게 낫다. 공항 앞의 렌트카 회사 나비(NAVI·0997-43-5068)에서는 경차의 경우 24시간에 4515엔을 받았다. 한국에서는 규슈관광 추진기구(www.welcomekyushu.or.kr)에서 정보를 얻을 것. 교통, 숙박 등 한국어 설명이 친절하다.

 

패키지를 취급하는 한국 여행사는 아직 소수다. 최소 인원제한도 있다. 푸른여행사(02-752-5800), JT투어(02-732-1950), 롯데관광(02-2075-3001) 등에서 취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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