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자리/* 심향(心香)

비 내리는 날의 그리움

月波 2005. 8. 3. 18:13
장마비가 끝나나 했더니 후줄근한 비가 쏟아집니다
이 비를 더 이상 장마라 부르지 않습니다
이름이야 뭐 그리 중요하겠습니까?
 
단지 빗방울 하나하나에 묻어나는
알수없는 그리움의 정체를 살필 뿐 입니다
발길을 흥근히 적시는 빗줄기만큼이나 마음자리에도 깊은 강물이 흐릅니다
 
오랫만에 조국을 찾아온 친구와 양재천을 걸으며
아내는 빗방울 하나하나에 그간의 그리움을 녹인듯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표정이 밝아보입니다
삶의 향기를 찾은듯 합니다
 
이 시간 한 잔 꺽자며
먼 길을 오는 벗이 있습니다
오늘따라 그 자리가 썩 달갑지 않습니다
까닭모를 그리움이 따로 있기 때문인지 모릅니다
 
마음 속에 소리없이 싹트는 빈자리가 있습니다
그기에는 서둘러 이루고자하는 아픔이 배어있습니다
빗속에도 녹여버리지 못하는 깊은 욕심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병이되어 가슴깊이 그리움으로 다가옵니다
 
이 비 그치면 까닭모를 그리움을 훌훌 털고 일어섰으면 합니다
세상의 근심걱정을 털어버린 그 자리에 서보고 싶습니다
아니 그런 욕심조차 빗물에 씻어버렸으면 합니다
 
-달무리--
 
 

 

 

       사는 일이 쓸쓸할수록 두어 줄의 안부가 그립습니다.
       마음안에 추절추절 비 내리던 날,
       실개천의 황토빛 사연들이
       그 여름의 무심한 강역에 지즐대며 마음을 허물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온전히 사랑한다는 것은
       자기를 완전하게 벗는 일이라는 걸,
       나를 허물어 너를 기다릴 수 있다면 기꺼이 죽으리라고
       세상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내릴 거라고....

       사는 일보다 꿈꾸는 일이 더욱 두려웠던 날들.
       목발을 짚고 서 있던 설익은 시간조차도 사랑할 줄 모르면서
       무엇인가 담아낼 수 있으리라 무작정 믿었던 시절들..

       눈길이 어두워질수록 지나온 것들이 그립습니다.
       터진 구름 사이로 며칠 째 먹가슴을 통째로 쓸어내리던 비가
       여름 샛강의 허리춤을 넓히며
       몇 마디 부질없는 안부를 묻고 있습니다.
       잘 있느냐고...

       - 안부가 그리운 날 / 양형근 -

 

 


'편안한 자리 > * 심향(心香)' 카테고리의 다른 글

[Poemtopia] 우리들은 다 완벽하다  (0) 2005.08.13
[스크랩] 추락  (0) 2005.08.09
[스크랩] 접시꽃  (0) 2005.08.02
비워가며 닦는 마음  (0) 2005.07.23
난 당신의 나무이고 싶습니다  (0) 2005.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