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추경
그들과 가을의 청계산을 오릅니다. 종종 있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다릅니다. 그들은 소담스런 이야기로 산을 오르고 나는 하늘과 그 빛에 젖어있는 가을풍경과 얘기하며 오릅니다. 그들은 오른쪽 잘 닦인 길을 택하고 나는 인적이 드문 왼쪽의 숲길을 따라 오릅니다.
하늘은 더없이 푸르고 빨간 단풍은 유난히 그 빛깔을 자랑합니다. 일찍 떨어진 낙엽도 바람에 나딩굴기를 주저하며 산객을 반갑게 맞습니다. 보아도 마음을 닫으면 보이지 않습니다만, 조금만 가슴을 열면 그들은 금방 내 옆구리를 차고 들어와 나와 함께 합니다.
청계산 매봉에서는 청마 유치환이 언제나 우리를 맞이합니다. 그의 사랑입니다. 그가 있어 매봉을 오를 때마다 행복합니다. 마음을 비우고 빈털털이일 때가 더욱 행복합니다. 이 이치를 산에 와서야 깨닫습니다. 그러나 산 아래에 발 딛으면 이내 잊고마니 어쩔 수 없이 속물이고 맙니다.
내 아무 것도 가진 것 없건마는
머리 위에 항시 푸른 하늘 우러렀으매
이렇듯 마음 행복되노라
- 청마 유치환의 시 "행복"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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