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자리/* 여행(旅行)

목련(0407)

月波 2007. 4. 7. 17:23

 

목련꽃 그늘 아래서

 

목련이 솜처럼 하얗게 정원의 담벼락 너머를 봉긋이 기웃거릴 때면 늘 봄(春)은 이미 우리들

가슴 속 한복판을 지나고 있습니다.

개나리 진달래가 야산에 지천으로 피어 세상에 봄이라는 계절을 요란스레 알리는 철없고 말

많은 처녀애들을 닮았다면, 목련은  대문이 예쁜 주택 담  언저리에 오는지 가는지 모르게

시나브로 꽃봉우리를 피워 내다가 울컥  하얀 꽃들을  만개하면서 한(恨)을 토해 내는 자태가

마치 마흔 고개를 넘어선 중년부인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목련이 겨우내 움추리고 있다가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봉우리를 티울 때 쯤이

공연히 마음이 불안해집니다.  "저렇게 화사하게 피었지만 금방  뚝뚝 잎들을  떨구면서

러질텐데..." 꽃이나 모든 생명있는 것들은 숙명처럼 '피면 반드시 지고마는' 창조주의 섭리

순응하는 법이지만 모든 아름다운 것들은 오히려 사라진다는 사실 때문에  더욱  아름다울

있는 듯 합니다.

'예쁘게 피어난 꽃들',
 '꼭 잡고 놓치고 싶지 않은 행복한 순간들', '마음에 환희가 새벽공기처

럼 부풀던 시간들,'사랑하는 사람과의 굳은 맹세', '새들의 즐거운 지저귐 소리', '자작나무 숲

에 피어오른 아련한 안개'.........

이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일 수록 우리 곁에 머물러 있는 시간들이 턱없이 짧다는 슬픈 사실을

기쁜 마음으로 이겨 내기 위해서 우리는 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새처럼 자유롭게 더 높고 더

멀리 두어야 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 창가에 피어 난 '목련꽃'은 자신이 스스로 유한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피어있는 순간만

큼은 이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자기만의 빛깔로 무한한 우주공간의 한 작은 공간에서  최선.최

상을 것을 보여 줍니다.


우리의 삶도 그러해야 하리라는 것.......비록 우리의 육신이 스러져 어느 이름없는 산의 흙으로

화(化)한다 하여도, 우리는 저 목련꽃처럼 우리의 영과 육의 가장 거룩하고 가장 아름다운 빛을

발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

새삼 목련꽃위를 새처럼 높이 오르고 싶습니다.

유한의 불안을 이겨내는 그 눈.부.시.고 아.름.다.운. 높.이까지....

 

글 : 파란마음

사진 : 달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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