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원에서의 하룻밤에 마음이 동했습니다
4명의 대원이 눈덮힌 가리왕산에서 하룻밤 야영의 꿈을 안고 길을 나섭니다
혹한의 추위나 배낭의 무게를 견뎌내는 체력보다 길떠나는 마음의 여유가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창의 하안미리 백일동에서 중왕산을 오르는 계곡은 이름그대로 눈밭입니다
안미(雁尾)와 또다른 안미(安味)를 되새기며 그 눈밭을 오릅니다
비오듯 쏟아지는 땀방울이 온몸을 적십니다
쉽게 안부로 오르는 길을 놓치고 초반부터 알바를 합니다
살아온 세월의 무게만큼이나 듬직한 배낭을 메고 수직 비탈에 섰습니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밭을 러셀을 하며 오르는 체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그 알바덕분에 된비알의 눈밭을 다져 불을 피웁니디
기대하지 않았던 즐거움이 따릅니다
김치없이도 라면맛은 으뜸이었습니다
다시 된비알을 오릅니다
턱밑까지 가쁜 숨이 몰아치면 잠시 쉬는 여유를 가집니다
눈밭에서 더덕 도라지 두릅을 그려봅니다
남대장도 가쁜 숨을 몰아쉬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겨울 눈밭에서 봄, 여름의 숲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그는 늘 맑은 영혼과 따뜻한 가슴으로 살아가나 봅니다
늘 여유로운 웃음이 특기인 성바기형도 묵묵히 눈길에 발을 디딥니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탐진치 3독을 눈속에 파묻는지도 모릅니다
그럴 수만 있다면 매일이라도 설원에 몸을 맡기겠지요?
1차관문이 중왕산 정상(1376m)에 오릅니다
멀리 왼쪽 뒤로는 가리왕산(1561m)이 보입니다
쌓여있는 배낭의 크기가 저 뒤편의 가리왕산보다 크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중왕산에서 마음껏 사방을 조망해봅니다
산행초반의 알바로 예정시간보다 다소 늦었지만 이 순간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선글라스를 끼고 다시 카메라앞에 서봅니다
이럴때 우리는 산에서 순진무구한 소년으로 돌아갑니다
중왕산에서 가리왕산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카메라로 잡아봅니다
저 오른쪽 아래 마항치가 숨어있습니다
마항치에 내려서면 가리왕산이 더욱 높이 다가오겠지요?
중왕산을 내려서면 만나는 고개, 마항치입니다
임도를 따라 쌓여있는 눈길에 차량이 지나간 흔적이 잇습니다
저 임도의 길이가 100Km가 넘는 무시무시한 길인데 ......
마항치에서 가리왕산을 향해 오르는 계단길입니다
한발 한발 걸어서 오릅니다
살아온 세월의 무게를 제대로 느끼며 오릅니다
가리왕산 정상인 상봉까지 3km랍니다
피곤한 기색도 없이 이정표앞에서 오늘 밤 야영지를 그려봅니다
가리왕산에는 예로부터 산삼이 많았나봅니다
옛 강릉도호부에서 삼산봉표(蔘山封標)를 세워놓았습니다
황장목을 지키려 봉산(封山)을 했던 이야기를 더듬어봅니다
오언님, 오늘따라 배낭이 무거워보이네요
막걸리 한통 메고다니던 백두대간 종주모습을 생각하고 웃음을 지어봅니다
그래도 오언님은 다람쥐과인가 봅니다
세월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쓰러진 고목옆에서 잠시 휴식합니다
어느 식물학자 부부가 쓴 신갈나무 투쟁기가 생각납니다
새삼스레 나무의 일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동량이 되든 보나 서까래가 되든 나무의 몫이 있지요
아궁이의 불감이 되든 널판지가 되든 나무의 또 다른 삶이 있지요
자기 자리에서 자신의 분수를 지키는 나무의 모습을 다시금 되새겨봅니다
대장님, 대장님, 우리 대장님
무슨 생각에 그렇게 골똘하신가요?
님의 그 모습이 참 좋습니다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오늘 산행이 많이 힘드신가요?
그래도 가리왕산 정상의 하룻밤을 생각하면 푸근하지않습니까?
언제부터인가 산에서 만나는 참나무가 좋아졌습니다
그 중에서 신갈나무에 특별히 마음이 갔지요
봄이면 참나무중에서 제일먼저 잎을 피우지요
이렇게 고목이 된 신갈나무는 강원도 심산에서나 만날 수 있으니 더욱 정이 갑니다
가리왕산 정상이 가까워지나 봅니다
여기저기 고목이 보이고 간간이 주목(朱木)도 보입니다
고산의 정상부에서 만나는 고사목은 늘 위엄이 있습니다
살아온 세월의 깊이가 느껴집니다
비바람과 친구하며 굳건히 살아온 세월이 우러러 보입니다
오늘 제대로 된 포즈 한 컷 잡았습니다
두 사람의 옆모습에서 한 없이 편안함을 느낍니다
정상부에서 세상을 살피는 여유로움이 풍겨집니다
가리왕산 정상을 향해 마지막 피치를 가합니다
묵묵히 정상을 오르는 뒷모습이 아름답지 않습니까?
스스로 자신을 낮추고 살아가는 관목들이 산정상의 주인입니다
가리왕산 정상입니다
돌탑과 고사목이 한몸이 되어 비바람을 벗삼아 살아갑니다
가리왕산, 1561m
남한 땅에서 1500m가 넘늠 몇 안되는 산이지요
그러나 가리왕산은 그 높이에 의존에 살아가지는 않습니다
산을 좋아하는 이에게 내어주는 넉넉한 품으로 살아갑니다
하룻밤을 신세질 임시집을 만듭니다
가리왕산 정상에 설치하는 파란색 기와집입니다
저 텐트속에 매트대신 시골집 마루의 널판지를 깔 수 있다면,
그리고는 어머님의 무릎베고 누워 어린시절 얘기를 다시 들을 수 있다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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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하룻밤을 텐트속에서 지냈습니다
그 얘기는 글로 쓰기보다 가슴에 묻어두고 싶습니다
두고두고 기억의 상자에서 꺼내보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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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새벽이 밝아왔습니다
텐트 밖으로 나가니 밤사이에 상고대가 활짝 피었습니다
날씨가 흐려 멋진 그 모습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한 아쉬움이 컸습니다
상고대는 이정표에도 피었습니다
고사목과 돌탑에도 상고대가 피었습니다
제단의 돌탑에 내린 상고대는 해가 뜨면 이내 사라지겠지요?
잠시 흐린 하늘에 해가 솟았지만 먹구름에 가렸습니다
이제 가리왕산 상봉에서 길떠날 채비를 해야합니다
가리왕산 상봉을 내려서며 잠시 상고대에 넋을 맡겨봅니다
이 정도면 사진 찍느라 혼을 빼앗겨도 괜찮겠지요?
제대로 사진을 찍을 수 없어 아쉬웠습니다
잔뜩 흐린 하늘이 원망스러웠지만
내 눈속에 상고대를 제대로 담았으니 큰 아쉬움은 없습니다
그래도 아쉬워 상봉을 내려서며 뒤돌아보았습니다
중봉가는 길에서 각양각색의 나무를 만납니다
참나무의 삶을 요모조모 살펴가며 길을 걷습니다
돌배나무에도 상고대가 피었습니다
참배가 아니라 돌배로서 만족하고 제 모습을 잃지않는 그 나무말입니다
잿빛하늘아래 자작나무도 군락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흰눈밭에서 그 백화피가 숨죽이고 있었습니다
떡하니 길을 막고 선 주목입니다
그동안 보아온 주목중에서 참으로 잘 생긴 나무였습니다
그런데 배낭내려놓고 다들 어디로 가셨나요?
모두 크고 작은 볼일들이 많았나봅니다
일출시간이 지난지 꽤 지났지만
산에서는 계속 안개처럼 흰눈의 알갱이가 휘날립니다
이런 분위기도 자주 접할 수 없는 분위기일겁니다
중봉을 거쳐 본격적으로 하산길에 접어듭니다
그제서야 잠시 햇살이 구름 속에서 얼굴을 내밉니다
오대산 야간산행시의 달빛이 생각났습니다
저 산애래를 내려다보니 피어오른 안개가 가리왕산 계곡을 감싸고 있습니다
선계(仙界)가 따로 없지 싶습니다
운무(雲霧)의 향연, 선경(仙景)이 이러할까요?
그래도 발을 디뎌 우리는 산아래 사람사는 마을로 내려갑니다
그 산아래에서 처음 만난 집 한채입니다
문창살이 날아가고 폐가가 된 집에서도 사람의 내음을 맡습니다
조금 전 산에서 내려다본 선경(仙景)보다 훨씬 정감이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는 사람사는 마을로 다시 내려왔습니다
가리왕산에 물흐르니 꽃이피고, 꽃이피니 술익는다는
가리왕산 이야기를 읊으며
사람사는 세상으로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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