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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석봉(熊石峰)에 오르는 뜻은?

月波 2005. 8. 7. 17:15
 

[웅석봉(熊石峰)에 오르는 뜻은?]

지리산의 정상, 천왕봉에서 뻗어나와 지리산의 꼬리에 해당하는 봉우리가 하나있다. 이름하여 웅석봉(熊石峰)이라 부른다. S자가 옆으로 누운듯한 태극(太極)모양의 지리산 종주코스(서북릉-주릉-동남릉), 소위 지리산 태극종주의 동남쪽 시발점이 바로 웅석봉이다.
그 웅석봉 정상(해발 1099.3m) 표지석에는 여느 곳과 달리 곰 한마리가 그려져 있다. 재주 넘던 곰이 발이 삐꺽이라도 하는 날이면 그냥 천길아래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수직벽을 숨기고 있지만, 그 정상에 서면 동서남북으로 탁트여있는 조망이 오히려 편안함을 더해준다.

웅석봉에 오르려, 지곡사에서 선녀탕을 거쳐 왕재(925m)로 향하는 된비알을 오르면 땀이 비오듯 쏟아진다. 간간이 이마의 땀을 훔칠 마음의 여유를 가지지 못하면 산행길 자체가 엄천난 무게의 고통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바위틈을 흐르는 석간수에 손이라도 적시며 짙푸른 산야에서 여름 숲을 보면 마음의 싱그러움이 절로 퍼진다. 바쁜 일상에서 혹여 산에서 보는 봄 꽃을 놓�더라도 그 아쉬움을 충분히 달랠 수 있다. 한마디로 수직벽을 방불케하는 된비알에서도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면 온 산하(山河)가 내 세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제의 웅석봉 오르기는 기억에 남을만한 산행이다. 그 높이가 1100m에 달하니 제법 산세를 자랑하며 뽐내는 모습을 즐길 수 있고, 서두르지 않고 쉬엄쉬엄 오르는 길이니 힘들어도 참을만하다. 또한 강마의 백두대간 길처럼 일사천리로 앞만보고 달리지 않으니 여름 숲의 녹음에 흠뻑 젖을 수 있어 여유롭기 그지없다. 설사 견음청폭(見音聽瀑)하지 못하더라도 있는 그대로의 산내음(山香)을 즐길 수 있으니 이 정도면 부족함이 있을 수 없다.

게다가 불원천리(不遠千里) 마다않고 모인 지기(知己)와 그 아내들이 있고, 그들과 함께 땀흘리며 마음을 나누는 숲길이니 호젓함이 피부에 절로 스며든다. 산 길의 험함을 미쳐 헤아리지 못하고 따라나선 옆지기들, 그들 역시 험한 비탈길에 힘들어하기보다 만면의 미소로 트레킹을 즐기니 이 또한 기대이상의 소득이다. 어쩌면 그렇게 10대 소녀들(우리 자라던 세대의) 마냥 천진스러움을 보여줄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이런 마음의 여유와 즐거움은 절로 얻어지는 것이 아닌것 같다. 가파른 산길을 오르려면 억센 성깔(?)의 된비알에 땀방울을 하나씩 하나씩 쏟아야 한다. 마음속에서 털어 버려야 할 온갖 욕심과 걱정들을 땀방울속에 담아 하나 둘 흙속에 묻으며 걷는다. 가뿐 숨을 몰아쉬며 그런 산행을 한 다음에라야, 버려야할 것들을 땀방울 속에 담아 모두 털어버린 다음에라야 산마루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이할 수 있다. 우리네 인생 또한 그렇지 아니한가?

왕재능선에 올라 웅석봉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볍기 그지없다. 세상의 모든 근심걱정과 욕심을 털어낸 마음이 이렇게 가벼울까? 웅석봉을 목전에 두고 숲길에서 효반(曉般)의 벗들과 산내음을 맡으며 보낸 긴 시간은 신선이 따로 없다. 신선과 세속이 어디 본래부터 구분이 있었던 것인가? 사람(人)이 산(山)을 만나면 신선(仙)이 되고, 사람(人)이 계곡(谷)으로 내려오면 세속(俗)이 된다고 했으니 .......

다시 계곡(谷)을 따라 세상(俗)으로 내려오며 효반(曉般)의 벗들은 또 다시 오를 산을 생각한다. 굳이 정산(正山)과 무진(無盡)의 제안이 아니더라도, 이심전심으로 웅석봉에서 시작하는 지리산 태극(太極)종주의 날을 그린다. 속진(俗塵)을 털어버리고, 다시 산(山)을 만나 선계(仙界)로 가는 꿈을 꾼다.
밤머리재를 넘어 왕등재 습지를 지나고 하봉, 중봉, 상봉(천왕봉)으로 이어지는 능선길을 바라보며, 가슴에는 디카보다 더 선명한 영상을 담는다.
- 효원반야(曉原般若)의 회동(2005. 5. 29.)을 되돌아보며


[사진 갤러리]


웅석봉 가는 길에서 돌아본 밤머리재 방향의 지리산 태극종주 능선


왕재에서 웅석봉 가는 숲길에서


웅석봉 정상에서 옆지기와 한 컷, 표지석의 곰 한마리가 이채롭다

 


웅석봉 정상에 선 효반의 친구들


웅석봉에서 지곡사로 하산하는 암릉에 선 옆지기


[산행일지]

- 산행거리 약 11km, 산행시간(5시간 30분, 휴식 1시간 15분 포함)
- 산행일지 : 2005. 5. 29 (일)
06:00 서울 대치동 출발(승용차)
07:50 금산 인삼 휴게소(30분 휴식, 아침)
09:30 산청 IC
09:50 지곡사 도착, 산행시작
10:08 선녀탕
11:30 왕재(925m, 15분 휴식, 간식)
12:20 산능선에서 중식(50분)
13:18 헬기장
13:25 웅석봉(1099.3m, 10분 휴식)
14:20 무명봉(지곡사와 어천 갈림길)
15:20 지곡사 회귀, 산행종료 - 개울물에 탁족 즐기기(50분)
16:10 지곡사 출발(생초에서 효반회 모임 2시간)
18:45 생초 출발
21:35 서울 대치동 도착


[산길안내]

개 요 :
웅석봉은 지리산에서 흘러온 산이면서도 지리산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산인다. 천왕봉에서 시작된 산줄기가 중봉과 하봉으로 이어져 쑥밭재~새재~외고개~왕등재~깃대봉을 거쳐 밤머리재에 이르러 한 번 치솟는데 이 산이 바로 웅석봉(熊石峰)으로 산의 모양새가 곰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기도 하다.


등산로 :

* 지곡사 - 선녀탕 - 왕재 - 정상 - 북동능 - 지곡사: 5시간 30분


산길안내 :

산청읍에서 10분거리인 지곡사가 산행초입이다. 지곡사 주차장에서 정상쪽 임도를 따라 5분정도 가면 지곡다리가 나오고 계곡으로 들어가면 곰골쪽으로 가는곳이고 오른쪽으로 사면은 왕재로 가는곳이다.
이곳에 선녀탕이 있는데 정상까지 1.4Km라는 거리 표지판이 있다. 겨울이면 빙벽을 즐기는 남도 산악인의 겨울 모산 역할을 톡톡히 하는데 수량에 따라 빙벽형성이 변하기에 많은 애를 태우기도 한다.

본격등산로 초입에서 식수를 준비하고 선녀탕 오른 쪽 사면으로 오르면 되는데, 이 지곡(智谷) 입구에는 조그마한 폭포도 있고 조금만 더가면 다시 폭포가 나온다.
이곳에서 마루금을 쳐다보면 마치 카라코람 산군같은 착각의 연속인데 웅석봉의 높이는 불과 1000m남짓하지만 이쪽에서 보는 산세는 칼날 능선으로 보여 웅석봉에서 곰이 떨어져 죽은 사연을 이해하게된다.

쇠줄과 사다리를 몇군데 지나다보면 오른쪽 능선아래 작은개울에는 사시사철 산삼썩은 물이 흐르는데 그냥 지나치지말고 목도 축이고 수통도 채우는 것이 용이 주도한 산행이 될것이다. 그기서 마신 산삼썩은 물의 농도가 너무 진한 탓일까? 두고두고 그 물맛 잊혀지지 않으리라.

산행초입부터 1시간30분 정도면 왕재에도 착하게 되는데 이곳은 925고지로서 천왕봉, 중봉, 하봉, 황금능선의 구곡봉등 하늘 마루금의 진수를느끼게 된다. 왕재에서 휴식을 취한후 정상으로 가는 능선은 지루하지 않고 조망능선의 진가에 취하다보면 남릉이 나오고 이 곳에서는 웅석봉이 보이고 경호강의 푸른 물이 둔철산을 놀리듯이 감돌아 흐르는 것을 보면 자연의 신비를 다시금 느끼게한다.

조금 더 가다보면 안부가 나오고 바로 헬기장과 연결된다. 헬기장에서 남쪽으로 50m 내려서면 샘이 있고 샘 옆으로 청계방향 임도 길과 연결된다. 헬기장에서 정상은 10분이면 되고 정상에는 곰을 새긴 정상비가 있고 정상에서 바라보는 주변 산군의 향연은 웅석봉을 오르지 않고는 그 느낌을 표현하고 말하기는 인간의 무력함을 느낄 것이다.

정상에서는 곰골, 어천, 청계 가는 길등이 나와 있다. 북동릉을 타고 무명봉(어천 가는 갈림길)을 거쳐 지곡사로 하산하는 길에는 제법 스릴이 느껴지는 암릉을 만나는데, 이 곳에서 내려다보는 구절양장 경호강과 쭉 뻗은 대진고속도로가 묘한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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