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따라 길따라/* 雪岳戀歌

용의 어금니, 어디까지 왔니? - 용아장성(2)

月波 2007. 10. 17. 23:50

 

용의 어금니, 어디까지 왔니? - 용아장성(2)

   ----- 용아장성 산행후기 : 1편에 이어 계속

 

1. 산행개요

 

  (1) 언   제 : 2007년 10월 14일(일)

  (2) 어디로 : 백담사-영시암-수렴동산장-용아장성-봉정암-구곡담계곡-수렴동계곡-영시암-백담사

  (3) 누구와 : 길원, 성호, 오언, 달무리 (4명)

  (4) 어떻게 : 걷고, 기고, 매달리다가 달리면서 ......

  (5) 날씨는 : 내내 청명한 가을하늘, 잠시 천둥속에 설악의 첫눈을 만나고, 다시 영롱한 햇살을 안으며 

 

2. 산행후기 - 용아장성(2)

 

 1부 : 길없는 길을 가다 - 용아장성 (1)

 

   (1) 용아예찬(龍牙禮讚)

   (2) 길없는 길을 가다

   (3) 선인(仙人)이 따로 있던가?

 

 2부 : 용의 어금니 어디까지 왔니? -용아장성 (2)

 

  (4) 용의 어금니, 어디까지 왔니?

 

어디까지 왔니 / 앞니까지 왔다

어디까지 왔니 / 덧니까지 왔다

가야동 기슭 / 용의 등을 타고 / 용의 입 / 안개속이네

 

아~스산하다 / 아, 두렵구나 / 기어 갈까 / 돌아 갈까 / 죽기 살기

앞니에서 어금니 / 넘어도 넘어도 깔딱 / 기어도 기어도 꿀꺽

아~개운해 / 아~후련해 / 어느날 비몽사몽 산행 / 어느날 죽다 산 목숨

 

- 문영호, 설악 용아장성

 

 

 

 

 

올라서면 또 다른 암릉이요, 내려서면 다시 칼날같은 바위능선이다.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렸는지 ..... 이제 겨우 용의 앞니 지나고 덧니쯤인가 보다. 어금니는 아직도 멀었다. 몸은 조금씩 무거워 오지만 마음은 천하절경 앞에 날아갈듯 하다.

 

가다보면 험한 암봉이 앞을 다시 가로막겠지만 정상에 서면 더 멋진 곳이 펼쳐질 것이요, 그 모습 또한 시시각각 천변만화(千變萬化)일테니 있는 그대로를 즐겨보자. 우리네 삶도 그러하지 않던가?   

 

 

  (5)  빗속의 직벽 하강, 죽다 산 목숨

 

아직도 용아의 끝은 아련하고 수직절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저 송곳니같은 예봉이 우리의 접근을 쉽게 허용할 것같지 않다. 길원은 저만치 앞서 오르고 뒤에서 주춤거리며 그의 뒷모습을 본다. 침니, 나는 저 벼랑을 올라야 하는가? 보기만해도 현기증이 일어나는 저 암벽을 자일도 없이 .......

 

 

 

후퇴가 허락되지 않은 바윗길로 드니

바위 마르기를 기다릴 자유 또한 허락되지 않는다

바위를 당기며 솟구쳐 올라,

물이 가는 길과 바람이 가는 길이 서로 다름을 몸으로 듣는다

 

- 이향지, <물이 가는 길과 바람이 가는 길 - 용아장성에서> 중에서

 

 

 

 

그래도 무심한 단풍은 저 홀로 익어간다. 발아래 수렴동과 귀떼기청에서 뻗어나는 산줄기가 이미 빨갛게 물들고 있다.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도 더할나위 없을텐데, 발 아래에 두고 있으니 얼마나 황홀한가. 서서히 공룡이 눈높이를 같이하며 서북에서 다가온다. 용아의 마지막 어금니도 그리 멀지않았나 보다. 

 

 

  

 

용아의 마지막 어금니를 넘어며 천둥번개와 함께 한 줄기 비를 만난다. 비가젖어 미끄러운 수직절벽 30m를 밧줄에 의존해 하강한다. 내려서니, 이번에는 수직절벽 30m 상승이다. 이번에는 밧줄도 없다. 비는 점점 우박처럼 뭉쳐 눈으로 변한다. 볼이 따갑다. 용아는 우리를 그냥 보내려하지 않나보다.

 

자일설치를 포기하고 크랙에 번갈아 손발을 의존하며 암벽을 껴안아 오른다. 그렇게 정신을 집중했던 일이 또 다시 있을까? 죽다가 살아난 목숨, 능선에 오르니 봉정암이 저만치 반긴다. 아, 용아여!  오늘 너를 만나 6시간의 암릉데이트를 즐겼구나. 잘 있거라, 다시 만날 때까지. 

 

  (6) 햇살에 반짝이는 용아와 공룡

  

잠시 스친 초가을의 비에 설악의 정수리는 진눈깨비가 휘날리고, 내려온 세상에서는 올해의 첫눈이 설악의 대청봉을 찾았다고 뜨거운 얘기(Hot News)가 되어 있었다. 쏟아지는 빗속에 수직절벽 30m를 생과 사를 넘나들며 오르내리니 봉정암의 석가모니 부처님 사리탑에도 진눈깨비가 쌓여 있다. 카메라에 담지 못하고 눈(眼)으로만 눈(雪)을 새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설악에는 다시 햇살이 돋아나고 용아와 공룡의 암봉에는 은빛 햇살이 피어나는 운무(雲霧)와 어울려 한바탕 춤을 춘다. 용아도 공룡도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날마다 떠오르지 않는다면 태양인들 무슨 새로움이 있고 광채가 있겠는가? 설악의 아름다움은 그 새로움에 다시 빛나고 있었다.

 

눈 내린 뒤 해 돋을 때 보니 너는 뿔이더라

순금의 뿔이더라

스스로 광채를 다스릴 줄 아는 뿔이더라

억만년 꺽이지 않을 숱한 뿔이더라

햇살도 바람도 그 그림자도 깊이 허리를 꺽더라

눈 속에 선 나까지 늠름해지더라

 

 - 이향지, <설악> 중에서

 

 

 

사리탑 전망대에서 용아장성과 공룡능선이 펼쳐내는 활홀지경에 다시 압도된다. 인간은 끊임없이 저 암릉과 동화를 꿈꾸고, 용아와 공룡은 오래도록 자연성릉으로 남고 싶어하리라. 비록 눈비가 그친 후 눈부신 자태로 미소를 보내지만, 만만히 접근을 허용하지는 않으리라.

 

봉정암 전망대를 내려서며 설악찬가(雪岳讚歌)는 끝이 없이 이어진다. 

" 이땅의 사람들이 비로소 자유롭게 자연에 귀의할수 있는 곳이 설악이다"라고 누구는 말한다.

용아장성의 기암괴석을 두 발로  걷고, 네 발로 기다가, 온 몸으로 바위를 포옹하며 오르면, 어느 새 우리는 자연이 되고, 용아는 순순히 우리를 감싸안으니 .........

 

한 바탕 비와 눈이 지나간 공룡능선, 천화대와 법봉에는 구름의 바다가 펼쳐진다.

 

 

 

정산, 오늘은 자네없이 설악에 들어 용아(龍牙)를 넘고 봉정(鳳頂)에 이르렀다네. 함께 하리라 믿었건만 시절의 연(緣)이 닿지 않음을 탓할 뿐, 어찌하나?  때를 기다려야지, 산이야 그자리에 있으니.

"친구여, 산은 오르지 않아도 된다. 어디에고 있을테니까. 때로 대지가, 그리고 보고픈 친구가 산이다" 고 했던 김혜경의 이야기가 환청이 되어 들려온다.

 

 

  (7) 1일3찰(一日三刹)  참배(參拜)

 

봉정암에 석양이 비치고 있다. 이제 하산을 준비해야 한다. 어차피 수렴동 계곡에서 세상의 어둠을 맞이할 것이지만 그래도 돌아가야 한다. 산인(山人)이 되기에도, 선승(禪僧)이 되기에도 그릇이 부족한 스스로를 안다. 암봉을 다스릴만한 찌렁찌렁한 포효(咆哮)도, 계곡을 감싸안을 후덕함도 모자란다. 세속에의 미련과 찌든 때가 두꺼움을 안다. 돌아가야 한다.

 

  "만일 내가 돈을 알았다면 봉정암에서 머리를 깍았을 겁니다.

  헌데 돈을 몰라서 속인이 되었지 뭡니까.

  미안합니다. 아 죄송합니다. 한 잔 드시죠. 자, 미안합니다. 예, 죄송합니다."

 

돈을 몰라서 한 번은 미안하고 속인이어서 또 한 번은 죄송해 했던 수렴동의 기인, 이경수 산장지기의 전설을 떠올리며 하산을 서두른다. 길원이 앞장서고 우리는 세속으로 달리는 초특급열차를 탄다. 그래도 길원아, 너무 서두르지 마라, 해가 지면 어차피 어둠은 슬며시 우리 곁으로 다가오지 않더냐?

 

 

 

 

 

산이 부르는 환청, 그것을 멀리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노마드, 바람처럼 구름처럼 산의 부름을 쫓던 알피니스트들의 노마디즘이 부럽다. 그러나, 마음과 달리 몸이 따르지 않는다. 하얀 빙벽위에 울던 표범 준호, 천화대 범봉에 다시 피어난 솜다리 석주를 기리며 봉정암, 영시암, 백담사로 이어지는 순례를 시작한다.

 

용아의 칼날능선에서 하루를 보내고, 해거름에 세곳의 절을 찾아 오체투지, 오체투지, 오체투지 ......

법당에서 삼배, 삼배, 또 삼배. 세속의 아들녀석에 대한 바램을 곁들이면서 ......

깜깜한 밤, 백담사 일주문에는 행선(行禪)하는 스님이 세속으로 떠나는 후륜구동 열차를 배웅한다.

 

                                                                                         2007. 10. 14. 20:20

                                                                                         백담사에는 별이 총총하다.

 

-------------------------------------------------------------------------------------------

 

[운행시간]

 

0730 진부령 이앤정 펜션 출발

0815 백담산장

0900 영시암 - 5분 휴식(감자 간식)

0925 수렴동산장 - 5분 휴식 

0930 수렴동 산장 출발

0952 옥녀봉

1010 뜀바위(우회)

1030 알바(10분)

1113 개구멍바위

       턱바위

       2봉

       3봉

1200 중식 및 휴식(40분)

       4봉 오버행 내리막 구간

       5봉 - 8봉

1525 9봉 - 직벽 하강코스(천둥, 비 시작)

1545 봉정암 사리탑(참배 및 용아/공룡 능선 조망 40분, 금년의 첫눈이 내림)

 

1625 봉정암 사리탑 출발

1630 봉정암 - 20분 경내참배

1650 봉정암 출발

       구곡담, 쌍폭

       탁족(10분 간식)

1820 수렴동산장

1835 영시암 - 25분 경내참배 및 야식(죽과 감자)

1900 영시암 출발

1945 백담산장

2000 백담사 - 20분 경내참배(하늘에는 별이 총총)

2020 백담사 출발

2050 용대리- 저녁식사 60분

2150 용대리 출발

2415 서울 대치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