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편지 - 아들과 함께 한 지리산 종주
1. 일정 - 2009년 6월 27일(토)~ 6월 28일(일)
2, 코스 - 성삼재~노고단~반야봉 왕복~연하천~벽소령~세석~장터목~천왕봉~중산리
3. 참가 - 아들(기범), 아빠(월파), Mentor(정산, 길원)
4. 후기 - 아들에게 쓰는 편지
(1) 첫 번째 꼭지 - 산으로 들며
아들아,
스무살, 그때를 아빠는 '푸른 시절' 이라 부른다. 그 푸른 나이가 된 너가 병역의 의무를 다하러 이 여름에 군에 입대한다니 뿌듯하기도 하고, 걱정스럽기도 하다. 코흘리개 때부터 '저 녀석 자라면 지리산 종주를 함께 해야지' 하던 생각이 늘 머릿속에 맴돌았었다. 작년에 너가 대학에 진학했을 때도 지리산 종주를 함께하고 싶었지만, 아빠만 화엄사-대원사 종주를 하고 너와의 꿈은 미완이었지. 드디어 그 길에 들었구나. 이틀동안 함께 걸은 지리의 능선이 아직도 눈에 아른거린다.
산에 들기 전부터 우리의 지리산행은 시작되었지. 일찍 잠이 깬 어느 새벽엔 여러 차례 다녀온 아빠의 지리산 종주를 되새기며 마음속으로 너와의 산행을 생각했었다. 지리산행을 꿈꾸고, 약속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너와의 산행은 이미 시작된 것이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주말의 산장예약을 하고, 구례구로 떠나는 밤기차를 예약하고, 산길을 함께 할 벗과 멘토(Mentor)를 초청하고 ......
너에게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은 지리산 이야기가 많았다. 그러나, 이내 그 마음을 비웠다. 스스로 느끼게 하고 싶었다. 말없는 지리산이 묵묵히 그 일을 해주리라. 또한, 너와의 지리산행에 기꺼이 동참한 정산(正山)과 길원 아저씨가 훌륭한 멘토(Mentor)가 되리라. 아빠는 조용히 너의 뒷모습을 살피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었다.
6월 26일, 용산역에서 심야의 구례구행 기차에 몸을 실으며 너와의 지리산 종주가 현실로 다가옴을 비로소 느꼈다. 구례구의 허름한 식당에서 새벽참을 먹으며 마음은 벌써 지리의 능선으로 달려가고 있었지. 성삼재에서 노고단으로 향하는 너의 발걸음이 누구보다 빠름을 보고 속으로 걱정을 했지만, 가만히 두고 보았다. 산으로 다가서는 너의 마음이라 생각했다.
(2) 두 번째 꼭지 - 지리의 능선에서(그 첫날)
아들아,
노고단의 일출은 어떠하더냐? 새벽길을 서두른 덕에 장엄한 일출을 볼 수 있었지. 너의 복(福)이다. Early Bird의 유익함이 어디 그것 뿐이더냐. 아침 이슬 함초롬히 머금은 야생화가 반겨주고, 새벽 숲을 깨우는 새들의 지저귐이 옥구슬처럼 청랑(淸朗)하지 않더냐. 섬진강 물줄기를 이루는 지리의 산봉우리에 걸린 운무(雲霧)는 한 폭의 진경산수화(眞景山水畵)가 따로 없더라. 아랫세상과 사이좋게 어울리는 그 올망졸망함이 부럽지 않더냐.
여름 가뭄에도 임걸령 샘터는 철철 흘러 넘치고, 그 물맛 또한 변함이 없더라. 아들아, 폐부를 찌르는 시원함이 압권이 아니더냐. 덕평봉의 선비샘도 마찬가지였고. 그 샘물은 지리의 높은 산자락에서 발원하여 흘러흘러 바다로 간다. 순리를 거스러지 않고 높은 곳에서 아랫세상으로 흘러간다. 옛 성인(聖人)이 이르기를 '상선약수(上善若水)'(*)라 했지. 노자(老子)의 가르침대로 최상의 선(善)은 물처럼 사는 것이다.
(*) 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 가장 좋은 것은 물과 같으니라.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면서도 다투지 않느니라. <노자의 도덕경>
노루목에서 반야봉을 오르는 너의 숨결이 거칠더구나. 급한 바윗길에서 힘들어 하는 모습에 아빠는 덜컥 가슴을 쓸어내렸단다.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한데, 천왕봉까지 반복될 수많은 오르내림을 어떻게 헤쳐갈까? 그래도 너의 생각이 반듯하더구나. 어머님 품같은 반야봉에 안기는 일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더라. 산이든 세상이든 높이 오르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이더냐. 수많은 난관이 있는 법이지.
아들아,
삼도봉을 거쳐 화개재로 내려서는 600 계단에서 둘만의 사색을 즐겼지. 묘하게도 그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이 우리 뿐이니 여름 숲의 고요가 절로 느껴지더구나. 너는 그 계단을 내려섬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아빠는 다음에 오를 토끼봉의 가파름을 미리 염려했지. 그래서 화개재에서 간식시간을 널널히 잡았었단다. 토끼봉 오르는 길이 훨씬 수월하지 않더냐.
토끼봉에는 토끼가 없고, 여러 무리의 스님들이 뛰어다니더라. 토끼봉 아래 범왕골의 칠불사(七佛寺) 스님들이란다. 그곳의 아자(亞字) 선방에서 참선하던 스님들이 화두(話頭)를 참구하다가 막히니 토끼봉 뜀박질로 정신일도(精神一到)했는지도 모르겠다. 너의 생각은 어떠하냐. 그 스님들에게 잠시 정신이 뺏겨, 가파르게 오르는 산길이 한결 가볍지 않더냐. 마음 씀이란 그런 것이다.
(*) 토끼봉은 반야봉에서 묘시(卯時, 토끼 卯)방향에 있는 봉우리라는 뜻.
명선봉 계단에서 지쳐 짜증스런 표정의 너를 보았다. 많이 힘들었지? 길옆에 세워놓은 위치 표지목의 일련번호가 500m 간격이냐고 물었었지. 일련번호와 지도를 보며 재빨리 목적지까지의 거리를 터득하는 너의 총명함을 읽었다. 그러나, 몸이 힘들수록 마음보다 실제거리는 더욱 멀게 느껴지지. 그럴때일수록 서두름을 피하고, 숲에서 마음의 평정을 찾아야 한다. 세상의 이치도 그러하다.
아들아,
숲속의 별천지, 연하천의 점심은 어떠하더냐. 여러 차례 연하천을 찾았지만 이번처럼 조용하고 아늑하기는 처음이다. 서두름도 번잡함도 없이 적당히 느슨하고 알맞게 여유로운 모습, 작년 여름의 장터같이 시끌벅쩍했던 기억이 말끔히 씻어지더구나. 오래된 구상나무 숲에 감싸여 조용히 은거한 곳, 하늘에 흰구름 떠가며 이웃세상 소식 전하는 곳, 그곳에서 식후에 잠시 오수를 즐기며 연하천의 꿈을 잘 꾸었느냐.
드디어 벽소령이다. 산상의 하룻밤을 묵을 곳이다. 일찌감치 시작된 산상파티가 무르익을 즈음, 윤오월 초닷새의 눈썹달이 벽소령에 걸렸더라. 너가 따르는 소줏잔에도 눈썹달이 스치더라. 벽소령의 달은 늘 처연함이 묻어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 달이 정겹게 느껴졌다. 성하(盛夏)의 짙푸른 녹음 속에 옛일을 모두 토해버리고, 새싹이 움트듯 초승달로 돋아나 그렇게 상큼함을 풍겼을까? 아들아, 그 싱그러움이 여드럼 송송 돋았던 몇 년전 너의 볼을 닮았더구나.
회색빛 비안개가 초승달을 가렸다가, 내놓길 반복했지. 그래도 왠지 예감이 좋았다. 내일 날씨가 맑으리라. 일찍 너를 잠자리에 보내고 초승달이 질 때까지 아빠는 벽소령을 지켰다. 아들아, 이병주와 이태를 아느냐. 정산과 길원 아저씨랑 처음처럼을 벗삼아 소등시간까지 그들의 지리산을 논했지. 그래도, 밤 9시밖에 안되었더라. 곤히 잠든 너의 모습을 보며 옆자리에서 잠을 청했다.
(3) 세 번째 꼭지 - 지리의 능선에서(이튿날)
아들아,
간밤에 잘 잤느냐. 벽소령의 아침은 어떠하더냐. 좀 더 일찍 깨우려다 한 시간을 더 지켜보았지. 당초 걱정과 달리 간밤에 장마비가 몰려오지 않아 다행이었다. 일기예보를 따라 준비한 우중산행 장비가 무용지물이 되었지만, 벽소령의 찬란한 아침햇살이 우리를 맞아주지 않았느냐. 산 그림자 조금씩 낮아지더니, 산장으로 쏟아지던 그 아침햇살이 정말 눈부시지 않더냐. 역광에 비친 그 초록바다가 다시 그립지 않느냐. 천왕봉을 향한 출발이 조금 지체되더라도 그 무슨 안타까움이 있더냐. 그것이 곧 가치(Value)에 대한 응접(應接)이 아니겠느냐.
새벽이슬에 젖은 나뭇잎들이 아침햇살 아래 속살을 드러내던 꽃대봉 숲길을 기억하느냐. 그 눈부심과 푸른 잎새의 상큼함이 아직도 가슴을 적신다. 여름숲이 선사하는 최고의 싱그러움이었지 싶다. 하늘 향해 감히 그 꽃을 피우지 못하고 새하얀 꽃봉오리가 땅을 향해 피는 함박꽃(산목련)의 함박웃음이 아직도 눈에 선하구나. 선비샘의 물맛에 힘을 얻어 앞장서 길을 나서던 너의 모습이 어른스럽더라.
영신봉 풀섶의 보라색 꽃들이 그 청초함을 뽐내고, 범꼬리풀 이쁜 빛깔로 그 꼬리를 살랑이는 모습에서 돌을 갓지난 너의 어린 시절 모습을 떠올렸다. 그저 바라만 보아도 마음이 열리고 가슴이 터진다. 여름 야생화가 내뿜는 싱싱한 기운이 어린 시절 너의 모습과 오버랩되며 내 몸 깊숙히 파고든다. 높은 산에서는 아직 철이른 원추리의 샛노란 꽃잎이 반가운 고갯짓을 하는데. 언제 봐도 그 결이 너처럼 곱더라.
아들아,
세석산장을 지나 촛대봉 오르는 길에는 하지를 지난 여름햇살이 따갑게 내리쬐었지. 소서가 눈앞이니 폭염이 멀지 않으리라. 그래도 산하의 짙푸른 녹음이 이 모든 뜨거움을 식혀주리라. 옛사람이 이르기를 '날씨의 춥고 더움을 피하거나 세상살이의 뜨거움과 차가움을 극복하는 일이야 어렵지 않지만, 내 마음의 얼음과 숯불을 제거하기는 참으로 어렵다'(*)고 했다. 마음을 다스리는 일은 사시사철 옷을 바꿔 입으면서도 그 본성은 늘 여여(如如)한 산에서 가르침을 얻으야 하지 않겠느냐?
(*) 天運之寒暑는 易避로되, 人世之炎凉은 難除라. 人世之炎凉은 易除라도 吾心之氷炭은 難去라. <菜根譚>
촛대봉에서 사과 깍는 너의 모습이 좋았다. 정성들여 껍질을 깍고 반듯이 잘라 사과를 나누더구나. 아빠라면 대충 쓱싹 문지르고 손으로 쪼갰을텐데 ..... 연하봉을 앞둔 1807봉의 정상에서 발아래 여름숲을 한동안 함께 바라보았지. 지쳐 힘들어하는 너에게 낯모르는 부부가 내준 포도 한 송이는 얼마나 달콤하더냐. 그 분들은 아마 산죽(山竹)을 스치는 바람에서, 산 속의 맑은 계류(溪流)에서, 숲에서 우짖는 새소리에서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들을 수 있으리라. 그럴수 있다면 비록 손에 가진 것 없더라도 얼마나 넉넉한 삶이겠느냐,
숲 속의 빈 방에 홀로 앉아 있어도, '비발디의 4계'같은 숲속 음악을 들을 수 있었던 산승(山僧)의 가르침이 문득 그립지 않느냐. 텅 비어있어도 오히려 넉넉함을 아는 그런 도리(道理)를 깨우쳐 보자. 그 마음으로 연하봉을 지나 장터목에 이르고, 다시 기력을 보충하여 천왕봉을 향해 당당히 앞장서던 너의 모습이 아직도 선연하구나. 천왕봉에 선 너의 해맑은 모습에서 '보다 멀리, 보다 넓게' 세상을 살아가리라는 믿음이 닿더라.
아들아,
천왕봉에 올랐다가 중산리 계곡으로 하산하던 길은 어떠하더냐. 산을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 일이 더 조심스럽지 않더냐. 오르고 나아감에 못지않게, 내려오고 물러섬에 더욱 지혜로워야 하지 않겠느냐. 다리가 풀려 더욱 어려웠던 하산길의 고통을 잘 감내한 너의 모습이 대견스럽더구나. 몸을 따라 마음도 힘들었을텐데, 마음을 잘 다스리니 육체의 고통도 가벼워지지 않더냐.
(4) 네 번째 꼭지 - 산을 내려와서
아들아,
하늘 아래 첫동네인 히말라야를 목숨걸고 오르내린 박영석과 엄홍길을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의 끝없는 도전이나 지구의 지붕 8000m의 희망과 고독같은 전문가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산에 올라 보통 사람으로서 산에서 느끼는 또 다른 세상을 읽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 있을 뿐이다. 산을 좋아하고 이해하는 방식은 저마다 다를지라도, 자기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 중에는 산에서 삶의 지혜와 영감을 얻는 이들이 주변에 많단다.
소요하듯 산을 즐기는 만화가(허영만), 산은 편을 가르지 않는다고 말하는 소설가(김훈)가 있다. 정신의 먹이를 찾아 산을 오른다는 시인(이성부)이 있는가 하면, 풀과 나무에게 길을 묻는다는 식물학자(이유미)도 있다. 애벌레의 눈으로 산을 본다는 동화작가(이상권)나, 산에서 마음의 눈이 열린다는 사진작가(김우영), 단순하고도 정직한 산에서 복잡한 경제학을 쉽게 풀어가는 홍은주도 있다. 아직 바둑도 산도 모른다는 겸양의 프로기사(조훈현)가 있는가 하면, 산도 과학도 나와 경쟁할 뿐이라는 과학자(조장희)도 있다.
이들은 모두, 소위 산이 만든 사람들이란다. 현실에서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각자의 꿈을 실현시키지만, 그들의 산은 하나같이 이상향을 구현하는 하나의 합일점이 있다. 너도 너의 세상에서 너의 꿈을 꾸고, 너의 이상을 펼쳐보거라. 멀리 보아라. 그리고 넓게 보아라.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넓게 본다. '갈매기의 꿈' 을 기억하지? 서울 수송동의 아빠 친구, 화산(華山) 아저씨의 통찰(洞察)과 혜안(慧眼)이 담긴 덕담(德談)을 졸라서 들어볼까?
'세계는 평평하다(The World is Flat)'는 토머스 프리드먼이나 '세계는 평평하지 않다(The World is Curved)'는 데이비드 스믹의 세계는 앞으로 나아갈 학문의 길에 던져진 과제이겠지? 세상의 삶도 학문의 길도 통찰이 필요하다. 통찰(洞察)이란 직시(直視)하여 궤뚫어볼 수 있는 특별한 역량이다. '넓게, 멀리, 깊이' 라고 하는 '서로 상이(相異)하면서도 통합(統合)되어야 하는 요구' 가 절박하리라. 그러기에 옹골차게 참구(參究)해야 할 화두(話頭)가 아니겠느냐. 당차게 잘 하리라, 믿는다.
아들아,
어렵고 힘든 여정이었다. 아빠와 달리 너는 산이라고는 집앞에 있는 대모산이나 청계산에조차 한 번 오른 일이 없었으니 걱정이 많았다. 그러나, 그러한 너를 데리고 지리산 종주를 꿈꾸었던 아빠의 마음을 궤뚫고 기대이상으로 잘 해주어서 고맙고 대견하다. 이번 지리산 산행을 함께한 정산(正山) 아저씨의 말씀대로, '지리산 종주가 그렇게 아주 대단하고 내세울만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너의 삶에 있어 오래도록 기억될 하나의 중요한 모티브'가 되리라 믿는다.
너를 핑계삼아 아빠는 참으로 여유롭고 넉넉한 지리산행을 했다. 나무들의 언어, 꽃들의 음색, 폭포의 깨우침, 바람의 향기, 구름의 무상함이 내 몸과 마음을 드나들었다. 소나무, 신갈나무, 서어나무, 물푸레나무, 오리나무, 층층나무 ..... 한 치도 서로의 키 자랑을 않는 지리의 나무들이 뿜어내는 피톤치드(phytoncide)를 가슴 깊이 들이키며 숲길을 걸었다.
더운 여름에 비지땀을 흘리며 너와 함께 지리산을 종주하고 싶었던 아빠의 오랜 바램을 이룰 수 있어, 아빠는 한없이 행복하다. 그래서,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속에서 깊고 편안한 잠에 곤한 몸을 맡길 수 있었지 싶다. 산행을 함께하며 도우미로서, 멘토(Mentor)로서 너를 지켜주었던 두 분, 정산(正山)과 길원 아저씨에게 늘 깊은 감사의 마음을 가지거라.
그리고,
정산(正山)과 길원 !
정녕 그대들의 따뜻하고 세심한 배려 덕분에 아들녀석과 오래 기억될 산행을 할 수 있었다. 기범이도 많이 행복해 했다.
앞으로도 젊은 녀석의 삶에 종종 길라잡이가 되어주길 부탁하고 싶다.
정말 많이, 억수로 고마웠다. 술 사께, 접시 사라.
목요일 저녁에 보자.
2009년 6월 29일(월) 저녁
폭염에 찌드는 도회지로 돌아와
아빠(월파)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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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일지]
1. 산행일정 - 2009년 6월 27일~ 6월 28일
2, 산행코스 - 성삼재~노고단~반야봉 왕복~연하천~벽소령~세석~장터목~천왕봉~중산리
3. 산행참가 - 아들(기범), 아빠(월파), Mentor(정산, 길원)
4. 산행시간
1) 6월 27일(토)
0335 구례구역 도착
- 매번 가던 구례읍의 동바리 해장국 대신 구례구역의 허름한 해장국집에 들기를 잘했다. 마음도 넉넉, 반찬도 풍성했어요.
- 새벽 4시, 우리가 해장국집을 떠나자 해장국집도, 구례구역도 차례로 불을 끈다. 잠시 새벽장이 서고, 새벽에 파시를 한다.
0430 성삼재 출발
0530 노고단 고개
0645 임걸령
0800 반야봉
- 기범이 힘들게 반야봉에 오른다. 제 키보다 더 큰 배낭을 짊어진 길원, 삼도봉으로 직진하지 않고 기어코 반야로 올라왔다.
- 시절의 연을 기다려 반야 중봉에 집지어 하룻밤 머물며 반야낙조를 보겠다는 우리들의 꿈은 여전히 유효하지요, 길원 님?
0915 화개재(35분 휴식)
1020 토끼봉(20분 휴식)
1150 연하천 도착(중식 및 휴식)
- 주말인데도 산객(山客)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들의 표정은 마냥 너그럽다. 목소리는 자근자근하고, 행동에는 여유가 있다.
- 오수를 즐기는 한 무리 산객들과 그 모습을 스케치하는 또 다른 여자 산객, 기범이도 벤치에 누워 잠시 꿈나라를 다녀왔다.
1335 연하천 출발
1353 삼각고지
1420 형제봉
1520 벽소령
- 언제나 빨간 우체통이 반겨주는 정겨운 곳이다. 오고가는 편지 없어도 우체통만 보면 이심전심으로 산상과 산하가 하나다.
- 벽소명월을 탐하러 4년연속 벽소령에 올라 매번 폭우에 퇴짜맞았는데, 마음을 비우니 금년에는 갓생긴 초승달이 반겨준다.
2) 6월 28일(일)
0500 기상
0630 벽소령 출발
- 아침 안개 환상이다. 역광이 빚어내는 찬란한 빛, 그 환상에 빠짐이 더할나위 없는 축복이다. 아무도 출발을 안서두른다.
0710 꽃대봉(덕평봉 전)
- 숲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에 넋을 잃고, 스치는 숲향에 이마의 땀을 씻는다. 분홍미소 활짝 핀 범꼬리, 그대가 사랑스럽다.
0730 선비샘(휴식 10분)
0920 세석
0940 촛대봉(간식 및 휴식 30분)
1125 장터목(85분 중식 및 휴식)
- 장터목은 이름 그대로 장터다. 산객들로 제법 붐빈다. 운무가 밀려들고 산은 제 모습을 숨겼다가 드러내기를 반복한다.
- 산은 원래 그대로 있는데 지나가는 객(雲霧)이 그 실체를 감추었다 드러냈다 한다. 운무가 던지는 선법문(禪法問)이다.
1250 장터목 출발
1345 천왕봉(10분 체류)
1407 천왕샘
1452 법계사/로타리 산장(10분 휴식)
1532 망바위
1604 장터목/천왕봉 갈림길
1635 중산리 매표소
1750 중산리 발
- 오후 여섯시가 지나니 지리산에 산그늘이 진다. 협곡 다랭이논의 벼도 8월을 기다리며 푸르름을 더하면서 자라고 있다.
- 그 벼는 아직 청춘이다. 청춘의 아들아, 다랭이논은 그 넓이나 생김새를 탓하지 않는다. 묵묵히 제 역할을 해낼 뿐이다.
- 덕천강을 따라 남명을 만나고 남사의 고가촌을 지나, 경호강가에서 성철과 문익점을 그리며 단성을 지나 원지로 간다.
- 저 고개너머에 유년의 아련한 추억이 있고, 질박함 속에서도 끈끈한 정이 묻어나던 고향이 있다. 안부를 묻고 상경한다.
1900 원지 출발
2230 서울 남부터미날
2305 역삼동(집)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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