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자리/* 심향(心香)

운길산 가는 길에

月波 2010. 7. 10. 23:03

 

 

운길산(雲吉山) 가는 길에

 

예봉산에 올랐다가 운길산 수종사로 가는 숲길에서 이정록 시인을 만나다.

숲속에서 그의 더딘 사랑을 만날 줄이야. 숲에도 시가 있고 사랑이 있었다.

 

 

 

돌부처는

눈 한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번 하는데 한 달이나 걸린다.

 

- 이정록, 더딘 사랑 -

 

 

 

 

무등산 규봉암에 가본 적이 있는가.

거기 가는 길에 돌기둥의 파편으로 장관을 이루는 너덜지대가 있다.

무등산 입석대와 서석대의 돌기둥이 풍화작용으로 무너져 내린 것이니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렸겠는가.

그 돌덩어리 파편이 모래무덤 되려면 또 얼마나 세월이 흘러야할까?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전광석화처럼 바삐바삐, 빨리빨리 살아가는 세상에서 이태백의 달은 여전히 한 달에 한번 윙크를 하며 세상에 대한 그리움을 표출한다.

돌부처는 눈감았다 뜨면 파편도 아니고 모래무덤이 되는 영겁의 사랑을 보여준다.

그 긴 사랑을 어찌 더디다고만 할 수 있으랴.

 

운길산에서 내려와 막걸리 한 사발 놓고 그 얘기를 나누었다.

더딘 듯 묵묵한 사랑이 참사랑이 아니냐고.

진권, 양성, 지현, 승호야, 그렇지?

 

 

2010. 7. 10. 늦은 밤에

운길산 수종사를 다녀와

월파

 

 

 

운길산에서 돌아본 예봉산 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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