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길산(雲吉山) 가는 길에
예봉산에 올랐다가 운길산 수종사로 가는 숲길에서 이정록 시인을 만나다.
숲속에서 그의 더딘 사랑을 만날 줄이야. 숲에도 시가 있고 사랑이 있었다.
돌부처는
눈 한번 감았다 뜨면 모래무덤이 된다.
눈 깜짝할 사이도 없다.
그대여
모든 게 순간이었다고 말하지 마라.
달은 윙크 한번 하는데 한 달이나 걸린다.
- 이정록, 더딘 사랑 -
무등산 규봉암에 가본 적이 있는가.
거기 가는 길에 돌기둥의 파편으로 장관을 이루는 너덜지대가 있다.
무등산 입석대와 서석대의 돌기둥이 풍화작용으로 무너져 내린 것이니 얼마나 오랜 세월이 걸렸겠는가.
그 돌덩어리 파편이 모래무덤 되려면 또 얼마나 세월이 흘러야할까?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전광석화처럼 바삐바삐, 빨리빨리 살아가는 세상에서 이태백의 달은 여전히 한 달에 한번 윙크를 하며 세상에 대한 그리움을 표출한다.
돌부처는 눈감았다 뜨면 파편도 아니고 모래무덤이 되는 영겁의 사랑을 보여준다.
그 긴 사랑을 어찌 더디다고만 할 수 있으랴.
운길산에서 내려와 막걸리 한 사발 놓고 그 얘기를 나누었다.
더딘 듯 묵묵한 사랑이 참사랑이 아니냐고.
진권, 양성, 지현, 승호야, 그렇지?
2010. 7. 10. 늦은 밤에
운길산 수종사를 다녀와
월파
운길산에서 돌아본 예봉산 능선
'편안한 자리 > * 심향(心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쌍봉사 대웅전과 철감선사 부도 (0) | 2011.08.17 |
---|---|
새해 새 아침 (0) | 2011.01.01 |
사진 한 장 (0) | 2010.05.23 |
거미줄바위솔 (0) | 2010.05.08 |
友와 朋 (0) | 2010.04.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