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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맥 02] 바람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月波 2010. 11. 28. 19:59

 

[호남정맥 02] 바람은 흔적을 남기지 않고

  

 

1. 산행개요

 

   (1) 산행일시 : 2010년 11월 28일(일), 무박산행

   (2) 산행구간 : 호남정맥 2구간 (슬치-갈미봉-옥녀봉-경각산-불재)
   (3) 산행거리 : 14.4 Km(도상거리)

   (4) 산행시간 : 6시간 50분(식사 및 휴식 1시간 20분 포함)

   (5) 산행참가 : 좋은 사람들 28명 합동산행

                        - 8인의 동행자 : 오리,성원,월파,정산,오언,은영,제용,기옥 

 

2. 산행메모

 

그믐이 멀지 않은 모양이다. 하현달이 외롭게 새벽을 밝히고, 산은 초겨울이다. 잎 떨어진 나뭇가지에 쏴하고 찬바람이 스치고 지나간다. 그 바람에 몇 잎 남지 않은 떡갈나무가 마저 벌거벗는다. 그러나 바람은 흔적 없이 사라진다.

떡갈나무의 나신(裸身)을 본다. 주름살이 깊다. 숲에는 떡갈의 잔해가 수북하다. 앞뒤로 산객(山客)이 줄을 섰지만 모두 묵묵히 걷는다. 낙엽 밟는 느낌이 포근하고 정겹다. 간간히 바람이 스치고 지나며 마음을 맑게 한다. 고요한 새벽이다.

낙엽을 밟아도 발자국이 남지 않고, 바람이 불어도 그 소리 남질 않는다. '風來疎竹(풍래소죽)에 風過而竹不留聲(풍과이불유성)'이라는 채근담의 글귀는 이럴 두고 하는 말일까? 바람이 성긴 대숲에 불어도 대나무는 그 소리를 남기지 않는다.

 

(*) 風來疎竹(풍래소죽) 風過而竹不留聲(풍과이불유성)  바람이 성긴 대숲에 오매 바람이 지나가고 나면 대는 소리를 지니지 않고

     雁度寒潭(안도한담) 雁去而潭不留影(안거이담불영)  기러기가 차가운 연못을 지나매 기러기 가고 나면 못은 그림자를 남기지 않는다.      

         - 채근담 전집 82

 

 

 

사람의 마음이란 무엇인가? 마음 씀씀이를 대숲에 비유해보자. 즉, 어떤 사물이 오면 받아들이되 가고나면 그것에 얽매임이 없이 훌훌 털어버리라는 가르침이다. 옛 선사(禪師)가 이르기를 竹影掃階塵不動(죽영소계진부동)이라 했다. "대나무 그림자가 댓돌을 쓸고 지나가도 티끌 하나 일지 않는다"는 그 말씀이 더욱 가슴으로 다가온다.

그렇게, 그렇게 마음의 불을 밝히며 어둠 속에 갈미봉을 오르고, 떡갈과 신갈나무 어우러진 참나무 숲길을 걸어 옥녀봉에서 붉어오는 동녘 하늘을 맞이한다. 이후 경각산을 거쳐 불재에 이르는 길은 툭 트인 전망에 콧노래 부르며 낙엽을 밟는 산행이었다.

짧은 산행, 느긋한 여정. 그 속에도 나만의 기다림이 있었다. 슬치에서 불재로 향하는 내내 맞은편에서 걸어올 한 분과 조우하길 기다렸다. 그러나 이번에도 시절의 연(緣)이 닿지 않았다. 아쉬워라.

'숲'과 '바람'은 만났으되, '꽃'은 피지 않았더라. 이제 어느 산줄기에서 그 기대를 다시 할까?

 

 

 

산에서 내려오니 오전 10시 35분이다.

산으로 들 시간에 산에서 내려왔으니, 무작정 상경(?)을 서두르기엔 멋적다. 무언가 산 아랫마을을 챙겨봐야 하는데 사전 준비가 없었으니.

전주 한옥마을, 경기전, 전동성당을 겉핥기하고, 전주 한정식에 쌀로 빚은 특주를 맛보다.

대낮에 귀경하여 양재동에서 오언의 생일파티.

전주의 한정식은 오언이 내고, 양재의 메기대감은 기옥 누님이 쏘다. 감사! 심신이 모두 포만!

 

 

2010. 11. 28.

호남의 산에서 돌아와

월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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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시간]

 

0010 양재동 출발

 

0345 슬치 출발

0520 갈미봉(539.9m, 10분 휴식)

0640 편백숲 갈림길

0708 옥녀봉 갈림길(578.7m, 옥녀봉 왕복, 옥녀봉 10분 휴식)

0740 일출

0800 (마지막)편백숲(아침식사 20분)

0900 암봉

0910 전망바위(15분 휴식)

0930 경각산(659.3m, 20분 휴식)

1020 전망바위(5분 휴식)

1035 불재

 

1110 전주 한옥마을 도착

1310 전주 한옥마을 출발

1620 양재동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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