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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맥 04] 은빛 세상에 코발트빛 하늘

月波 2011. 1. 9. 22:09

 

[호남정맥 04] 은빛 세상에 코발트빛 하늘

 

1. 산행개요

 

   (1) 산행일시 : 2011년 1월 9일(일), 무박산행

   (2) 산행구간 : 호남 4구간 운암삼거리(초당골)-묵방산-가는정이-성옥산-소리개재(마루재)-왕자산-구절재 

   (3) 산행거리 : 15.1 Km(도상거리)

   (4) 산행시간 : 8시간 30분

   (5) 산행참가 : 좋은 사람들 24명 합동산행

                        - 7인의 동행자 : 오리,월파,정산,오언,은영,성호,제용

 

2. 산행메모

 

(1) 산행 스케치 20제(題)

 

    1) 어둠 속의 초당골, 산에 마음을 묶다

    2) 묵방산 가는 길의 미로(迷路)

    3) 러셀(Russell), 길 없는 길에서 길을 만들다

    4) 어둠의 빛깔이 짙은 묵방산

    5) 여우치 마을의 새벽잠을 깨우다

    6) 가는정이, 동녘이 걷혀오는 시간이다.

    7) 묵묵히 성옥산(388.5m)으로 향하다

    8) 운정리로 알바한 사람들, 그들이 부러운 뜻은?

    9) 눈 속에 펼친 돗자리, 뜨끈한 국물보다 더 좋은 게 있으랴

  10) 스키 타듯 활강, 소리개재로 내려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11) 얼어붙은 세상, 개미 한 마리 얼씬거리지 않는다

  12) 산자분수령, U자 능선을 오르고 그 길을 돌아나오다

  13) 왕자산, 공주도 한 사람 오르다

  14) 나무의 삶, 모두 모여 노목(老木)의 삶에 빠지다

  15) 광산 김씨 묘역, 살아서 빛나는 삶이 멋있는 법인데 .....

  16) 439봉, 은빛 세상에 잉크빛 하늘이 펼쳐지다

  17) 정상에서 마시는 하수오酒,  그 한 잔에 온 몸이 사르르 .....

  18) 구절재 내려서는 길에서 만난 눈 속의 야생난

  19) 산내의 등심, 언양 A 지구에 밀리지 않더라

  20)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머문 그 자리가 아름답다

 

  

(2) 산행 단상(短想) -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나 하나 꽃 피어 풀밭이 달라지겠느냐, 나 하나 물들어 산이 달라지겠느냐'고 (섣불리) 말하지 말라는 시인이 있지요.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아니겠느냐,  내가 물들고 너도 물들면 결국 온 산이 활활 타 오르는 것 아니겠느냐' 는 게 조동화 시인이 부르는 삶의 노래입니다.

 

칼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입니다. 지난 한 주 여의도 금융가의 빌딩 숲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힘들면 그 노래를 흥얼거렸습니다. 얼추 일이 마무리 되는 듯싶어 가벼운 마음으로 심야버스를 타고 호남의 산으로 들었습니다. 늘 그렇듯 산은 소리 없이 산객을 맞이하고 지친 육신에 맑은 영혼을 불어넣었습니다. 여의도식 셈법에 충실했던 1주일에서 한 발짝 물러서 산으로 드니 비로소 사람의 삶이 제대로 보이는 듯했습니다.

 

흰 눈이 산골마을을 덮고 주위엔 개미 한 마리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 깊은 곳, 저 어두운 곳에서 누군가 울고 있고, 거기서 누군가 깊이 좌절하고 절망하고, 거기서 꼭 우리 같은 사람들이 어쩌면 가난하고, 외롭고 ...... 그리고 우리는 그 깊고 어두운 곳의 현실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다. 그렇다면, 시대의 어둠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입니다.

 

먼 훗날 역사가들은 우리 시대를 어떻게 기술할까요? 치열한 경쟁 속에서 국부를 증진시키고 세계 속에 국가의 위상을 한껏 고양시켜 후손에게 보다 넉넉한 삶의 터전을 물려준, '공리에 충실했던 건강한 자본주의 시대'였다고 할까요? 아니면 가난의 고통에 모멸을 더하고 인간의 존엄성이 다수의 이익에 매몰당한, '자유 자본주의의 폐해가 극심했던 시대'였다고 쓰게 될까요?

 

내일 아침이면 산으로의 짧은 외출에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갑니다. 그 삶의 터전에 매서운 바람이 불겠지요. 정치인들은 왼쪽과 오른쪽의 슬로건을 내세우며 각자의 깃발 아래로 줄 세우기에 여념이 없는 세상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나는 왼손보다 오른손을 잘 쓸 테고, 그것이 절대다수의 행복을 늘리는 길이라 믿으며 그 삶의 방식에 충실하고 있을 겁니다. 

 

그 와중에도 왼손이 생각하는 삶의 꼭지를 놓을 수야 있겠습니까? 눈과 마음이 잘 닿지 않는 구석진 곳, 그 세상을 향해 마음을 모으고 싶어지는 밤입니다. 조동화 시인의 노래를 다시 불러봅니다. "나 하나 꽃 피어 꽃밭이 달라지겠냐고 말하지 말라. 네가 꽃 피고 나도 꽃 피면 결국 풀밭이 온통 꽃밭이 되는 것 아니겠느냐."  그렇습니다. 불끈 힘이 솟아납니다.

 

역시 산은 좋은 벗이요, 활력을 주는 동지입니다. 함께 한 산우님들 감사합니다.

 

 

2011. 1. 9.(일) 늦은 밤에

은빛 세상에서 돌아와

월파(月波, 달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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