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여행/* 마라톤 완주기

가을의 전설, 춘천마라톤 10년

月波 2011. 10. 24. 20:15

 

 

춘천, 삼악산, 의암호, 마라톤 .......

그 어느 해보다 삼악산의 단풍은 붉고 의암호의 수초는 맑게 비치더라.

호수로 내려온 단풍과 호수의 물풀이 실루엣처럼 어울리는 춘천 의암호, 그 호반을 달리는 춘천 마라톤을 열번째 다녀왔다.

춘천에 10년을 개근하고, 소위 조선일보 '명예의 전당'에 이름 석자를 올린 셈이다.

마라톤에 대한 열정이 단풍보다 더 붉었던 것일까?

 

마라톤 입문 10년을 되돌아본다.

40대 중반, '건강'이라는 화두로 달리기를 시작했었지.

그해 가을 춘천에서 풀코스 첫머리를 올리고 스스로를 대견해하며 환호했었지.

그 다음 해에는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팔도강산을 돌아다니며 한 해에 10번이 넘는 풀코스 완주를 했었지.

그러던 어느 해에는 기록에 목말라 참선 수도하는 수행승처럼 겨울 내내 몸을 담금질하며 훈련에 몰입했던 때도 있었지.

그렇게 만든 기록으로 이듬해 봄에 제111회 보스톤 마라톤에서 Heartbreak Hill을 달리며 남다른 추억을 가슴에 새기기도 했었지.

그 이후에도 달리기는 계속되었지. 다만 나의 마라톤은 즐거운 달리기 모드로 확연히 전환되었고, '빨리'라는 명제에 대한 열망을 버렸지.

 

기록에 대한 염원을 버리는 순간 달리기는 더욱 즐거워졌다.

10월이면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단풍이 익는 춘천으로 달려갔으니, 올해로 춘천마라톤만 10번째다.

호수와 단풍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진 호반에서 10년째 상엽홍어이월화(霜葉紅於二月花)를 노래하며 달렸지.

누구는 말한다. 조선일보 춘천에서는 즐거운 달리기를 하고 동아일보 서울에서는 기록을 위해 달린다고.

 

주위의 클럽 멤버들은 여전히 기록이 화제다. 젊은 후배들은 더욱 그렇다. 

그러나 초기의 2~3년을 빼곤 대부분 즐거운 달리기 모드를 유지해 왔다. 금년에도 작년에 이어 4시간을 넘게 달렸다.

그래도 나에게 춘천은 청춘이다. 춘천, 그 이름 듣기만 해도 가슴이 뛴다. 빨리 뛰어야 청춘이랴. 가슴이 설레면 청춘이지 않은가!

춘천의 '즐거운 달리기' 모드는 앞으로도 지속되리라.

 

42.195Km

4시간 13분 15초

뛴다 끝까지 즐겁게!

 

 

사진 : 조선일보 DB

 

 

2011. 10. 24.(월)

월파(月波)

 

 

<PS>

금년에도 소양6교를 지나서 구미의 박교수를 만나 결승선까지 동반주 했다.

약속하지 않아도 매년 주로에서 만나니 우리의 복이지 않은가.

잘 내려갔는가? 회복 잘 하고 동아에서 만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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