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북정맥 10] 환한 마음, 그 자리가 꽃길인 것을
1. 산행개요
(1) 산행일시 : 2012년 5월 6일(일), 당일산행
(2) 산행구간 : 오산3거리-호명산-한강봉-챌봉-항공무선감시소-울대고개
(3) 산행거리 : xx.xKm
(4) 산행시간 : 4시간 40분(0820-1300), 여유로운 산행
(5) 산행참가 : 4명의 산친구들 (성원,월파,성호,제용)
2. 산행후기
(1)
오산3거리에서 산성(山城, 212.8m)을 향해 산행을 시작한다. 날씨는 화창하다. 꽃망울 구경하기 힘들었던 3주전에 비해 왠만한 봄꽃은 지고 나무에는 푸른 잎이 제법이다. 나뭇가지에 물오르는 소리 들리는 듯하다. 계절의 무상함이여! 이런저런 연유로 산행이 한 주 늦어지면서 동행하던 멤버들이 반으로 줄었다. 단촐하니 걸으니 걸음은 빠르다.
산성의 흔적이 남아있는 대모大母산성 터에 서니 북쪽의 광적면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고대의 전쟁사에서 전략적 요충지였던 산성은 이제 낮은 야산처럼 느껴진다. 여기저기 개발이 진행되어 주거지와 가까워지니 자연히 마을 뒷동산 쉼터가 되었다. 송전탑을 지나 작鵲고개(어둔동御屯洞고개)에 이른다. 걷는 걸음에 탄력이 붙는다.
작(鵲, 까치)이니 어둔(御屯)이니 하는 지명의 이름을 생각하며 걷는다. 까치도 날지 않고 임금이 머물렀던 흔적도 없다. 다시 송전탑 둘을 지나 30분쯤 걸었을까? 호명산(虎鳴山, 423m)이다. 호명虎鳴이라, 여기서도 호랑이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걸음아 날 살려라'하고 달릴 일 없으니 봄바람에 쑥캐러 나온 동네 처자처럼 나긋나긋 숲길을 걷는다.
갈림길이 나타난다. 직진하면 흥복산(지도상의 463.3봉)이다. 여기서 오른쪽 길을 택해 잠시 걸으니 흥복고개다. 백석읍 복지리 흥복마을로 연결되는 야트막한 고갯마루다. 잠시 후 8각정이 있는 한강봉(489.0m)에 오른다. 출발한지 미처 2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한강봉에서 우측으로 은봉산을 거쳐 감악산으로 이어지는 감악지맥이 분기한다.
(2)
한강봉에서 5분 남짓 걸었을가? 분기점 표시가 큼지막하게 붙어있다. 현위치가 표시(N37 45.864 E126 58.400)가 상세하게 적힌 의정부 모 산악회의 안내판이다. 박성태씨가 주장하는 소위 '신산경표'상의 한북정맥 오두산 구간과 원래의 산경표상의 장명산으로 가는 길의 갈림길이다. 산경표를 따라 챌봉으로 향한다. 사패산, 도봉산, 우이령 지나 상장능선을 타고 장명산까지.
다시 걷는다. 꾀꼬리봉(425봉)을 지나 챌봉(516.0m)에 오른다. 그 산이름이 묘하다, '기름값이 묘한(?)' 것이 아니고. 이름은 겉치레이니 신경을 끊고 눈앞에 펼쳐지는 파노라마에 혼을 맡긴다. 한북 11차에 걷게될 사패산, 도봉산 능선이 눈앞에 펼쳐지고, 이웃한 북한산과 오봉이 손을 내밀어 유혹한다. 좌측으로는 의정부 너머 수락산도 고개를 내민다.
윙윙 소리를 내는 챌봉의 산불감시 카메라를 뒤로하고 항공무선표지소를 향해 숲길을 걷는다. 어느 제과회사의 등산면접코스와 이런저런 조형물을 지난다. 등산실력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하면 여러 사람 좋아하겠다. ㅋㅋㅋ 하기야, 산을 오르내리는 실력과 산을 즐기는 마음이 합쳐지면 심신일체이니 그 무엇을 감당하지 못하리.
울대고개에 마중나온 의정부의 소울메이트 아우님가 반갑게 조우한다. 1년간 호남정맥을 함께 하며 꽤 정이 들었었지. 맛집에서 늦은 점심에 곁들이는 막걸리 한 사발도 좋았지만, 오랜만에 만난 소울메이트 아우님의 은근한 미소와 재담이 더할 나위 없는 즐거움을 안겨주었다. 짧은 산행 후에 즐기는 뒷담화의 매력이랄까?
산행 말미에
긴 겨울의 끝에 찾아온 완연한 봄입니다. 낮은 산에는 봄꽃이 부산히 피었다가 어지러이 지고 있었습니다.
섬진강 시인 김인호의 글이 생각났습니다. 섬진강 백리길이 온통 꽃빛이던 날에, 어느 선배가 김인호 시인에게 짧은 글을 보냈습니다.
"섬진강길이 온통 꽃길인데, 꽃구경 차로 길이 꽉꽉 막혔다는데, (꽃 보러) 달려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처지........"
시인은 이렇게 답을 보냅니다.
"허나 너무 서글퍼하지는 마세요. 어제 핀 꽃 오늘 흩날리니, 저 꽃들 몇 조금이나 가겠습니까."
"고단해도 늘 환한 마음, 그 마음이 환한 꽃길 아니겠습니까."
마음 한번 돌이키면 바로 거기에 꽃길이 있습니다.
환한 마음이 바로 꽃길인 것입니다.
2012. 5. 6.(일) 늦은 저녁
의정부의 막걸리에 흥건히 취해
월파月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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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시간]
0820 오산3거리
0833 산성
0845 작고개
0930 호명산 10분
0950 갈림길
1000 홍복고개
1020 한강봉 20분
1055 신산경표 갈림길
1110 챌봉
1210 항공무선감시소
1240 계곡
1300 울대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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