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따라 길따라/* 백두대간

(13) 억새평원에서 행복했노라

月波 2005. 6. 29. 16:58
 

억새평원에서 행복했노라 - 백두대간 13차)

 

 

 

조촐하지만 알차게 꾸며낸 백두대간 13차 산행은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멋진 가을산행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억새밭에서, 참나무 밭에서 거닐었으니까요.
새하얀 꽃밭 억새평원에서 운해를 즐기던 일, 걸어도 걸어도 끝나지 않던 참나무 숲길은 대덕산 얼음골 약수, 덕산재의 산삼김치(?), 꿀맛같았던 해인동의 막걸리와 함께 세월이 지나도 잊지못할 추억으로 남을겁니다.


1. 산행기록

(1) 산행일시 : 2004년 10월 3일(일) 10:10-17:50 (당일 산행, 7시간 40분)
(2) 산행구간 : 소사고개-초점산(거창 삼도봉,1248.7m)-대덕산(1290m)-얼음골 약수-덕산재(644m)-853.1봉-부항령(삼도봉 터널,618m)-1170.6봉-(목장지대)-삼도봉 전 안부-(하산)-해인리 산삼약수터

(3) 산행거리 : 도상거리 16.5Km, 실거리 약18Km, 진출 1Km
(4) 산행참가 : 권오언,남시탁,박희용,송영기,이성원,정제용,지용,진성박,홍명기,서종환,이경주
(5) 운행기록 : 총 14시간 30분(상세 일정 아래 첨부)


2. 산행기

(1) 똘똘뭉친 대간돌이들

오늘 대간길은 왠지 다른 때와 느낌이 다르다. 개포동역에 도착하니 남대장과 정산이 먼저와 몸을 풀고 있다. 10월의 5시45분은 이른 새벽이다. 약속시간인 6시가 되자 11명이 모인다. 비록 숫자는 적지만 면면을 보니 모두 대간의 종착점을 함께할 사람들이다. 아직 스스로를 대간돌이라 부르기가 쑥스럽지만 대간에 대한 애정이 누구보다도 깊은 사람들이다. 진부령까지 마루금에 왼발, 오른발을 맞출 동반자라 생각하니 가슴이 시큼하도록 정감이 간다.

그런데, 6시가 지나도 우리가 타고갈 전세버스가 오지 않는다. 10여분을 기다리다 색다른 시도를 감행한다. 버스를 포기하고, 일행이 가져온 2대의 Rexton에 분승하여 무주 소사고개를 향해 자차(自車)로 길을 떠난다. 백두대간에 마음을 뺏긴 11명의 대간돌이가 똘돌뭉쳐 새로운 시도를 하는 셈이다. 아침 7시가 지나서야 버스기사와 연락이 되었지만 우리는 이미 경부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

오전 10시를 앞두고 소사고개에 도착한다. 소사고개, 경남 거창과 전북 무풍을 이어주는 고개마루다. 태풍으로 북덕유산 입산이 금지되어 비안개속에 짧은 대체산행을 했던 지난 11차 산행의 종착지이다.
타고온 차는 어떻게 하나? 산행을 마치고 택시를 타고 돌아오기로 하고 길가 안전지대에 차를 세워두고 출발준비를 한다. 삼도봉을 향해 신발끈을 졸라맨다.(10:10) 11명의 대간돌이가 마음을 하나로 묶는 것이다.


(2) 소사고개에서 다시 잇는 대간길

소사고개(해발 680m)를 떠나 초점산(거창 삼도봉)으로 향하는 산길에는 고냉지 채소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농부들은 거둬들인 배추를 트럭에 싣느라 여념이 없어보인다. 소사고개는 해발 1,000m가 넘는 두개의 산(덕유삼봉산과 초점산) 사이에 놓여 있는 고개이면서도 깍아지르는 고개마루가 아니다. 제법 큰 들녁을 안고있어 넉넉한 품새가 다른 고개들처럼 야박하지 않아서 좋다.

고냉지 채소밭을 지나 오른쪽 산길로 접어들자 제법 가파른 오르막이 시작된다. 앞에서는 달리고 뒤에서는 따라 오고...... 얼마나 올랐을까? 발아래만 보고 가파른 길을 오르는데 앞서가던 남대장과 이성원님이 길을 막고 서있다. 된비알에 억새가 새하얗게 꽃을 피우고 있다. 누가 이 억새밭을 그냥 지나갈 수 있겠는가?


아! 이토록 눈부시도록 푸르른 날에 억새밭을 걷는 복은......

키를 넘는 억새가 가파른 오르막길 양쪽에 늘어서서 박처럼 하얀꽃을 피우고 있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짙푸르다. 아, 눈이 시리도록 맑은 하늘이다. 산아래 거창 고제의 좁은 벌판은 온통 황금빛으로 도배를 하고있다. 이렇게 좋은 날에, 이렇게 푸르른 날에 대간길을 이어가는 복은 어느 님의 덕인가?

남대장은 햇살아래 넋이 나간 모습이고, 오늘 처음 백두대간에 합류한 철녀 이경주님은 두팔벌려 하늘을 감싸 안는다. 오늘따라 나의 주황색 티셔츠가 유난히 색감이 좋다고 야단이다. 디카에 그 모습을 모두 담는다.


하늘아. 내 가슴을 안아다오(초점산 오르는 억새밭길에서, 이경주님


(3) 대덕산(大德山)은 고승(高僧)의 풍모인가?

잠시 길을 오르니 초점산(1248.7m, 거창 삼도봉)이 바로 발아래에 있다.(11:10) 정상 표지석 앞에서 잠시 쉰다. 초점산은 경남 거창과 경북 김천, 전북 무주에 걸쳐있다. 백두대간에 있는 세개의 삼도봉중의 하나다.

정상에서 지나온 길을 되돌아 본다. 11차 산행시 비안개속에 앞뒤 분간을 못하고 걸었던 덕유삼봉산의 빼어난 모습이 한 눈에 들어온다. 지난 산행의 말미에 소사고개로 내려서며 잠시 길이 헷갈렸던 일을 떠올린다. 초점산에서 보니 덕유 삼봉산에서 소사고개로 내려서는 대간 마루금이 확연히 드러난다.

대덕산(1,290m)을 향해 길을 떠난다. 대덕산(大德山), 그 이름의 유래는 어디서 생긴 것일가? 고승대덕(高僧大德)의 대덕(大德)인가? 그렇다면 수행을 높이 쌓은 고승의 풍모를 닮았을가? 그 생긴 모습이 자못 궁금하다. 산세가 웅장하거나 암릉에 쌓인 험산은 아닐 것 같다. 섬세하고 여성스러운 설악의 모습은 더더욱 아닐거다.

부드럽고 유연하면서도 강인함을 품고있는 육산의 모습을 그려본다. 평소 갖고 있던 고승대덕의 모습에 대한 선입견의 발로인가? 다 부질없는 망상이라는 생각에 이내 고개를 젓는다. 산은 모두 다 같은 모습인데,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는데, 어쩔 수 없는 중생이 혼자서 쓸데없이 이 모습 저 모습을 머리속에 그렸다가 지웠다가 하는 것이 아닌가?

산은 욕심없이, 스스로 한 점의 소유함도 없이 뭇 세상을 감싸안은 채 항상 그 자리에 있는데...... 그 얼굴, 그 모습은 그저 여여할 뿐인데......


억새밭 너머로 보이는 대덕산의 넉넉한 풍모(?)


(4) 억새밭에서 마냥 행복했노라

마음을 가다듬고 대덕산을 향해 새롭게 발걸음을 옮긴다. 초점산 지난 안부에서 올려다보는 대덕산은 온통 억새밭이다. 그러나, 아직 대덕산 억새의 진수를 느끼기엔 아직이르다. 첫번� 능선에 올라서니 광활한 억새밭이 나타난다.

억새밭 너머로 가야산계의 산능선이 병풍을 두르고 있고 그 뒤로 구름바다가 펼쳐져 있다. 이른바 억새평원 너머의 운해다. 그 누구도 발걸음을 함부로 움직이지 못한다. 그저 억새평원에 자신을 맡긴채 신선처럼 운해에 빠져있을 따름이다. 모두가 한 마음이 되어 카메라 셔터앞에 같은 모습으로 웃는다. 그저 자연과 하나가 되어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 어떤 상태인지, 뭐라고 이름지어 불리는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는다. 그저 우리의 무의식속에 자리잡고 있는 그 자연스러움과 편안함에서 한 없는 마음의 여유를 누릴 뿐이다. 이것이 정녕 행복이 아니던가?


억새평원 너머의 운해를 가슴에 품은 이 천진난만한 웃음을 보라!


(5) 얼음골 약수와 덕산재의 별미

대덕산 정상인 투구봉(1,290m)에서 덕산재(644m)로 내려서는 길은 제법 가파르다. 그러나, 아직 체력이 버티고 있고 덕산재에서 즐길 휴식과 먹거리가 있기에 힘차게 내리막을 달려내려간다. 무릎에 간혹 이상이 있엇는데 오늘은 괜찮다. 주인 잘못만나 고생하는 다리에게 미안한 생각을 가져보며, 길가에 늘어선 떡갈나무와 굴참나무 등걸들을 지팡이 삼아 길을 재촉한다.

어느새 얼음골 약수터다.(12:40) 얼음처럼 시원한 약수를 한 바가지 들이킨다. 시원함이 폐부에 와 닿는다. 물맛 또한 과히 일품이다. 지리산 능선의 샘터중 물맛좋기로 소문난 임걸령 샘터의 물맛도 얼음골 약수에 비할바가 아니다. 왜 얼음골 약수라 부르는지 알것 같다. 얼음골 약수를 아끼는 사람들이 이렇게 외칠만 하다. 한 모금 샘물을 마시며 산이야 말로 우리의 진정한 구원자요, 여유로운 친구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

약수터 주변에 피어있는 한 떨기 구절초를 디카에 담으며 덕산재로 향한다. 덕산재는 옛날 주유소를 겸한 휴게소의 겉모습만 남은채, 유난히 큰 몸집의 도사견과 초라한 산삼판매장이 쓸쓸히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그게 무슨 상관이랴? 우리는 각자가 가져온 떡과 빵을 밥으로 삼고, 막걸리를 국으로 삼은채 산삼김치를 반찬삼아 모두들 별미를 즐기며 덕산재의 오찬을 즐기고 있었다. (12:56 덕산재 도착, 13:28 덕산재 출발)

- 덕산재 : 전북 무주군 무풍면 금평리와 경북 김천시 대덕면 덕산리를 잇는 고개마루. 해발 644m) 무풍은 정감록에서 삼재를 피할 수 있는 10승지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음.


얼음골 약수터에 피어있는 한 떨기 구절초


(6) 부항령 가는 숲속에서

덕산재를 떠나 부항령으로 가는 발걸음은 가볍기 이를데 없다. 점심에 곁들인 막걸리 한 잔이 얼얼하게 얼굴에 홍조를 띄우지만, 미처 30분이 되기 전에 땀으로 배출된다. 서울서부터 얼음에 얼려 배낭에 지고 온 막걸리는 매 산행시마다 권팀장이 준비하는 별미다. 오늘은 제용님이 한 통, 종환님이 한 통을 더 준비했으니 그 넉넉함이 덕산재에 비할 바가 아니다.

폐광터를 지나고(13:46) 해발 800m 전후의 낮은 무명봉을 몇 개 오르내리니 853.1봉 정상이다. 숲속에는 유난히 신갈나무, 갈참나무, 상수리 나무등 참나무과의 나무들이 눈에 많이 띈다. 그 중에는 밤나무도 있다. 밤나무가 참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라는 사실은 최근에야 알았다. 곰곰 생각해보니 밤나무의 수피, 잎의 모양이나 형태가 다른 참나무류와 닮았고, 열매인 밤의 형태도 참나무류의 열매인 도토리와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853.1봉을 내려서는 길목에는 야생 밤나무들이 즐비하다. 그 아래에는 익어 떨어진 밤톨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선두그룹의 권팀장과 이성원님은 걸음을 멈추고 밤줍기에 여념이 없다. 밤의 산지로 유명한 공주가 고향인 어느 동료의 얘기를 떠올린다. 추섣에 고향에 갔더니 밤나무에 밤이 주렁주렁이지만 수확할 일손이 없어 그대로 방치하는 일이 허다하단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숲속에서 열심히 밤을 줍고있는 대간돌이의 모습에는 왠지 소유욕을 읽을 수 없다. 혼자서 많이 줍겠다는 욕심도 읽을 수 없다. 밤을 주워다가 시장에 내팔겠다는 생각은 더더욱 읽을 수 없다. 그런데, 무엇이 그들을 열심히 밤을 줍게 만들고 있는 것일까? 진부령까지 백두대간을 타다가 더 이상 북으로 갈 수 없으면, 다시 북에서 남으로 백두대간을 걷겠다는 그들이다. 밤을 줍는 그들의 모습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이에 빠져있던 어린 시절의 나를 발견한다. 밤줍는 일이 놀이처럼 그저 즐거운 그들에게서 천진무구함의 극치를 본다.


부항령 가는 숲속에 흐드러지게 � 들국화(구절초) 밭에서


(7) 졸참나무에서 삶을 배운다

오후 3시를 조금 못미친 시각에(14:52) 부항령에 도착한다. 부항령 아래로는 삼도봉 터널이 지나가고 있다. 여기서 오늘 산행을 마무리하느냐 당초 계획대로 삼도봉까지 가느냐의 갈림길에 선다. 삼도봉까지는 정상적으로 3시간 정도 걸리고, 중간에는 마땅한 탈출로가 없다. 지금 산행을 계속하면 오후 6시가 지나야 하산이다. 10월의 오후 6시는 산에서는 어둠이 짙게 내리는 시간이다. 산행을 계속하느냐, 마느냐 마음이 반반이다. 이럴 때에 산행대장의 결단이 필요하다.

후미가 도착하기를 기다려 의논끝에, 모두 삼도봉으로 산행을 계속하기로 의견을 모은다. 해지기 전에 산행을 마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한눈 팔지않고 길을 재촉해야한다. 체력은 서서히 고갈되는데 안전이 걱정이다. 선두, 중간, 후미 그룹으로 조편성을 하고 강행군을 시작한다. 후미를 기다리는 사이에 부항령에서 만난 약초꾼의 얘기를 너무 쉽게 믿은 것이 아닌지 은근히 걱정이다. 지리산 중산리 법계사에서 천왕봉 오르는 길처럼 된비알이지만 2시간 남짓이면 삼도봉까지 갈수 있을거라고 ......

부항령(618m)에서 삼도봉가는 길은 해발 1,000m가 넘는 여러 개의 무명봉을 차례로 오르내리는 험한 길이다. 400여m 고도를 급히 올랐다가 급히 내려서기를 반복한다. 삼도봉이 자꾸 눈에 어른거리지만 험난한 길가에는 참나무 숲만 무성할 뿐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다. 서두르는 마음 탓에 자꾸 초조해지고 지쳐간다. 이럴 때일수록 느긋해져야 하는데..... 마음을 바꿔 본다. 어두워지면 이마에 랜턴을 달고 하산할 각오를 하니 오히려 여유가 생긴다. 편안한 마음으로 다시 숲길을 살핀다.

숲에는 온통 참나무 밭이다. 오늘 산길에는 유난히 참나무가 많다. 참나무중에는 봄에 새잎이 가장 먼저 나오는 신갈나무, 잎이 참외모습을 닮은 떡갈나무도 보이고, 어릴 때 도토리나무라고 불렀던 상수리 나무는 여기저기 숲속에 널려있다. 떡갈나무와 닮은 갈참나무는 내 짧은 실력으로는 분간하기 어렵다. 간혹 수피(껍질)가 두꺼운 굴참나무도 보인다. 다른 참나무류와 달리 이 굴참나무는 상수리나무와 함께 꽃이 핀 다음 해에 열매가 익는다. 특이한 녀석이다.

참나무 숲길을 걸으며 참나무중 키가 가장 작고, 잎사귀도 가장 작은 졸참나무 얘기를 떠올린다. 나이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새삼스럽게 읽은 동화속의 얘기다. 동화속에 나오는 강원도 정선의 깊은 산속 졸참나무는 참 품성이 넉넉하다. 아랫마을에 흉년이 들면 졸참나무는 스스로 열매를 많이 영근다. 졸참나무의 도토리로 가난한 마을사람들을 배곯지 않게 할려고......

그래서 졸참나무는 부처님 나무라고도 불린다. 졸참나무는 나보다 더 어려운 사람을 보듬는 삶의 귀중함을 깨우쳐 준다. 삼도봉을 향해 걷는 이 참나무 숲길이 비록 힘들고 지치지만, 마음 한편에는 나보다 약한 자를 위해 마음을 베풀 수 있는 덕을 쌓게한다.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8) 삼도봉을 눈앞에 두고

졸참나무 생각에 젖어 힘든 줄을 잠시 잊고 1170.6봉에 오르니 민주지산과 삼도봉이 한 눈에 들어온다. 오늘 산행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음을 직감한다. 1170.6봉 내려서는 길은 잘 정돈된 계단길이다. 나무판으로 놓여진 길들이 산속에 나타난다. 산위의 고원지대다. 목장인가 보다. 목장지대를 지나 눈앞의 봉우리를 오르니 삼도봉이 지척이다.

갑자기 발걸음이 가벼워진다. 곧이어 삼도봉을 500m 앞둔 안부에 도착한다.(17:30) 길을 서둘러 달려왔으니 생각보다 1시간은 빨리 온 것같다. 삼도봉 오르는 일은 다음산행으로 미루고 해인리로 내려서는 길을 택한다. 조금의 여백을 남겨두어야 다음 산행에 대한 기대가 있을 것이라며 자위하며...... 왼발, 오른발로 전라도와 경상도를 번갈아 밟아온 대간길이 이제 500m만 더 걸으면 충청도 땅을 밟게 되는 것이다.


삼도봉을 500m 앞둔 갈림길에서 아쉽게 하산을 준비하며(이경주,권오언,이성원 님)

후미그룹에게 무전을 날려 하산을 알린다. 해인동 계곡으로 내려서는 계단길을 15분정도 밟으니 해인동 산삼 약수터다. 부항령에서 삼도봉 오던길에 산행을 접은 남대장과 지용님이 거기까지 차를 몰고와 기다리고 있다. 산행의 종점이 훨씬 당겨진 것이다. 산삼 약수에다 남대장이 준비해 놓은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키니 피로가 단숨에 가신다.

지난 2월의 지리산 2구간(백무동-세석-화개재-반선)이후 오랫만에 긴 산행을 했다. 힘들었지만 뿌듯하다. 후미를 기다리며, 이 가을이 가기전에 억새와 단풍을 즐기며 또다른 대간길에 나서는 꿈을 꾼다. 깜깜한 산길에 랜턴을 밝혀 내려온 후미와 합류하여 김천에서 맛난 삼겹살에 하산주를 한 잔하니 천국이 따로 없다. 아침 06시에 모여 23시 55분에 서울에 도착, 하루를 넘기지 않았으니 무박 당일산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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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13차 운행기록]

06:20 대치동 출발
09:50 소사고개(680m) 도착, 출발준비
10:10 소사고개 출발
11:10 초점산(거창 삼도봉, 1248.7m)
12:06 대덕산(투구봉, 1290m)
12:40 얼음골 약수터
12:56 덕산재(644m) 휴식 겸 점심(30분)
13:26 덕산재 출발
13:46 폐광터
14:02 안부(부평 방향으로 샘터)
14:23 853.1봉
14:52 부항령(삼도봉 터널,618m), 휴식18분
15:10 부항령 출발
15:54 헬기장 정상
16:40 1170.6봉
16:50 목장지대 평원(나무계단 길)
17:30 삼도봉 500m전 안부(하산지점), 7분 휴식
17:37 하산시작
17:50 해인리 산삼약수터 도착( Rexton 차량대기)
18:30 최종 후미조 산삼약수터 도착, 김천으로 출발(저녁식사)
21:00 김천출발
23:55 서울 대치동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