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따라 길따라/* 백두대간

(18) 낮은 산이 낫다(?)

月波 2005. 6. 29. 17:07

낮은 산이 낫다(?) - 백두대간 18차

 

 

1. 산행개요

(1) 산행일시 : 2005년 3월 20일(당일산행) 09:03 - 15:30
(2) 산행구간 : 큰재 - 신의터재(24.5Km)
(3) 참가대원 : 19명(권오언,김성호,남시탁,박홍구,박희용,변주희,손영자,송영기,유난희,윤재용,이성원,정제용,지 용,홍경표,홍명기,서종환,김길원,박종엽,이수형)
(4) 산행시간 : 12시간의 나들이, 6시간 30분의 산행
...... 09:03 큰재 출발(옥산초등학교 인성분교터)
...... 09:49 회룡재(300m)
...... 10:10 개터재(360m)
...... 11:10 윗왕실재(390m - 22분 휴식)
...... 12:12 백학산(615m)
...... 12:53 개머리재 전 쉼터(중식 45분)
...... 13:38 개머리재 전 쉼터 출발
...... 13:55 개머리재(290m)
...... 14:23 지기재(270m - 16분 휴식)
...... 14:40 지기재 출발
...... 15:30 신의터재(280m) - 후미조 도착(16:15)
...... 18:10 김성호님 본가출발
...... 21:03 서울 개포동 도착


2. 산행후기

낮은 산이라 하여도 산에서는 봄이라 부르기에는 아직 이른 계절이었다. 산에는 지난 가을의 빛바랜 잔해, 낙엽이 흙으로 되돌아가려고 몸을 삭히며 딩굴고 있었다. 간혹 겨우내 얼었던 내리막 흙길에 미끄러지며 대지가 해동(解冬)하는 숨결을 느낄 수 있었지만 봄이라 부르기에는 이른 느낌이었다.

그러고 보면 내 마음의 봄은 버들강아지에 솜털이 피어나는 때를 지나 개나리, 진달래가 피고 벚꽃이 떨어져야 봄인가 보다. 어쩌면 촉촉히 내리는 봄비를 맞으며 피어나는 산두릅이나 코끝에 스치는 취나물의 향을 통해서야 비로소 산에서의 봄을 느끼는지도 모르겠다. 그러기에는 산에서는 아직 이른 계절이었다.

산길을 걸으며 이렇게 앞질러가는 마음을 하루 종일 다스리며 걸었다. 아니 걷고 달리기를 반복했다는 표현이 정확하다. 해발 270m에서 500m(최고 백학산 615m)를 오르내리는 낮은 산은 소위 크로스컨츄리(Crosscountry)에 안성맞춤인 코스였다. 아마 백두대간 어느 구간에서 이런 코스를 다시 만날 수 있으랴? 6시간 30분동안의 산길 22Km는 오솔길을 때로는 걷고 때로는 달리듯 신나고 재미있었다.

오늘의 백두대간길, 상주지역은 참 특이한 곳이다. 대간 서쪽의 상주 중화지역 6면(*)은 낙동강계가 아니라 금강계의 경상도 땅이다. 경상도 땅덩어리중에서 물이 흘러 낙동강으로 가지않고 금강으로 흘러드는 유일한 곳이라는 뜻이다. 백두대간의 경계를 넘어온 그 경상도 땅 여섯 고을을 두고 생겨난 말이 바로 중화 지역이다. 신라와 백제의 땅따먹기 놀음에 여기 중화 6면(6面)은 늘 전화(戰禍)의 한가운데 있었으리라.
- 상주 중화 6면(*) - 중모현(中牟縣의 모동,모서면과 화령현의 화동,화서,화남,화북면

이번 구간에는 참 특이한 이름이 많다. 별로 크지도 않으면서 이름만 붙여진 "큰재", 그리고 희한한 이름의 개터재, 개머리재, 지기미재, 다음에 갈 윤지미산...... 개터재에서 몇 마리의 개를 보았느냐며 주고받은 워키토키, 개머리재를 앞둔 숲길에서 "어디를 지나고 있느냐"는 후미조의 워키토키 물음에 개머리까지는 못가고 개허리쯤 가고 있다고, 뒤에는 개꼬리쯤이일거라고 농담하던일......

삼세번을 외치며 염치없이 다시 찾아간 성호님 본가에서의 산행 뒷풀이...... 아, 그 탄불에 구운 삼겹살과 포도주의 감미로운 맛, 입안에 녹아나던 청국장....... 낮은 산으로 이어져 백두대간중 재미없다고 알려진 구간이 성호님이 있었기에 가장 기억에 남을 구간이 되리라. 권팀장님, 통상 대간돌이 말하는 것과는 정반대로 이번 구간이 가장 재미있었죠?

포도주 향에 취해 서울로 돌아오며 어렴풋이 차창을 내다본다. 중부내륙 산간지대를 시원스레 �고 달리는 새로난 고속도로은 앞으로 있을 우리의 대간길을 훨씬 편안히 해줄 것같다. 박달산을 지나며 적당한 봄날에 두릅과 취나물 향을 맡으러 작년처럼 저 산에 올 기대를 한다. 남대장님 아침의 약속, 지키실거죠? 낮은 산이 낫다던 어느 님의 글을 떠올리며 사람의 향기가 가득한 서울로 진입한다. 벌써 다음에 오를 윤지미산이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