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따라 길따라/* 智異十景

저 높은 곳을 향하여(3)

月波 2005. 8. 7. 16:49

[지리산 종주기] : 저 높은 곳을 향하여

 

 

 - 종주일자 : 2003년 8월 23일(금) - 8월 25일(일) 2박3일

 - 종주코스 : 성삼재-노고단-연하천(숙박)-벽소령-세석-장터목(숙박)-천왕봉-중봉-치밭목-대원사

 - 종주대원 : 김정환, 김재철, 송영기, 심재천, 박희용


3. 반야(般若)에 이르는 길

임걸령 샘터에서 휴식을 겸한 행동식으로 생기를 되찾은 우리는 가파른 오르막도 아랑곳 않고 노루목까지 치닫는다. 노루목에서 반야봉까지는 더욱 가파르다. 오로지 반야(般若)에 이르겠다는 일념으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사실 반야봉은 노고단에서 천왕봉에 이르는 주능선 종주코스에서 살짝 비켜나 있다. 나로서는 수 차례의 지리 산행중 한 번도 오른적이 없는 미지의 봉우리다. 시간상으로 반야낙조(般若落照)를 즐길 수야 없겠지만, 다행히 반야봉을 다녀와서 주능선 산행을 계속할 여유가 있었다. 이번에도 반야를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다. 지리산의 중앙에 자리잡아 불교적 의미로는 주봉에 해당하는 반야가 아니던가?

그러나, 그 정상에 오르는 길은 여간 어렵지 않다. 다행히 가는 길에서 만난 구상나무 군락지, 분비나무, 신갈나무등 고산특유의 울창한 숲이 주는 시원함에 잠시 땀을 씻는다. 반야에 이르고자 길떠난 고독한 수행자에게 내려진 감로수와 같다는 생각이다.

드디어 반야봉의 정상이다. 한참을 기다려 정상에 합류한 일행과 뿌듯한 미소를 주고받는다. 반야(般若)에 이르는 길은 진정 이렇게 어렵고도 힘든가 보다.
반야(般若)가 무었이던가? 반야에 이르는 길, 지혜를 얻고 깨달음에 이르는 길이 무었이던가?

 

 


마하반야를 외쳐본다. 그리고 부디 3일간 날씨가 쾌청하게 해달라고 두손 모아 합장한다. 연하천 숲속에서도 장터목의 밤하늘에서도 별을 헤아리게 해달라고, 천왕봉의 일출을 가슴에 안게 해달라고 ......

觀自在菩薩 行深般若波羅蜜多時 照見五蘊皆空 度一切苦厄
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 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
............................................
揭帝揭帝 波羅揭帝 波羅僧揭帝 菩提娑婆訶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보리사바하


반야에 이르는 길을 생각해본다.
반야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 본다.
반야봉이 길을 안내하는 것 같다.

지리능선의 어디서나 반야의 자태를 볼 수 있다.
반야는 항상 그 넉넉한 모습으로 다가온다.
먼듯 가까운듯 어머님 가슴같은 후덕한 품새로,
세상의 모든 근심과 걱정을 감싸 안고서
따뜻히 우리를 맞아한다.
그러나,
반야에 이르는 길은 멀기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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