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자리/* 여백(餘白)

[스크랩] 수묵화와 함께 - 박두진의 청산도

月波 2005. 12. 3. 02:32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훨훨훨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 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넘엇골 골짜기서 울어오는 뻐꾸기.
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 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가버린 것 잊어버린 하늘과, 아른아른 오지 않는 보고 싶은 하늘에,
어쩌면 만나도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 그리워라. 가슴으로 그리워라.



티끌 부는 세상에도 벌레 같은 세상에도 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지운 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 홀로 서서 눈물어릴 볼이 고운 나의 사람.



달 가고 밤 가고, 눈물도 가고, 티어 올 밝은 하늘 빛난 아침 이르면,
향기로운 이슬밭 푸른 언덕을, 총총총 달려도 와 줄 볼이 고운 나의 사람.



푸른 산 한나절 구름은 가고, 골 넘어, 골 넘어, 뻐꾸기는 우는데,
눈에 어려 흘러가는 물결같은 사람 속, 아우성쳐 흘러가는 물결같은 사람 속에,




난 그리노라. 너만 그리노라.
혼자서 철도 없이 난 너만 그리노라. . 




두 눈이 있어 아름다움을 볼 수 있고,
두 귀가 있어 감미로운 음악을 들을 수 있고,



두 손이 있어 부드러움을 만질 수 있으며
두 발이 있어 자유스럽게 가고픈 곳 어디든 갈 수 있고
가슴이 있어 기쁨과 슬픔을 느낄 수 있고

 
나에게 주어진 일이 있으며,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 또
날 필요로 하는 곳이 있고, 내가 갈 곳이 있어
행복하다.

 
출처 : 블로그 > ■■■■■□90% 최충식 블로그 | 글쓴이 : 베르테르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