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쓰는 동마일지 - 친구야, 반갑다!]
1. 마라톤 기록
(1) 대회명 : 2006 서울국제마라톤대회( 제77회 동아마라톤 대회)
(2) 일 시 : 2006. 3. 12(일) 08:00
(3) 기 록 : 3시간 27분 02초(종전 기록대비 11분 55초 단축)
1859 / 3265 | 박희용 (2356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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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7:02 |
2. 마라톤 후기
(1) 불쑥 내뱉은 한 마디
마스터즈라면 누구나 한 번쯤 달리기를 소원하는 것이 보스톤 마라톤이다. 어느 날 문득 달리기에 빠져 15회의 풀코스 완주를 하는 동안 내심에 자리잡고 있는 욕구, 그것은 보스톤에서 한 번 달려보는 것이었다. 그러나, 타고난 달림이 체질이 아닐뿐더러 훈련도 게으르니 어디 보스톤에 갈 수 있는 기록을 갖출 재주가 없었다.
평소 우리 집 가훈을 달리기 모토처럼 해석하면서 살아간다. 대회에 나가면 절대 걷지않는다는 모토, "뛴다"는 정한 규칙을 존중하며 살아간다는 가훈의 "정법(正法)"이다. 공식 배번을 달고 대회에 임하면 중도 포기없이 반드시 결승점을 밟는다는 모토, "끝까지"는 마음 먹은 일은 반드시 이루어낸다는 가훈의 "지도(至道)"에 해당한다. 그리고, 달리기든 인생이든 그 자체에 매료되어 즐긴다는 취지의 "즐겁게"는 곧 가훈의 "안락(安樂)" 과 통한다.
그러나, 그기에는 애시당초 "빨리"라는 모토가 없다. 그러기에 마음 속의 욕심, 보스톤을 간다는 생각을 별로 않았었다. 그러던 중 작년 11월의 어느 날 갑자기 바람이 불어 아내에게 "여보, 나 보스톤 간다 !"하고 내뱉고 말았다. 그게 화근이 되어 최고기록을 10분 갱신해야하는 기나긴 동계훈련이 시작되었으니 ......
(2) 친구야, 반갑다
매년 동마는 왜 이리 추운 날을 잡는 것인지? 안국동 풍문여고 앞, 1차 집결지에서 어쩔 수 없이 아랫도리 얼까봐 타이즈로 갈아입는다. 이 추위가 오늘 레이스에서 약이 될지? 독이 될지? 힘차게 강마! 강마! 강마!를 외치고 광화문으로 ...... B그룹 후미에서 개인 페이스 메이커를 자청한 유년시절의 친구, 박 *윤 교수(honney)를 만나니 마음이 한결 든든하다. 그야말로 친구야, 반갑다 !
출발, 마음이 조급해진다. 처음부터 발이 닿는대로 빨리 달리려는 마음이 가득하다. "빨리"? 그 욕망을 오늘은 털기가 어렵다. 3시간 30분 페메를 바짝 뒤따른다. 저 아저씨가 오늘 타겟인 셈이다. 남대문을 지나고 을지로로 향하는데, 개인 페메 박 교수가 템포를 줄이라고 권한다. 아니야, 겨우 330 페메를 뒤쫓을 뿐인데 .......
청계천에 접어든다. 모전교가 눈에 들어오고 잘 정비된 청계천변을 달리는 재미를 만끽한다. 다리도 많고, 주변에 시장도 많고, 먹거리 골목도 여기저기 생각이 난다. 달리면서 먹는 생각을 하니 절로 힘이 솟는다. 황학교를 앞두고 10Km 지점이다. 49분 07초(4'54"7/Km), 일단 목표한 초반 10Km의 페이스 운영에 성공한 셈이다. 이제 몸이 풀려가고 있으니 이 페이스대로 달리기만 하면 330 ?
청계천의 22번째 다리인 고산자교를 유턴하여 청계천 북단을 달린다. 앞에서 달리는 330페메와 그를 따르는 한 무리가 조금씩 신경에 거슬리기 시작한다. 좁은 길이어서 마음대로 달릴 수 없을 정도로 걸리적거린다. 저 녀석들을 추월해버려야지 ...... 13Km 지점을 지나며 330 페메를 추월한다. 저 330 고무풍선을 Finish Line까지 만나지 말았으면 ......
종로통을 달리는 일은 언제나 가슴이 벅찬 일이다. 넓은 대로를 달리니 묵은 체증이 내리는 기분이다. 흥인지문(동대문)을 지나고 신설동 5거리를 앞두고 20Km 지점이다. 두번째의 10km 구간기록이 48분 45초(4'52"5/Km)이다. 첫 10Km보다 22초 단축, 야호! 이 정도면 Sub 330에 대한 희망이 보인다.
25km, 군자교를 지나 어린이 대공원 방향으로 달리는데 서서히 체력의 고갈을 느끼기 시작한다. 일단 파워젤 하나를 입에 물고 ...... 강마의 이 상호님이 나를 추월해서 지나가고, 내심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스피드를 내려고 하지만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성동교 4거리를 지나 30km지점이다. 세번째 10Km 구간기록이 48분 58초(4'53"8/Km)로 앞 구간에 비해 13초 늦었지만, 아직은 버틸만 하다.
서울 숲 입구에서 여러 지인들을 앞서거니 뒷서거니 만난다. 강마의 박 홍구님, 사무실 동료 홍 *유님을 추월해 달린다. 함께 달리는 개인 페메를 맡은 박 교수는 이 정도로 달리면 3시간 25분도 가능하다며 용기를 북돋운다. 글쎄? 나는 점점 힘들어 가는데 ..... 35km지점, 잠실대교 북단을 향해 긴 직선 주로를 달리며 가쁜 숨을 몰아쉰다. 포기와 기대가 교차하는 순간이다. 정말 힘들다. 삶이란 늘 이렇게 환희와 고통이 교차하는 것이거늘 .......
35Km를 지나 잠실대교 위를 달리는데 천지신명이 도와준다. 강한 북서풍이 뒤에서 불면서 무거운 몸을 뒤에서 밀어준다. 크게 호흡을 하면서 숨도 고른다. 한강변에 펼쳐진 강남 일원의 아파트 숲이 눈에 들어 올 정도로 컨디션이 회복된다. 박 교수가 앞장서 달리며 나의 페이스를 이끌어준다. 하나 둘, 하나 둘 ..... 롯데월드, 석촌 호수, 배명고 로타리를 돌아 40Km 지점까지 박교수가 이끄는대로 달린다.(10Km 구간기록 49분 19초, 4'55"9/Km)
30-40Km 구간이 앞 구간보다 21초 늦었지만 이제 남은 거리는 2.195Km, Sub 330이 눈에 보인다. 아시아 선수촌을 돌아 잠실 운동장으로 향하는 마음은 새의 깃털처럼 가볍다.(좀 뻥이지만 ......) 그래! 이런 기분에 달리는 거야! 잠실 운동장 입구의 응원관중들에게 불끈 주먹을 쥐어보이며 운동장으로 빨려들어가 트랙을 신나게 질주한다.
드디어 42.195Km, Finish Line이다. 모두가 환호해 주는듯하다. 삶이란 간혹 자기만의 착각속에서 환상에 빠지지만, 지금 이 순간만은 오래도록 현실이었으면 한다. 목표는 낮게 잡아서도 안되지만 터무니없이 높게 잡아서도 안되는 거라는 사실을 입버릇처럼 말하며 일터를 지켜왔다. 어려워보이지만 최선을 다하면 달성가능할 수 있는 목표 ...... 스스로에게 Sub 330은 최선의 노력을 하면 어렵게, 어렵게 달성 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겨울 훈련이었지 않는가?
최종 기록은 3시간 27분 02초(4'54"4/Km)로 종전기록을 11분 55초 단축하며, 소망했던 보스톤행 티켓을 마련했다. 누구에게나 마음과 실천이 있으면 꿈은 이루어진다 !
(3) 어떻게 달렸나?
달린 기록을 분석해보면, Km당 평균 4분 54초 4의 페이스로 42.195Km를 달렸다. 구간별 페이스를 분석해보면, 10Km 단위로 평균 48분 45초 - 49분 19초(Km당 4'52"5 - 4'57"5) 사이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거의 동일한 속도로 달렸다. 전 후반의 기록차이도 거의 없고, 10Km 단위의 구간기록의 차이도 거의 없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거의 환상적인(?) 주로 운영이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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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간 - 10 Km - 20 Km - 30 Km - 40 Km - Finish Full Cour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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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간 49분 07초 48분 45초 48분 58초 49분 19초 10분 53초 3시간 27분 2초
Km 당 4'54"7 4'52"5 4'53"8 4'55"9 4'57"5 4'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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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Start에서 Finish까지 42.195Km를 물을 마실 때도 한 걸음을 "걷지 않고" 줄곧 달렸다("뛴다"). 중간중간 힘들어 포기의 유혹이 없었던 것이 아니지만, "끝까지" 달렸다. 개인 페메를 자청한 어린시절의 소꿉친구 박 *윤 교수와 함께 신나게 달렸다. 많이 힘들고 지쳐 "즐겁게"라는 모토가 잊혀질만하면, 때로는 뒤에서 때로는 앞에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건네며 힘을 북돋우며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던 박 교수에게 뜨거운 친구의 정을 느끼며 달렸다.
(4) 어떻게 훈련을 했나?
작년 11월 말일에 시동을 걸어 12월, 1월, 2월, 3월까지 총 775Km를 달리거나 산을 오르내렸다. 달리기 훈련 607Km는 대부분을 실내에서 트레드밀을 탔다. 특별히 스피드 훈련을 못하고, 시속 12Km-13Km 사이의 지속주로 훈련의 대부분을 채웠다. 트레드밀의 빠른 지속주는 많은 땀을 흘리게하며 힘들게 했다.
훈련할 틈이 많지않아 훈련회수를 늘리기 보다 매회의 훈련을 보다 긴 시간, 빠른 속도로 강하게 했다. 매회마다 목표하는 대회페이스보다 약간 빠르게 달리며, 한 번에 15Km-20Km를 달렸다. 월수금 또는 화목토로 날을 정해 이틀에 한 번은 무조건 달렸다. 중간에 이런 훈련을 눈치챈 백두대간팀의 동료들이 쉬엄쉬엄 하라고 했지만 고집을 꺽지 않았다.
이것이 화근이 되어 2월 중순경에 부상조짐이 있었고, 그 이후 훈련량을 대폭 줄일 수 밖에 없었다. 부상으로 당초 계획했던 35Km 정도의 장거리 훈련을 포기하고, 대회 4주전에 겨우 토요 장달에서 하프 달리기 1회를 하고 대회에 나갈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심한 부상은 아니었고, 훈련의 중지, 축소는 자연적으로 테이퍼링을 한 결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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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 리 기 훈 련 산 악 훈 련 기타 훈련
구 분 거 리 시 간 거 리 시 간 근력 보강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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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2월 197.1 Km 17시간 11분 44.0 Km 13시간 10분 Arm Stretching,
2006년 01월 210.2 Km 17시간 38분 42.2 Km 12시간 45분 Leg Extention,
Stepping을 위주로
2006년 02월 174.8 Km 16시간 34분 62.6 Km 25시간 39분 근력운동
2006년 03월 25.6 Km 2시간 16분 18.5 Km 5시간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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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 계 607.7 Km 53시간 39분 167.3 Km 57시간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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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훈련에 병행하여 주말에는 격주로 1회에 20-30Km 정도의 백두대간 산행을 빠짐없이 했다. 산을 오를 때는 쉼없이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강하게 언덕을 치고 올랐다. 이러한 장거리 겨울산행은 심폐의 보강과 지구력의 향상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울러 이런 훈련과정에서 체중도 5km정도 감량되어 가벼운 마음으로 달릴 수 있었다.
(5) 새롭게 꾸는 꿈
평소의 소신과 달리, 이번의 달리기는 "빨리"라는 생각이 시종일관 머리속을 지배했던 것이 사실이다. 일종의 욕심, 또 하나의 집착에 사로잡혀 달렸던 것이 사실이다. 가능에 대한 확신보다 Sub 330에 대한 목표 하나로 부족했던 마무리 훈련을 무시하고 달렸다. 다행히 훌륭한 개인 페이스메이커 덕분에 "뛴다 끝까지 즐겁게"라는 모토를 잃지 않으면서 목표했던 "빨리"를 이룰 수 있어서 만족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동반주하며 페이스를 이끈 유년시절이래의 친구 박 *윤 교수(honney)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이제 또다른 꿈을 꾸며 달려야 한다. 무슨 꿈을 꾸며 달릴까? 더 빨리? 아니다. 이제 시간에 대한 새로운 꿈을 꾸지 않으려한다. 여러 번, 많이? 100회? 달리기 회수에 대한 욕심도 접으려한다. 지난 겨울은 어쩌다 바람이 불어 선천적 체질이 받혀주지 않는 몸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훈련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결과는 목표한 Sub 330을 이루었지만, 또 다른 목표를 세우지 않으려 한다. "빨리"를 털어버리고 "자주"나 "많이"도 잊어버리고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 달리면서 종종 산을 오르내리는 것으로 족하지 않을까?
이 번에 Sub 3의 위업을 이루어낸 5명의 강마 건각들에게 이제 막 피어나는 개나리 한 다발씩을 묶어 특급 우편으로 보낸다. 아 ! 그대들이 있어, 그처럼 빨리 달릴 수 있는 그대들의 이름아래 강마에서 나는 행복하노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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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단위 랩 기록] - 이런 환상적 페이스를 다시 달릴 수 있을까?
00 - 05Km 24분 48초 4' 57" 6 /Km
05 - 10Km 24분 19초 4' 51" 8 /Km
10 - 15Km 24분 38초 4' 55" 6 /Km
15 - 20Km 24분 07초 4' 49" 4 /Km
20 - 25Km 23분 52초 4' 46" 4 /Km
25 - 30Km 25분 06초 5' 01" 2 /Km
30 - 35Km 24분 30초 4' 54" 0 /Km
35 - 40Km 24분 49초 4' 57" 8 /Km
40 - Full 10분 53초 4" 57" 5 /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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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 3시간 27분 02초 4' 54" 4 /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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