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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산행) 백두산 천지를 가슴에 담았으니

月波 2006. 8. 29. 21:02

 

 

[백두대간 특별산행] 백두산 천지를 가슴에 담았으니

 

1. 산행개요

 

 (1) 산행일시 : 2006년 8월 17일(목) - 8월 18일(금) 1박 2일

 

 (2) 산행구간 : 백두산 서파 5호경계비, 백두산 북파 용문봉, 천지 달문, 천문봉 트레킹 

 

 (3) 참가대원 : 강마 대간돌이와 그 가족 30명

 

 

2. 산행후기

 

  1) 아! 어찌 잊으랴, 그 감동을?

 

 

지리에서 백두까지 ...... 지리산에서 덕유산, 황악산, 속리산, 소백산, 태백산, 설악산을 거쳐 진부령 너머 향로봉에 서던 날, 두 발로 밟지 못하는 북녘땅을 아쉬워하며 백두산으로 날아가길 소망했었지 ......

 

가야지, 가야지, 백두산 천지까지 ....... 짚차타고 휑하니 백두산 천문봉에 오르는 것도 좋겠지만, 천지의 외륜봉(外輪峰)을 따라 청석봉, 백운봉, 용문봉을 트레킹 해보리라. 여유(餘裕)를 만들어서 ......

 

여유(餘裕)란 무엇인가? 사전적(辭典的) 의미는 넉넉함, 남음, 느긋함 ...... 이런 뜻을 담고있다. 그러나, 경제적, 시간적 여유만 가지고서 백두를 찾을 수야 있겠는가? 마음의 여유, 그 길을 함께할 마음맞는 친구가 있어야 진정으로 여유(餘裕)로운 것이 아닐까?

 

다행히 2년 6개월동안 동고동락하며 백두대간을 걸어온 강남마라톤클럽 백두대간 종주팀과 그 가족이 함께 하고, 아내도 동참하니 정말 마음이 여유로운 백두산 트레킹을 할 수 있었다.

 

더구나 함께한 사람들이 오랜 세월 쌓아온 덕(德)으로 이틀동안 맑은 가을 하늘처럼 쾌청한 날씨속에, 백두산 서파 청석봉, 북파 용문봉/천지 달문/천문봉에서 아쉬움 없이 백두산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었다.

 

이러한 복을 우리에게 베풀어주신 천지신명께 한없이 감사드리며 이틀동안 가슴적시는 감동의 트레킹을 했다.

 

 

 2) 모든 상(相)이 허망한 것이거늘

 

이틀에 걸쳐 마음에, 가슴에 새기고도 모자라 카메라에 담은 백두산과 천지의 모습을 기억의 창고에서 두고두고 꺼내보고 싶다. 백두산의 절경과 느낀 감흥을 어찌 짧은 말이나 글로써 이루 다 표현할 수 있겠는가? 비록 사진에 담았을지라도 그 진체(眞體)는 그대로 나타낼 수 없을진대 ........

 

다만, 凡所有相이 皆是虛妄이니 若見諸相非相하면 卽見如來니라고 한 금강경의 말씀을 되새기면서, 카메라에 담은 백두산의 절경을 여러 사람과 나누고 싶은 생각에서 만났던 순서대로 정리해 본다.

 

 

 * 범소유상 개시허망 약견제상비상 즉견여래 (凡所有相 皆是虛妄 若見諸相非相 卽見如來)


금강경(金剛經)의 핵심이 되는 4구게(四句偈)로,『모양으로 있는 모든 것, 모든 현상은 다 허망한 것이니 이 모든 현상이 상(相)이 아닌 줄을 직관(直觀)할 줄 알면 곧 여래를 보는 것이고 마음을 깨친 것이다』라고 청담(靑潭) 큰스님은 강해(講解)했음

 

백두산 서파 산문에서 청석봉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백두산 서파에서 뒤돌아 본 서녘 하늘

 

백두산 서파 5호경계비로 향하는 길에 만개한 호범꼬리

 

백두산 서파 청석봉 안부에서 내려다 본 천지

 

 

백두산 북파 소천지에 비친 숲과 하늘

 

백두산 북파 용문봉을 향해오르는 능선에서

 

용문봉을 향해 오르는 길에서 만난 옥계폭포

 

용문봉을 향하는 길, 영롱한 아침햇살에 제모습을 드러낸 북백두

 

백두산 천지 달문의 모습, 이 물이 장백폭포로 갑니다

 

달문에서 바라본 천지, 호범꼬리 너머에 비친 수면이 환상적이죠?

 

달문에서 바라본 천지와 백두산 외륜봉, 오른쪽이 백운봉입니다

 

천지 물가의 돌틈에서 만난 희귀종 고산토끼, 우는토끼라 불린답니다

 

천지 달문에서 즐기는 보트놀이, 색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장백폭포, 천지에서 흘러내려 송화강의 원류가 됩니다

 

백두산 북파 천문봉에서도 안개걷힌 천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백두산 북파 천문봉에서 본 천지, 가슴이 시렸습니다

 

백두산 북파 천문봉에서 천지, 안개구름이 비경을 더합니다

 

천문봉 하산길에 만난 옆으로 자라는 사스레나무(자작나무과)

 

 

 

 3) 고운 그 이름만 영원케 하소서

 

구름국화, 구름송이풀, 구름패랭이, 바위구절초, 나도개미자리, 날개하늘나리, 두메분취, 두메양귀비, 두메자운, 두메투구꽃, 비로용담, 산용담, 오랑캐장구채, 좁은잎돌꽃, 하늘매발톱, 호범꼬리 ...... 백두산 서파와 북파에서 만난 시어(詩語)보다 고운 꽃이름이다.

 

용문봉 길에서 이슬머금은 들꽃의 청아한 자태에 흠뻑 젖어들고, 천지 물가의 달문주변에 지천으로 피어난 무수한 들꽃들, 그들에 마음이 뺏겨 눈에, 가슴에, 카메라에 담느라 시간가는 줄 모르고 아침나절을 보내던 시간이 다시 그리워진다.

 

               산에 들에 길가에 

               아무 데나 있는 천한 것이라고 여기지 않으신다면

               저를 바치나니 얼른 취하시고 큰 뜻을 펴소서 

 

               이 모든 것 다 님의 뜻인데 

               어차피 님 아니시면  피고 지고 또 시들텐데

               님의 눈가에  입술가에 깊은 마음 속에

               미소로 남아 고운 이름만 영원케 하소서

 

어느 님이 읊조린대로 백두산에서 만난 수없는 들꽃들은 고운 자태로 한결같이 이렇게 속삭이는듯 했다. 그 들꽃 중에서도 마음이 애틋한 몇몇을 골라 차례로 이름을 불러본다.

 

 

 (1) 오랑캐장구채 - 슬퍼도 기뻐도 눈물이 나고

 

아침햇살을 맞아 함초롬히 피어나던 천지 물가의 오랑캐장구채의 모습이 못내 그리워지면  훌쩍 백두산으로 다시 날아가지 않을까 싶다. 시어(詩語)보다 고운 이름들을 가진 무수한 백두의 들꽃들, 그 중에서도 오랑캐장구채가 먼저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그 앙증맞도록 예쁘고 귀여운 모습, 오래오래 가슴에 새겨두고 싶다.

 

 

오랑캐장구채

 

슬퍼서 눈물이 나고

기뻐서도 눈물이 나고

아픈 가슴마다 눈물이 번지는,

 

하늘을 향해 두드릴까

땅바닥을 두드릴까

북채는 어디에 있느냐

 

꽃이 피고 지는 소리

그 여백으로 남는 울림을

사물놀이로 놀아 볼까

                               

<김승기의 장구채 중에서>

 

 

 (2) 바위 구절초 - 세월의 무게, 그 환한 웃음

 

높은 산 바위틈에 피어나는 야생화는 예사의 꽃과는 다른 기품을 풍기고 있다. 낮은 산의 들꽃에 비해 꽃망울이 늦게 돋아나지만 빨리 꽃이 진다. 짧은 봄여름, 그 계절의 변화에 순응하면서도 결코 본성을 잃지않는 꿋꿋함이 배어있다.

 

조석(朝夕)으로  쌀쌀한 기운이 감도는 8월 중순의 백두산 천지달문, 시들어가는 여름꽃 사이로 바위구절초가 제철을 만난듯 한창 속살을 내놓고 웃고있다. 큰 바위 무게만큼 짓눌리며 살아온 세월의 흔적을 환한 웃음속에 감추고서 .......

 

연분홍 바위구절초 꽃잎에 앉은 꿀벌 또한 아랫 세상에서 온 사람은 아랑곳하지 않고 제 살림이 바쁘다. 우리도 얼마나 년륜이 쌓이면 저 바위구절초처럼 세월의 무게를 속으로 새기며 늘 환히 웃을 수 있을까? 긴 여름도 끝나가고 있으니 저 바위구절초 마음에 심어놓고 산들바람에 웃음꽃이나 피워볼까? 

 

 

사람의 그림자조차 여읜

외진 산자락 돌틈

누구라 알아주겠는가?

해맑은 그 눈망울

 

바위구절초

 

 

 (3) 구름국화 - 어린 아이의 눈매로 돌아가

 

8월 중순이 지난 백두산 천지 달문에는 바위구절초와 더불어 구름국화가 한창이었습니다. 구름국화 ...... 백두산 주변에만 살붙이고 사는 꽃이지요. 그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설레지 않는가요? 푸른 하늘에 떠있는 흰 구름과 어울려 천지 달문에 비친 구름국화는 절로 발걸을을 멈추게 했지요.

 

하늘 향해 피어 있는 청초한 모습이 어린아이 눈매마냥 그저 티없이 맑았습니다. 30년 전 밤새도록 3,000배 절하고 새벽안개 속에 친견했던 해인사 백련암의 성철스님이 생각났습니다. 그 때 우리는 선승의 주장자 앞에서도 그저 아이처럼 곱고 맑은 웃음이 흘러넘쳤으니까요. 

 

 

눈을 감으면

눈에 환한 그대에게 가는 길따라
나, 날마다 길을 나서지만


눈을 떠보면

눈에 보이지 않는 그대에게 가는 길

 

구름국화

 

 

 (4) 하늘매발톱 - 푸른 하늘로 날개짓 하라

 

하늘매발톱이라....... 이녀석을 백두산 용문봉에서 천지 달문으로 내려서는 길에서 만났다. 이렇게 이쁜 꽃을 "매발톱"라고 부르다니, 기왕이면 좀 이쁘게 이름 붙여주지 ....... 그러나, 고운 자식에게 "개똥아, 쇠똥아" 험하게 이름지어 자주 불러주면 더 튼튼하게 오래 산다고 믿었던 옛 어른들 생각을 하니 오히려 정감이 든다.

 

백두대간 청화산 자락에서도 만났던 하늘 매발톱, 왠지 마음이 끌려 한 동안 쳐다보며 함께 앉아 있었다. 보면 볼수록 사랑스런 모습이 금새라도 천지의 푸른 하늘로 날개짓하며 비상(飛上)할 것 같아 이리보고 저리보며 마음으로 쓰다듬어 주었다. 혹시라도 그 자리에 다시 서는 날, 그대 보이지 않으면 창공을 훨훨 날고 있겠지?

 

하늘 매발톱, 꽃잎 뒷부분이 매발톱을 닮았다나요?

 

무얼 잡으려고 허공을 움켜쥔 채

내려 놓을 줄 모르느냐

그렇게 손톱 발톱을 치켜 세운다고

잡혀지는 허공이더냐

 

움켜쥘수록 빠져나가는 바람을 보면서도

그래야 된다는 운명이라더냐

 

- 김승기의 매발톱 중에서 -

 

 

 (5) 비로용담 - 당신이 슬플 때도 나는 ......

 

작은 보라색 종받이 꽃, 이 녀석의 이름은 바로 비로용담이라 부른답니다. 백두산 용문봉을 오르다가 천지달문으로 내려서는 급경사 길에서 이 녀석을 발견하고는 털썩 주저앉고 말았죠. 오래도� 만나지 못한 님이라도 만난 양.

 

호범꼬리가 군락을 이루며 만개(滿開)한 틈사이에, 작은 몸짓을 드러내기가 그저 부끄러운듯 조심스레 피어 있었습니다. 활짝 피어 종받이가 꽃잎아래 숨어버려 녀석을 몰라볼 뻔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의 꽃말이 무엇인지 아세요?  "당신이 슬플 때도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렇지요. 언제나 당신을 사랑합니다.

 

 

늦게 피는 꽃이라

그 빛깔이 더욱 간절한가요?

그대에 빠진 눈망울

그 보다 더 고울 수 있으리?

 

비로용담

 

 

  (6) 두메양귀비 - 소박한 산골미인처럼

 

백두산으로 향하며 그려보았던 두메양귀비, 흔히 허브농장에서 만나는 포피(Poppy)와는 당연히 다를거야 ......  다행히 트레킹 2일차 아침에 용문봉 길에서 흰두메양귀를 만나고, 오후 늦게 천문봉 길에서는 여기저기 삼삼오오 피어있는 노란 두메양귀비를 만날 수 있었다. 백두산 정상 부근의 건조하고 척박한 토양에서 세찬 바람을 받으며 꼿꿋이 피어 있었다.

 

급한 마음에 짚차를 세워달라고 요청하여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지만, 예쁜 모습을 제대로 담지 못해 많이 아쉬웠다. 꽃사진 솜씨가 서툴기도 하지만, 그 아름다운 모습이 웬지 카메라에 잘 잡히지 않았다. 다행히 그 노란 두메양귀비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니, 가슴에 넣어두었다가 두고두고 꺼내보아야겠다.

 

수화(羞花)라 불려지는 당 현종비, 양귀비처럼 꽃이 너무 아름다워 이름에 양귀비를 붙인 모양이다. 그러나, 두메양귀비는 요염함도 아편의 중독성도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현란함이 없는 소박한 산골미인처럼 보이니, 설사 그 아름다움에 깊이 빠져도 심신(心身)에 해로움이 없으리라.

 

 

천문봉길의 두메양귀비

 

돌담 밑에서 숨어 피어야하는 여느 양귀비와 달리

두메양귀비는 백두산 고원지대에서 마음껏 하늘을 향해 피어있다

 

용문봉길에서 만난 흰두메양귀비

 

 

[양귀비, 중국의 4대 미인]

 

중국역사에서 4대미녀가 있는데, 흔히 그들을 "침어낙안(沈魚落雁) 폐월수화(閉月羞花)"라 부르지요.

침어(沈魚)는 서시(西施), 낙안(落雁)은 왕소군(王昭君), 폐월(閉月)은 초선(貂嬋), 수화(羞花)는 양귀비(楊貴妃)를 말한답니다.

 

당 현종에게 간택되어 입궁한 양귀비가 어느 날 화원에서 꽃을 감상하고 있다가 무의식중에 함수화(含羞花)를 건드리자 함수화는 바로 잎을 말아 올렸습니다.  이를 본 현종이 꽃을 부끄럽게 만드는 양귀비의 아름다움에 찬탄하였답니다.

 

이 고사에서 꽃을 부끄럽게 한다는 뜻의 ‘수화(羞花)’라는 말이 생겨났답니다.

 

 

 4) 어떤 헌사(獻辭)보다 앞서는 것은

 

지리산 천왕봉에서 진부령, 향로봉까지 41차례의 백두대간 산행중 아내가 여러차례 동행을 하였다. 백두대간 종주를 마무리하는 백두산 특별산행에도 아내가 동참하여 함께 트레킹을 했다. 3년 가까운 시간동안 가까이서, 때로는 멀리서 성원해 준 아내와 아이들에게 감사드린다.

 

별다른 헌사(獻辭)보다 백두산 트레킹을 함께하며 카메라에 담은 아내의 모습을 모아 만든 갤러리가 더 소중하지 않을까 싶다. 진작 이 생각을 했으면 정성을 좀 더 쏟았을텐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