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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향로봉이 백두대간의 끝이 아니거늘

月波 2006. 6. 5. 16:49

 

[백두대간 40차] 향로봉이 백두대간의 끝이 아니거늘

 

1. 산행개요

 

 (1) 산행일시 : 2006년 6월 3일(토) - 6월 4일(일) 무박 2일

 (2) 산행구간 : 진부령-칠절봉-둥글봉 분기점-향로봉 분기점-향로봉 : (왕복 산행)

 

 (3) 산행거리 : 편도 도상 11.5Km(실거리 15.0km 추정)를 왕복산행

 -진부령(520m)-3.5-칠절봉-4.9-둥글봉(1312m)-2.5-향로봉분기점(1270m)-0.6-향로봉(1296.3m)

 

 (4) 산행시간 : 왕복 6시간 30분(휴식및 식사 55분 포함) - 상행 도보, 하행 달리기

 (5) 참가대원 : 10명 (권오언,김길원,남시탁,박희용,변주희,이상호,이성원,장재업,홍명기)

 

 

2. 산행후기

 

 --- 본 산행은 제 00사단의 사전승인 및 안내하에 이루어진 것임을 밝힙니다.

 

 (1) 향로봉으로 향하는 마음은?

 

지리산 천왕봉의 일출을 보며 시작했던 백두대간 종주가 그 남한쪽 끝인 향로봉으로 향하고 있다. 내 발로 마루금을 밟으며, 내가 이 땅의 주인임을 내 가슴으로 느끼려했던 백두대간 길이 이제 막바지에 이르러고 있는 것이다. 장엄한 천왕일출 앞에서 강남 마라톤클럽의 무궁한 발전과 대간돌이들의 무사산행을 기원하던 일이 엊그제 같은데 ......

 

이념의 장벽으로 60년 이상 끊어진 백두대간, 그 남한쪽 마지막 구간인 진부령-향로봉으로 향하는 여정은 이런저런 설레임으로 심야버스 속에서 불면(不眠)의 밤을 이룬다. 지난 2년 6개월의 시간, 대간길을 두 발로 걸으며 이 땅의 산하(山河)를 뜨거운 가슴으로 느끼고자 했던 그 시간보다 더욱 간절했던 때가 내 삶에 따로 있었던가? 

 

그러나, 지나온 대간길에 대한 단순한 노스탤지어에 마냥 젖고 싶지는 않다. 밤길을 달려 인제, 원통을 지나고 내설악 한계리에서 어슴프레 밝아오는 동녘을 맞이한다. "인제 가면 언제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 하던 북한강 옛노래나, "이 산 저 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하던 양희은의 한계령, 모두가 여기 설악의 언저리에서 피어난 노마디즘이다. 육체적이든, 정신적이든 .......

 

설악의 알피니즘을 굳이 논하지 않더라도, 내설악 용대리를 지나 진부령으로 향하는 새벽길에서 느끼는 정신적 카타르시스를 그 어디에 비유하랴? "나는 산이 좋더라 / 파란 하늘을 통째로 호흡하는/ 나는 산이 좋더라 / 멀리 동해가 보이는 / 설-설악-설악산이 좋더라" 설악에 빠진 불량(?) 고등학생 진교준과 그를 일찌기 알아 본 조병화 선생이 그리워진다.

 

그런데, 마음 한편에 자리잡는 이 아쉬움의 정체는 무엇인가? 아, 정산(正山), 바로 자네였구만. 그동안 백두대간 학교에 줄곧 개근을 하고서 이 마지막 자리에 함께하지 못하다니 ......  그래, 자네 생각이 옳은지 몰라. 여기는 마음 먹으면 언제든 올 수 있지만, 그기는 한 번 지나가면 다시 갈 수 없는 곳이니 ....... 그기를 먼저 택한 자네에게 아쉽지만 찬사를 보낸다네. 나는 공간을 택하고, 자네는 시간을 택했으니 .......

 

 

진부령에서 향로봉 오르는 길에, 멀리 향로봉이 보인다

 

 

 (2) 향로봉(香爐峰)에 올라

 

진부령에서 향로봉으로 가는 길은 군사 작전용 도로인 "칠섭로"를 따라 걷는편안한 길이다. 칠섭로, 다소 생경한 느낌이 드는 이름이지만, 그 내면에는 한 젊은 장교의 부하에 대한 살신성인이 배어있다. 2004년 11월, 짙은 새벽안개 속에 군사시설 작업하다 고압선에 감전된 부하를 구하고 장렬하게 산화한 고 김칠섭 중령의 영령앞에 묵념하고, 칠절봉 허리를 휘감고 돈다.

 

대략 50m 간격으로 세워져 있는 전봇대의 갯수로 그 거리를 가늠하며 둥글봉 분기점을 지나니 향로봉이 눈앞에 다가선다. 도상거리가 약 11.5Km이지만 전봇대가 300개가 넘으니 대략 15Km는 되지 싶다. 능선길이 아니라 도로를 걷는 일은 생각보다 지루했지만, 마라톤과 대간길 크로스컨츄리로 단련된 우리 강마 대간돌이들은 그저 달리지 못해 안달이었다.

 

진부령을 출발한지 3시간 남짓 지난 오전 9시 25분 드디어 향로봉(香爐峰, 1296.3m) 정상에 발을 딛는다. 향로봉 분기점에서 북서쪽으로 이어지는 백두대간의 형세가 6월의 녹음과 함께 선명하다. 저 멀리 북쪽으로는 옅은 안개속에 금강산이 어렴풋이 들어온다. 향로봉, 여기가 백두대간의 끝이 아니거늘, 휴전선에 가로막혀 밟지 못하는 북녘의 대간길이 아쉽기만 하다.

 

한국전쟁의 참화속에서 향로봉은 치열한 전투가 있었던 곳이다. 여기서의 승전이 설악산을 차지하는 결정적 역할을 했으리라. 그러나, 그 시절의 처절한 전쟁의 흔적은 정상에 새겨진 돌비석만이 말해줄 뿐, 모든 것이 초하(初夏)의 푸른 숲에 덮혀서 세월을 삭이고 있을 뿐이다.

 "아 ! 향로봉 남강은 옛 산 옛 물이로되 눈보라 내리치던 처참한 싸움터에 쓰러진 전우들의 모습은 간 곳이 없도다"

이제 이념의 긴 싸움에서 벗어나 한 민족 한 나라의 꿈을 이루는 통일의 길이 빨리 왔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을 안고, 그 동안 짊어지고 왔던 배낭을 헹가래치며 대간길의 휘날레를 장식한다.

 

백두대간을 마무리 하는 향로봉에서의 배낭 헹가래 

 

 

 (3) 다시 이어갈 그 날을 기다리며

 

금강산 12,000봉 중에 남한땅에 향로봉,둥글봉,칠절봉,삼봉,신선봉의 다섯 봉우리가 있다. 그 중 가장 북쪽에 있는 향로봉까지 오늘 올랐으니 우리는 이미 금강산에 접어든 셈이다. 어렴풋이 보이는 금강산의 주봉, 비로봉이 법신불(法身佛)인 비로자나불의 화신이다. 그 비로자나불을 염(念)하면서 한동안 시간을 보낸다.

 

향로봉에서 남동쪽으로 돌아보니, 설악의 영봉(靈峰)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언제 보아도 설악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 설악의 아름다움에는 늘 새로운 길을 개척하던 젊은이들의 간절한 열정이 담겨있다. 더 멀리 보이는 산줄기를 굽어본다. 지나온 대간길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40개 구간중 어느 곳 하나 그립고 애틋하지 않은 곳이 없다.

 

그 장엄함에 탄성을 멈추지 못했던 천왕일출, 아침안개 속에 속살을 감추던 덕유의 아침, 현세(現세)와 내세(來世)를 넘나들던 하늘재, 높은 산만 산이 아니라는 진리를 일깨우던 상주의 포도밭, 다시 산문(山門)을 두드리고 싶은 희양산 봉암사, 7백년 술도가와 함께했던 소백산 고치령길, 영하 40도의 설화천국을 누빈 함백산, 달빛아래 영기(靈氣)를 받으며 걷던 오대산 성지, 쇠나드리 들꽃세상에서 보낸 하룻밤, 어찌 잊으리 공룡의 그 능선을 ........

 

향로봉에서 백두산으로 이어지는 북녘땅 대간길이 더욱 진한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지난 시절 대간의 의미를 되새기며 백두대간을 선답(先踏)했던 산선배들의 열정이 새삼 가슴에 와 닿는다. 산은 세월의 나이로 오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의 나이로 오르는 것이리라. 향로봉이 결코 백두대간의 끝이 아니거늘, 남북이 하나되어 다시 이어갈 북녘의 대간길을 그리며 진부령으로 아쉬운 발길을 되돌린다.

 

향로봉을 돌아서는데, 설악에는 운해가 가득하다

 

 [에필로그]

 

40차에 걸친 백두대간 종주동안 그 때 그 때의 생각을 글로써, 사진으로 담아왔지만 어찌 그 느낌을 모두 표현할 수 있었겠는가? 오로지 지난 기억들이 내 가슴속에 담겨있다가 불쑥불쑥 때맞춰 되살아나리라 본다. 내 삶이 나태해질 때는 스스로를 일깨우는 채찍이 되기도 하고, 지치고 힘들때는 어깨를 두드려주는 손길로 되살아나리라.

 

향로봉에 올라 그 자리가 대간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출발선이라 다짐했듯이, 우리 삶의 여정도 하나를 마무리한다는 것은 곧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는 것을 의미함을 깨닫는다. 그 간 변화무상한 계절의 변화를 번갈아 겪으며 동고동락했던 강마 대간돌이들과 함께, 대간길에서 보고 느낀 삶의 지혜를  오래도록 나누며 살고 싶다.

 

언제나 탈속(脫俗)의 여유를 안고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는 산의 모습을 닮고 싶고, 비바람 속에서도 함부로 자리를 옮기지 않는 나무처럼 살고 싶고, 지천으로 널려있는 야생화처럼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이고 싶고, 하산 길에 만나는 계류(溪流)처럼 내 속의 나를 바라보면서 살고 싶다.

 

그간 백두대간 길을 뒷바라지하고 응원해 주었던 내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들, 늘 성원을 아끼지 않았던 강마의 달림이 친구들에게 뜨거운 감사의 마음을 보내고 싶다. 특히, 오랜 시간 산행길을 함께하며 따뜻한 마음을 주고 받은 강마 대간돌이들에게 혈육보다 진한 정을 느끼며, 감사드린다. 남 대장님, 수고하셨습니다.

 

향로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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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거래사(歸去來辭)

 

 

 

[죽도록 사랑해] 삽입곡
작사/작곡/노래 김신우



우우우 우우우   우우우 우우우

하늘 아래 땅이 있고 그 위에 내가 있으니
어디인들 이내 몸 둘 곳이야 없으리


하루 해가 저문다고 울 터이냐 그리도 내가 작더냐
별이 지는 저 산넘어 내 그리 쉬어 가리라


바람아 불어라 이내 몸을 날려 주려마
하늘아 구름아 내 몸 실어 떠나 가련다

 

해가 지고 달이 뜨고 그 안에 내가 숨쉬니
어디인들 이내 몸 갈 곳이야 없으리


작은 것을 사랑하며 살 터이다 친구를 사랑하리라

말이 없는 저 들녘에 내 님을 그려보련다


바람아 불어라 이내 몸을 날려주려마
하늘아 구름아 내 몸 실어 떠나가련다


바람아 불어라 이내 몸을 날려주려마
하늘아 구름아 내 몸 실어 떠나가련다


우우우 우우우   우우우 우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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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기록]

 

  23:00 양재동 출발

  06:12 진부령 출발

  09:25 향로봉 도착

  10:20 향로봉 출발

  12;42 진부령 도착

  15:35 진부령 출발

  21:10 양재동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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