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따라 길따라/* 한북정맥

(한북02) 그리움이 익어 단풍이되고 - 광덕산에서

月波 2006. 10. 26. 21:04

 

 

1. 산행개요

 

 (1) 산행일시 : 2006년 10월15일(일요일)
 (2) 도상거리 : 2.0Km(진입구간) + 7.5Km(정맥구간)
 (3) 산행시간 : 6시간17분(진입 24분, 정맥 5시간 53분-식사/휴식 1시간 15분 포함) 
 (4) 산행코스 : 하오터널-하오현-회목봉(1027)-회목현-상해봉(1010) 왕복-광덕산(1046)-광덕고개

 (5) 참가대원 : 21명(강은미,권오언,김성호,김은진 부부,남시탁/김영이,박재상,박희용/정선자,손영자,신정호,오상승,이성원,장춘희/박찬우,정미자,홍명기,김길원,이상호,조성희)

     - 1구간  산행 : 김길원,이상호,조성희

     - 2구간  산행 : 강은미,김은진 부부,남시탁/김영이,박재상,박희용/정선자,오상승,이성원,홍명기

     - (1+2)  산행 : 권오언,김성호,손영자,신정호,장춘희/박찬우,정미자

 

2. 산행후기

 

10월 중순의 아침6시는 아직 잠에서 깨기에 이른 시간이다. 21명의 많은 인원이 지난 구간의 하산지점인 하오현을 향해 그 시간에 길을 떠난다. 대간을 끝내고 정맥을 시작하면서 대간을 한 열혈파를 중심으로 조촐히 걸으려던 한북이 서울에 가깝고 마침 단풍철이라 많은 인원이 모인 셈이다. 덕분에 설악공룡이후 보름만에 아내와 함께 단풍나들이를 하는 셈이 되었다.

 

 

 

 

 

일동을 지나면서 포천막걸리를 버스에 실으며 오늘 걸을 한북정맥 2구간을 지도로 살펴본다. 지난 1구간 산행에 부득이한 사정으로 불참했던 몇몇을 수피령에 내려놓고 하오현으로 돌아와 천천히 낙엽을 밟으며 산길을 걸을 것이다. 하오현-회목봉-상해봉-광덕산으로 이어지는 8.9Km를 아내와 함께 여유로운 산행을 하면서 가을상념에 젖어볼 것이다.

 

그러는 사이 수피령에서 출발한 팀들은 산악마라톤으로 달려 광덕산쯤에서 우리와 합류하겠지 .......

 

 

 

하오현 아래로 터널이 뚫여있다. 이제 어디를 가더라도 왠만한 곳은 터널이니 옛고개의 정취를 찾아보기가 쉽지않다. 아쉬움이 있지만, 한편으로 터널로 인해 옛고개는 인적이 끊기면서 본래의 모습을 되찾아가니 이것이 고개의 윤회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숲에서 길로, 다시 숲으로 ....... 하오현에서 회목봉을 향하는 숲길에는 여기저기 �은 단풍이 반겨준다.

 

만당시인 두목(杜牧)이 상엽홍어이월화(霜葉紅於二月花)라 했지요. 봄의 화려한 꽃보다 서리맞은 단풍이 더 아름다운 것은 비바람을 겪어낸 연륜에서 비롯되는 것이리라. 청춘의 푸르름보다 백발의 은빛모습이 더욱 아름다움을 풍기는 것도 그런 연유일테고. 앞으로 그런 삶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스스로를 둘러본다. 

 

 

 

  

 

단풍이 낙엽되어 떨어지는 늦가을의 산길을 걷는다. 언제 걸어도 낙엽쌓인 길은 풍성하고 여유롭다. 가을낙엽에서 봄의 새싹을 그려본다. 초봄의 푸른 잎은 여름을 지나며 조금씩 속으로 그리움을 키워가리라. 그 그리움이 농익어서 단풍이 되고 가을바람에 흩날리고 있다. 이제 제 자리로 돌아가 겨울동안 자신을 썩여 봄에 피어날 새싹의 자양분이 되겠지.

 

 

 

 

 

상해봉에 아내와 함께 오른다. 하늘이 한없이 맑아보인다. 바람도 한 점 없고 마음은 절로 편안해진다. 정산이 부부사진을 찍어준다. 아내의 얼굴을 바라본다. 상해봉 꼭대기에 서서 아내를 쳐다본다. 오랜 세월 믿음으로 가꾸어 온 사랑스런 모습이다.

 

 

 

 

 

상해봉의 벼랑을 로프에 의지해 내려서는 아내의 뒷모습을 보며 문득 낙엽빛깔 닮은 커피향이 그리워진다. 아내와 함께 가을 숲 깊숙히 마음이 빠져들고 싶은 심정이다. 마음 속으로 이해인 수녀님의 시(詩)를 읊조리면서 아내와 숲길을 걷는다.

 

   사랑하는 이여/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 어서 조용히/ 웃으며 걸어오십시오

   낙엽빛깔 닮은/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우리 사랑의 첫 마음을/ 향기롭게 피워 올려요

   쓴 맛도 달게 변한/ 오랜 사랑을 자축해요

  

   지금껏 살아온 날들이/ 힘들고 고달팠어도/ 함께 고마워하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조금은 불안해도/ 새롭게 기뻐하면서,

   우리는 서로에게/ 부담 없이 서늘한 가을바람/ 가을하늘 같은 사람이 되기로 해요

 

      - 이해인, <내 마음의 가을 숲으로>에서

 

  
 

 

광덕산을 지나 걷는 산길에는 낙엽이 수북하게 쌓여있다. 수피령에서 출발한 산악 달림이들은 여느 산꾼들의 산행속도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달려오고 있다는 전갈이 무전으로 날아든다. 정신없이 앞만보고 달리는 그들이 추구하는 것은 무엇이며, 쉬엄쉬엄 낙엽을 밟으며 걷는 산길에서 얻는 것은 무엇인가?

 

빠르고 느림도 영겁속에서 순간이거늘 ....... 그리움이 익어 단풍이 되고, 그 단풍이 빛바래어 떨어지는 산길에서 찰나와 영겁을 본다. 떨어져 나딩구는 낙엽에서 무상한 계절의 변화를 읽으며 걷는다. 문득 영국의 낭만파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를 떠올린다. 동양적 관조(觀照)가 짙게 드리운 그의 시(詩), 순수의 전조 (Auguries of Innocence)에서 서양시인의 불교적 선(禪)의 세계를 훔쳐본다. 

 

     한알의 모래알에서 넓은 세계(世界)를 보고(To see a World in a Grain of Sand )
     한 송이 들꽃에서 천국(天國)을 찾으려거든,(And a Heaven in a Wild Flower,)

     그대 작은 손바닥 안에 무한(無限)을 쥐고(Hold Infinity in the palm of your hand) 
     짧은 한 순간 속에서 영겁(永劫)을 보라(And Eternity in an hour)

 

가던 길을 멈추고 낙엽에 주저앉아 낙엽을 떨구어낸 나무들을 바라본다. 아무런 미련없이 제 옷을 벗어버리고 속살을 드러내는 나무들의 모습을 바라본다. 봄이면 나무는 다시 새 잎을 피우고 분단장을 하겠지만 그것도 순간이리니 ......... 깊어가는 가을 속에서 생성소멸해가는 존재들의 모습을 보며 유유히 흘러가는 세월의 깊이와 자연의 섭리를 다시 생각하며 상념에 젖어 본다.

 

 

 

 

 

오늘 산행의 종착지점인 광덕고개가 가까워지고 있나보다. 숲아래에 지나가는 자동차의 신호음이 들려오고, 계절의 변화에도 꿋꿋이 제 빛깔을 지키는 잣나무의 푸르름이 우리를 반겨준다. 사람사는 세상내음이 물씬 풍겨온다. 하룻동안 잠시 젖었던 산에서의 상념을 접고 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수피령에서 산악마라톤을 하며 달려온 A팀은 아직도 기운이 넘쳐보인다. 그들은 그들대로 의미있는 산행을 하였고, 하오현에서 출발한 우리도 나름대로 마음이 여유로운산행을 하였으니 모두가 뜻있는 하루였다. 이렇게 각자의 자리가 있으니 우리의 삶이 더욱 자기다워지고 "나는 왜 네가 아니고 나인가"라는 질문에 쉽게 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

 

이것이 각자의 자리에서 상생(相生)하는 지혜로운 삶이지 싶다. 이렇게 오늘 산행에서도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조화와 아름다움을 느끼며 일상으로 돌아간다. 돌아가는 길에 이동갈비를 사서 아이들과 함께 집에서 맛을 보며, 산에서의 생각을 함께 나눈다.

 

 

 

 

 

 ------------------------------------------------------------------------------------

 

[세부 산행시간]

 

06:15  개포동 출발

08:40  수피령 출발

09:20  하오터널 도착


09:26  산행 시작

 

  진입  0:24 (하오터널입구-하오고개)

  하오고개-930봉   0:40  

  930봉-회목봉    1:00  
  회목봉-회목현   0:40 (식사 44분 별도)
  회목현-상해봉   0:28  (헬기장에서 휴식16분 별도) 

  상해봉-990봉   0:29 

  990봉-레이더 관측소   0:18  (간식 15분 별도)  

  레이더 관측소-광덕산  0:08

  광덕산-전망바위  0:17

  전망바위-광덕고개   0:38

 

 산행거리및 시간   8.9km   6:17(산행 5:02 . 식사/휴식 1:15)


15:43  산행 종료
17:25  백운계곡 출발
19:45  개포동 도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