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개요
(1) 산행일시 : 2006년 11월19일(일요일)
(2) 도상거리 : 11.1Km(정맥구간) + 2.7Km(진출구간)
(3) 산행시간 : 7시간32분(정맥 5시간 55분-식사/휴식 1시간 6분 포함, 진출 1시간 37분)
(4) 산행코스 : 광덕고개-백운산-삼각봉-도마치봉-신로봉-국망봉_(국망봉 휴양림)
(5) 참가대원 : 20명(강은미,권오언,김성호,김용광,김희각,남시탁/김영이,박희용,손영자,송영기,오상승,이성원,장재윤/김기순,정미자,진성박,최순옥,홍명기,외부 2인)
- 이종만 자봉, 강은미,남시탁/김영이 신로봉에서 하산
2. 산행후기
광덕고개에서 한북정맥 3차산행을 시작한다. 백두대간을 끝낸후 한북정맥을 시작했지만 왠지 흥이 덜한 것이 사실이다. 대간내내 가졌던 그 열정과 정맥을 하며 갖는 이 무덤덤함, 이 마음의 차이는 도대체 어디서 연유하는 것일까? 큰 욕심과 작은 욕심의 차이일까, 아니면 털고 버리는 산행에 제법 익숙해지는 것일까?
광덕고개에 펼쳐진 도회의 장터같은 상점건물이 주는 식상함을 뒤로하고, 바로 산길로 접어든다.
가을인가 했더니 산에서는 벌써 겨울이다. 봄은 산아래에서부터 찾아오고 가을은 산정상에서 다가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잠시 잊은 것일까? 광덕고개에서 백운산으로 향하는 초입부터 눈이 쌓여있다. 길가에 널부러져있을 낙엽을 밟을 생각으로 나선 산길에서 예상하지 못한 눈을 만나니 반갑기 그지없다. 아이젠을 준비못한 걱정이 잠시 스치지만 이내 마음이 편안해진다. 즐거움이란 이렇게 늘 기대하지 않은 곳에서 찾아오는 법이니 ......
그러나, 몸은 만신창이다. 어제 마신 포도주에 온 몸이 절어있으니 오늘 산길을 제대로 걸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백운산 정상에서 권하는 포천 막걸리에 손사레를 치니 일행들이 묘한 웃음을 보낸다. 산 정상에서 마시는 막걸리 한 사발이 어떤 맛인줄 알면서, 평소와 달리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 내 모습이 웃음을 자아낼 수 밖에 .......
삶의 또 다른 분수령에 선 마음을 그들이 알리가 없지. 겨울을 맞는 나무처럼 자신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내 속의 나를 보면서, 지금껏 대간길을 걸으며 되뇌이던 마음의 다짐이 아픈 영가가 되어 돌아온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몇 안되는 잎새마져 떨어진 겨울나무처럼 얼마 지나지 않아 훤히 드러날 내 속이거늘 ........
백운봉을 지나고 도마치봉에 오르도록 심신이 제대로 다스려지지 않는다. 모두들 눈속을 걸으며 신명나 하건만, 내 가슴속에 엉킨 실타래는 풀리질 않고 육신은 더욱 고달프다. 카메라에 건성으로 그들을 담는 내 자신이 미워진다. 그래서 먼 산을 찍어보고 발아래의 흰눈을 렌즈에 담아보지만 영 시원찮다. 좀 더 걸으면 혼란스런 마음이 조금 나아질까?
사람들을 먼저 보내고 혼자 산길을 걷는다. 방화선을 구축하려고 나무를 모두 베워버린 양지바른 길에서 햇살을 쬐어본다. 여기는 눈이 모두 녹아 봄같은 느낌이다. 뒤에서 정산(正山)이 나를 부른다. 무슨 생각에서일까? 풍경사진외에는 좀처럼 사람을 불러세워 인물사진을 찍지않는 친구인데 ....... 내 속의 나를 훔쳐본 것일까?
정산이 찍은 사진과 설명을 여기에 옮겨본다. 언제 보아도 그의 감성적 터치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모자람이 없다.
월파를 불러 세우고 겨울산을 배경으로 그를 담는다.
진지한 모습에 그가 잘 설명된 것 같은 괜찮은 그림이다.
그렇지, 월파야! .......................................................... [사진/글 : 정산의 산행후기에서 옮김]
정산(正山), 자네의 사진설명이 반은 옳은 것 같네그려.
한 동안 달리기와 산행을 게을리하여 배불뚝이로 원상복구된 내 겉모습을 잘 잡았구먼. 카메라 둘러메고 얼짱각도(?)로 돌아선 내 모습에서 자네가 느껴온 나를 볼 수도 있겠구나.
그러나, 겉은 잘 담았지만 속까지 읽기엔 난해했을거야. 그 날 내 심사가 무척 복잡했거든. 다른 때와 달리 산에서의 흥얼거림도 없었고. 속까지 그대로 담아내기엔 함께 수련을 좀 더해야할 것 같아. 미안하다네. 시간이 지나면 오늘의 내 속을 보여줄 날이 있을걸세.
신로봉을 향해 오르는 비탈에서 도마치와 백운봉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되돌아보며, 지난 30년 가까이 외길로 살아온 내 삶의 모습을 살펴본다. 뒤돌아볼 여유도 없이 앞만보고 살아온 삶이었지. 아직도 뒤돌아보기에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는데, 그 외길여정에서 나를 내려놓아야 하는 것일까?
스스로는 짐이 무겁다고 생각되지도 않고 능히 그것을 짊어질 수 있다고 보는데, 다른 사람의 눈에는 무겁고 힘들게 느껴진다면? 글쎄, 시시비비를 가리기보다 물흐르듯이 순리에 맡기는 것이 옳은 것일까? 어떻게 생각하면 안타깝고 아쉬운 일인데, 아니 억울하고 가슴저리는 일인지도 모르는데.......
달리 생각하면 그 짐을 내려놓게 해주니 얼마나 가볍고 편안할까? 감사의 마음을 소포에 싸서 보낼 수 있는 여유가 왜 없는 것일까?
국망봉에서 듣는 시인의 이야기에 그래도 마음이 어느 정도 정제된다. 주저리주저리 엮어가는 소설, 알록달록 그려보는 산문보다 단 몇 글자, 몇 줄에 담는 시(詩), 그 시인의 마음은 얼마나 정제되어 있을까? 혼신의 노력으로 살아온 내 삶이나, 시어(詩語) 하나하나에 혼을 담아온 시인의 삶이나 모두가 열정하나로 꾸려온 삶이리라.
웃음섞인 목소리로, 원래는 시를 쓰는 시인이었는데 이제는 소설을 쓸 수 밖에 없다던 그 시인의 속 마음이 조금은 그려진다. 시는 가슴에 담아두고 밖으로 소설을 쓰는 길을 걷기 시작했을 때의 그 마음을 읽어본다. 국망봉 정상에서 시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내 속의 나를 다시 돌아보고, 내 마음을 정제시키려 애써본다. 환승역이 가까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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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2006.11.19.(일)
06:17 개포동 출발
08:05 광덕고개 출발
광덕고개-백운산 1:17 (8분 휴식)
백운산-삼각봉 0:17
삼각봉-도마치봉 0:22 ( 15분 휴식)
도마치봉-신로봉 1:54 (도마봉 25분 지나서 식사 15분)
신로봉-국망봉 1:14 (28분 문학 강의)
진출 구간
국망봉-국망봉 자연 휴양림 2.7km 1:37
산행거리및 시간 7:32(산행 6:26 . 식사/휴식 1:06)
15:37 국망봉 자연휴양림 도착
16:10 국망봉 자연휴양림 출발
18:08 개포동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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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 : 광덕고개- 백운산 - 도마치봉-신로봉 - 국망봉-(국망봉휴양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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