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개요
(1) 산행일시 : 2007년 2월25일(일요일)
(2) 도상거리 : 11.1Km(정맥구간) + 4.0Km(진출구간)
(3) 산행시간 : 7시간30분(정맥 6시간 15분-식사/휴식 1시간 18분 포함, 진출 1시간 15분)
(4) 산행코스 : 노채고개-2.8-길매봉-0.8-청계산-3.5-오뚜기고개-2.6-강씨봉-1.4-도성고개-4.0-(사직2리 고향마을식당)
(5) 참가대원 : 16명(강은미,권오언,김길원,김성호,남시탁/김영이,박찬우,박희용,백호선,송영기,오상승,이상호,이성원,김기순,최순옥,홍명기)
- 남시탁/김영이, 이성원 길매재 탈출, 김성호,오상승,이상호 890봉에서 응급구조차 길매재로 회귀
2. 산행후기
(1) 비상(飛翔)을 꿈꾸며
아런저런 이유로 겨울동안 접어두었던 한북정맥 종주에 다시 나선다. 우수가 지났어도 산에는 아직 겨울이다. 겨울, 그 겨울은 새롭게 비상(飛翔)을 꿈꾸는 자를 위해 찾아온다고 했던가? 일상에서 새로운 동인(動因)을 찾지 못하고 지루함이 점철되면, 누구나 다른 세상으로 날개짓하는 꿈을 꾼다. 새 봄의 기대로 길고 추운 겨울을 나듯이.
이제 그 겨울을 떠나보내야 한다. 개구리 깨어난다는 경칩이 1주일 앞이니 채비를 서둘러 봄 맞으러 길을 떠나야 한다. 묵은 길을 버리고 미지의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런데, 어디로 가야하는 걸까? 지천명(知天命)이 넘도록 수없는 겨울을 보내지만,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 수 없다. 선문답처럼 화두만 입가에 맴돌 뿐 답은 떠오르지 않는다.
하기야, 그 답을 알고 길 떠나는 이가 이 세상에 얼마나 될까?. 그래. 그렇게 떠나는 거야. 새길을 찾아 떠나는거야. 미련없이, 뒤돌아보지 말고. 털끝같은 흔들림도 남기지 말고, 사뿐히 나뭇가지를 박차오르는 새처럼. 내 안의 나를 버리고 가볍게 날아보는거야. 그렇게 비상(飛翔)해 보는거야.
(2) 거꾸로 잇는 정맥
국망봉에서 도성고개, 강씨봉, 청계산, 길매봉,노채고개로 이어지는 남진(南進) 코스가 당초의 계획이었지만, 장거리인데다 국망봉휴양림에서 국망봉을 오르는 급경사가 워낙 부담이 크다는 중론에 따라 길을 남에서 북으로 잡는다. 노채고개에는 차량통행이 가능하니 우선은 쉬운 길을 택하고 본다.
해발 1,100m를 오르내리는 민드기봉(1023m), 개이빨산(견치봉, 1110m), 국망봉(1167m)을 산행 후반부로 미루어 놓은 것이 잘한 선택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지난 11월 한북 3차에서 도성고개까지 잇지 못하고, 국망봉에서 휴양림으로 수직할강한 기억이 생생하니, 그 길을 거꾸로 올라가자는 생각이 누구에게나 쉽지않은 선택이다.
산의 험하고 어려움을 따지는 것을 보면 정맥에서 마음이 많이 풀어졌나 보다. 지난 2년 6개월동안 백두대간을 하며 타협없이 남에서 북으로 달렸는데. 그래, 따지지 말고 발 닿는대로 걸어보자.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을 풀고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날개짓하듯이 걸어보자. 노채고개를 넘고 청계산, 강씨봉, 국망봉 하늘위로 날아보자.
(3) 궁예의 자취를 더듬는 옛길에서
일동에서 옛 나산컨트리클럽을 지나 노채고개로 오르는 길은 확포장공사가 한창이다. 잠결에 깨어, 청계저수지 쪽으로 알바하는 버스를 돌려 제대로 길을 찾게 한다. 잔설과 물기어린 곳에는 얼음이 남아있지만 바람은 그리 매섭지 않다. 긴 겨울동안 꿈꾸어 온대로 새로운 날개짓을 하러 길을 나서는 것이다.
노채고개를 출발하자마자 첫 언덕에서 A조, B조가 함께 모인다. 각자 걸음걸이가 다르고 새 봄을 향해 꾸는 바램이 다르니 이제 출발이면 각자의 기량에 따라 걷는다. 모두 웅크렸던 겨울과 작별하려는 눈빛이 초롱초롱하지 않는가? 양지바른 곳에서 피어나는 하늘빛 봄까치꽃이라도 만났으면 .......
노채고개에서 길매봉가는 길에서 만나는 신갈나무 밭에는 여기저기 간벌을 해놓았다. 신갈나무는 차분히 새 순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을거다. 나무 한 그루를 심는 뜻은 당장의 꽃과 잎을 보자고 하는 것이 아니리라. 생명은 생명을 싹트게 하고, 사랑은 또 다른 사랑의 싹을 맺는 법이니, "나무를 심으며 그 그늘에서 바로 쉬려는 희망을 품어서는 안 된다"던 글(*)을 되새기며 걷는다. - (*) 생떽쥐베리, <나의 친구>
잎떨어진 겨울나무처럼 스산한 마음밭(心田)에 한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은 생명을 심는 것이요, 사랑을 심는 것이리라. 어떤 대가나 보답을 바라지 않고, 그 생명과 사랑의 순환활동에 동참하는 것이 스스로의 마음밭을 푸른 숲으로 만드는 것일테다. 비오듯 쏟아지는 땀속에 이런 생각에 젖어있는 사이, 바로 길매봉(735m) 표지석이 반겨준다.
길매봉에서 앞을 내려다 보니 아슬아슬 암릉이 뻗어있다. 앞서간 팀들은 홀린듯이 산에 빠져들고 있나보다. 저렇게 속도를 내고 있으니, 오늘 국망봉을 오르는 일은 그리 문제가 되지 않을 듯하다. 정산과 뒤로쳐져 암릉을 조망하면서 여유룰 부려본다.
아슬아슬 밧줄타기를 하며 암봉을 내려서 길매재를 지나니 다시 오르막이 시작된다. 늘 산에서 오르내림이 있지만 오늘의 고저변화는 꽤 심하다. 지도를 보니 오늘 산길이 보통이 넘어보인다. 지난 겨울 도래기재에서 태백산을 지나 화방재에 이르던 27Km 산길을 생각하며 걷는다. 은미님, 770봉에서 입에 녹아내리던 감자떡 덕분에 이렇게 청계산 정상에서 선두그룹과 합류, 한 컷할 수 있었습니다. 감솨!
청계산에서 북으로 뻗어가는 정맥을 굽어보라. 단숨에 저 길을 달려가고 싶지 않은가? 동대산 지나 두로봉에서 남설악을 굽어보던 때가 머리를 스쳐간다. 남덕유에서 향적봉을 향해 뻗어가던 북덕유의 능선에서도 가슴에 뜨거움이 용트림했었지. 왜 남에서 북으로 마루금을 조망하면 그 간절함이 더해지는 것일까?
귀목봉이 한북정맥에서 가지치는 890봉에는 햇살이 여간 따사롭지 않다. 이 갈림길에서 선두와 후미가 모여 함께 점심을 먹기로 한다. 아니, 그 전에 국망봉까지 가는 길을 도성고개까지로 줄이자고 한 목소리로 합의했으니 그칠 것이 무엇이랴?. 성호님 본가에서 가져온 포도주로 모두 목을 축이며 890봉의 산상파티가 열린다. 조금만 욕심을 털고 산행거리를 줄이면 이렇게 심신이 여유로워 지는 것을 .......
그러니, 갑자기 재미있는 퀴즈가 나온다. 정답은 이런 것들이다. "기러기" "토마토" "소주 만병만 주소" "다시 합창합시다" ......... 바로 읽으나 거꾸로 읽으나 똑같은 단어나 문장이다. 이런 어구를 순역동의 어구(順逆同意 語句) - 얼핏 듣기에도 어려운 한자말이지만 - 라고 하는데 찾아보면 꽤 있다.
다들 잠들다, 다 좋은 것은 좋다, 다 큰 도라지일지라도 큰다, 아들 딸이 다 컸다 이 딸들아, 여보게 저기 저게 보여, 다시 올 이월이 윤이월이올시다 .......... 내가 잊지않고 기억하는 것은, "아 좋다 좋아"이고, 술 한 잔 하면 생각나는 "통술집 술통", 무슨 구호같은 "지방상인 정부미 부정인상 방지"가 있고, 그 중에 제일 긴 문장은 "가련하시다 사장집 아들딸들아 집장사 다시하련가" ........
엇, 영어에도 있는데. "Madam I'm Adam" "Was it a cat I saw?" "A man, a plan, a canal, Panama" ㅎㅎㅎㅎㅎ 이렇게 한낮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890봉에서 맛난 점심을 먹으며, 오랫만에 편안하고 여유로운 산행을 즐기고 있었는데 ....... 갑자기 후미조의 남시탁/김영이, 이성원 님 소식이 궁금해진다.
890봉(귀목봉 분기점)에서 지나온 청계산을 굽어본다. 뒤돌아보니 북사면의 산은 아직도 겨울색이 역력하다. 세 사람은 이성원님의 컨디션 부조로 길매재에서 청계저수지로 조기하산하기로 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 워키토키가 잘 안되어 전화를 해보니, 어이쿠! 상황이 그게 아니다. 나뭇잎에 덮힌 빙판길에 김영이님이 넘어지는 불상사로 119로 헬기를 불렀단다. 아, 맙소사. 별일 없어야 할텐데.
응급구조대의 지원조로 Sub 3급의 김성호, 이상호, 오상승님을 청계산 방향으로 돌려보내고, 나머지 일행들은 도성고개를 향해 갈길을 재촉한다. 가벼운 부상이어야 할텐데 ....... 금년 시산제를 1월에 일찍 지낼걸 ....... 별의별 생각으로 걷는 산길, 이제 지쳐가지만 힘들다는 생각을 할 겨를이 없다.
강씨봉고개에 이르른다. 궁예왕비인 강씨가 살았던 마을이 동쪽아래에 있어서 그렇게 불렸는데, 요즈음은 오뚜기고개라 부른다. 오자복 전 국방장관이 군단장 시절, 오뚜기 부대가 여기 폐허의 옛길을 뚫은 기념으로 돌탑을 세웠는데(1988년 6월 25일) 이제 비석이 비바람에 깍여 글자가 흐릿하다. "초전 3일 돌격전진 의지와 기백으로 폐허의 옛길을 뚫다"
한나무봉에 오르니 맑은 하늘에 뭉게구름이 한적히 떠가고, 속살을 드러낸 나뭇가지가 허공을 향해 웃고 있다. 그 정상에 최순옥님이 편안한 미소를 짓고 산아래를 내려다 본다. 바라보기에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것은 하늘인가, 구름인가, 겨울나무인가, 아니면 사람의 마음인가?
강씨봉 가는 길은 급하지 않지만 방화선을 따라 여러차례의 오르내림을 해야한다. 삼도봉을 거쳐 황악산을 오르던 때였던가? 가도가도 앞봉우리에 가려 본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황악산, 진짜 고비 진고, 마지막 고비 마고, 진짜 마지막 고비 진마고, 에고에고 힘들다 에고 ........
강씨봉을 가리고 있는 앞의 작은 봉우리들을 넘으면서, 이번에는 진고 마고 대신에 권씨봉, 최씨봉, 도깨비봉 하며 걷는다.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고 읊었던 일곱살 소년, 정약용을 새삼 떠올린다.
누군가 위치를 잘못 파악하여 세웠다가 버려진 강씨봉 표지석, 그 널부러진 표지석을 지나 10여분을 더 걸으니 강씨봉이다. 강은미님의 얼굴에 화사함이 돈다. 오늘 산행팀의 유일한 강씨이다.
이 정상에서 유일하게 앉아서 사진 찍힌 분은 누구이신가? 물론 강씨이다. 강은미님을 강씨봉 정상에 앉히고 이번에 옆으로 도열해 섰다. 890봉에서도 그러하더니, 오늘은 일렬횡대로 서는데 모두들 익숙하다. 궁예와 강씨부인의 이야기는 도성고개로 내려서는 길에서 하기로 하고 길을 서두른다. 지난 번 국망봉에서처럼 직접 시 한 수 낭송하는 시간을 못가져 아쉽다. 그렇지요, 강 시인님?
도성고개에서 하산하는 숲길에는 무릎까지 쌓여있는 낙엽이 발을 편하게 해준다. 마음까지 절로 편안해진다. 모두가 어린 아이의 눈매로 돌아간다. 3,000배 밤새워 절을 해야 모두 어린 아이의 순진무구한 눈매로 돌아갈 수 있는데, 그렇지 않고도 왠 호사인지?
그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스스로의 마음에 티끌하나 없으면, 이렇게 모두 해맑아질 수 있는 것을. 떨어진 낙엽이 제 생을 바쳐서 인간에게 베푸는 헌신에 감읍할 따름이다. 저 낙엽은 이제 제 몸을 썩혀 또 다시 다시 돋아날 새순의 자양분이 될터이니 ........ 나뭇잎의 끝없는 헌신과 사랑이다. 오늘 산길을 나서며 생각했던 생명과 사랑의 느낌이 가슴으로 다가온다.
하산길, 사직2리로 가는 길에서 만나는 잣나무 숲이다. 푸른 나무는 푸른 나무대로 생명과 사랑을 베풀고 있다. 나무 한 그루를 심는 뜻은 당장의 꽃과 잎을 보자고 하는 것이 아니듯이, "나무를 심으며 그 그늘에서 바로 쉬려는 희망을 품어서는 안 된다"던 생떽쥐베리의 글을 다시 생각하며 산행을 마무리 한다.
오늘 계획했다가 중도에서 계획을 바꾼 도성고개-민드기봉-견치봉-국망봉 구간은 꽃피는 봄날에 다시 가야겠다. 김윤아의 봄이 오면을 흥얼거리면서. 그런데, 그 길의 진출입이 여간하지 않으니 벌써 덜커덕 겁이 난다. 산에서 왜 이리 자신이 없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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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 후 뒷 이야기]
도성고개에서 하산하여 포천의 병원에서 응급처치를 하고 있는 김영이님을 모시러 간다. 누님, 길매재에서 헬기를 탔으니 누구는 가문의 영광이라 하더이다마는 한 동안 고생할 일이 걱정이외다. 그 험한 길매봉 암봉을 다 타고 내려와서 평평한 능선에서 한 순간 마음을 놓았었나 봅니다.
부디 빨리 완쾌하소서. 그리하여 아직도 산길에 서툰 우리 옆지기 데리고 지난 겨울처럼 태백산으로, 계룡산으로, 덕유산으로 눈덮힌 산야를 누비셔야죠. 포천의 병원에서 밝게 웃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마음이 찡했습니다만, 그것이 누님의 천성이지 싶어 더욱 정이 들었습니다.
남대장님, 그 동안 못한 외조를 이제 톡톡히 해야겠습니다.
헬리콥터 타고 포천 강병원으로 후송되어 응급처치하고 나오는 김영이님, 밝은 표정 한 번 보소.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남양주 금곡의 최세욱님 가게에 들렀습니다. 맛있는 순대국에 소주를 곁들여 뒷풀이를 잘 했습니다. 늘 싱글벙글 마음씨 고운 최세욱 아우님, 사업도 번창하시고, 언제 발맞추어 울트라여행이라도 함께 했으면 합니다. 기왕 얘기 나온 김에 유성에서 만날까요?
최세욱님네 무봉리 순대국집에서 님의 선창으로 강마,강마,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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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2007.2.25.(일)
06:15 대치동 출발
08:00 노채고개 출발
09:00 길매봉(735m)
암릉지역
09:20 길매재
770봉
09:53 청계산(849.1m)
850봉(우회)
10:39 890봉-귀목봉 분기점
- 중식및 휴식(1시간 18분)
11:57 890봉 출발
12:33 오뚜기 고개
12:38 768.1봉(한나무봉)
13:25 정상석 버린 곳(잘못된 위치에 강씨봉 정상석 세웠던 것)
13:40 강씨봉(830.2m)
14:15 도성고개 도착
- 진출(4Km)
15:30 일동사직2리 고향마을(음식점) 도착, 버스승차
- 도성고개에서 하산하자마자 우측길을 놓치고 좌측으로 접어들어, 사직2리로 하산함(저수지를 왼쪽에 두고 하산, 대로변 고향마을 음식점에 도착
- 도성고개에서 하산하며 민둥산 갈림길 표지 있는 곳에서 우측 급경사로 하산하면 구담사를 거쳐 연곡4리 제비울 상회로 하산하게 됨. (구담사까지 차량통행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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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북 4차는 노채고개를 출발하여 청계산-강씨봉을 거쳐 도성고개까지 남에서 북으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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