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따라 길따라/* 한북정맥

(한북01) 비록 수피령에서 시작하지만

月波 2006. 9. 17. 22:34

 

1. 산행개요

 

 (1) 산행일시 : 2006년 9월17일(일요일)
 (2) 도상거리 : 12.1Km(정맥구간)  + 2.0Km(진출구간)
 (3) 산행시간 : 5시간19분(정맥 5시간 04분-식사/휴식 1시간 3분 포함, 진출 15분) 
 (4) 산행코스 : 수피령-980(복계산 갈림길)-칼바위-1014(벙커)-복주산(1152)-하오현(740)

 (5) 참가대원 : 8명(남시탁,박희용,송영기,오상승,이규익,이상호,진성박,홍명기)

 

 

2. 산행후기

 

백두산을 다녀오는 것으로 백두대간을 마무리하고, 한북정맥을 시작한다. 당초 낙동정맥을 하려고 했으나 생각을 바꾸었다. 낙동은 버지니아의 제용님이 귀국하면 함께하자는 제안이 있었고, 대간을 하는 동안 소홀히 한 주변사도 챙길 겸 서울에서 가까운 한북정맥을 먼저 하기로 뜻을 모았다. 

 

백두대간을 시작할 때처럼 간절함은 덜하지만 이제 제법 산에 익숙해졌으니 좀 더 여유롭게 이 땅의 산줄기를  걸을 수 있으리라. 산악마라톤으로 달려온 대간과 달리 천천히 주변 산하와 호흡하며 걷고싶다. 때로는 산줄기 아랫마을에 얽힌 사람사는 이야기를 세세히 살피기도 하면서 .......

 

아직은 솜씨가 서툴지만 정맥주변 산야의 모습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아보리라. 가슴에 와 닿는 느낌까지 사진으로 담을 수 있으랴마는 그 욕심을 버리지 않으리라. 그리고, 산길을 걸으며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꽃 한 송이에서 삶의 의미를 되새기며 걸어보리라.

 

 

 

 

강원도 철원의 수피령을 시작해 복주산을 거쳐 하오고개까지의 11.5Km를 한북정맥의 첫 구간으로 삼아 첫 발을 디딘다.  오늘 비록 휴전선에 가로막혀 추가령에서 시작을 못하고 수피령에서 한북정맥을 시작하지만, 훗날 추가령-백암산-적근산-대성산-수피령으로 이어지는 미답구간을 걸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해본다.

 

 [참고자료] 한북정맥

 

(1) 백두산에서 시작한 백두대간이 금강산에 이르기전 원산 남쪽의 추가령 부근 식계산에서 남쪽으로 갈라진 산줄기로 북한강과 임진강 물줄기를 가르는 분수령이다.

  - 전체 도상거리는 약 225km에 이르나 산행이 가능한 남쪽 구간은 수피령부터는 약 150km 정도다.

 

(2) 북한지역의 백암산, 적근산을 지나 남쪽으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대성산, 복주산, 광덕산, 백운산, 국망봉, 청계산, 운악산, 수원산, 죽엽산, 불곡산, 한강봉, 도봉산, 북한산, 노고산, 고봉산으로 이어져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경기 파주 교하의 장명산에서 그 맥을 다한다.

 

 

수피령(水皮嶺)은 예로부터 철원과 화천을 이어주는 고개이다. 서울에서 수피령으로 향하는 길은 광덕고개를 넘어  사창리를 지나면서 전방부대로 들어서는 느낌이다. 곳곳에 군부대의 막사가 보이니 젊은 시절 전방에서 군생활을 한 사람들은 옛추억에 잠긴다. 진 부회장이 신혼살림을 차렸던 부대의 군인 아파트를 지나며 모두들 색다른 감회에 젖는다.

 

 

 

대성산 전적비에서 출발세러머니를 하고 수피령을 출발하여 정맥으로 접어드는데 산길에는 가을을 아랑곳하지않고 핀 노란 들꽃이 우리를 반긴다. 언제부터인가 대간길에서 야생화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발아래만 보고 힘겹게 걷던 산행에서 나무가 보이고, 꽃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산행은 늘 새로움을 안겨 주었다. 오늘은 저 이름 모를 야생화의 환대를 받으며 새로운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다.

 

 

 

 

산으로 든지 20분이 채 지나지 않아서 복계산 갈림길에 접어든다. 남서쪽으로 90도 꺽어 복주산으로 향해야 하는데 선두가 북서쪽 복계산 방향으로 달려간다. 직감적으로 그들을 불러세우고 지도를 보고 길을 점검한다. 이렇게 한 순간에 길을 잘못들면 산에서나 세상사나 고생이 뒤따른다. 길을 정해놓고 가는 길은 더욱 그러하다.

 

960봉에 오르니 따뜻한 햇살이 산야를 감싸고 있다. 주변에는 하얀 구절초가 무리로 피어 우리를 반겨준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구절초를 바라보며 이른 점심(아침인가?)을 먹고 가기로 한다. 새벽길을 나서며 아침이 허술했으니 허기가 빨리 찾아올 수 밖에 ....... 이제부터 900 - 1000m 전후의 능선을 오르내리며 걷는 길이다.

 

950봉을 지나고 군 작전용 벙커위에서 마시는 포천 막걸리는 일품이다. 다음 산행에도 일동을 지나며 막걸리 몇 통을 짊어지고 와야겠다는 생각이다.

 

 

 

복주산을 향하는 길에는 여기저기 가을 들꽃이 눈에 띈다. 그 중 투구꽃이 유난히 자주 보인다. 색깔이 연한 보라색 투구꽃에 종종 흰색의 투구꽃이 눈이 들어온다. 들가의 꽃들도 각각 제빛깔을 갖고 살아가는데 ......... 산에서 늦게 핀  투구꽃이라 색깔이 옅은지, 변종인지 나중에 알아보아야겠다.

 

복주산 정상을 앞두고 걸어온 한북정맥의 능선을 되돌아 본다. 황사로 하늘이 뿌옇지만 마루금만은 분명히 시야에 들어온다. 날씨가 좀 더 맑았으면 대성산이 좀 더 선명하게 다가왔을텐데 ........ 한국전쟁당시 처절한 전투가 벌어졌던 대성산은 그 상흔을 간직한 채 묵묵히 세월의 흐름을 읽고있는 듯하다.

 

  

 

 

 

 

수피령을 출발한지 4시간만에 복주산 정상에 오른다. 아담하고 예쁜 정상석이 암반위에 세워져 있는데, 지나온 여느 봉우리와 달리 앉아서 쉴만한 공간은 없으니, 잠시 정상석을 붙잡고 앉아본다. 여기는 아직도 푸르른 잎들이 가득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모두 추색(秋色)이 완연하리라느 느낌이 든다. 가을은 소리없이 문득 우리 곁으로 찾아올테니까.

 

 

 

 선두그룹은 예의 산악마라톤으로 앞으로 달려갔고, 후미에는 셋이 남아 가을이 찾아드는 복주산을 떠나 하오고개로 향한다. 하오현 너머 남동방향에 다음에 이어갈 광덕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래, 천천히 걷자. 선두가 하오현에서 수피령으로 돌아가 차를 회수해 오는동안 시간의 여유가 있지 않은가?

 

하오현으로 내려서는 길은 꽤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그 길 옆에 피어난 구절초 몇 송이가 오늘 산행의 아쉬운 작별가를 부르고 있다. 5월에 다섯마디로 자라 9월이면 아홉마디로 피어난다는 저 구절초는 언제나 높은 산 바위틈에서 제 품격을 더욱 뽐내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사람이든 사물이든 그 품격은 제 자리에서 더욱 돋보여지는 것인가 보다.  

 

 

 

 하오현에서 엣길을 따라 하산하는 길은 제법 운치가 있다. 백두대간 하늘재의 오솔길에는 못미치지만 흙길을 따라 걷는 기분은 가을바람처럼 상큼하기만 하다. 늘 아스팔트 포장이 된 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하고, 마무리했던 대간길에서 포근한 숲과 따뜻한 흙길로 다가왔던 하늘재, 그 하늘재에서 미륵리로 이어지는 그 숲길을 다시 걸어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하오고개에서 내려와 하오터널 입구에서 오랫만에 버너에 불피우고 마시는 한 잔은 하루의 피로를 녹여주기에 충분한데, 그 한 잔은 개포동에서 두 잔이 되었으니 금상첨화라고 자위하며 첫 정맥길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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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0 대치동 출발

09:28 수피령 도착

 

09:34 수피령 출발

10:07 복계산 갈림길(촛대봉,980)

10:44 960봉(아침 식사 26분후 출발)

11:38 942봉

12:06 950 헬기장(16분 휴식후 출발)

12:50 1070봉

13:22 복주산 벙커(벙커위에서 21분 휴식후 출발)

13:34 복주산 정상

14:38 하오현 안부 도착

 

14:53 하오터널 입구 도착(늦은 점심 49분)

15:42 하오터널 입구 출발

17:45 대치동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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