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서울 국제마라톤 대회(동아마라톤) 후기
- 일시 : 2007년 3월 18일(일) 08:09-11:33
- 코스 : 광화문-잠실운동장 42.195Km
- 기록 : 3시간 24분 37초 (1st Half 01:41'13", 2nd Half 1:43'24")
(1) 선승(禪僧)의 겨울나기처럼
백담사 무금선원(無今禪院)에는 무문관(無門關)이라는 별도의 선방(禪房)이 있다.
20년이상 수행한 선승(禪僧)들이 입방(入房)하여, 폐문(閉門)하고 참선(參禪)하는 곳이다.
그 무문관의 수좌(首座)들은 산문(山門) 출입은 커녕, 방 바깥출입도 하지않고 화두(話頭)를 쫓는다.
독방에 들면, 밖에서 자물쇠로 문을 걸어 잠그고, 물러섬이 없는 수행을 한다.
깨닫지 못하면 문밖의 세상으로 나서지 않겠다는 폐문정진(閉門精進)이다.
보통의 선원(禪院)에서도 하안거(夏安居), 동안거(冬安居)라 하여
여름과 겨울에 각각 석달씩 산문(山門)을 떠나지 않고 용맹정진한다.
그 석달의 시작을 결제(結制)라 하고, 그 마무리를 해제(解制)라 부른다.
백담사 무금선원(無今禪院) - 기본선원 <사진 : 조계종 총무원>
2007 서울국제마라톤(동아마라톤) 대회를 달리며,
뜬금없이 선승(禪僧)들의 동안거(冬安居)가 생각났던 까닭은 무었일까?
선승들이 안거하며 폐문정진으로 깨달음의 기쁨을 얻듯이,
달림이들도 길고 고된 겨울훈련을 이겨내고 동아마라톤에서 각자 수련결과를 점검받는다.
어디 선승들의 수행만 고행이겠는가?
달림이들도 때로는 주변과의 폐문(閉門)도 불사하면서 오로지 간절한 염원으로 훈련해오지 않았던가?
달리기에서 자기와의 고독한 싸움은 참선에 못지 않다.
시공(時空)을 넘나들며, 야달,새달,토달,장달, 한강으로,탄천으로,산으로,언덕으로 ......
그 이름도 어려운 득도(得道)의 비법들(Yasso, Tempo Run, LSD, LT, Speed, Running Economy)로 내공을 연마해오지 않았던가?
(2) 경쟁이 아닌 동반의 길
지난 석달 동안의 훈련, 동아마라톤을 향한 정진에서 나의 화두(話頭)는 무엇이었는가?
무엇을 향해 달렸고, 어디에 마음을 두고 트레드밀에서 땀을 흘렸는가? 그리고, 그 결과는?
사람들은 "누가 더 빠르고, 누가 누구를 이기느냐"에 곧잘 관심을 가진다.
그래서, 종종 시합이 붙고, 내기가 걸린다.
삶의 작은 재미요, 여흥일거다.
나도 겉으로는 동참하고 은근히 즐기는 듯하지만, 내면의 생각은 다르다.
달리기에 있어 나의 화두는 늘 "나 자신과의 씨름"이다.
"빠르다"는 것은 무엇인가?
"누가 더 빠르다"하는 것은 상대와의 경쟁관점이요,
"나의 (기록/목표)보다" 빠르다는 것은 자기실현의 관점이다.
마스터즈에게 상대적 경쟁도 의미있는 자극제가 되고 새로운 모티브를 제공하겠지만,
나는 "누가 더" 보다, "나의 (기록/목표)보다"를 늘 화두로 삼으며 달리려 애쓴다.
"이긴다"는 것은 또 무엇을 의미하는가?
"누구를 이긴다"고 하면 통상 상대와의 싸움이지만, 그 "누구"에는 자신과의 싸움도 있다.
상대를 이기는 일은 일시적인 것이지만, 스스로를 이기는 것은 진정으로 이기는 싸움이 아닐까?
그래서, 나의 화두는 상대가 아니라 항상 나 자신이다.
그래서, 나의 달리기에 있어 상대방은 경쟁자가 아니라 레이스의 동반자일 뿐이다.
경쟁은 오직 자기 자신하고 할 뿐이다.
자신의 과거 기록이나 목표를 두고 스스로와 경쟁할 뿐이다.
이 번에도 작년에 이어 목표한 바를 이루었다.
스스로와의 승부에서 뜻한 바를 이루었다.
작년에 비해 동계 훈련량이 형편없이 적었는데도 불구하고 ......
최종기록 - 3시간 24분 37초
내 개인 Best기록이다.(종전대비 2분 25초 단축)
당초 목표한 330대비 5분 23초 앞당기면서, Boston행 티켓을 다시 확인했다.
무엇보다 25Km이후의 여러 차례 유혹을 뿌리치고, 걷지않고 완주한 것이 스스로를 이긴 진정한 승리다.
뛴다, 끝까지, 즐겁게 !!!
2007 서울 국제 마라톤 대회 - 결승선을 앞두고
(3) 술 사께(さけ) 접시 사라(さら)
나는 그렇고. 친구야!
정산, 자네는 잘 달렸는가?
스스로를 이겼는가? 마음 속의 뜻을 얻었는가?
그리고, 얼마나 도(道)를 이루었는가? 그 깨침은 확연한가?
자네의 눈빛을 보고 싶다.
지난 겨울을 생각한다.
우리의 수행은 자유분방했었지.
이웃과 폐문(閉門)을 하지도 않았었고
누구처럼 곡주(穀酒)에 굶주리지도 않았노라.
간혹 두주불사(斗酒不辭)하면서도
트레드밀에서의 고독한 수행을 스스로 예찬하였고
내공이 쌓여 근기(根機)가 올라갈 때마다 [참眞이슬露]로 목을 적셨노라.
흘린 땀방울로 술을 빚어 마시고, 새 술을 빚으러 또 구슬땀을 부지런히 흘렸노라.
마라톤에서
진정으로 누구를 이긴다는 것은
자기와의 고독한 싸움에서 스스로를 이겨내는 것일진대,
자네는,
그 길을 가는 나의 동반자였지.
자상한 훈련코치였고, 레이스의 열렬한 응원자였다네.
내가 술(酒) 사께(さけ).
자네가 접시(안주) 사라(さら).
술 사께(さけ), 접시 사라(さら).
이렇게 하면, 술 마시며 일본어에 통달하겠지?
세심한 배려에 마음으로 감사한다네.
정말 고맙다.
바쁜 일상으로 바로 복귀하는 모습이 안쓰러웠지만 어쩌겠나?
회복 잘 하고,
보스톤(Boston)에서는 재미있게 동반주해야지?
4월 16일이 벌써 기다려진다.
2007 서울 국제 마라톤 대회 - 남대문을 지나
2007 서울 국제 마라톤 대회 - 남대문을 지나
(4) 다시 떠나는 만행(漫行)의 길
지난 3월 4일(음력 정월 대보름)은 선방의 수좌들이 겨울 안거를 끝내고 바깥세상으로 나오는,
소위 동안거(冬安居)의 해제일(解制日)이었다.
선방의 수좌(首座)들은 동안거를 하면서 깨침을 구하고,
그 해제일에 석달 뒤의 하안거 결제를 기약하며 각자 운수납자(雲水衲子)의 길을 떠났다.
그들은 어디로 또 다른 구도(求道)의 만행(漫行)을 떠났을까?
오늘 동아마라톤이라는 동안거를 끝내고 해제를 한다.
달림이들에게는 또 다른 수행, 새로운 훈련이 시작되는 것이다.
춘천을 향한 하안거 결제까지, 이제 어느 길에서 만행(漫行)하듯 달려볼까?
여기저기 고향내음 물씬한 달리기 대회를 찾아 구름처럼 바람처럼 다녀볼까?
아니면,"빨리"라는 생각을 접고 "더 멀고, 더 넓게"를 꿈꾸며 울트라 여행이나 떠나볼까?
그러다가, 백두에서 가지치는 낙동의 산줄기를 더듬으며 우리 산하의 아름다움에 실컷 젖어볼까?
지리 태극종주도 하고, 다시 가는 백두대간 Best 10도 하면서 .........
아, 그 전에 보스톤은 다녀와야겠지.
정산,
어느 길이든 그 길에 나와 동행하지 않겠나?
벌써 자네의 제안이 있었지. 화,목,토 새벽반에 등록하자구?
양재천에 새벽반 생기면 바빠지겠다.
혼자는 늘 외로운 법이니 함께라면 어디인들 못가겠는가?
자네의 달리기 근기(根機)가 워낙 탄탄하니
득도(得道)의 길도 멀지 않을걸세.
그러니, Sub3의 꿈을 안고 가을의 전설을 쓰도록 해보게나.
(하안거+동안거)와 페문정진까지 하면서.
자네라면 도전해 볼만 할텐데 ......
그래도, 청요리와 곡주만은 멀리하지 말게.
삶이 너무 심심할테니까.
가끔, 아주 가끔은
곡주 잔 앞에 놓고, 이렇게 외쳐 보자구.
바로든 거꾸로든, 괜찮으니까.
아 좋다 좋아
통술 집 술통
안거를 끝내고 만행을 떠나는 선승들의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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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간기록, 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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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간별 기록] 2006년및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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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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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 - 05Km 24분 48초 (4'57"6 /Km) 24'38"88 (12.17Km/h, 4'55"/Km)
05 - 10Km 24분 19초 (4'51"8 /Km) 23'52"87 (12.56Km/h, 4'46"/Km)
10 - 15Km 24분 38초 (4'55"6 /Km) 23"37"31 (12.70Km/h, 4'43"/Km)
15 - 20Km 24분 07초 (4'49"4 /Km) 23'50"82 (12'57Km/h, 4'46"/Km)
20 - 25Km 23분 52초 (4'46"4 /Km) 23'47"92 (12.60Km/h, 4'45"/Km)
25 - 30Km 25분 06초 (5'01"2 /Km) 24'16"54 (12'36Km/h, 4'51"/Km)
30 - 35Km 24분 30초 (4'54"0 /Km) 24'55"02 (12'04Km/h, 4'59"/Km)
35 - 40Km 24분 49초 (4'57"8 /Km) 24'46"52 (12'11Km/h, 4'57"/Km)
40 - Full 10분 53초 (4"57"5 /Km) 10'51"36 (12'11Km/h, 4'57"/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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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ll 03:27'02" (4'54"4 /Km) 03:24'37"(12'37Km/h, 4'5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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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에서 만난 님들
최상철(00)
이 현(00)
박홍구(01)
이종만(02)
이범섭(03)
최세욱(09)
한흥기(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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