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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동정맥 01 - 천 삼백리 낙동강의 시원(始原)에서

月波 2007. 5. 8. 00:01

 

(낙동01) 천 삼백리 낙동강의 시원(始原)에서

 

1. 산행개요

 

  (1) 산행일시 : 2007년 5월 6일(일) 당일산행

  (2) 산행구간 : 피재-작은피재-대박등(930.8)-서미촌재-922봉-유령산(932.4)-느릅재-우보산-통리역

  (3) 산행거리 : 8.2Km

  (4) 산행시간 : 3시간(중식 25분, 알바 30분 포함)

  (5) 참가대원 : 17명 - 권오언,김길원,김성호,남시탁,박찬우,박희용,백호선,서종환,손영자,송영기,

                               신기옥,오상승,윤재용,이기호,이상호,이창용,최순옥

 

2. 산행후기 - 천 삼백리 낙동강의 시원(始原)에서

 

  (1) 낙동으로 가는 뜻은?

 

백두대간을 끝내고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다. 그 사이 틈틈이 대성산 아래 수피령에서 포천 운악산까지 한북정맥을 걸었다. 서울에서 가까워 한북은 편안하고 여유로운 산행이었지만, 마음 한 구석에 자리한 화근을 제대로 도려내지 못한 탓에 깊숙히 산에 빠져들지 못했다. 심화(心禍)는 쉽게 다스려지지 않았다.

 

산에서 나는 늘 버리기를 소망하고, 돌아와서는 습관처럼 스스로 무거운 업의 덩어리에 짓눌린다. 산문(山門)에 들어서며 심신(心身)의 먼지를 털지만, 산문을 나서면 곧 진토(塵土)에 휩싸인다. 낙동정맥도 그런 관행의 반복이 될지도 모르고, 시작하면 끝을 보아야 하는 성미인데, 무슨 생각으로 낙동에 혼을 쏟아야 하는 것일까?

 

 

 

그것도, 한북정맥을 잠시 접고, 2년 가까운 시간이 걸릴 그 오지산길을? 자문자답해본다. 처음에는 대간을 했으니 당연히 정맥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기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었다. 다만, 우리 산하를 이어서 걸으며 대간에서의 느낌을 이어가고자 했을 따름이다. 이제 좀 다른 생각이 든다. 서울 근교의 한북에서 느끼지 못한 다른 것을 원하는 내면의 갈구를 간파했기 때문이다.

 

가지 않아야, 가지 못할 이유가 오히려 마음속의 갈증을 해소시키는 단초가 되는 것이다. 멀기에, 오지이기에, 오랜 시간이 걸리기에, 더욱 가보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접근로가 여의치 못하기에 오히려 색다른 체험을 할 것이다. 오고 감이 멀기에, 마루금만이 아니라 오고 가는 과정 전부가 정맥체험이 될 것이다. 

 

심지어 떠나기 전 준비와 돌아와 정리하는 일까지 모두가 낙동정맥일 것이다. 그렇다면, 멀거나 오지면 어떻고, 힘들고 어려우면 대수이겠는가? 낙동이기에 오히려 가능한 일이 아니겠는가? 발로는 낙동의 마루금을 걷고, 눈으로는 1,300리 굽이굽이 낙동의 물줄기를 더듬으며, 이 산하를 가슴에 품고 걸어보리라.

 

때로는 빡세게, 때로는 널널하게.

지극히 얇고 좁게 사는 세상사에서 느끼지 못하는 깊은 맛을 찾아가는 길이 될 것이다.

 

 

 

  (2) 피재, 삼수령(三水嶺)에서

 

전세버스로 클럽멤버들이 뭉쳐 대간을 할 때와 달리, 외부 산악회와 함께하는 낙동은 그 출발부터 어수선하다. 누가 이럴 줄을 몰랐는가? 알면서도 선택한 대안을 두고 왜 그리 불편해 하는지? 털고 접어버리자. 그냥 마루금을 걸어보자. 생각은 단순해지는데 주변 동료들의 아쉬워하는 표정을 그냥 넘기기도 쉽지 않다. 우여곡절 끝에 피재(삼수령)에 도착하니 마음이 홀가분해진다.

 

출발에 앞서 피재에서 간단히 산제를 올린다. 발목부상으로 산행을 함께하지 못하는 정산(正山)이 먼 길을 달려와 제주(祭主)로서 직접 산제를 주관한다. 그저 고마울 따름, 빨리 쾌유하여 동참하길 .....

이어서 내가 축문을 읽는다. 정산, 축문이 너무 길어 엎드려있는 동안 부상당한 발목이 너무 아팠다고? ㅎㅎㅎㅎㅎ .......

 

유세차,
단기 4340년, 정해년 오월 초엿새날,

 

강남마라톤클럽(산악마라톤팀) 회원 일동은 삼가 엎드려,

이 땅의 산하를 두루 아우르시는 천지신명과 이 땅의 산신께 고하나이다.


저희는 2004년 1월부터 시작된 백두대간 마루금 밟기와 한북정맥 종주를 마무리하고, 

오늘 이곳 백두대간에서 가지치는 매봉산 낙동정맥 분기점에서 낙동의 첫발을 디디게 되었나이다.

 

이 땅의 대간과 정맥 마루금을 두 발로 걸으며,

산에서 배우고 산을 닮으며 그 속에서 하나가 되고자 우리는 모였습니다.

그 간의 산행에서 우리는 산의 가르침을 따르고, 산과 하나가 되는 기쁨으로 충만하였으니,

그 뿌듯함을 이루 헤아리기 어렵나이다.

앞으로도 우리는 발걸음이 부산의 다대포 몰운대에 이를 때까지, 

서로가 한 마음이 되어 상부상조하면서 대자연의 가르침을 충실히 배우고 따르겠나이다.

 

큰 탈없이 3년여의 산행을 할 수 있도록 해주신 신령님의 보살핌에 엎드려 감사드리옵고,

앞으로도 무탈하게 즐겁고 보람찬 산행길을 이끌어 주시길 간절하게 비옵나이다. 

 

여기 그 간절한 염원을 모아 조촐한 술과 음식으로 제를 올리나이니,

우리의  정성을 거두어 부디 흠향하여 주시옵소서.

 

모두 엎드려  두 번 절하고 삼수령(피재)을 출발하여 힘차게 낙동으로 접어든다.

 

 

 

 (3) 피재에서 통리, 낙동의 첫 구간

 

첫 구간은 8.2Km로 짧은 거리다. 그래서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걸으며 낙동에 드는 마음가짐을 다지기에 넉넉한 구간이다. 일부는 구간의 짧음을 아쉬워하고, 운영의 묘를 탓하기도 하면서 걷지만 첫 구간이니 모든 것이 양해되지 않을까? 조금 빠르거나, 조금 멀리 가는 것이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니지 않을까? 나만 이렇게 마음이 널널한 것일까?

 

산길은 이제 막 연두빛으로 물드는 잎새와 무덤마다 돋아난 할미꽃, 길가에 여기저기 피어난 봄의 들꽃이 반긴다. 평범하지만 노란 양지꽃도 정겹고, 새하얀 노루귀도 반갑다. 간혹 핑크빛과 짙푸른 색의 노루귀를 만나니 가슴이 설렌다. 접사렌즈를 가져오지 않은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곰취를 뜯거나 당귀를 캐는 산꾼들이 색다르게 느껴지지 않는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그들은 빠르게 걷는다. 잠시 알바를 하지만, 모두가 모여 맛난 점심을 함께 할 수 있으니 오히려 즐겁다. 그리고는, 모두 호랑이 나타났다며 산길을 달리고 ...... 잘도 걷고 달린다. 뒤를 따르며 카메라에 이것저것 담으며 혼자 여유로운 산행을 즐긴다.

 

대간을 하며 자주 마음에 새겼던 이 성부 시인을 생각한다. 그의 산시(山詩)를 읊조리며 걷는다. 이 출발의 길에 잘 어울리는 시다. 우리 앞이 모두 길이다.

 

     이제 비로소 길이다
     가야 할 곳이 어디쯤인지
     벅찬 가슴들 열어 당도해야 할 먼 그곳이
     어디쯤인지 잘 보이는 길이다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가로막는 벼랑과 비바람에서도
     물러설 수 없었던 우리
     가도 가도 끝없는 가시덤불 헤치며
     찢겨지고 피 흘렸던 우리
     이리저리 헤매다가 떠돌다가
     우리 힘으로 다시 찾은 우리

      ............... (중략)

 

     이제 비로소 시작이다
     이제부터가 큰 사랑 만나러 가는 길이다
     더 어려운 바위 벼랑과 비바람 맞을지라도
     더 안 보이는 안개에 묻힐지라도

     우리가 어찌 우리를 그만둘 수 있겠는가
     우리 앞이 모두 길인 것을 ......

 

 

서미촌재의 어지러운 모습, 유령산과 느릅재의 사연도 잠시면 스친다. 우보산 전망대에 서면, 통리가 바로 발아래다. 인클라인 기차, 통리역과 도계역 사이의 전설적인 기차길이 옛 기억을 새롭게 한다. 빨리 산길을 달린 사람도, 느릿느릿 산길을 걸은 사람도 그기서 만나고 하나가 된다. 그래도 각자 아쉬움은 남는 법이니 ....... 어찌 모두 헤아리고 살피랴?

 

 

 

 

 (4) 황지(黃池), 낙동의 시원(始原)에서

 

모두 하산하자, 통리역에서는 산제를 지낸 제주와 떡, 돼지머리로 걸죽하게 첫 출발의 파티가 벌어진다. 함께한 산악회의 멤버가 50명이 넘으니 여기저기 재미있는 점도 있고, 불편한 점도 있다. 우리 멤버들의 생각도 분분하다. 돌아가서 의논하면 좋으련만 ...... 마음이 급한 사람도 있고.

 

돌아 오는 길에 싫어하는 운전기사를 설득해 태백의 황지를 찾는다. 1,300리 굽이굽이 낙동강 물줄기의 발원지를 찾는 것이다. 낙동의 산줄기에 첫 걸음을 내딛으면서 어찌 그 물줄기의 시원(始原)을 찾지 않을 수 있는가? 결과적으로 모두 흡족해 하는 표정이니 내심 편안하고 즐겁다.

 

삼수령 아래에서 태백으로 흘러드는 물이 석회암 지대의 땅속으로 스며들었다가 다시 용출하여 낙동강의 첫 물줄기가 되는 곳이 황지 연못이다. 태백 시내 한 복판에 자리한 황지에는 철쭉이 만개한 채 우리를 반기고, 모두들 카메라 앞에 서느라 어린아이같은 모습이다.

 

저 황지에서 시작한 낙동의 물줄기를 오른 가슴으로 안고, 왼편에는 푸르른 동해바다를 바라보면서 남으로 남으로 낙동의 산줄기를 1년여에 걸쳐 걸으리라. 오늘 시작하는 이 발자국이 부산 다대포의 몰운대에 이를 때까지 초심을 잃지 않고 걸으리라. 작은 걸림돌이 있으면 넘고, 큰 걸림돌이 있으면 함께 지혜를 모으면서 ........

 

 

 

 (5) 에필로그

 

생맥주 한 잔 하면서 나누었던 다음 산행이야기가 나무에 걸린 달처럼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그냥 추상화처럼 몇 마디 던져두고 싶다. 지나면 실마리가 풀리지겠지만.

그래도, 이 메모를 해두고 싶다.

기억의 실마리로서, 화두처럼.

 

     서양식 사고와 동양적 사고, 젊은 생각과 신중한 판단,

     논리와 감성의 이반이 만드는 불협화음,

     고무풍선처럼 터질 수 있다.

 

     배려와 이기, 양보와 주장, 수렴과 독선.

     그 평행선을 본다.

 

 

 

     산, 산, 산

     왜 다닐까 .....  그 가르침은 무엇인데 ......

     그 동안 산에서 무엇을 배우고, 그 가르침을 어떻게 실행했단 말인가?

     허탈해지던 그 순간을 머리속에서 지울 수 없다. 

     산처럼 듬직하게 끌어안지 못하고 ....... 옹졸하게 내쳐버리던 그들을 본다.

     그 속의 나를 본다.

 

아쉽다.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좋은 약은 입에 쓰다고 했으니, 나부터 잘 삭여야 하리라.

 

 

 

다음 산행은 ..... ???  !!!!!

 

물 흐르듯이 형편되는대로 하자.

산행길이 짧든 길든, 버스든 승용차든, 함께든 따로든, 밤이든 새벽이든 얽매이지 말고.

아쉬움도 씁쓸함도 본연의 문제에서 연유하기보다, 변죽의 작은 호불호(好不好)에서 비롯된 것이니까. 

 

오직 마음가짐 하나만 제대로 하고 산으로 들자.

방랑시인 매월당 김시습의 유흔(遺痕)이 묻어있는 영월을 거쳐 태백으로 가면서,

산수간(山水間)을 주유하며  매월당이 쓴 산시(山詩)를 몇 번이고 외면서 낙동으로 달려가자.

 

날마다 산을 바라보면서 (日日見山),  그 높이를 그리고 (慕其高),  그 무게를 배우며 (學其重),

그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愛其麗), 또 그 변하지 않음을 벗한다(友其舊) 고 했던 매월당처럼,

 

산을 제대로 닮을 때까지 산을 오르고 또 오를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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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기록]

 

07:50 개포동역

09:55 중앙고속도로 제천 나들목 - 영월 방향으로

11:55 피재 - 산신제

 

12:20 작은 피재

12:40 임도에서 능선으로

12:50 대박등(태백 425, 측량 기준점)

13:03 고령토 채취장(알바)

13:22 정맥 회귀(알바 30분), 안부(자작목이) 무덤에서 중식

13:47 중식후 출발

14:00 안동 권공 묘(嘉善大夫 安東 權公과 配 貞夫 三陟 金氏  합장묘)

14:15 서미촌재()

14:19 922봉

14:32 유령산(932.4)

14:37 느릅재(산신당)

14:50 우보산(전망대)

14:52 밀양 박공 묘(嘉善大夫 密陽 朴公과 貞夫人 全州李氏  합장묘)

14:00 갈림길(내리막)

15:15 통리역(桶里驛)

 

16:30 통리 출발

17:05 태백 황지(黃池) 출발

23:15 개포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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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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