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따라 길따라/* 낙동정맥

낙동정맥 02 - 연두빛 숲속으로 들다

月波 2007. 5. 21. 14:56

 

(낙동02) 연두빛 숲속으로 들다

 

1. 산행개요

 

  (1) 산행일시 : 2007년 5월 20일(일) 당일산행

  (2) 산행구간 : 통리역-백병산-토산령-구랄산-면산-석개재 

  (3) 산행거리 : 17.1Km

  (4) 산행시간 : 6시간 48분(중식 20분, 휴식 20분 포함)

  (5) 참가대원 : 12명

                  - 권오언,김길원,김성호,남시탁,박찬우,박희용,백호선,손영자,이규익,이상호,이성원,이창용

 

2. 산행후기 - 연두빛 숲으로 들다

 

  (1) 낙동으로 가는 길에

 

모든 것이 낙동이다. 산줄기만이 낙동이 아니다. 그 아래 산하의 모습이 낙동이요, 가는 길에 만나는 사람과 사물 하나하나가 낙동이다. 진작 이렇게 생각했으면, 산을 오가는 길이 더욱 넉넉했을 것인데. 산에 들고 나는 모든 일이 대간이요, 정맥인줄 알았으면 마루금에만 매달리지 않았을 것인데 ......

 

영월로 길을 갈아타야 할 버스가 제천에서 곧장 단양으로 향하고 있다. 버스기사의 알바가 길을 보는 다른 눈을 뜨게한다. 단양에서 길을 바꿔 영월의 동강으로 가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로 접어든다. 소백산 서북 기슭의 남한강 상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길이다. 단양8경, 정맥의 산줄기와는 색다른 묘미가 있다. 길을 빙빙 돌아가도, 그 길이 멀어도 즐겁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강줄기에 물안개가 피어오른다. 황지(黃池)의 샘물이 벌써 이렇게 강을 이루었구나. 1구간 산행을 마치고 황지 연못에 철쭉꽃 한 잎 띄우며 했던 약속, "너는 강줄기따라 낙동을 흘러가고 나는 산줄기따라 낙동을 걸어, 우리 부산의 다대포 앞바다에서 다시 만나자"고. 다대포를 향해 가는 길에 각자 급류를 만나거나 돌부리에 채이기도 하겠지. 그래도, 모든 것 이겨내고 몰운대에서 만나는 거야.

 

  

산을 걷는 것도 좋지만, 차창으로 간산(看山)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 산에 몸붙이고 사는 산골마을의 모습에서 감성과 이성이 교반한다. 눈송이처럼 핀 감자꽃에 눈이 시리고, 논에 심은 옥수수와 무논으로 변한 폐교의 운동장에서 가슴시린 아픔이 묻어난다. 

 

하늘이 내린 살아 숨쉬는 땅, 강원의 영월로 접어든다. 영월, Young World라 쓰면서 그 세상을 꿈꾸는 곳이다. 김삿갓 계곡을 지나며, 지난 산행에서 스스로 다짐했던 마음가짐을 되새긴다. 앞으로도 주문처럼 매월당의 시를 읊으며 낙동을 찾을 것이다.  

                      날마다 산을 바라보면서 (日日見山),  

                      그 높이를 그리고 (慕其高),  그 무게를 배우며 (學其重),

                      그 아름다움을 사랑하고 (愛其麗), 

                      또 그 변하지 않음을 벗한다(友其舊)

 

 

  (2) 연두빛 숲속의 향기

 

통리에서 백병산(1259.3m)으로 향하는 산줄기로 접어든다. 숲은 연두빛의 향연이다. 그 속으로 깊숙히 빨려든다. 두릅을 만나 그 향에 취하고, 참취를 뜯으며 그 향을 맛본다. 저 새순들처럼 스스로 향기를 풍기는 삶이었으면 좋겠다. 앞서거니 뒷서거니 걷는 산길, 오늘 가야 할 길이 멀지만 서두르지 않고 몸을 숲에 맡긴다.

 

1090봉을 가파르게 오른다. 비오듯 이마에서 땀이 흐르지만, 참취 한 잎 입에 물고 그 길을 오른다. 여기저기 들꽃이 피어나 반겨준다. 천상의 화원처럼, 높은 산에는 야생화가 곳곳에 피어나고 있다. 양지꽃과 뱀딸기가  그 샛노랑을 자랑하고 둥글레가 하얀 모시같은 속살을 드러낸다.

 

고비덕재를 향하는 길에는 흐드러지게 피었던 철쭉이 지고 있다. 꽃이나 사람이나 피어날 때가 아름다운 법이니, 지는 모습은 왠지 쓸쓸하다. 통나무 계단을 밟으며 백병산으로 오른다. 얼레지가 막 피어나고, 이름모를 수 없는 화초들이 넓은 평전에 가득하다. 나물캐는 아낙이 오면 온통 나물일텐데, 내 눈에는 풀로밖에 안보이니 .......

 

  

백병산 갈림길에 배낭을 내려놓고, 펄쩍펄쩍 뛰어서 백병산 정상을 다녀 온다. 낙동의 산줄기 중에서 가장 높은 곳, 그 주위에 분홍색 철쭉이 마지막 화사함을 뽐내고 있다. 정상 부근이 이럴진대 이제 소백이든 태백이든 철쭉은 그 끝물인가 보다. 다음 주에 소백으로 철쭉산행 가는 클럽 가족들은 어디에 넋을 두어야 할까?

 

한개고디, 이름도 특이하다. 한개고디로 가는 숲길에서 만난 나물뜯는 산골노인네, 주름 잡힌 얼굴에서 어렵게 살아온 세월의 깊이를 읽는다. 가진 것이 적어도 고달픈 삶의 표정이라곤 읽을 수 없다. 연륜쌓인 그들의 얼굴에서 삶의 향기를 느낀다. 취나물에 보리밥, 된장 한 숟갈을 싸서 내 입에 넣어주는 아주머니, 산해진미가 이러할까? 그 들의 점심이었을텐데, 그 쌈밥이 마냥 그립다.

 

사진 찍어 달라던 그 분들, 카메라 앞에서 마냥 천진스럽고 순박한 그 모습이 생생하다. 그러나, 이름도 주소도 모르니 카메라에 담긴 그 사진은 보낼 길이 없다. 다만 내 마음에 묻어두고 가끔씩 꺼내보며 그 산골사람들의 진한 향을 느끼고 싶다. 어쩌면 그렇게 하라는 그 분들의 메시지인지도 모르겠다.

 

 

  

 (3) 연두빛 숲속의 길

 

토산령을 앞두고 숲속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간단히 점심을 먹고 산행은 계속된다. 오늘 산행길이 멀다는 생각에 긴 휴식이 없이 빨리 걷는다. 토산령, 여기가 고개인가, 봉우리인가? 이름은 고개인데 숲에 가려 높은 봉우리처럼 느껴진다. 전형적인 동고서저 지형을 따라 마루금은 오르내림을 반복하고, 몸은 조금씩 지쳐간다. 선두, 중간, 후미 그룹이 생겨난다. 구랄산(1071.5m)은 4방이 참나무 숲에 가려있다.

 

번갈아 나타나는 여러개의 오르내리막, 조망할 수 있는 곳이 드무니 자연히 연두빛 숲에 빠져 든다. 차라리 이렇게 가까운 숲에 몰입하는 것도 좋다. 빠진다는 것은 동화된다는 것이다. 참나무와 소나무의 구분도 중요하지 않고, 갈참이든 졸참이든, 신갈이든 떡갈이든 그 구별도 필요없다. 그저 연두빛 숲속에 몸을 맡기면 된다. 산죽을 만나면 그 숲에 숨고, 그 숲을 헤치며 길을 간다.

 

  

면산(1245.2m)으로 가는 길, 함께 가던 중간그룹 멤버들이  앞뒤로 흩어진다. 그만큼 오르막이 힘들다는 증거다. 앞서 걷는 이도 뒤로 쳐진 이도 모두 면산에서 만나기로 하고 각자의 체력에 맞게 걷는다. 함께 걸어도 때로는 홀로인 것을 ...... 길, 길, 길 ..... 화려하지 않아도, 비록 퍽퍽한 산길이라도 기댈 수 있는 그 길이 있기에 헛된 꿈에 사로잡히지 않고 오늘도 그 길을 간다.

 

면산에서 중간그룹이 합류해 쉬면서 사방을 살펴본다. 오늘 산행의 고비를 넘긴 셈이다. 마음을 다잡아 걸었으니 생각만큼 힘들지 않았고, 시간도 많이 걸리지 않은 것 같다. 강원도와 경상북도를 가르는 도계를 따라 1시간 20분여 걸으니, 오늘의 종착지 석개재에 닿는다.

 

선두그룹이 먼저와 숯불을 피우고 삼겹살을 굽고 있다. 더덕향이 우러나는 참이슬, 모두들 콧노래가 흘러나온다. 석개재를 벗어나면서 잠시 한 탁족, 석포역에서 태백을 거쳐 영월로 이어지는 협곡, 상동에서 맛본 오래된 아이스크림, 태백의 심산유곡을 이어주는 환상의 철길 ...... 태백(장성)의 동백산에서 도계간의 철도이설공사가 끝나면 사라질 통리역과 인클라인 ...... 이 길이 가고 저 길이  다가온다.

 

  

 (4) 에필로그 - 길

 

오늘도 길을 걸으며, 길을 만나고, 길을 보고, 길과 함께, 길을 찾았다.

길은 밖으로만 나 있는 것이 아니라, 안으로도 나 있다.

스스로 길을 찾았다고 생각하면 이내 그 길은 협곡과 벼랑을 만나고,

좁고 힘든 길이라 포기하려 하면 가슴을 열고 맞아주는 밝고 넓은 길이 있다. 

길 속에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사랑이 되어
한없이 봄길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정호승 - 봄길

 

 

-------------------------------------------------------------------------------------------

 

[산행기록]

 

05:10 개포동역

06:40 치악산 휴게소(10분 휴식)

07:28 중앙고속도로 단양 나들목

07:36 단양역

08;10 강원 영월 경계선

08:25 옥동중학교(수국, 병아리)

08:35 고지기재-환상적인 협곡

08:50 중동(31번 국도) -  솔고개(360m) 보호수, 구름재,섬지골,아시내 이름도 이쁘다

09:07 선바우산

09:10 상동 - 하루에 소백에서 태백까지

09:23 어평재(화방재)

09:43 통리역 도착

 

09:55 통리 출발

10:05 삼척 김공 묘, 잣나무 숲

10:21 중간 봉우리

10:34 산죽 시작

10:46 1090봉 정상 

11:30 고비덕재(헬기장)

11:45 백병산 갈림길

 

11:50 백병산(1259.3m), 5분 휴식

12:00 백병산 갈림길 회귀

12:18 큰덕(나물 뜯는 산골노인네)

12:39 송전철탑(#86)

12:46 한개고디 

12:56 휴양림 갈림길(이정표)

13:00 숲길(중식 20분)

 

13:27 토산령

        - 4-5개의 봉우리와 오르내림

14:19 구랄산(1071.5m)

        - 능선과 반복되는 봉우리와 오르내림

15:18 면산(1245.2m), 15분 휴식 

16:43 석개재 도착

 

18:30 석개재 출발

18:45 석개천의 탁족

19:16 태백에서 화방재로

19:29 화방재 통과

20:33 석항

20:53 영월(고속화 도로)

21:43 중앙고속도로(북제천)

23:40 개포동

 

------------------------------------------------------------------------------------------

 

[산행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