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워서 진면목이 숨어있는 북한산
1. 산행개요
1) 산행일시 : 2007년 12월 23일(일)
2) 산행코스 : 북한산 산성종주 (07:30 - 13:30, 6시간)
3) 산행동참 : 권오언,김길원,박희용,송영기,이성원,이창용
2. 산행후기
1) 대체, 원점회귀, 송년 산행
오랫만에 북한산을 마음에 취한다. 지도를 보지 않아도 길은 열려 있고 그대로 따르면 된다. 가까이 있기에 오히려 무심하고 그 묘미를 제대로 알지 못하고 지내는 산이 북한산이다. 폭설로 한북정맥 가는 길이 막혀 눈속에 찾았던 지난 겨울처럼 오늘도 낙동으로 가던 마음을 돌려 북한산으로 향한다. 이렇게 대체산행으로 늘 찾지만 북한산은 언제나 말없이 반긴다.
오늘은 북한산 산성매표소를 출발해 북한산성을 한바퀴 돌아오는 소위 원점회귀 산행이다. 승용차를 버리고 전철을 탈걸 그랬다. 원점으로 돌아와야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요, 마음의 걸림이다. 걸림이 없는 산행, 길이 나있는대로 발길이 닿는대로 마음이 끌리는대로 길을 걸으면 더욱 마음이 편안할텐데 ....... 산으로 가면서 대중교통 대신 승용차의 편안함을 택한 모순덩어리가 빚어낸 구속이다.
송구영신의 계절이다. 달리 계획하지 않아도 시절의 연(緣)이 이어지고, 그 때를 맞추어 길을 나서니 자연히 송년산행이 된다. 당초 계획대로 낙동으로 향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지만, 낙동이 어디 도망가던가? 산은 그 자리에 묵묵히 있을 뿐이니 인연따라 발걸음을 옮기면 될 뿐이다. 서두르는 마음도 가지 못해 조급한 마음도 없으니, 자정(自靜)에 익숙해진 셈이다.
2) 북한산 12성문 순례
산성매표소에서 날이 밝기를 기다려, 대서문에서 바로 의상봉을 치고 올라 가사당암문을 거쳐 용출, 용혈, 증취의 암봉을 오르내리니 부왕동암문이다. 다시 나월, 나한봉과 청수동암문을 지나 문수봉에 이르니 발아래는 대남문이요, 맞은 편에는 보현봉이 우뚝 서있다. 저 멀리 백운대는 구름에 숨은듯 얼굴을 가리고 있다.
대성문, 보국문을 지나 칼바위능선에 혼을 뺏길 틈도 없이 대동문을 거쳐 동장대에 이르니 백운대, 만경대, 인수봉이 지척이다. 그래, 북한산이 아니라 그들이 있어 삼각산이지. 북한산장에서 잠시 허기와 추위를 쫓고 용암문을 거쳐 노적봉의 허리춤을 돌아 위문으로 향하는데 삼각산 암벽에는 바위하는 꾼들이 조롱박처럼 매달려있다.
백운대를 오르지 않고 대동사 방향으로 길을 내려선다. 오늘의 산행은 정상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 북한산의 12개 성문을 순례하는 길이다. 대동사에서 원효봉 능선으로 올라 북문과 시구문으로 향하면 열두개의 북한산성 성문 순례를 할텐데, 선두는 원효봉으로 향하지 않고 산성계곡으로 직할강이니 따라갈 수 밖에.
3) 약견제상비상(若見諸相非相)이면
원효봉 갈림길의 대동사(大東寺) 일주문(日柱門)은 보통의 절집과 달리 단아하고 소박하다. 속인의 눈에는 허접하기조차 하다. 그러나, 그 문안에 드는 자의 마음을 경책(警策)이라도 하듯이 금강경의 한 구절이 눈에 띈다. 범소유상(凡所有相)이 개시허망(皆是虛妄)이니 약견제상비상(若見諸相非相)이면 즉견여래(卽見如來)이니라. 허허허!!!!!
북한산은 불가(佛家)의 산인가? 문수봉, 보현봉에다 의상봉, 원효봉까지 산봉우리마다 보살과 고승대덕이 널려있다. 원래 원효는 드러내고 의상은 자적하다. 원효는 요석에 넘어간듯 열려있었고, 의상은 선묘에 닫힌듯 깨어있었다. 두 고승의 도(道)에 대한 차이는 그릇의 크기가 아니라 도풍(道風)의 차이였으니, 역시 바람이라.
내려온 세상에는 막걸리와 파전에 세간의 내음이 가득한데, 함께하지 못한 대장은 "나를 두고 아리랑"이라고 젊잖게 일침을 놓는다. 부디 마음을 누그러뜨리소서. 기실 낙동의 종주산행도 집을 떠났다가 떠난 곳으로 되돌아오는 것이요, 북한산성 성문순례도 결국은 원점회귀였으니 같은 길이 아니더이까? 태어나 살다가 태어난 곳으로 되돌아가는 인생의 길처럼.
백운과 만경과 인수는 살아있는 삼각산을 말하고
북한산성의 늙은 성벽은 무상한 세월 속에 옛 사람의 향기를 전하는듯 한데
가던 길 돌아보니 지나온 봉우리들이 살아온 인생의 돌탑처럼 줄지어 서있다.
오르고 내리면서 걷고 달려가는 이 산행처럼
어렵게 거쳐온 우리의 삶도 따로 짊어지고 갈 수 있는 것이 그 무었이던가?
오로지 서로 나눈 사람의 정(情)만이 그리움으로 남을 뿐.
2007 12. 23.
달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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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코스]
북한산 산성매표소-대서문-의상봉(502m)-가사당암문-용출봉(571m)-용혈봉-증취봉(593m)-부왕동암문-나월봉-나한봉-청수동암문(694m)-문수봉(727m)-대남문-대성문-보국문-대동문-동장대-북한산장-용암문-노적봉 안부-위문-대동사-(북문-원효봉-시구문)-산성매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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