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따라 길따라/* 백두대간

(05) 아내와 걷는 백두대간

月波 2005. 6. 27. 23:56

[백두대간 종주기] : 사치재-복성이재-봉화산-(하산)



1. 종주 기록

(1) 일 시 : 2004.4.4.(일)

(2) 구 간 : 사치재(499m)-697봉-새맥이재-시리봉(778m)-시리봉 전망대-781봉-아막성터-601봉
-복성이재-치재-꼬부랑재-다리재-봉화산(919m) -> 구상리 송리마을(하산)

(3) 산 행 : 도상거리 12.9Km, 소요시간 5시간 50분(후미 기준)

(4) 참 가 : 22명
----- 권오언, 김성호, 김종복/이영희, 김영수, 남시탁/김영이, 박홍구/유난희, 박희용/정선자, 송영기,
지 용, 홍명기, 이상덕/맹혜경, 서종환, 함인성, 외부 손님(4명)

(5) 산행일지

- 07:00 개포동 국민은행 앞 출발
- 08:30 옥산휴게소(조식 15분)
- 10:35 88고속도로 지리산 휴게소
- 10:50 사치재(산행 시작)
- 11:15 697봉
- 11:45 새맥이재
- 12:30 시리봉 옆 전망대
- 13:15 아막성터(중식 22분)
- 14:07 복성이재
- 15:04 661봉
- 15:40 봉화산(919m)
- 16:40 구상리 부동마을, 송리마을
- 18:00 구상리 출발
- 22:30 서울 개포동 도착


2. 산행기

 

 [아내와의 짧은 외출, 긴 만남]

 

 고3을 집에 두고, 2박 3일 여정의 여행을 떠나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을 알면서도 아내를 설득하고, 아이들의 양해하에 오래 전부터 준비된 여행을 떠난다. 이번 여행은 단순한
외출이 아니라 30년 지기들과 어울려 달리기와 바닷가 산책과 백두대간 산행이 어우러져 있다.


 (1) 하나

오랫만에 떠나는 아내와의 기차여행이다.  서울에서 동대구까지 채 2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속도를 즐기는 사람이 어디 나뿐이랴?  7분밖에 여유가 없는 경주행 환승시간이 걱정이었지만,
새로 개통된 고속철은 한치의 에누리도 없이 정시도착이다. 철도역사 100년여 동안에 10배가 넘는 스피드의 실현이라니 참으로 대단하다. 우리의 생각도 그 보다 빠른 속도로 바뀌어 왔는지 ......

밤에 보는 보문호 주변은 온통 벚꽃천국이다. 날이 밝으면 호수와 벚꽃의 환상적 조화속에 벌어질 달림이들의 축제 한 마당이 기대된다. 효반회 부부들은 3년 연속 경주 벚꽃마라톤에 참가한다.
아내는 재작년(5Km), 작년(10Km)에 이어 금년에는 Half에 출전한다.
아내로서는 지난 2월의 고성대회 Half 첫 완주이후 두번째로 Half에 도전한다.

나는 3년 계속 Half를 달리지만 금년의 half는 다른 의미를 안고 있다. 아내의 두번째 하프 도전에 Supporter를 자임했기 때문이다. 매 발자국을 함께하며 1초의 차이도 없이 아내와 동반주한다.
드디어 완주에 성공한다. 공식기록이 둘다 2시간 20분 08초다. 아내는 자뭇 상기된 표정으로
뿌듯해한다. 사실 내가 갖는 기쁨은 아내 이상이다. 내년에는 풀코스에 도전시켜 동반주하는 야무진 꿈을 꿔보기에 ......  뛴다, 끝까지, 즐겁게 !!!

 

 


 (2) 둘

경주에서 여섯 부부가 벚꽃터널을 달리고 온천에 잠시 몸을 담갔다가 이내 바닷다로 이동한다.
울산의 정자 바닷가는 조용하면서도 깔끔한 분위기가 아직도 남아있어 좋다. 어시장도 제법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 2월 들렀던 통영의 아침시장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어시장에서 생선회와
대게를 풍성하게 장만하여 저녁에 효반회 부부들과 함께할 준비를 한다.

대게, 꽃게, 털게, 민물게 ...... 종류 불문으로 게탐(?)에 빠진 아내는 늘 그러했듯이 대게를 보고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다. 아마 상경하면 바로 택배 주문할 태세다. 이러한 아내가 나는 싫지않다.
맛있는 것에 빠져있는 그 모습이 단순히 식탐이나 집착으로만 느껴지지 않고, 어린아이마냥
있는 느낌 그대로의 해맑고 순진함이 배어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리라.

저녁에는 바쁜 일로 달리기에 참여하지 못했던 대구 김관장과 울산 김국장 부부까지 합류한다.
바닷가의 풍성한 먹거리와 넉넉한 웃음 속에 난장판인 정치얘기까지 곁들이니 왁자지껄하다.
싱싱한 생선회에 곁들이는 술은 하프 마라톤으로 이완된 근육속으로 맑은 물처럼 스며든다. 은근히 내일 백두대간 종주산행이 걱정이지만 오랫만에 뭉친 친구들이 5마를 빼놓을 수가 없지 않은가? 정자 바닷가에는 새벽이 밝아온다.

 

 

 

 (3) 셋

정자 바닷가에 떠오르는 찬란한 아침햇살을 받으며 남원, 인월의 사치재로 향한다. 벌써 넉달째
지리산 자락을 맴돌고 있다. 이번에는 아내가 동행하니 마음이 이렇게 포근할 수가 없다.
속으로 아내의 체력이 은근히 걱정이 되지만...... 과연 아내는 어제의 하프 완주에 이어 오늘의
대간 산행길 14Km를 무사히 해낼 수 있을까?

산은 아직 봄이라하기에 이른가보다. 곳곳에서 봉오리를 터뜨릴 준비를 하는 꽃들이 마치 봄의
전령사처럼 느껴지지만, 아직도 산에는 초록을 잃은 늦가을의 빛깔 그대로다. 복성이재까지 잘 걷던 아내가 봉화산을 오르며 많이 힘들어 한다. 이틀간 강행군을 시키는 것같아 안스런마음이다.

 

 

 

그래도 아내는 어려움을 견디면서 한 발자국씩 정상을 향해 발을 옮긴다. 그러나, 봉화산 정상은
아내에게 쉽게 발길을 허용하지 않는다. 막 새잎을 내미는 철쭉나무를 헤치며, 억새풀 숲을 오르며 어디가 정상이냐고 연신 묻는다. 힘들어 하는 아내에게 슬쩍 다른 얘기를 꺼낸다.
우리의 인생이야말로 어쩌면 이렇게 산을 오르는 것과 닮았냐고 하면서 .....

 

그렇지!  흔히 마라톤을 인생에 비유하지만 등산이야말로 우리네 삶을 있는 그대로 대변하지 싶다. 오르내림이 있음이 그렇고, 한 발씩 정상을 향해 오름이 그렇고, 이리저리 갈림길이 있음이 그렇고, 걷다가 돌아보면 지나온 발자취가 주렁주렁 매달려 있음도 그렇고, 정상에서 느끼게 될 짜릿함이 그렇다. 그러니, 함께 의지하며 어려움을 나누어 가면서 정상을 향해 한 걸음씩 오르자고 .......


아내는 조금씩 원기를 회복하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기는 듯하다. 힘을 북돋운 효과가 있나보다.

드디어 봉화산 정상이다. 억새밭이 참으로 인상적이다. 아내와 억새밭에서 사진을 찍으며 서로를 격려해준다. 아내가 대견스럽다.  정상에서 향유하는 기쁨이 크지만 그렇게 오래할 수는 없다.
이제 하산을 준비해야 한다. 산은 오를 때보다 내려서는 길을 더 조심스러워해야한다. 오를 때는
길을 잘못들어도 쉽게 길을 찾을 수 있지만, 내려갈 때는 잘못하여 엉뚱한 길로 가게되면 돌이키기 어렵다. 이 또한 인생가 마찬가지가 아닌가?.

 

이제 하산을 서둘러야하는 시간이다. 구상리 마을로 향하는 발걸음은 천근처럼 무거웠지만,
마음만큼은 하늘을 훨 날고 있었다. 오랫동안 이 마음을 가슴에 간직하고 싶다.
2박3일간의 짧은 외출에서 아내와 함께 벚꽃터널을 마음껏 달리고, 멋진 바닷가를 거닐기도 하고, 백두대간 마루금을 밟으면서 아내와 나눈 긴 만남의 시간은 지난 삶의 카타르시스가 되고,
새로운 삶의 에너지가 되어 다가온다.

 


 

 

 

 [사진으로 보는 산행기]


백두대간 5차 산행의 들머리, 사치재에 선 강마의 전사들


두차례에 걸친 산불로 폐허가 된 백두대간


숯검댕이가 된 대간을 오르면서도 유난히 표정이 밝은 유 난희님


697봉에서 돌아본 지나온 대간길 - 매요,유치, 618봉 등 낮은 대간 능선들


697봉 정상에서 5차 대간종주팀이 함께 모여 기념사진을 찍다.


697봉을 내려서서 새맥이재 가는 길의 억새군락, 뒤로는 달려갈 능선길이 .....


시리봉 가는 길의 바위산을 오르며 지나온 길을 돌아보는 종주대원들


봄이라 하여도 산에는 아직 봄이 아니다. 이제 막 눈망울을 터뜨리는 나무가지들


군데군데 핀 참꽃이 산에서도 봄이 멀지않았음을 알려준다.


울창한 소나무 숲길을 걸으며 송운(松韻)을 즐기는 대간 길은 생각만으로도 즐겁다


시리봉 오르는 소나무 숲길을 걷고 있는 강마의 여 전사들


781봉을 오르는 능선에서 암봉과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잠시 땀을 식힌다


781봉을 내려서며 바라보는 아막산성터. 저 멀리 뒤로는 달려갈 봉화산이 보인다


아막산성의 부부산행팀, 어! 남자들은 모두 어디로? 서동요 부르며 선화공주 찾으러?


아막산성의 부부산행팀(2) - 돌탑에 어린 선화공주의 아픔을 아는지, 모르는지?


백제 무왕과 신라 진평왕의 혈전지, 아막산성 돌탑에 선 세 남자


아막산성의 양지바른 무덤에 핀 할미꽃, 여기는 확실히 봄,봄,봄 !!!


팔짱을 끼는 사람과 빼는 사람, 그리고 지켜보는 사람 - 아막산성 양지녘에서


복성이재 아래 산자락에 펼쳐진 토종벌꿀 집들의 모습


복성이재에서 봉화산으로 향하는 중간그룹들, 후미조 하산으로 졸지에 후미조가 되지만......


복성이재를 떠나 봉화산을 향하는 오르막 길에서......


복성이재와 치재 사이의 무명봉에서 바라 본 봉화산 오르는 길


이 여인네들은 누구일까? 억새가 어깨를 뒤덮고 뒤로는 지나온 대간 길이 .....


꼬부랑재 가는 숲길에서 만난 4형제 소나무


봉화산 정상 주변의 억새밭, 김 영이님은 일어설 줄을 모른다


봉화산은 철쭉보다 억새가 더 유명한가 보다. 힘들었지만 이 순간은 잊지 못하리


봉화산 정상에서 표지목을 안아버린 옆지기. 이틀동안 하프와 대간 14Km를 걸었으니....


구상리로 하산하는 산길에서 만난 산 버들, 봄이 오는 소리를 전한다


산에서의 봄은 조금씩 아무도 몰래 산버들 꽃술에서 시작하나보다


구상리 부동마을의 돌단앞에 선 남 대장 부부. 아마 이런 사진 처음이시죠?


하산주는 꿀맛이지요. 김영이표 오겹살에 무공해 야채, 구상리산 쌀밥에 김치맛 아 쥑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