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여행/* 마라톤 완주기

광화문에서 잠실까지

月波 2005. 8. 7. 17:50

[제 75회 동아마라톤 참가기] - 2004년 3월 14일, 3시간 43분 14초





뛴다, 끝까지, 즐겁게 !!!

오늘(2004. 3.14)은 마라톤을 시작한 이래 10번째 풀코스에 도전하는 날이다. 제 75회 동아마라톤이
그 무대다. 이번 대회에 동반참가하는 무진이 진주에서 올라와 함께 길을 나선다. 아침 6시를 조금
지난 시각 광화문으로 향하는 전철에는 산에가는 사람과 마라톤에 참가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

안국동 풍문여고에 모인 강마의 건각들은 스트레칭을 하고, 힘차게 "강마,강마, 힘!"을 외친다.
우리는 정산을 앞세우고 무진과 함께 광화문으로 달려간다. 광화문에는 12,000여명의 주자들이
모여 워밍업을 하며 출발을 기다린다. 생각보다 설레임이나 두려움은 없다. 9번의 풀코스 완주와
60Km 9to9 마라톤 경험이 가져다 주는 심적 여유인지 모른다.

드디어 출발이다. Red Zone의 정산을 먼저 보내고 무진과 함께 Blue Zone에서 스타트한다.
광화문을 출발하며 왼쪽의 동아일보 전광판에 비치는 외국인 선수들의 달리는 모습이 역동적으로
느껴진다. 그렇다. 오늘 나도 저 선수들처럼 활기차게 서울 도심 한 복판을 마음껏 달려보자.
오늘같은 날이 아니면 언제 서울 강남북을 가로지르며 달릴 수 있겠는가?

남대문을 돌아 서울시경방향으로 접어들며 뒤를 살핀다. 무진이 꿋꿋이 따라오고 있다.
조금 빨리 달리는 것일까? 초반 페이스가 염려되지만 모두들 빨리 달리니 속도를 늦출 수가 없다.
을지로로 접어든다. 김 영수C가 을지로에서 자원봉사한다고 했는데 어디쯤 있을까? 찾아보자.
힘차게 달리는 모습을 보여 줘야지!

늘 그러했듯이 초반 5-10Km까지가 힘들다. 오늘은 몇 Km지점에서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을까?
속으로 은근히 걱정이다. 마음 먹었던대로 동계훈련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마음의 부담이다.
기록단축에 대한 욕심을 버리면 편안히 즐주(Fun Run)할 수 있는데, 어디 그러기가 쉬운 일인가?
등에 [樂走]라고 글자를 새긴 여성런너가 오른쪽 주로에 달리고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 즐거운 마음으로 서울도심의 여기저기를 살피면서 달려보자.

을지로에서는 코스가 U-Turn을 해서 왕복으로 달린다. 을지회관 근처 5km지점을 달리면서 아직
몸이 풀리지 않음을 느낀다. 숨이 목에 차오른다. 오늘도 예외없이 초반의 고통이 나를 힘들게 한다.
자봉하고 있는 김 영수C를 을지로 왕복구간에서 두번씩이나 만나 힘을 얻는다.

7.5Km지점의 보신각을 지난 발길은 종로를 따라 동대문 방향으로 달린다. 넓은 종로거리가 대회
유니폼색인 노란색의 물결로 가득하다. 조금씩 컨디션이 회복되며 시야에 종묘, 파고다공원등의
풍광이 보이기 시작한다. 동대문 근처 10Km지점을 지나며 4시간 페이스메이커를 따라잡는다.
몸이 한결 가볍다는 느낌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달려보자 !

신설동 5거리와 동대문 구청을 거쳐 장안동으로 계속 달린다. 흐린 하늘에 약간 쌀쌀한 날씨가
달리기에 안성맞춤이다. 비가 올것이라는 예보에 은근히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피치를 가한다.
이제 제법 숨도 고르다. 팔목에 찬 3시간 50분 페이스챠트와 비교하니 제법 빨리 달리고 있다.
이런 컨디션이면 작년 가을 조선일보 춘천대회 기록을 유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군자교를 건너는 오르막을 힘차게 달려 어린이 대공원, 건국대를 지난다. 작년 여기서 힘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당시 4시간 페이스메이커를 여기서 따라잡았는데, 오늘은 동대문을 지나면서
추월했으니 은근히 기록에 욕심이 생긴다. 무념무상, 무소유의 마음으로 달리면 한결 편하다는
사실을 알지만, 눈앞의 기록에 대한 집착을 떨치지 못함은 우리네 범인들의 일상사 아니겠는가?

잠실대교다. 강북에서 강남으로 향하는 것이다. 다리 중간에 하프지점 표시가 보인다. 하프지점
통과시간이 계획된 시간보다 5분이상 빠르다. 강북에서 하프, 강남에서 하프를 달리도록 절묘하게
코스를 구성했다. 눈을 돌려 한강 상,하류를 두루 굽어본다. 서울의 젖줄이 되어 유유히 흐르는
한강가에 솟아있는 수없는 빌딩과 아파트들이 지난 40여년간 산업사회를 거치며 이루어놓은
부산물인양 위세를 자랑한다.



잠실대교 남단, 잠실롯데 사거리에서 왼쪽으로 길을 바꿔 올림픽 공원으로 향한다. 작년에 비해
주력이 많이 좋아졌음을 느낀다. 찬비를 맞으며 추위에 얼어가는 왼쪽어깨를 주무르며 달렸던
작년대회의 기억이 떠오른다. 다행히 예보와 달리 비는 없다. 오히려 햇빛이 삐끔히 구름사이로
나오며 썬글라스를 쓰야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올림픽공원 정문앞을 지나며 응원나온 정산의 옆님, 미원씨를 찾아본다. 사람들 틈에 잘 보이지
않는다. 여기 기다릴 것이라는 정산의 얘기에 굳세게 달렸는데, 하이파이브라도 해주려고 했는데
아쉽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사람들 틈에 있었는데, 내가 보질 못했음) 나중에 올림픽공원을
한바퀴 돌아와 임마뉴엘 교회 근처에서 다시 찾아보자.

올림픽 공원 정문을 지난 코스는 북으로 천호대교쪽 천호사거리를 향한다. 뒤에서 페이스 메이커를
따르는 한무리의 주자들이 외치는 구령소리가 우렁차다. 잠실 교통회관을 지나며 추월했던 3시간
45분 페이스그룹들이 따라오는 소리를 들으니 내 템포가 느려졌음을 느낀다. 페이스를 조절한다.
앞서가던 김광윤 원장을 만나 잠시 인사한다. 참 대단하다. 정형외과 의사가 직접 달리면서 관절,
발목등 치료방법을 연구한다. 매주 달리기 대회에 거의 안빼놓고 나가니......

천호사거리를 돌며 고사리손을 잡고 응원나온 회사식구들을 만난다. 반갑고 고마운 일이다. 체력이
떨어지는 것을 조금씩 느끼기 시작한다. 간신히 페이스를 유지하며 올림픽선수촌의 30Km지점을
통과한다. 2시간 35분이 지났다. 3시간 50분 완주목표의 30Km 페이스에 비하면 8분정도 빠르다.
이대로 페이스를 유지하면 3시간 40분이내에 완주할 수 있겠다는 욕심을 또 부려본다.

올림픽 공원 남2문 언덕을 오르며 떨어지는 스피드를 실감하기 시작한다. 언덕을 오를 때 다소
힘들어도 스피드를 줄이지 않고 차오를 수 있었는데 이제 아니다. 그 때 뒤에서 "강마, 힘!" 하고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린다. 김종복님이다. 3시간 45분 페이스메이커를 하고 있다. 참 대단하다.
달리기 1년여만에 3시간 10분대 기록을 보유하고, 수시로 각종 대회의 페이싱도하면서 거의 매주
달리기대회에 나간다. 지난 여름에는 부부가 100Km 울트라마라톤에 도전, 성공했다.

가락동 농수산물 센타를 지나며 35Km지점으로 향하는 길은 꽤 오르막이다. 사실 이 길은 별로
오르막이 아닌데 35Km를 달려온 거리의 무게에 짓눌려 약간의 언덕도 가파르게 느껴지나 보다.
32Km지점에서 김영수C가 건네준 꿀물의 효력에 기대해 본다. 그는 오늘 세차례나 응원을 했다.

수서 삼성병원 방향의 내리막길로 접어들면서도 속도가 나지 않는다. 급격히 피로감이 느껴진다.
지금부터 마라톤인데..... 3-4Km전방 학여울역에서 초조히 기다릴 아내 생각에 힘을 내보지만,
한 번 떨어진 페이스를 다시 회복하기란 쉽지않다.

37Km 대청역 근처에서 사진을 찍으며 응원하던 김 항섭B를 만나고, 이내 영동 6교로 접어든다.
영동 6교에서 저 북쪽으로 내려다보니 학여울역이 보인다. 더욱 힘을 내야지! 더 멋있는 폼으로,
더 힘찬 자세로 ! 저 앞에 아내가 보인다. 수십m 전방에서 손을 들어 힘차게 하늘을 향해 뻗는다.
아내가 알아보고 마주 손을 흔든다. 함께 응원나온 정사장 가족과 하이파이브를 한다.
아내가 건네주는 사과 한쪽을 입에 넣으니 당분이 온몸에 스며든다. 이 고마움이란......

이제 3Km 남짓 남았다. 마지막 기를 모은다. 절대 걸어서는 안된다. 끝까지 달리는 것이다.
즐거운 마음으로....... 아시아 선수촌 아파트를 돌아 어느새 잠실 운동장으로 접어든다. 모두들
힘을 내어 달린다. 자세를 가다듬는다. 메인스타디움으로 향하는 길을 힘차게, 여유있게 달린다.
20여m 전방에서 나를 알아본 강마의 수십명 멤버들이 연도에서 " 박희용!, 박희용!, 박희용! " 을
끊임없이 연호한다. 나도 팔뚝을 불끈 하늘향해 뻗으며 호응한다. 고마움에 가슴이 뭉클하다.

운동장으로 진입하기 직전, 마지막 응원단을 만난다. 나를 부르는 소리에 얼굴을 돌리니 조B가
네트워크 이K와 함께 환호해준다. 힘차게 트랙을 밟으며 운동장을 돈다. 드디어 결승점이다.
시계를 보니 대략 3시간 43분을 넘긴 것같다. 작년 가을 춘천에서 세운 기록에 1분정도 늦었다.
그러나 특별한 아쉬움은 없다. 지난 겨울 부족했던 훈련에 비하면 양호한 성적이다. 무었보다
마음의 여유를 갖고 달릴 수 있어서 좋았다.

그러나, 더욱 기쁜 일이 있다. 마라톤 참가 10번만에 아내가 처음으로 응원하러 나온 것이다.
생각보다 많이 힘들지 않았던 것은 고비마다 지인들의 응원이 많은 도움이 되었지만, 아내가
마라톤 코스로 응원을 나와 기다려주고, 나중에 운동장까지 달려와 환호해주었기 때문이리라.

좀체 마라톤 현장에 나타나질 않던 아내가 아닌가? 풀코스 10번째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2월
이봉주 훈련코스 고성마라톤에서 아내와 동반주하며, 아내를 마라톤 하프코스에 입문시킨 것이
결정적인 계기인 것 같다. 더할나위 없는 기쁨이다. 아내와 함께 풀코스를 달리는 꿈을 꿔본다.

뛴다, 끝까지, 즐겁게 !!!


[추신]
돌이켜 보면, 30Km이후 스피드가 떨어졌다. 특히 35Km이후 급격히 체력이 저하되었다.
훈련부족과 식생활관리 소홀이지 싶다. 작년 춘마보다 1분가량 늦어서 조금 아쉽지만 실망하지
않는다. 올 가을 춘마에 재도전해야겠다. 정산, 무진과 약속한 서로의 목표시간을 이루어 보자.
땀에 저린 혹서기 훈련이 필요할 것 같다. 여름에 스피드훈련 제대로 해보자.

 

 

거리 목표시간 실제시간 차이

05Km 0:27.17 0:27.09 -00.08
10 0:54.35 0:53.01 -01.34
15 1:21.53
20 1:49.11 1:43.34 -05.37
Half 1:55.00 1:49:40 -05.20

25 2:16.29 2:09.01 -07.28
30 2:43.47 2:35.38 -08.09
35 3:11.05 3:02.42 -08.23
40 3:38.23 3:31.08 -07.15
Full 3:50.00 3:43.14 -06.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