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행개요
(1) 산행일시 : 2006년 3월 25일(토)-26일(일) 무박 2일산행
(2) 산행구간 : 삽당령-석두봉-화란봉-닭목재-고루포기산-능경봉-대관령
(실제 역주행 : 대관령-능경봉-고루포기산-닭목재-화란봉-석두봉-삽당령)
(3) 산행거리 : 23.9Km(도상), 27.1km(실측)
-도상(23.9km) : 삽당령-5.5-석두봉-5.5-화란봉-2.3-닭목재-5.8-고루포기산-4.8-능경봉
-실측(27.1Km) : 삽당령-6.8-석두봉-5.4-화란봉-1.95-닭목재-11.15-능경봉-1.8-대관령
(4) 산행시간 : 8시간 05분(휴식및 식사 55분 포함)
(5) 참가대원
- 권오언,김길원,김성호,남시탁,박희용,변주희,송영기,오영제,이상호,이성원,장재업,정제용,홍명기
2. 산행후기
(1) 산불비상, 어찌 하오리까?
남녘 섬진강에는 매화, 산수유에 이어 이제 벚꽃이 피기 시작한다고 야단법석이다. 남녘의 봄맞이 대신에 오늘은 강원도로 향한다. 정선과 강릉이 경계를 이루는 삽당령으로 간다. 강원도 산에는 아직도 겨울이겠지. 산에서 연두빛 고운 잎을 기대하기는 아직 이를테지만 산입구 양지바른 개울가에서 버들 강아지라도 만날 수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봄이지 않을까?
새벽 1시를 조금 지난 시각, 버스에서 눈을 뜬다. 벌써 삽당령에 도착한 것이다. 오늘은 여기서 석두봉, 화란봉을 넘고 닭목재를 지나 다시 고루포기산, 능경봉을 오르내린 후 대관령까지 27.1 Km의 대간능선을 걷기로 예정되어 있다. 그런데, 새벽 1시에 산을 오르는 사람을 막는 또 다른 사람이 있다. 산불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강릉시 공무원들이다.
이 일을 어이하랴? 입산을 막고 있는 공무원들의 눈빛에 전의(戰意)가 감돈다. 저 사람들을 도저히 이겨낼 자신이 없다. 차라리 설악산으로 차를 돌려 울산바위에나 오를까? 아니면,아예 서울로 돌아가 광교-청계산 종주나 할까? 30분 넘게 별의별 이야기가 있었지만, 결국 대관령으로 가보기로 한다. 눈꽃트레킹 코스인 대관령에서 능경봉 오르는 구간은 개방구간이니, 능경봉에 올랐다가 운좋으면 고루포기산을 거쳐 닭목재까지의 산행은 가능하리니 .....
우여곡절 끝에 대관령 옛길을 따라 옛 대관령 휴게소에 도착해 산행준비를 마치니 새벽 3시다. 대관령에는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아직도 여기는 한겨울이다. 초저녘에 서울에는 비가 조금 흩뿌렸는데 여기는 눈발이 제법 스쳐갔나보다. 막 내린 눈이 서리처럼 길가에 얼어붙어 있다. 3월의 마지막 주 새벽, 이렇게 아직은 겨울나라인 대관령에서 새벽산행길에 오른다.
대관령에서 능경봉을 오르기에 앞서 한 컷
(2) 거꾸로 잇는 대간길
칠흑같이 어두운 새벽이다. 간혹 하늘에 별들이 보이지만 저 정도로는 아침의 찬란한 일출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영동동해 고속도로 준공기념탑 앞에서 모여 한 컷! 여기를 지났다는 흔적이다. 능경봉(1123m)까지 오르는 길은 제법 가파르지만 눈꽃 트레킹을 하기에 편리하도록 길이 잘 정비되어 있어 걷기에 무리가 없다. 30분 남짓 눈길을 걸어오르니 능경봉, 저 아래 강릉과 횡계의 불빛이 한눈에 들어온다.
다행히(?) 능경봉에서 대간길을 막는 사람이 없어, 고루포기산을 향해 대간길을 북에서 남으로 잇기 시작한다. 돌탑 앞에서는 잠시 마음 속의 기원을 하며 갈길을 재촉한다. 쉼터를 지나 걷는 능선에서는 대관령 터널로 연결되는 신고속도로의 가로등 불빛이 휘황찬란하다. 이 새벽에도 질주하는 차량들이 가끔씩 눈에 들어오고 ...... 아흔 아홉 굽이를 감돈다는 대관령, 이제 터널이 뚫리고 그 옛길을 찾는 일은 뜸해졌다.
고루포기산(1238.3m)을 오르는 전망대에서 잠시 어둠 속에 횡계읍의 불빛을 내려다본다.(04:53) 모두가 깊은 잠에 빠져 있는 새벽이다. 쌓인 눈을 밟고가는 앞 사람의 발자국에 의지해 새벽을 가르며 오르막을 다시 오른다. 주위에 바라볼 것이 없다는 것은, 아니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산을 오른다는 것은 한 곳에 몰입할 수 있어 좋다. 멀고 가까운 것도, 높고 낮음도 가리지 않고 오로지 걷는 일에 열중한다.
2시간 남짓 걸었을까? 고루포기산 정상이다.(05:13) 산행객을 위해 만들어 놓은 벤치에 배낭을 내려놓고 간식을 먹으며 후미를 기다린다. 몰아치는 찬기운에 땀이 식고 온몸에 한기가 스며든다. 고어텍스 자켓을 꺼내 입고 다시 산길을 걷는다. 고루포기산은 고로쇠나무가 많아 그렇게 이름이 붙여졌다는데(*), 어둠속에 나무의 분간이 되지 않는다. 야간산행이 주는 아쉬움이다.
(*) bluemountain님이 아래 댓글에서 다양한 견해를 올려놓았습니다. 참고하시길 ......
능경봉 정상에 놓인 배낭, 그 옆에 제법 눈이 쌓여 있다
(3) 닭목재를 가로질러
왕산 2쉼터, 1쉼터를 차레로 지나고 목장지대로 내려서는 대간길에서 아침을 맞는다. 예상대로 동녘은 밝아왔지만 낮게 드리운 구름에 일출을 볼 수가 없어 안타깝다. 오른쪽 산너머 고냉지 채소밭에는 흰눈이 가득 쌓여 있고, 가끔씩 만나는 적송(赤松)이 그 곧음을 고고히 자랑한다. 목장지대를 지나 닭목재로 내려서는 숲에는 노루 한마리가 놀라 줄행랑을 치고 ......
닭목재가 가까워지면서 조금씩 불안감이 싹튼다. 삽당령처럼 차량이 쌩쌩 지나가는 국도상의 닭목재, 필시 대간돌이들을 가로막을 사람들이 있을진대 ...... 모든 것은 운에 맡기자. 길을 막으면 다음에 닭목재의 감자농원을 한 번 둘러보라는 계시(?)라고 받아들이기로 하고 숲길을 걷는다.
6시 47분, 닭목재에는 승용차 한대가 휭하니 지나간다. 척후병(?)으로 먼저 보낸 성호님이 손짓을 한다. 왠 일일까? 길을 막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헐레벌떡 닭목재를 건너 화란봉을 향해 길을 재촉한다. 화란봉을 향해 오르막 달리기가 시작된 것이다. 달려도 달려도, 가파른 오르막을 계속 올라도 닭목재는 지척에 그대로 있다.
초등학교 시절, 선생님이 하지말라는 일을 몰래 한 그런 기분이다. 나중에 산을 내려와서 동동주 한사발 하면서 정산은 꼭 이렇게 해야하는 것이냐고 반문한다. 닭목재에서 대간길을 접어야 했을까? 그 순간만은 모두 닭목재를 가로질러 달리고 싶었으리라. 마음에 걸리기야했지만 ...... 나의 세상살이가 점점 뻔뻔함에 젖어간다는 뜻일까?
왕산쉼터 지나 맞는 아침, 붉어져오는 하늘과 잔설이 가득한 목장지대
(4) 참나무 등걸에 앉아
화란봉을 오르는 숲속에서 아침 도시락을 펼친다. 간벌로 베어놓은 참나무 등걸을 깔고 앉아 오손도손 모여 앉는다. 고루포기산에 이어 선두와 후미가 모두 모여 얘기꽃을 피운다. 닭목재에서 겅음아 날 살려라 도망치듯 뛴 사람도, 아예 날 잡으세요하며 요리조리 디카를 들이대고 닭목재를 카메라에 담은 사람도, 참나무 등걸에 앉아 모두가 한 마음이다.
참나무숲은 지난 겨울내내 백두대간 길에서 은빛의 침묵으로 우리에게 봄을 기다리는 법을 가르쳐왔다. 아직도 화란봉 북사면의 숲은 겨울이다. 바람이 세차게 귓볼을 때리고 지나간다. 시위를 막 떠난 화살의 팽팽함이 이러할까? 양지녘의 나무들은 속으로 수액(樹液)을 빨아들이며 봄채비가 한창일텐데 ..... 도시락을 먹으며 그 숲속에서 잠시 나무의 침묵에 빠져든다.
아침 8시를 조금 못미친 시각, 화란봉(1069m)에 오른다. 그 흔한 정상석도 안보이고 대간 표지기만 나무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돌아보니 고루포기산과 피덕령 근처의 목장지대가 한눈에 들어오고, 남쪽으로는 석두봉으로 이어지는 대간능선이 펼쳐져 있다. 여기서 잠시 쉴법도 한데, 선두는 그냥 치고나간다. 능선 달리기가 시작된 것이다.
화란봉 정상 참나무에 매달린 대간표지기
(5) 마음을 열고 산을 보면
화란봉을 지나 석두봉을 향하는 능선은 그리 힘들지 않다. 별로 고도차가 없는 능선을 오르내리며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선두는 저만큼 치고 나갔고, 후미는 보이지 않는다. 정산과 성원 형, 영제 님과 함께 앞서거니 뒷서거니 산길을 걷는다. 날씨도 제법 따뜻해지고, 산길에는 조금씩 봄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아지랭이라도 피어오를 것같은 느낌이다.
편안한 마음으로 걷는다. 그리 서두르지 않아도 정오가 되기 전에 삽당령에 도착할 것 같기에, 이 산 저 산을 바라보며 한결 마음이 여유로워진다. 마음을 활짝 열고 산을 바라보라고 하시던 법정스님이 생각난다.그러면 우리 자신도 산이 된다고 하시던 말씀, 내가 정신없이 바쁠때는 산이 나를 지켜보고, 내 마음이 여유로워지면 내가 산을 보고 ......
눈속에서도 봄날을 기다리는 저 산의 나무들은 바람소리를 들으며 꽃눈을 키울텐데, 매운 바람이 훈풍으로 바뀌는 날 앞다투어 터뜨릴 그 꽃몽우리들이 숨쉬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좀 더 마음을 넓히고, 귀를 열고 길을 걸어보자. 그렇게, 그렇게 삶을 살아보자.
어느듯 석두봉(982m)이다(09:27). 이름 그대로 정상부위는 올망졸망한 돌덩어리가 뭉쳐있다. 정상 표지석 대신 널판지에 새겨진 석두봉 표지판을 안고 정상 고사목 옆에서 성원이 형은 함박웃음을 짓는다. 우리 모두가 성원이 형처럼 해맑은 마음이다.
석두봉에 선 성원이 형, 저 맑은 미소를 보라, 뒤로는 걸어온 대간능선
(6) 무심코 해버린 알바
허리를 감싸는 산죽밭을 지나며 조금씩 봄기운에 젖어든다. 새벽의 능경봉과 고루포기산을 오르내리던 그 눈길과 매운 바람은 오간데 없다. 살랑살랑 훈풍이 불어오고 고어텍스 자켓을 벗어 배낭에 넣은지도 오래다. 이제 산에서도 서서히 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하나보다.
들미재를 지나 걷는 대간길은 길잃을 염려없이 확연하다. 능선 좌우로 벌목을 시원하게 해놓아 벌목지를 따라 걷기만하면 된다. 중간중간 노송들이 그 연륜을 뽐내고 있어 보기에 좋다. 우리네 삶도 저 소나무처럼 연륜이 쌓여갈수록 기품이 높아져야 할텐데 ......
얼마나 그 벌목지 능선을 걸었을까? 노송 몇 그루가 버티고 있는 임도 앞에서 앞서가던 정산과 영제님이 지도를 보며 고개를 살레살레 흔든다. 갑자기 대간길이 사라진 것이다. 오른쪽 언덕을 올라보지만 길이 없다. 뒤돌아보니 성원이 형이 안보인다. 성원이 형은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나침반을 지도에 올려놓고 길을 가늠한 후, 오던 길을 되돌아간다. 가장 확연해 보였던 길에서 길을 놓치고 20분간의 알바, 알바 ...... 대화실산 3거리에서 삽당령으로 빠지는 길을 놓친것이다. 북쪽에서 남진하는 대간길에서 대화실산 3거리를 놓치기는 식은 죽먹기(?)이니 ...... 오늘 여기서 알바 안한 사람, 나와보라고 해봐? 아니면, 알바한 사람 이름을 일일이 불러봐?
노랗게 잎바랜 저 노송을 만난 사람은 모두 알바,알바한 사람이니 .....
(7) 이제 봄 맞으러 가야지
대화실산 3거리에서 삽당령으로 내려가는 길은 편안한 내리막이다. 고도가 낮아질수록 피부에 닿는 바람결이 달라진다. 나뭇가지에 물오르는 느낌이 든다. 산길아래 계곡에는 아직 녹지않은 얼음이 보이지만, 이미 훈풍이 숲속을 감싸고 있어 오는 봄을 거역할 수 없다. 삽당령으로 이어지는 국도가 보이고, 임도를 건너 대간길을 마무리할 준비를 한다.
이제 낮은 산에서는 오감(五感)으로 봄을 느낄 수 있다. 계곡의 얼음아래로 졸졸졸 봄의 소리가 흐르고, 그기에 피어나는 어린아이 솜털같은 버들강아지에서 봄을 본다. 산죽밭에 스쳐가는 바람결에서 봄숲의 향기를 마음껏 들이킨다. 산채(山菜) 보리밥을 찾기엔 아직 이르지만, 양지바른 언덕에서 봄나물의 상큼함을 맛본다. 삽당령, 먼저 도착한 산행동료들의 밝은 얼굴에서도 온몸으로 봄을 느낀다.
삽당령에서 빨간모자 아저씨들에게 그저,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를 연발하고, 셈밝은 할머니 포차에 들러 찰옥수수 동동주에 갓김치 전병을 곁들여 한 잔 쭉 들이키니 27Km 산길의 피로가 단방에 가신다. 우리처럼 대화실산 3거리를 놓치고 모두 알바를 해버린 후미조 5명이 차례로 도착하자, 삽당령에는 때아닌 삼겹살 파티가 벌어진다. 변 팀장님, 감사, 감사, 감사 ........
삽당령의 진수성찬 파티가 끝나도 한낮이다. 대낮에(13:20) 서울로 향하는 버스가 오히려 이상하게 느껴진다. 34차의 산행중 가장 빠른 귀경이다. 다음 주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모두 고속도로에서 단잠에 빠진다. 혹시 나만 단잠에? 자, 이제 모두 우리 봄 맞으러 가야지. 연두빛 고운 숲 속으로 봄맞으러 가야지. 봄맞으러 ......
어둠 속에서도 솜털처럼 피어나는 저 꽃망울, 봄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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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우림의 보컬 김윤아와
솔로 김윤아는
캐릭터가 달라보입니다
부친 金山의
예술적 감성을 이어받아서인지
솔로에서도 그녀의 자질은 유감없이 드러납니다
봄이 오면,
하얗게 핀 꽃 들녁으로
당신과 나 단 둘이 봄 맞으러 가야지
바구니엔
앵두와 풀꽃 가득담아
하얗고 붉은 향기가득 봄 맞으러 가야지
봄이 오면,
연두빛 고운 숲속으로
어리고 단비 마시러 봄 맞으러 가야지
풀 무덤에
새까만 앙금 모두 묻고
마음엔 한껏 꽃 피워 봄 맞으러 가야지
봄바람 부는 흰 꽃 들녁에 시름을 벗고
다정한 당신을 가만히 안으면
마음엔 온통 봄이 봄이 흐드러지고
들녁은 활짝 피어나네
봄이 오면,
봄바람 부는 연못으로
당신과 나 단 둘이 노저으러 가야지
나룻배에
가는 겨울 오는 봄 싣고
노래하는 당신과 나 봄 맞으러 가야지
봄이 오면,
봄이 오면-
봄이 오면,
봄이 오면-
봄이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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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산행기록]
10:14 서울 대치동역 출발
12:25 강릉 휴게소 도착
12:50 강릉휴게소 출발
01:15 삽당령 도착
01:50 삽당령에서 차를 돌려 대관령으로 출발
02:30 대관령 (구)하행선 휴게소 도착
03:00 대관령(832m) 출발
03:34 능경봉(1123.2m, 10분 휴식)
03:54 돌탑
04:11 쉼터
04:53 전망대
05:13 고루포기산(1238.3m, 10분 휴식및 간식)
05:43 왕산 제2쉼터
06:13 왕산 제1쉼터
06:47 닭목재(680m)
07:15 화란봉 오르는 숲( 아침 식사, 20분)
07:56 화란봉(1069m)
08:21 1006봉(5분 휴식)
08:55 989.7봉
09:27 석두봉(982m, 10분 휴식)
10:05 대화실산 삼거리(알바, 20분)
10:25 대화실산 삼거리
10:50 임도(송전탑)
11:05 삽당령(680m) 도착
13:20 삽당령 출발
17:00 서울 대치동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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