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35차]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1. 산행개요
(1) 산행일시 : 2006년 4월 2일(일) 당일산행
(2) 산행구간 : 대관령-선자령-곤신봉-매봉-소황병산-노인봉-진고개
(3) 산행거리 : 23.4Km(도상), 25.8km(실측)
-도상(23.4km) : 대관령-5.0-선자령-6.5-매봉-4.3-소황병산-3.8-노인봉-3.8-진고개
-실측(25.8Km) : 대관령-5.6-선자령-3.3-곤신봉-4.3-매봉-5.1-소황병산-3.7-노인봉-3.8-진고개
(4) 산행시간 : 6시간 35분(휴식및 식사 60분 포함)
(5) 참가대원 : 강마 대간돌이 16명
- 권오언,김길원,김성호,남시탁,문주섭,박종엽,박희용,손영자,송영기,이상호,이성원,장재업,장춘희,정제용,지용,홍명기
2. 산행후기
(1) 비가 와서 오히려 다행?
대간길을 떠나기 2-3일 전에는 현지의 날씨를 미리 챙기는 일이 습관화 되어있다. 토요일 오후부터 비가 내려 일요일 오전에 그칠 것이라는 기상대의 예보에 아쉬움 반, 기쁨 반이다.
일요일의 날씨가 맑으면 동해바다를 한눈에 바라보면서 오랫만에 대간능선을 달릴 수 있을텐데 아쉽다. 비가 온다면 산불비상이 해제될테니, 지난 번처럼 입산을 통제하지 않아 다행일거고 ....... 이렇든 저렇든 배낭을 꾸려 길을 떠나기로 마음을 먹는다.
토요일 오후 늦은 시각, 대관령 아래 국유림 관리사무소로 전화를 건다. 해발 800m대의 대관령은 비가 오고있단다. 영상 5도정도? 그렇다면, 대간길의 다른 곳은 어떠할까? 해발 1100m대의 선자령, 곤신봉, 매봉에도 비가 올까? 해발 1300m대의 소황병산, 노인봉은 필시 눈일텐데 ....... 신발과 복장을 어떻게 챙겨야할지 고민이다. 두 종류 모두 갖고 일단 대관령까지 가봐?
새벽에 집을 나서 아침 7시 직전에 대관령에 도착한다. 걷기에 지장이 없을 정도로 이슬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부슬비인가? 어제 오후부터 내린 비가 모든 근심(가뭄, 산불, 입산통제)을 해결했으니 다행이다. 아침 7시, 국사성황당 표지석 앞에서 한컷하고 선자령으로 향한다.
대관령에서 선자령으로 향하는 들머리에서 - [사진 : 정제용]
(2) 대간의 의지를 다지던 선자령
자욱한 비안개속에 방송중계탑을 지나 국사성황당을 돌아 산길을 재촉한다. 대관령 국사성황당, 구산선문의 사굴산파 선승 범일국사가 서낭신으로 모셔진 곳이다. 내가 알고 있는 강릉사람들에게 대관령은 단순한 고개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강릉의 갖가지 설화, 대관령 산신제등 대관령은 그들에게 정신적 원류를 형성하고 있는 듯하다.
출발한지 1시간여만에 선자령 정상에 오른다. 백두대간을 시작하기 한 달 전인 2003년 12월, 대관령에서 여기 선자령까지 트레킹을 했었다. 아내와 함께 겨울산행을 하며 곧바로 시작될 백두대간의 의미를 되새겼던 곳이다. 자욱한 안개가 시야를 가려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아쉬움 속에 이 향지 시인의 산시(山詩)를 읊으며 길을 걷는다.
비가 밟고 간 산 머릿길로 들자
짙은 안개가 달려와
시야를 좁히라 한다.
한 걸음 한 걸음에 가는 뜻을 물으니
흙들의 대답이 고분고분하다.
........................
물이 가는 길과 바람이 가는 길이 서로 다름을
몸으로 듣는다.
- 이 향지 시인의 [물이 가는 길과 바람이 가는 길] 중에서
선자령을 내려서는 길목에서 이리저리 대간을 파헤친 도로를 만난다. 어느 길이 대간인지 쉽사리 분간이 안된다. 이러다가 숲도 없는 대간능선에서 안개속을 헤매는 것은 아닌지? 후미가 도착하기를 기다려 함께 가기로 한다. 한겨울에 눈이 쌓이면 동서남북이 설원을 이룰것 같은 목장지대를 뛰고,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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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태극기 휘날리며
곤신봉은 상처투성이다. 여기저기 풍력발전기를 설치하느라 도로를 만들고 산능선을 파헤쳐 놓았다. 중간중간 목장지대가 보이지만 이것조차도 안개속에 파묻힌다. 흙길을 산악마라톤하듯 달린다. 외로운 소나무 한 그루가 안개속에 서있다. 길 잃은 대간돌이에게 이정표가 될른지 .......
영화 "왕의 남자" 이전에 관객동원 최고 기록을 갖고 있는 "태극기 휘날리며"의 한 장면이 여기 대간길 삼양목장 언저리에서 촬영되었단다. 아마도 북진하던 국군이 중공군을 만나 진퇴양난에 빠진 장면이지 싶다. 우리 대간돌이들이 쌓은 덕이 많은지 잠시 안개가 걷히고, 우리 모두 그 목장길에서 손을 흔들며 환호성을 지른다.
태극기 휘날리며는 한국전쟁의 스펙터클과 비극을 막대한 제작비를 쏟아부어 실감있게 만든 한국형 블록버스터의 성공작이었다. 흙이 튀고 총알이 빗발치는 거친 전투장면, 그 속에서 피어나는 형제의 우정이 우리에게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던 영화였다. 이념이나 사상에 앞서 오로지 동생을 구해야겠다는 일념으로 전쟁터에서 영웅이 되어가던 장동건 ......
다시 짙은 안개가 엄습하고, 전망대에 도착했지만 동해의 전망을 볼 수 없음이 안타깝다. 동해 전망대, 왜 여기에 이런 시설물을 흉물처럼 만들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된다. 백두대간이 자병산만 망가진 줄 알았는데, 여기도 그 정도에 뒤지지 않는다. 전망대 건물에 들어가 아침을 먹고 가기로 한다. 모두의 도시락을 꺼내 놓고 둘러 앉으니 사람의 온기가 느껴진다.
목장길에 잠시 안개가 걷히고, 이 근처가 "태극기 휘날리며" ?
(4) 소황병산의 크로스컨츄리
출발한지 세시간만에 매봉을 지난다(10:03). 오늘의 산 봉우리는 이정표도 제대로 없고, 펑퍼짐한 목장에 붙어있어 도무지 높낮이를 분간할 수 없다. 여름철에 고원 달리기하기에 안성맞춤일 것같다. 끝없이 이어지는 삼양목장의 철조망을 따라 걷는데, 대간 리본조차 안보이니 때로는 불안하다. 후미에서는 어느 길이 맞냐고 무전이 날아들고 ......
소나무 한 그루가 있는 목장길에서 다시 선두, 중간, 후미가 모인다. 안개는 제법 걷혔지만 목장지대를 완전히 지날 때까지는 동행하기로 한다. 소황병산을 향해 숲길에 접어들면 대간 마루금도 선명해지고 표지리본도 만날 수 있을테니까 ......
소황병산에 접어들면서 목초지가 사라지고 본격적인 등산로가 나타난다. 후미조와 잠시 걷다가 산 들머리에서 선두를 따라 잡으러 산길을 달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선두그룹도 숲길에서 얼마나 달렸는지 꼬리를 잡을 수 없다. 혼자서 그 산길을 얼마나 달렸을까? 소황병산 정상 직전의 가파른 오르막에서 간신히 선두그룹을 따라잡는다.
소황병산(1328m)을 지나 노인봉으로 향하는 산길에서도 달리기는 계속된다. 1300m 전후의 산에는 잔설과 빙판이 수시로 나타나고 양지바른 곳의 흙들은 뻘을 이루고 있다. 그 뻘들이 신발과 옷에 묻어 달리는 다리가 묵직해진다. 아무래도 오늘 산행은 빡센 산악크로스컨츄리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소황병산에서 1시간 정도 걷고 달리니 진고개 산장이다. 겨울산장은 텅비어있다. 시설도 낡고 노후해 저대로 유지하기는 어려워보인다. 한겨울에는 산장 주변으로 눈으로 담을 쌓고, 낮은 출입구멍을 만들어 드나드는 산행객들의 허리를 굽히게 만들었다는 얌체(?) 산장지기도 안보인다. 조만간에 시설을 개보수하여 무인산장으로 만들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봄이 오면 .........
소나무 한 그루 서 있는 넓은 목장지대
(5) 아쉬워라, 청학동 소금강
진고개 산장에서 잠시 휴식을 한 후 노인봉을 향해 산길을 오른다. 일부는 노인봉 허리를 감싸고 도는 우회로를 따라 먼저 진고개로 향하고, 정산과 성원 형과 함께 노인봉 정상을 다녀오기로 한다. 노인봉에는 아직까지 안개가 자욱하다. 저 아래 소금강 계곡의 멋있는 경치를 안개속에서 그려볼 뿐이다.
그래도 노인봉(1338.1m)은 화강석으로 된 산의 정상부가 제법 산봉우리의 모습을 갖추었다. 오늘 지나온 모든 산 봉우리가 밋밋한 흙산이요, 때로는 구릉지대였다면 노인봉은 제법 격식(?)을 갖춘 셈이다. 비록 모양은 못생기고 미적 감각이 덜하지만 큼직한 정상석도 세워져있고 ...... 셋이서 한동안 정상에 머무르며 마음 푸근한 시간을 보낸다.
금강산 다음으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는 노인봉 동쪽 아래 청학동 소금강을 내려다보는 행운을 갖지못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진고개를 향해 내리막 산길을 걷는다. 숲에는 당단풍나무, 물푸레나무, 고로쇠나무등 여러 종류의 수목들이 보인다. 그 숲길을 걷는다. 이제 더 이상 달리지 않는다. 겨울의 끝에서 소리없이 봄맞이 준비를 하는 숲의 숨소리를 들으며 산길을 걷는다.
진고개, 오늘 산행의 종점이다. 동대산을 향해 다음에 이어갈 마루금의 들머리를 어떻게 잡아야할지가 걱정이지만, 그것은 다음의 일이고 오늘은 휴게소에 들러 육게장 한 그릇에 막걸리 몇 사발로 목을 축이니 오대산이 내 품속에 있다.
안개 자욱한 노인봉에서
(6) 봄의 향연을 기다리며
봄비가 내렸습니다. 부드러운 봄비가 촉촉히 대간능선을 적셨습니다.
봄비는 사랑입니다. 풍요로운 사랑입니다. 끝이 없는 어머님의 넉넉한 사랑입니다.
겨울 산에서 꿈꾸었던 그 소망대로 봄비 속에 한껏 풍요로움을 맛보며 마루금을 걸었습니다.
풍요롭다는 것은 내 마음이 마르지 않고, 언제나 사랑으로 촉촉히 젖는 것이라는 것을 압니다.
이 비 그치면 높은 산에서도 이제 한바탕 봄의 향연이 벌어질 것입니다.
흐드러지게 피어날 야생화, 연두빛 새잎들이 제철을 만나 새 세상을 열어갈 것입니다.
산에서 맞이할 봄의 향연이 기다려집니다. 대간돌이가 다음 산행을 기다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늘 대간길을 되돌아봅니다.
안개 속에 먼 경치를 잃었지만, 봄비로 피어나는 새 생명의 숨소리를 가까이 들었습니다.
봄비의 축복 속에 걸은 대간길, 우리네 마음도 그 화초수목(花草樹木)처럼 새롭게 피어나겠지요?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글어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饗宴)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 이 수복의 봄비(1954) 중에서
봄의 향연 - 창전(蒼田) 선생님의 작품입니다. 내 고향, 진주에에서 살아가시지요
산청 경호강변(2004,수묵 담채), 작가 - 창전(蒼田)
지리산 자락 내 고향 진주에도 촉촉히 봄비가 내렸답니다
겨우네 얼었던 지리산 계곡이 녹아 경호강을 거쳐 진주 남강으로 흐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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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 산행기록]
04:05 서울 대치동역 출발
05:30 소사 휴게소 도착
06:09 소사 휴게소 출발
06:57 대관령 도착
07:00 대관령(832m) 출발
08:09 선자령(1157.1m, 5분 휴식)
08:17 임도(10분 휴식)
08:37 보현사 갈림길
08:57 곤신봉(1127m)
09:22 동해 전망대(아침 식사 20분)
10:03 매봉(1173.4m)
10:15 삼양목장 소나무(10분 휴식)
11:24 소황병산(1328m)
12:18 진고개 산장(7분 휴식)
12:33 노인봉(1338.1m, 8분 휴식)
13:35 진고개 도착
14:50 진고개 출발
17:40 서울 대치동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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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 배따라기/양현경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나는요 비가 오면 추억속에 잠겨요
그댄 바람소리 무척 좋아하나요
나는요 바람 불면 바람속을 걸어요
외로운 내 가슴에 나몰래 다가와 사랑 심어놓고 떠나간 그 사람을
나는요 정말 미워하지 않아요
그댄 낙엽지면 무슨 생각하나요
나는요 둘이 걷던 솔밭길 홀로 걸어요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나는요 비가 오면 추억속에 잠겨요
외로운 내 가슴에 나몰래 다가와 사랑 심어놓고 떠나간 그 사람을
나는요 정말 미워하지 않아요
그댄 낙엽지면 무슨 생각하나요
나는요 둘이 걷던 솔밭길 홀로 걸어요
솔밭길 홀로 걸어요
'산따라 길따라 > * 백두대간'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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